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footprint 2020. 8. 4. 07:26

오늘(8.4)의 학습 본문은 성심하(省心下)편 2조(條)로 본문과 풀이는 아래와 같습니다. 내용이 많아 낱글자 풀이는 생략합니다. 낱글자 풀이를 포함한 2조(條) 해설을 보시려면 동아리 교재(100~101 페이지), 혹은 아래 블로그의 내용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http://blog.daum.net/footprint/105

 

▣ 본문 풀이

[2.1] 神宗皇帝(신종황제) 御製曰(어제왈) 遠非道之財(원비도지재)하고 戒過度之酒(계과도지주)하며 居必擇隣(거필택린)하고 交必擇友(교필택우)하라 嫉妬勿起於心(질투물기어심)하고 讒言勿宣於口(참언물선어구)하며 骨肉貧者莫疎(골육빈자막소)하고 他人富者莫厚(타인부자막후)하라.

신종황제(神宗皇帝)가 지은 글(御製)에서 말하기를(曰), "도리(道)가 아닌(非) 재물(財)을 멀리(遠)하고 정도(度)에 지나친(過) 술(酒)을 경계(戒)하며, 사는 곳(居)은 반드시(必), 이웃(隣)을 가리고(擇) 사귐(交)에 반드시(必) 벗(友)을 가려야(擇)한다. 질투(嫉妬)를 마음(心)에(於) 일으키지(起) 말고(勿) 참언(讒言)을 입(口)에(於) 내뱉지(宣) 말며(勿), 친척(骨肉)이 가난한(貧) 자(者)라 해서 소홀히(疎) 말고(勿) 다른 사람(他人)이 부자(富者)라 해서 후(厚)하게 말라(勿)

 

[2.2] 克己以勤儉爲先(극기이근검위선)하고 愛衆以謙和爲首(애중이겸화위수)하라 常思已往之非(상사이왕지비)하고 每念未來之咎(매념미래지구)하라 若依朕之斯言(약의짐지사언)이면 治國家而可久(치국가이가구)니라.

자기(自)를 극복(克)하는 것은 근면(勤)과 검소(儉)로써(以) 우선(先)을 삼고(爲), 사람들(衆)을 사랑하는(愛) 데는 겸손(謙)과 온화함(和)을 첫째(首)로 삼으며(爲), 항상(常) 이미(已) 지나간(往) 잘못(非)을 생각하고(思), 매양(每) 내일(未來)의(之) 허물(咎)을 생각(念)하라. 만약(若) 짐(朕)의(之) 이(斯) 말(言)을 의지(依)한다면 나라(國)와 집(家)을 다스림(治)이 오래(久)할 수 있을(可) 것이니라."하였다.

 

 

2조(條)는 위에서 보듯이 글자수가 90여자에 이르고, 언급하는 내용도 12항목으로 광범위합니다. 그중의  '택린(擇隣)'과 '택우(擇友)'의 두 항목을 글의 소재(素材)로 삼아 살펴 보겠습니다.  해당되는 본문의 구절만을 아래에 다시 옮깁니다.  

 

居必擇隣(거필택린)하고 交必擇友(교필택우)하라

"사는 곳(居)은 반드시(必) 이웃(隣)을 가리고(擇), 사귐(交)에 반드시(必) 벗(友)을 가려야(擇) 한다."

 

삶은 그 자체가 선택의 연속입니다. 물론 혈액형처럼 선택이 불가능한 것도 있지만 삶의 문제들은 대부분이 선택의 대상입니다. 우리는 매일 눈을 떠서 잠들 때까지 수 많은 선택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그래서 일찍이 철학자 샤르트르는 "삶이란 B와 D 사이의 C다."라고 말했었지요. 여기서 B는 Birth(탄생), D는 Death(죽음) 그리고 C는 Choice(선택)입니다. 

 

선택 대상 중에는 사소한 것들도 있지만 말 그대로 한번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직업이나 배우자의 선택같은 경우가  그것이지요. 오늘 본문을 보면 거주지(居)와 사귐(交)도 중요한 선택으로 보고 있습니다. 12가지 경계(警戒)의 항목 중에서 특히 거주지와 사귐에 대해서만 '필(必)'을 사용하여 '반드시 고르고 가려서 선택'할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 택린(擇隣) : 어디에서 살 것인가? 

 

擇(가릴 택)은 '가리다', '구별하다', '선택하다'의 뜻이고, 隣(이웃 린)은 '이웃', '이웃 집(마을, 지역, 나라)'을 뜻합니다. 그러니 택린(擇隣)이란  이웃과 동네를 가려서 살 곳을 정해야 한다는 뜻이지요.

 

함께하는 이웃이 좋으면 하루가 즐겁습니다. 필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면서 이웃을 만나거나 헤어질 때 서로 반가운 인사를 나눕니다. 처음 이사왔을 때는 이전 동네와는 다른 모습에 당혹스러웠지만 지금은 외출하는 재미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어디에서 사느냐는 모든 사람들의 고민이며 걱정거리입니다. 여기저기 평당 수천만원 하는 집들이 즐비합니다. 의식주(衣食住)라는 말이 있듯이 주거(住居) 문제는 예로부터 중차대한 문제였습니다. 요즈음 우리는 온 나라가 주택(=부동산) 문제로 요동치고 있습니다. 오늘의 학습을 통해 주거 문제의 관점을 한 번쯤 재점검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선현(先賢)들의 가르침

 

遠水不救近火(원수불구근화)라는 말이 있습니다. '먼 곳에 있는 물로는 눈 앞의 불을 끌 수 없다'는 뜻입니다.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의 韓非子(한비자)의 이야기로 아무리 쓸모가 있어도 먼 데 있으면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지요. 이웃사촌이란 말과 같이 먼 곳의 친척보다는 가까운 이웃이 내 삶에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웃의 중요성을 상징하는 가장 전형적인 예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입니다. 잘 알려져 있듯이 묘지 근처와 시장 에서 살던 맹자는 제사를 지내는 광경을 따라하거나 장사꾼 흉내만 냈습니다. 자식의 미래를 걱정한 맹자의 어머니는 결국 학교 옆으로 집을 옮겼지요. 이리하여 맹자는 독서를 즐기게 되었고 훗날 위대한 유학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공자(孔子)는 거주지를 정하는 방법을 <논어(論語)> 이인편(里仁篇)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仁爲美. 擇不處仁, 焉得(이인위미 택불처인 언득지)

"마을 풍속이 어질어야 아름답다. 어진 마을을 가려서 살지 않으면 어찌 지혜롭다 하겠는가?"

 

공자가 강조하신 것은 인문적 환경의 중요성입니다. 사람들은 민심과 풍속이 좋지 않은 곳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자신도 모르게 졸렬하고 비루한 사람으로 변합니다. 근묵자흑(近墨者黑)이요, 근주자적(近朱者赤 )이지요. 먹을 가까이 하는 사람은 검어지고, 주사(朱砂)를 가까이하는 사람은 붉게 변합니다. 그래서 공자는 모름지기 자신의 거처를 가릴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택린(擇隣)에는 천만매린(千萬買隣)의 고사(古事)가 유명한데 유래는 이렇습니다. 중국 南宋(남송) 시대의 여승진(呂僧珍)이란 사람은 학식이 깊고 인품과 덕망이 높아 주변의 존경을 받았습니다. 같은 시기 송계아(宋季雅)라는 고관이 새로 이사하여 여승진과 이웃하여 살기를 희망했지요. 이웃하는 집의 값을 알아보니 100만 냥이었지만 그는 1100만 냥이란 엄청난 돈을 더 지불하고 여승진의 이웃으로 이사합니다.

사람들은 당연히 “100만 냥만 주어도 살 수 있는 집을 어찌 그런 거금을 주고 샀단 말입니까?”라고 물었겠지요  송계아는 “백만냥은 집값으로 지불했고, 천만냥은 여승진과 이웃이 되기 위해 웃돈을 얹혀 지불한 돈” 라고 웃으며 대답했답니다. 어진 사람의 이웃이 되기 위해 요즘으로 치면 집값의 열배가 되는 프리미엄을 지불한 셈이네요. 규모는 다르지만 우리나라 고려(高麗) 명종(明宗) 시기의  노극청(盧克淸)과 현덕수(玄德秀)의 고사(古事)에도 유사한 이야기가 보입니다

 

조선 시대의 이중환(李重煥)이 쓴 인문지리서 <택리지(擇里志)> 에서는 좋은 주거지의 기준으로 지리(地理), 생리(生利), 인심(人心), 산수(山水)의 네 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지리는 하천과 산의 형상과 같은 풍수적 조건, 생리는 경제적인 입지(立地), 인심은 지역 민심과 풍속, 산수는 경치와 풍광을 의미합니다.

택리지의 발간 당시 제목은 ‘사대부가 살 만한 곳’을 뜻하는 사대부가거처(士大夫可居處)》였습니다. 이중환의 가장 큰 관심은 문화적 교양을 지닌 사대부가 살아가기에 가장 좋은 지역이 어디인가를 찾아내는 것이었지요. 특기할 점은 이중환이 중시한 것은 생리였다는 것입니다.  택리지의 번역 내용의 일부를 옮겨 보겠습니다.

 

“산수와 인심, 그리고 학품이 뛰어난 곳보다 상업이 활성화된 곳이 살기가 좋고 발전 가능성도 높다. 시장이 가깝고 강과 바다를 통해 각종 물산이 유입돼 인심이 넉넉하다. 대(代)를 이어 살 만한 곳들이다. 이처럼 먹고사는 게 풍족해야 인심도 후해진다. 도시를 키우려면 포구를 중심으로 국제무역을 활성화하고, 내륙 교통요지를 중심으로 물산 유통을 촉진해야 한다.”

 


사람이 살기 원하는 곳은 예나 지금이나 지리와 인심이 좋으며 교육, 교통, 산업이 번창하여 물산이 풍부한 곳입니다. 이런 조간들을 갖추지 못하면 사람이 떠나는 것이지요. 그
러나 환경만 탓하고 조건만 원망해서는 패배자에 머물게 됩니다.입지(立地)만이 사람의 운명과 미래를 결정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아래에 환경이 아무리 열악하고 입지가 아무리 흉흉해도 희망의 꽃을 피워냈던 외국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 환경과 입지(立地)를 넘어서

 

하와이 군도 북서쪽 끝에 있는 작은 섬 카우아이(Kauai). 영화 <쥐라기 공원>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이 섬은 한 때 지옥의 섬이라 불리는 곳이었습니다. 다수의 주민이 범죄자, 알코올 중독자, 정신 질환자였고 청소년들은 그런 어른들을 보고 배우며 똑같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소아과 · 정신과 의사, 사회복지사, 심리학자 등은 '카우아이 섬의 종단연구'라는 것을 시작했습니다. 1955년에 태어난 신생아 833명이 30세 성인이 될 때까지의 성장 과정을 추적하는 사회과학 역사상 가장 야심찬 프로젝트였습니다. 연구를 시작했지만 많은 학자의 예상은 그러했습니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인생에 잘 적응하지 못해 비행 청소년이 되거나 범죄자, 중독자의 삶을 살 것이다."

 

연구자들은 833명 중 고아나 범죄자의 자녀 등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201명을 따로 정해 그들의 성장 과정을 집중적으로 분석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3분의 1에 해당하는 72명의 아이들에게 뜻밖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들은 학교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대학교 장학생으로 입학하는 등 좋은 환경에서 자라난 아이들보다 더 모범적으로 성장한 것입니다.

수십년간 이 연구를 주도한 에미 워너(Emmy Werner) 교수는 이런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했습니다. 분석 결과 이들에겐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끝까지 자기편이 되어 믿어주고 공감해주고 응원해주는 어른이 최소한 한 명 아상은 곁에 있었던 것입니다. 부모, 조부모, 삼촌, 이모... 실패하고 좌절해도 괜찮다고 무조건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한 사람이 있었기에 자신의 환경을 이기고 비관하지 않고 밝게 자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있는 그대로 믿어주는 한 사람만 곁에 있어도 누군가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깁니다. 속도는 느려도, 시행착오는 겪을지라도 오롯이 꿈을 향해 걸어가는 힘이 생깁니다. 물리적 환경과 입지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사랑과 믿음으로 감싸주고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면 아직도 얼마든지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나부터, 지금부터, 작은 것부터  사랑과 믿음의 행동을 시작하면 되는 것입니다.

 

▣ 택우(擇友) : 누구와 벗할 것인가?

정겹고 듣기 좋은  말 중의 하나가 친구(親舊)입니다. 순수한 우리 말로는 '벗'과 '동무'인데  '벗'을 뜻하는 한자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朋(벗 붕)'과 友'(벗 우)'가 그것입니다. 붕(朋)과 우(友)는 같은 듯 하면서도 근원을 찾아보면 조금은 다른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붕(朋)은 같은 스승 밑에서  동문수학(同門修學)한 벗이고,  우(友)는 같은 이상(理想)과 뜻을 가진 동지(同志) 로서의 벗입니다.

 

그래서 붕(朋)이 우(友)가 되면 붕우(朋友)가 됩니다. 이 말은 붕(朋)이었다가 적(敵)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전국시대(戰國時代)의 손빈()과 방연()은 같은 스승에게서 배웠지만 대적(大敵)하였고, 진(秦)나라의 이사(李斯)는 동문수학한 친구인 한비자(韓非子)를 죽음에 빠뜨렸습니다. 그러니 교필택우(交必擇友), 즉 사귐에는 반드시 벗을 가려야 한다."라는 오늘 본문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친구를 나타내는 한자 표현은 다채롭습니다. 사귐이 오랜 친구는 고교(故交), 구교(舊交)이고, 새로 사귄 친구는 신교(新交)입니다. 사이가 아주 가까운 벗은 지우(至友)이고, 막역한 사이로 발전하면 집우(執友)가 됩니다. 벗이지만 학식과 도덕적 수준이 뛰어난 친구는 외우(畏友)가 되고, 나의 잘못을 엄격하게 지적하는 고마운 친구는 쟁우(諍友)입니다. 그밖에도 죽마(竹馬), 배행(輩行), 난객(蘭客), 망년교(忘年交), 상우(尙友) 등도 있습니다. 이처럼 관련된 단어가 많은 것은 친구 사귐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방증(傍證)입니다. 

 

 

어떤 사람을 알려면 그(녀)의 친구를 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누구와 벗하는가는 삶의 성공과 행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명심보감은 교우편(交友篇)을 따로 두어 잠언(箴言)을 들려줄 뿐 아니라  책자 곳곳에서 친구 사귐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인생과 사람 관계에 대한 최고의 교훈서인 논어(論語)에서도 친구 사귐의 문제를 여러 곳에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아래에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曾子曰 吾日三省吾身 爲人謀而不忠乎 與朋友交而不信乎 傳不習乎"
(증자왈 오일삼성오신 위인모이부충호 여붕우교이부신호 전부습호) - 제1편 학이 4.
: 증자가 말하기를 "나는 날마다 세가지로 나의 몸을 살피니, '남을 위해 일을 도모함에 충실하지 않았는가, 친구와 더불어 사귐에 신의-성실-를 지키지 않았는가, 배운 바를 다 익히지 않았는가'"이다.

 

"子游曰 事君數 斯辱矣 朋友數 斯疏矣" - 里仁 第四
(자유왈 사군삭, 사욕의, 붕우삭, 사소의.) - 제4편 이인 26

: 자유가 말하였다. "임금을 섬김에 자주 간하면 욕을 당하고, 붕우간에도 자주 충고하면 소원해진다."

    

"子曰 主忠信 毋友不如己者 過則勿憚改" - 子罕 第九
(자왈: 주충신, 무우부여기자, 과칙물탄개.) - 제9편 자한

공자께서 말하기를 "충(忠)과 신(信)을 위주로 삼고,  자기만 못한 자를 벗삼으려 하지 말며,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아야 한다."라고 하셨다. 

 

"子貢問友 子曰 忠告而善道之 不可則止 無自辱焉" - 顔淵 第十二
(자공문우 자왈 충고이선도지, 부가즉지, 무자욕언.) - 12편 안연 23.
:
자공이 친구 사귐에 대해 묻자, 공자께서 대답하기를 "충심으로 말해주고 착한 길로 인도하되, 불가능하면 그만두어서 스스로 욕되지 말라."고 하셨다. 

 

"孔子曰 益者三友 損者三友 友直 友諒 友多聞 益矣 友便辟 友善柔 友便佞 損矣" - 季氏 제십육

(공자왈 익자삼우 손자삼우 우직 우량 우다문 익의 우편벽 우선유 우편녕 손의) - 제16편 계씨 4.

: 공자께서 말하기를 "유익한 벗도 세 가지 유형이 있고, 해로운 벗도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정직한 사람을 벗하고 신실한 사람을 벗하고 견문이 많은 사람을 벗하면 유익하고, 아첨하는 사람을 벗하고, 부드러운 척 잘하는 사람을 벗하고, 말 잘하는 사람을 벗하면 해롭다."고 하셨다.

 

위 내용 중 마지막 계씨(季氏)편은 오늘 주제 중 하나인 친구 선택의 기준을  분명히 제시하고 있네요. 내용을 좀 더 상세히 살펴 보겠습니다.

먼저 도움이 되는 세 가지 유익한 친구입니다. 곧은 사람(友直·우직)은 정직하고 상황에 따라 쉽게 바뀌지 않는 벗입니다. 겉보기에는 무뚝뚝할지 몰라도 언제나 변함없는 친구가 바로 이런 벗입니다. 신의가 있는 사람(友諒·우량)은 진실하고 믿음직합니다. 약속을 하면 반드시 지키고 책임감있게 처신합니다. 언제 어느 때 만나도 믿음이 가니  좋은 친구입니다. 견문이 넓은 사람(友多聞·우다문)은 풍부한 식견을 바탕으로 문제가 생겨도 당황하지 않고 해결책을 찾아냅니다. 잠깐 대화를 나눠도 즐거운 분위기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벗입니다.


그다음 해로운 세사람의 벗은 주로 ‘말’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네요. 먼저 아부하는 사람(友便 ·우편벽)은 말과 행동에 진실성이 없는 사람입니다. 번지르르하게 말하고 비위를 맞추지만 계산이 끝나는 순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돌아섭니다. 줏대 없는 사람(友善柔·우선유)은 겉으로 보기에는 유순하고 좋은 사람으로 보이지만 쉽게 말을 바꾸는 사람입니다. 평상시에는 좋은 말을 많이 해주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만 자신에게 위험이 닥치거나 위협이 온다면 그때는 완전히 얼굴색을 바꾸고 달라집니다. 말만 잘하는 사람(友便 ·우편녕)은 말이 너무 가벼워 그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사람입니다. 실천을 생각하지 않고 말하기에 실행에 대한 책임을 갖지 않는 사람입니다.

 

주위에 사람은 많지만 진정한 친구는 드문 것이 현실입니다. 화려한 시절을 보냈던 사람들이 뒤늦게 참된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없음을 크게 한탄한다고 합니다. 떵떵거리며 먹고 즐길 때는 많던 친구들이 나이 들고 힘들 때는 보이지않는다는 것이지요. 그 이유는 결국  내가 그 사람에게 진정한 친구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친구를 얻는 일은 결국 자신에게 달려 있는 것은 아닐까요?.

 

▣ 맺는 글 : 삶은 선택입니다

현재 나의 삶의 모습은 과거 내가 선택한 결과에 의한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미래 삶의 모습은 지금 나의 선택의 결과로 나타나게 됩니다.

 

오늘 학습한 본문을 다시 상기(想起)해 보겠습니다. 

 

居必擇隣(거필택린)하고 交必擇友(교필택우)하라.

"사는 곳(居)은 반드시(必) 이웃(隣)을 가리고(擇), 사귐(交)에 반드시(必) 벗(友)을 가려야(擇) 한다.

 

살고 싶은 곳을 내 마음대로 선택해서 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전국 방방곡곡의 마을들이 모두 교육, 교통, 산업이 발달한 살기 좋은 동네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이런 바램은 허망일 뿐입니다. 택리지(擇里志)의 이중환(李重煥)은 네 가지 조건을 갖춘 가거지(可居地)를 찾아 오랜 세월 전국을 누볐지만 끝내 찾을 수 없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러므로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마을을 살기 좋은 곳으로 가꾸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길지(吉地)를 흉지(凶地)로 만드는 것도 사람이고, 박토(薄土)를 옥토(沃土)로 탈바꿈 시키는 것도 사람입니다. 우리가 사는 곳이 살 만한 땅이냐 아니냐는 이 땅에서 사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마을을 처인구(處仁區) 이름 그대로 나 자신이 어진(仁) 사람이 되도록 힘써야 하겠습니다. 

 

좋은 친구를 갖는다는 것은 인생의 큰 행복입니다. 내 옛 벗들은 필시 모두가 유익한 친구들입니다. 나의 새로운 친구들도 모두 좋은 벗들입니다. 그래서 나는 행복합니다. 내가 선택한 친구들이 나를 행복하게 해 주었듯이 나를 친구로 선택한 사람들이 행복하도록 나 역시 좋은 친구, 유익한 친구가 되겠습니다.  

앞으로 만날 사람들  역시 모두가 곧은 사람(友直·우직), 신의가 있는 사람(友諒·우량), 견문이 넓은 사람(友多聞·우다문)이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상대가 유익한 친구이기를 바라기 전에 나부터 익자삼우(益者三友)가 되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친구로 선택하고 싶도록 기쁨을 함께 하고, 슬픔도 함께 하는 일에 더욱 힘쓰겠습니다.

 

 - 글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