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footprint 2020. 2. 28. 15:29

아래 꽃들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삼색병꽃나무꽃, 금괭이눈, 빗살현호색, 참꽃말이, 회리바람꽃, 으름덩굴, 제비꽃, 미나리냉이, 노랑제비꽃, 각시붓꽃, 산초나무꽃, 홀아비바람꽃, 토종민들레, 개별꽃, 주흘산 주봉 인근 피나물 군락지[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09444247


동아리 교재 27페이지의 正己篇(정기편) 4조를 보면   

"聞人之過失(문인지과실)이어든 如聞父母之(여문부모지명)하여 耳可得聞(이가득문)이언정 口不可言也(구불가언야)이니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어서 "남의 허물을 듣거든 부모의 이름을 듣는 것 같이 하여, 귀로는 들을지언정 입으로 말하지 말라"고 풀어 놓았습니다.


그런데 우리말  풀이를 읽노라면 쉽게 이해가 안되는 구석이 있습니다. 다른사람의 허물을 듣는데 무슨 이유로 부모의 이름(名)을 듣는 것처럼 하고 말하지 말라는 것일까요? 만만찮은, 그러나 흥미진진한 이름(名)의 세계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 이름(名)이 소중한 까닭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들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 - 컴퓨터, 휴대폰, 볼펜, 가방, 의자, 노트 등은 모두 특정 사물의 이름입니다. 보통 명사 만이 아니라 사랑, 추억, 미래, 공포와 같은  추상명사는 물론 가다, 달리다, 빠르다, 아름답다, 매우 등,  동사와 형용사, 부사까지 모든것 들은 사람이 붙여놓은 이름입니다. 


만약 이와 같은 이름이 없다면 인간은 말도 할 수 없고 글도 쓸수 없으며 생각도,소통도,불가능합니다.  그러니 사람이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거나 발견하면 반드시 이름을 붙여야 합니다. 기존에 존재하는 것과 구별되는 이름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지요. 하다 못해 1호나 2호 식으로 숫자를 부여한다는지 무제(無題)와 같은 이름을 붙이기도 합니다. 


사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식이 태어나기 전부터 부모는 아이의 이름을 짓느라 노심초사(勞心焦思)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이름난 작명소(作名所)를 찾아 가기도 하지요. 자식의 이름을 어떻게 짓고 부르냐에 따라 미래의 삶이 큰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이처럼 부모님이 애쓰고 애써서 만을어 주신 이름이었기에 예로부터 사람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않는 습속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아명(兒名)이나 자(字), 호(號)와 같은 이름이 바로 그것이지요. 그런데 자신을 낳고 길러주신 부모님의 이름을 어떻게 불러야 했을까요? 당연히. 부모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않았고, 이것을 꺼리거나 피한다고 하여 함자(銜字)나 휘자(諱字)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1)  상대방 어른의 이름을 물을 때

  - 살아 계실 때: “자네 어른의 함자(銜字)가 무엇이지?”

  - 돌아가셨을 때: “자네 어른의 휘자(諱字)가 무엇이지?”

(2) 본인 양친(兩親)의 이름은 그대로 부르지 못합니다.

  - 살아 계실 때:저희 아버지 함자(銜字)는 무슨자 무슨자입니다.”

  - 돌아가셨을 때: “저희 아버지 휘자(諱字)는 무슨자 무슨자입니다.”


▶ 名(이름 명)의 자원(字源)


名자는 夕(저녁 석)자와 口(입 구)자가 결합한 모습입니다.

夕자는 초승달을 그린 것으로 ‘저녁’이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요즘이야 한밤중에도 사물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밝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못했지요. 그래서  해가 저물고 어두울 때 상대편을 부르거나 자신을 알릴 필요에서 이름이 생겨났다는 것입니. 어둠 속에서 자기를 알리고 서로를 구별하는 수단이 이름이었던 것입니다.



▶ 여러가지 이름


다음의 글(파란색 부분)은 인터넷에서그대로 옮겨온 글입니다.참고로 봐주시기 바랍니다. 


소시 적인 어렸을 때에 부르는 이름을 아명(兒名)이라고 한다. 20세가 되어서 관례(冠禮)라고 하는 즉 성인식 때에 지어준 이름이 자()이며, 가문(家門)의 항렬(行列)인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의 상생관계인 순서배열에 따라서 족보에 오르는 이름이 항렬에 따라 지어진 항명(行名)이다.


그리고 살아 계신 웃어른에 대하여 부르는 이름을 받든다()는 의미로 함자(銜字)이며, 돌아가신 분에 대하여 부르는 이름을 죽은 자를 높인다()는 의미로 휘자(諱字)를 붙여 부른다. 한편 왕과 왕의 종친 또는 정2품 이상의 지위로 국가에 공이 큰 신하에게 죽은 뒤에 국가에서 추증한 이름이 죽은 자의 살아생전의 행적을 기린다()는 의미로 시호(諡號)를 붙여서 쓴다.


그리고 문인화가학자 등이 본명 이외에 따로 쓰는 별호(別號)를 아호(雅號) 또는 호()라고 한다. 별호는 스승이나 존경하는 분이 지어주기도 하고, 본인의 고향이나 연고지의 지명(地名)이나 산명(山名) 또는 아름다운 강산이나 서정적이거나 철학적인 용어 등을 빌어다 호()를 지어서 쓰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요즘에는 한글 이름아호필명예명법명세례명아이디(ID) 등에서 서양식 이름도 많이 지어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명(藝名)은 미술인연극인음악인영화배우가수탤런트 등 예능인들이 본명 대신에 자기의 직업에 맞춰서 개성(個性)미와 세련미가 있게 지어 사용하는 별호이다. 그리고 필명(筆名)은 시인소설가화가서예가학자작가 등이 글을 써서 발표할 경우에 사용하는 아호나 예명이라 할 수 있다.



▶ 시(詩)로 '이름(名)'을 생각해 봅니다


 이름 값/ 고증식

  1924년생 서운(西雲)여사

  서녘 서에 구름 운 자

  간난이 분이 언년이 같은 이름들 앞에

  언뜻 도력높은 선사의 법명 같은

  서역으로 향하는 구름의 달관, 어쨌거나

  그녀의 팔십 평생을 한 단어로 줄여보라면

  ‘낙천’

  젊어 홀로 다섯 자식 거두면서도

  살아생전 울음 한번 보인 적 없다

  머리 싸매고 누운 걸 본 적도 없다

  죽을 만치 속상하면

   - 내 칵 양잿물이라도 마셔야지, 한마디면 끝

  그 말에 잠 설치다 깨어나 보면

  새벽같이 벌써 밭에 나가 엎드렸던 그녀

  먼 친정 조카의 빚 보증으로

  논닷마지기 하루아침에 날리고서도

   - 에휴 불쌍한 눔 어디 가 밥이나 먹고 댕기는지

  코 한번 팽 풀면 끝

  언젠가 엄마 이름은 왜 그럴듯해, 물었더니

  - 그럴듯하긴 제길,

  니 외할아부지 또 딸이라고 서운해서 그랬다더라

  아 다른 건 다 두고라도 그 천성 하나는

  꼭 물려받고 싶었던

  서녘 서에 구름 운 자, 우리 허서운 여사



꽃이름 외우듯이/ 이해인

  우리 산 우리 들에 피는 꽃
  꽃이름 알아가는 기쁨으로
  새해, 새날을 시작하자

  회리바람꽃, 초롱꽃, 돌꽃, 벌깨덩굴꽃,
  큰바늘꽃, 구름채꽃, 바위솔, 모싯대,
  족두리풀, 오이풀, 까치수염, 솔나리

  외우다 보면
  웃음으로 꽃물이 드는 정든 모국어
  꽃이름 외우듯이
  새봄을 시작하자
  꽃이름 외우듯이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는 즐거움으로
  우리의 첫 만남을 시작하자

  우리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
  먼데서도 날아오는 꽃향기처럼
  봄바람 타고
  어디든지 희망을 실어 나르는
  향기가 되자


▶ 다시 이름(名)을 생각합니다


기독교 성경의 창세기를 보면 아담의 첫 번째 임무는 이름 짓기였습니다. 그만큼 중요하고 시급했던 일이라는 증거입니다. 아담이 이름을 붙임으로써 비로소 사람과  사람 아닌 것 간에 관계가 형성될 수 있었던 것이지요. 공자 역시 리더의 급선무로 정명(正名)을 꼽습니다. 그는 “이름이 바르지 못하면 말이 이치에 맞지 않고,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오랫 만에 부모님이 지어주신 내 이름의 뜻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는 내 이름에 맞는 모습으로 살아왔는가를 되돌아 보았습니다. 많이 부족하고 부끄러웠습니다. 조금이나마 더 이름 값을 하겠습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