정(情)이란 무엇인가?
아래는 계성(戒性)편 10조(條)의 문구로 오늘의 본문입니다.
凡事(범사)에 留人情(유인정)이면 後來(후래)에 好相見(호상견)이니라
"모든 일에 인정(人情)을 남기면 뒷 날에 좋게 서로 만난다."
글쓴 이는 오늘 본문의 중심 단어를 인정(人情), 그 중에서도 정(情)이라고 봅니다.
▣ 정(情)은 본심(本心: 본디 마음)입니다
정(情)은 '마음 심(忄=心)'자와 '푸를 청(靑)'자가 합쳐진 글자입니다 . 청(靑)은 '생(生: 날 생)+단(丹: 붉을 단)'이란 의견과 '생(生)+정(井: 우물 정)'이란 의견이 맞섭니다. 앞의 단(丹)은 구리를 함유한 동광석(銅鑛石)에서 뽑아낸 염료로 푸른 빛깔을 나타냅니다. 뒤의 정(井)은 맑은 물이 있고 이끼가 자라는 우물을 나타냅니다. 어떤 풀이를 하든 정(情)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생겨나는 푸르고 맑은 마음입니다. 그래서인지 어린 아이들은 사람의 마음을 '파란 마음, 하얀 마음'이라고 자연의 순수한 색깔로 빗대고 빚어서 노래로 부릅니다.
(동요: 파란마음, 하얀 마음 -> www.youtube.com/watch?v=vtHjzvZRPZ8)
< 동요 '파란 마음, 하얀 마음: 초등 5학년 교과서에 나옵니다 >
앞에서 살핀 대로 사람이 본디부터 가지고 있는 맑고 깨끗한 마음이 정(情)입니다. 그래서 한자 사전에서 '정(情)'을 찾아 보면 대표 훈(訓)인 '뜻' 이외에도 '사랑', '본성', '인정', '정성', '진심', '성심', '참마음'이라는 풀이가 함께 있습니다. 이런 풀이를 적용하면 본문의 의미가 한층 더 넓게 펼쳐집니다. 본문을 다시 한 번 제시하고 확장된 의미를 새겨 보겠습니다.
凡事(범사)에 留人情(유인정)이면 後來(후래)에 好相見(호상견)이니라
"모든 일에 인정(사랑, 정성, 진심, 성심, 참마음)을 다하면 뒷 날에 서로 기쁜 얼굴로 만난다."
-> 留(머무를 류)에는 '오래 지키다', '다하다'의 뜻도 있습니다.(Daum 한자사전 참고)
누군가에게 인정을 베풀고, 정성을 다하고, 사랑을 주었던 사람은 정말 고마운 사람입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훗날에 인정을 베풀고 사랑을 받았던 사람들끼리 다시 만난다면 어떤 표정으로 만날까요? 서로 어떤 이야기들을 나눌까요? 오늘은 인정을 베풀어 뒷날에 기쁨으로 만나는 사례를 옛날 이야기가 아닌 최근의 TV 프로그램을 통해서 확인하겠습니다.
다음에 소개하는 3가지 동영상은 KBS의 "TV는 사랑을 싣고"라는 프로그램에서 최근에 방영됐던 장면들입니다. 이 프로는 원래 1994년에 시작하여 2010년에 종료되었는데 그 당시 40%를 넘는 시청률로 인기를 끌었었지요. 글쓴 이도 당시에 행복했던 마음으로 자주 시청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2018년 부터 새로운 형식으로 재방송되고 있는데 유명인들이 은사, 친구, 첫사랑 등 잊지 못할 추억 속 인물을 찾는다는 점은 똑같습니다. 다만 추억 속 인물을 스튜디오에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나러 간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네요.
아래 동영상들은 짧게는 3분에서 길게는 9분 정도의 분량으로 주로 상봉(相逢) 장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베풀고 공유했던 따뜻한 인정이 훗날에 뜨거운 만남으로 이루어지는 감동을 함께 나누면 좋겠습니다.
사례1: 가수 김연자(56회, 2019.12.6 방송)
www.youtube.com/watch?v=bJwTZqJikdY
사례2: 가수 윤복희, 탈렌트 박원숙, 탈렌트 강부자 외(63회, 2020.1.24 방송)
www.youtube.com/watch?v=BHsIBh1HeXk
사례3: 모델 한현민(75회, 2020. 5.22 방송)
www.youtube.com/watch?v=dPgcZoPKnSQ
▣ 정(情)은 인연의 열매입니다
본심(本心), 즉 본디 마음을 가리키는 한자에는 정(情)뿐이 아니라 성(性)도 있습니다. 사람이 본래 타고난 심성이 선하다는 성선설(性善說), 악하다는 성악설(性惡說)에서의 성(性)이 바로 본심을 가리킵니다. 애초에는 정(情)과 성(性)이 모두 본심을 나타냈지만 나중에는 타고난 순수한 마음, 곧 본심은 성(性)으로, 밖으로부터 자극을 받아 일어나는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과 같은 마음의 움직임을 정(情)으로 구분해서 쓰게 됩니다.
실제로 우리가 쓰는 일상의 언어에서는 정(情)을 본심 보다는 외부 자극에 의한 마음의 작용으로 쓰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다정(多情)' '온정(溫情)'이 있는가 하면 '박정(薄情)' '냉정(冷情)'이 있습니다. '정답다' '정겹다' '정들다'가 있고, '정나미가 떨어지다'도 있습니다. '낳은 정, 기른 정'이 있는가 하면 '고운 정, 미운 정'도 있습니다.
우리 가요를 살펴 보면 제목이나 가사 중에 정(情)을 노래한 것이 참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조용필의 '정'과 심수봉의 '그때 그 사람'이 있습니다. 두 노래의 가사를 일부 옮깁니다.(노래는 주소를 클릭하세요)
(조용필의 '정') www.youtube.com/watch?v=c9ta31ATG8s
“정이란 무엇일까/받는 걸까 주는 걸까/받을 땐 꿈 속 같고/줄 때는 안타까워(하략)”
(심수봉의 그 때 그 사람) www.youtube.com/watch?v=IosneYRcE_8
(전략)세상에서 제일 슬픈게 뭐냐고 / 사랑보다 더 슬픈 건 정이라며 / 고개를 떨구던 그때 그 사람(후략)
한국인의 심리적 특징 중에 가장 도드라진 것이 정(情)과 한(恨)입니다. 이 두 가지는 따로 존재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같이 붙어 다닙니다. 그래서 '정'을 붙여서 살아야 할 때가 있고, '한'이 자라나면 '정'을 떼야 할 때도 있습니다. 울고, 불고, 때리고, 부수고, 싸우는 끝에 '그 놈의 정 때문에' '한(恨)' 많고 질긴 인연을 잇기도 하고 잊기도 합니다.
이렇게 보면 정(情)은 인연(因緣)의 또 다른 모습으로 함께 세월을 지내는 과정이고 그 열매입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맺어지는 관계로 인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정(情)입니다. 만남은 우연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가족과의 만남, 친구와의 만남, 동아리 회원들과의 만남은 모두가 너무 귀하고 아름다운 인연입니다. 악연(惡緣)이 아니라 선연(善緣)을 쌓아가야 하겠습니다. 만날 때에 배려와 선행을 잊지 않고, 감사를 표현하는 따스한 정을 나눠야 하겠습니다.
▣ 정(情)은 간식입니다
다소 엉뚱하지만 '정(情)'하면 빠뜨릴수 없는 것이 초코파이 정(情)입니다. 아래는 2015년에 매스컴에 소개되었던 내용입니다.
외상 거래가 일반화된 중국에서 술/담배를 제외하고
거의 유일하게 선금 거래가 이루어지는 품목.
중국에서 결혼식에 참석해준 고마운 하객들에게 답례품으로 전달하기도 하는 제과류.
러시아인들이 우리나라에 여행 오면 원 없이 먹고 간다는 그것.
개성공단에서 야근수당으로 지급되는 유일한 상품이자 화폐역할을 하는 유일한 상품.
베트남의 명절 제사상에 오르는 최상의 상품. '코리아는 몰라도 초코파이 '정'은 안다'
초코파이는 오늘날에도 어디를 가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는 과자입니다. 출시 첫해인 1974년 이후에 꾸준히 성장하여 2003년 9월에는 제과업계 “단일제품 사상 처음”으로 누적 매출 1조 원을 달성합니다. 당시 제과업계에서 1조원 이상 팔린 제품은 오리온 초코파이가 유일했다네요. 이후 초코파이 국내 누적 매출액은 2013년 2조 원을 돌파하였으며, 판매수량으로 살펴보면 현재(2014년 당시) 총 162억 개가 판매 되었다고 합니다.
글쓴 이는 일찌기 해당 과자의 맛이나 매출이 아니라 정(情)이라는 한국적 정서를 제품 이름에 담고 이를 마케팅 전략에 적극 활용하는 점에 흥미를 가졌습니다. 제품 광고용 CM송이나 텔레비존 광고 영상을 보면 마치 따뜻한 수채화를 보는 느낌이었지요. 자주 듣거나 보아도 질리지 않는 편안함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어떻든 과자는 과자입니다. 과자가 주식(主食)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과자는 간식이지 집밥은 아닙니다. 배가 출출할 때나 여럿이 함께 모여 담소를 나눌 때 먹기 좋은 먹거리지요. 무슨 말이나면 세상을 사는데 정(情)만 가지고는 위태롭고 미흡하다는 것입니다. 이성(理性)과 감정(感情)이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본성(本性)과 이성(理性)의 뒷받침이 있어야 정(情)의 인간미(人間味)가 더욱 빛을 발합니다. 그래서 "정(情)은 간식이다"라는 정의(定義)로 오늘 글을 마무리합니다.
그리고 코로나 전쟁이 지나가고 우리 동아리가 편하게 만나는 날, 진지한 학습과 아울러 과자 '정'으로 인간적인 '정'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