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탄강 주상절리길(1)
2023년 5월 1일(월)
▶ 드루니~순담 트레킹 코스
새벽부터 서둘렀다. 4시30분에 기상하여 바쁘게 움직이고 서둘러 아침식사(우겨 넣음)를 마치고 서울행 첫버스를 탔다. 강남역에서 전철을 타고 사당역에서 하차하여 7시에 출발하는 '좋은 사람들 버스'를 여유있게 탈 수 있었다. 사당역 1번 출구에는 산행을 떠나는 빨간 버스가 10여대나 줄지어 있었고 수많은 등산객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오가고 있었다.
주말이나 국경일도 아닌 월요일이라 다소 의아했지만 알고보니 근로자의 날(노동절)이라 이해할 만했다. 출발 예정 시간에 맞춰 출발한 버스는 양재역-> 복정역-을 거치는 동안 정원 28명을 모두 채웠고, 별내 휴게소를 경유하여 9시 20분에 들머리인 드루니 공영 주차장에 도착했다.
철원땅은 처음으로 방문한 곳이다. 오면서 지나치며 보니 깔끔하고 시골정취도 물씬 담고 있어서 첫 인상이 좋은 도시다. 공영주차장 주변의 논을 살펴보니 벌서 모내기를 마친 곳이 보였다. 예전 일을 되돌아보면 모내기가 거의 1달 정도 빨라진 것 같다. 매표소에서 산행 대장이 28명의 입장권을 매입하고 입장료 절반을 철원지역 화폐(?)로 돌려준다. 나는 유일한 노인 할인권 대상자로서 5천원을 내고 2천원을 돌려 받았다. 일반인은 입장권이 1만원이다.
입구를 통과해 왼쪽으로 방향을 돌면 바로 주상절리길의 위용이 눈앞에 펼쳐진다. 강물이 탁한 것은 나중에 알아낸 것이지만 모내기 철이라 논에 물을 채우고 빼내기 작업을 하면서 빚어지는 결과라고 한다. 이후로는 철제로 제작된 3.6km에 이르는 잔교(棧橋)를 걷는 트레킹 길이다.
잔교는 높낮이에 따라 오르막이나 내리막도 있지만 대체로 평탄한 길이다. 튼튼하게 만들어져 위험을 느낄 정도는 아니나 때로는 아슬아슬한 구간도 있다. 보행 중에 고소공포증으로 얼굴이 창백해진 한 중년 여성이 철난간을 붙들고 꼼짝달싹하지 못하는 광경을 목도하기도 했다.
나는 공포를 느끼지 않기 위해 아래는 거의 시선을 향하지 않고 시종일관 앞이나 좌우를 바라보고 걸었다. 그렇게 걷다 보면 심심치 않게 다양한 야생화도 만나게 된다.
뭐니뭐니해도 한탄강 주상절리의 경관이 주는 특별함은 초록으로 덮힌 산중에서 서로 다른 석질(石質)의 현무암과 화강암이 만들어내는 깎아지른듯한 양쪽의 암벽과 그 사이로 도도히 흐르는 결코 적지 않은 수량의 강물, 그리고 중간중간 나나타는 폭포들과 잔교위의 줄지어선 사람들, 자연과 인공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드루니에서 순담 매표소 방향으로 가는 사람도 있고 반대쪽으로부터 오는 사람도 있다. 중간중간에는 쉼터도 있다. 쉼터 주변은 대체로 볼만한 것이 가까이 있다. 그래서 잠시 머무루면서 주변도 둘러보고 동행인들과 이야기 꽃도 피운다.
걷는 중간에 친구(대학교), 지인(전주 YKA, HDLC OB)들에게 카톡으로 소식을 전했다.
[경기도 철원의 주상절리길 마실 나왔어요. 우와! 감동이고 굽이굽이마다 절경에 눈호강입니다. 모두의 건승을 바랍니다.]
바로바로 댓글이 뜬다. "멋지다", "신록까지 아름답다", "물색이 왜 저러냐", "경기도가 아니라 강원도 철원이다", 산악회 연결을 알려달라는 사람도 있고, 고석정에 소재한 맛집도 알려준다. 반갑고 고마운 사람들이다.
처음에는 의식하지 못했는데 중간중간 도움을 주는 현지인들이 있었다. 아마 자원봉사자일 것을 생각된다. 그 중에 기억나는 사람이 있다. 잔도를 걷는 중에 "강물을 바라보라며 한국지도가 있다"고 알려준다. 바라보니 강줄기가 흡사 한반도를 닮았다. 그런데 그 사람의 하는 말, "저것을 내가 만들었다"라고 한다. 그 말을 듣고 함께 듣던 사람들의 웃음이 동시에 터졌다. 잠시 동안이지만 긴장을 푸는 시간이 되었다.
걷다보니 한반도 지형과 조금은 닮은듯한 곳이 더 있었다.
협곡 양쪽으로 천길 단애(斷崖)가 마주 서 있지만 잔교 건너편을 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걷다보면 잔교길 쪽에 붙어 있는 절벽도 멋진 자태를 갖춘 곳이 있을 것인데 전체 모습을 볼 수 없어 아쉬었다. 기회가 된다면 한탄강 아래를 걸으며 양쪽 암벽을 모두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9:30에 들머리인 드루니 매표소 입구를 들어섰는데 2시간이 채 안되어 날머리인 순담매표소가 가까워졌다. 벌써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멋지고 환상적인 경험을 가진 한나절이었다. 늦가을 이후 수상 부교가 가동될 때를 기약해 본다.
순담 주차장 쉼터에서 1시간 가까이 머물며 휴식 후 식사 및 오후 일정을 위하여 고석정으로 이동했다.
고석정과 비들기낭 코스는 다음 페이지에서 계속함
후일, 동영상 등을 통해 알아낸 것으로 한탄강 명소가 참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회가 되면 곳곳을 모두 벙문하고 싶다
아직 한 번도 본적없는 미지의 한탄강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1주년 /스페셜 다큐멘터리 용암을 품은 강.1부/YTN사이언스]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