明心寶鑑/동네글방(火金通信)

알쏭달쏭 사,사,사(師,事,士)

efootprint 2020. 3. 3. 10:28


道吾善者(도오선자)는 是吾賊(시오적)이오 道吾惡者(도오악자)는 是吾師(시오사)니라.”

오늘(3.3)학습 본문으로내게 잘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바로 나의 적이고, 내게 나쁘다고 말하는 사람은 바로 나의 스승이다.”라고 풀 수있겠네요.


이번 얘기는 위 본문의  마지막 글자인 師(스승 사)와 관련된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직업이자 젊은이들의 결혼 상대방에는 의, , 변호 등이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 말로는  모두 라고 하지만 쓰이는 한자는 각기 다릅니다. 의사(醫師), 판사(判事), 변호사(辯護士)가 그것입니다.





그렇다면, , 士를 어떤 기준으로 각각의 직업(직명, 직책)붙일까요? 아래에 세 가지 의 대표 훈()과 뜻, 그리고 접미사  자가 붙여진 표기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 (스승 : 스승, 군대(軍隊), 벼슬아치, 모범으로 삼다)

- 의사(醫師), 약사(藥師), 교사(敎師), 강사(講師), 간호사(看護師), 사육사(飼育師), 마술사(魔術師), 정원사(庭園師), 요리사(料理師)


 – (: , 직업, 관직(官職), 벼슬, 섬기다, 부리다, 시키다)

- 판사(判事), 검사(檢事), 이사(理事), 감사(監事), 집사(執事), 형사(刑事), 도지사(道知事)


 – (선비 : 선비, 벼슬아치, 벼슬의 이름, 종사하다)

    - 변호사(辯護士), 변리사(辨理士), 회계사(會計士), .박사(.博士), 감정평가사(鑑定評價士),

    기관사(機關士), 장학사(奬學士), 항해사(航海士), 세무사(稅務士), 관세사(關稅士), 조종사(

    縱士), 속기사(速記士), 바둑 기사(棋士/碁士), 운전사(運轉士), 각종 기사(技士)


위 정리 내용을 통해 (, , )의 쓰임에 대한 어떤 규칙이나 기준을 찾을 수 있었나요?  어려움은 있지만 어느 경우에 ‘~()를 붙이는지 나름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師 : 어떤 일에 전문적인 기예를 닦아 공인기관(대개는 국가)에서 부여한 자격을 갖춘 사람입니다. 자격 취득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사()와 사()는 같다고 할 있지요. 그렇지만 직접적인 행위 대상에서 차이를 찾을수 있겠네요. ()는 직접적인 행위 대상이 의사나 교사와 같이 사람인 것에 비해  ()변호사, 기관사 등과 같이 문서(행정)나 기물(器物)이라는 점에서  차이를 찾을 수 있습니다. 어떤 자료를 보면 사()는 주로 몸수고로 그 업무를 해내는 사람이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事 : 간단히 설명하면, 事’ 그러한 일을 맡은 사람(임명직, 선출직)이라는 뜻입니다공무원일 때는 나라에서 그 일을 맡기고일반 기관에서는 각 기관에서 일정한 직무를 맡길 때 그 일을 하는 사람을 이릅니다판사는 판결 업무를검사는 검찰 업무를 해내라고 맡긴 사람이기 때문에 각각 판사(判事), 검사(檢事)로 적습니다참고로 도지사(道知事)의 지()에는 알다라는 뜻 외에도 맡다’,’주관하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즉 도지사는 도의 행정사무를 맡아서 처리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지요.


-: ()는 특별한 분야의 일을 할 수 있도록 국가가 부여하는 자격을 갖고 있는 사람이나 직업 분야를 말합니다. 이들은 모두 공인기관(국가 혹은 민간)에서 일정한 조건을 갖춘 이들에게만 부여하는 자격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입니다쉽게 말해서 자격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죠. ()는 그 자체로도 직업이  되기도 하지만 사()나 사()의 직업을 갖기 위해 먼저 사()의 자격을 취득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使 : 자를 가지고 직업이나 직책을 살피다 보니 사(使)도 있네요. 나라를 대표해서 다른 나라에 파견되는 최고위 외교관이 대사입니다. 그 표기를 大使(대사)로 적고그보다 한 급 아래인 공사는 公使(공사)적습니다. 그런데 영사는 영사(領事)로 표기하네요. 기준을 잘 모르겠습니다.

앞에서 도지사(道知事) 이야기를 했었는데 조선시대에는 관찰사가 바로 도지사 격이었는데  ‘-事’가 아닌 관찰사(觀察使)로 표기했습니다.  직급이 높은 관헌(官憲, 대체로 정3품 당상관 이상)에게는 ‘-事’가 아닌 ‘使’를 썼다고 합니다.

그럼 여기서 즉석 문제암행어사를 한자로 쓰면 두 가지, 즉  ‘暗行御史’와  ‘暗行御使’가 있습니다. 그럼 둘 중 누가 높을까요? ‘暗行御使’입니다. 긴한 용무로 당상관(堂上官조선의 관직 가운데 정책 결정에 참여하고 정치적 책임을 갖는 정 3품 이상의 자리) 이상의 고관 중에서 암행어사로 내려 보내면 ‘暗行御使’이고, 춘향전의 이 도령처럼, 갓 과거에 급제하여 암행어사 임시 직임을 받은 이는 ‘暗行御史’로 표기했다고 합니다


이상으로 직업 표기에서의 사(), (), ()와 사(使)까지의 쓰임을 살펴 보았지만 미흡한 점이 너무 많네요. 여러 자료를 조사해 보아도 딱 떨어지는 규칙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일종의 언어 습관이고 어떤 기준을 적용해도 예외가 많았습니다. 예외가 많아지면 규칙으로 인정하기가 어렵지요.


모르면 국어사전을 찾아보라는 조언 아닌 조언, 그러나 확실한 해결책(?)  드리면서 오늘 얘기를 마치겠습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