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도 해답도 내 안에 있습니다
오늘(9.11) 학습할 입교(立敎)편 15조(條)는 앞의 14조와 연결된 내용임으로 본문과 풀이를 함께 올립니다. 내용이 많아 낱글자 풀이와 문장분석은 생략합니다. 낱글자 풀이를 포함한 해설을 보시려면 동아리 교재(129~130페이지), 혹은 아래 블로그의 내용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http://blog.daum.net/footprint/252
▣ 본문과 풀이
[14조] 太公曰(태공왈) 人家(인가)에 必有一錯(인가필유일착)과 二誤(이오)와 三痴(삼치)와 四失(사실)과 五逆(오역)과 六不祥(육불상)과 七奴(칠노)와 八賤(팔천)과 九愚(구우)와 十强(십강)하여 自招其禍(자초기화)요 非天降殃(비천강앙)이니다.
태공이 말하였다. “개인이건 집안이건 (가난함에는) 반드시 첫째 어긋남, 둘째 그릇됨, 셋째 미련함, 넷째 과실(過失), 다섯째 거스름, 여섯째 상서롭지 못함, 일곱째 종의 성격, 여덟째 천박함, 아홉째 어리석음, 마지막 열 번째로 뻔뻔스러움이 있습니다. 재앙은 스스로 불러들이는 것입니다. 하늘이 재앙을 내리는 것이 아닙니다.”
[15조] 武王曰(무왕왈) 願悉聞之(원실문지)하나이다 太公曰(태공왈) 養男不敎訓(양남불교훈)이 爲一錯(위일착)이요 嬰孩不訓(영해불훈)이 爲二誤(위이오)요 初迎新婦不行嚴訓(초영신부불행엄훈)이 爲三痴(위삼치)요 未語先笑(미어선소)가 爲四失(위사실)이요 不養父母(불양부모)가 爲五逆(위오역)이요 夜起赤身(야기적신)이 爲六不祥(위육불상)이요 好挽他弓(호만타궁)이 爲七奴(위칠노)요 愛騎他馬(애기타마)가 爲八賤(위팔천)이요 喫他酒勸他人(끽타주권타인)이 爲九愚(위구우)요 喫他飯命朋友(끽타반명붕우)가 爲十强(위십강)이니이다 武王曰(무왕왈) 甚美誠哉(심미성재)로다 是言也(시언야)여.
무왕이 말하였다. “원하건대 그 내용을 모두 듣기를 원합니다.” 태공이 대답하였다. “자식을 기르면서 가르치지 않는 것이 첫 번째 어긋남입니다. 어린아이를 훈도하지 않는 것이 두 번째 그릇됨입니다. 새 며느리를 맞이하여 엄하게 가르치지 않는 것이 세 번째 미련함입니다. 말하기 전에 먼저 웃는 것이 네 번째 과실(過失)입니다. 부모를 봉양하지 않는 것이 다섯 번째 거스름입니다. 밤에 알몸으로 일어나는 것이 여섯 번째 상서롭지 못함입니다. 남의 활을 당기기를 좋아하는 것이 일곱 번째 종의 성격입니다. 다른 사람의 말 타기를 좋아하는 것이 여덟 번째 천박함입니다. 남의 술을 마시면서 다른 사람에게 권하는 것이 아홉 번째 어리석음입니다. 남의 밥을 먹으면서 친구들에게 먹으라고 주는 것이 열 번째 뻔뻔스러움입니다.” 무왕이 말하였다. “참으로 아름답고 진실하도다! 이 말씀이여!
입교(入敎)편 15조(條)의 내용은 앞의 14조에서 태공(太公)이 무왕(武王)과의 대화에서 언급한 스스로 집안에 불러들여 집안을 가난하게 만드는 열 가지의 재앙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어긋남, 그릇됨, 미련함, 과실, 거스름, 상서롭지 못함, 종의 성격, 천박함, 어리석음, 뻔뻔스러움이 무엇인지를 적시(摘示)하고 있지요. 그런데 본문의 열가지 재앙에 대한 번역만으로는 이해가 충분치 않습니다. 오늘 글은 열가지 재앙에 대한 약간의 보충 설명으로 대신하겠습니다
▣ 열 가지 재앙
우선 15조에서 말하는 열가지 재앙의 공통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14조의 마지막에 그 공톹점을 요약하고 있는데 하늘이 내린 재앙아 아니라 자기 스스로 불러들인 재앙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태공(太公)이 이야기하고 있는 '스스로 집안에 불러들이는 재앙 열 가지'를 하나씩 살펴 보지요
♠ 첫째는 착(錯; 어긋날 착)으로 '어긋남'입니다. 집안의 자식들을 제때에 제대로 교육시키지 않으면 자라면서 어긋나게 된다는 뜻입니다. 자식이 어긋나면 거칠어져서 집안을 어지럽히니 집안의 재앙중에 이보다 더 큰 것이 없을 것입니다.
※ 착(錯)에는 '어긋나다'의 뜻 이외에도 '거칠어지다', '어지럽히다', '섞이다', '잘못하다' 등의 뜻이 있습니다.
♠ 둘째는 오(誤; 그르칠 오)로 '그릇됨'입니다. 자식들을 키울 때 나이가 어리다고 배워야 할 일을 가르치거나 타일러서 깨우쳐주지 않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입니다. 자식이 그릇되게 되는 일보다 더 큰 집안의 재앙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 오(誤)에는 '그르치다'의 뜻 이외에도 '잘못', '잘못하다'의 뜻이 있습니다.
♠ 셋째는 치(痴; 어리석을 치)로 '어리석음'입니다. 새로 들어온 며느리에게 제대로 된 생활태도, 즉 검소와 근면, 유순함을 엄하게 가르쳐야 한다는 뜻이지요. 장차 집안을 책임질 며느리가 게으르거나 사나우면 큰 걱정거리라 할 수 있습니다.
※ 치(痴)에는 '어리석다'의 뜻 이외에도 '미련하다', '미치다(말과 행동이 보통 사람과 다르게 되다)', '사납다' 등의 뜻이 있습니다.
♠ 넷째는 실(失; 잃을 실)로 '과실(過失)'입니다. 과실은 부주의나 태만 따위에서 비롯된 잘못이나 허물을 말합니다. 말하기 전에 먼저 웃는것은 실수(失手)요, 큰 실례(失禮)가 됩니다. 말하는 사람은 실없는 사람이 되고 듣는 사람은 기분이 상하게 되어 서로 믿음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뜻이지요.
※ 실(失)에는 '잃다'의 뜻 이외에도 '달아나다', '그르치다', '어긋나다' 등의 뜻이 있습니다.
♠ 다섯째는 역(逆; 거스를 역)으로 '거스름'입니다. 자식들이 늙은 부모를 봉양하지 않는 것은 자기를 키운 부모를 배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되면 가정 뿐만 아니라 넓게는 사회 질서를 무너뜨리고 불화하게 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 역(逆)에는 '거스르다'의 뜻 이외에도 '거역하다', '어기다', '배반하다' 등의 뜻이 있습니다.
♠ 여섯째는 불상(不祥)으로 '상서롭지 못함'입니다. 밤에 알몸으로 일어난다는 것은 곧 주색(酒色)질에 빠져 음란 방탕한 생활을 즐기거나 아니면 몸가짐과 행동거지를 제멋대로 한다는 뜻입니다. 집안사람 중 누군가 음란 방탕한 생활을 즐기고 몸가짐과 행동거지를 제멋대로 하는 일보다 더 불행해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 상(祥)에는 '상서롭다'의 뜻 이외에도 '복되다'의 뜻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불상(不祥)은 상서롭지 못한 것이고 불행한 것입니다.
♠ 일곱째는 노(奴: 종 노)로 '종과 같은 성격'을 말합니다. 다른 사람의 활을 가지고 활쏘기를 좋아한다는 것은 남의 물건을 제 물건 쓰듯이 함부로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은 예절과 예의에 둔감하여 남의 기분을 상하게 합니다. 예절과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즐거워하고 예법을 거스르는 행동을 일삼는 사람은 금령(禁令)을 범하는 까닭에 자칫하면 신분을 잃고 집안이 몰락하는 재앙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노비로 전락해 다른 사람에게 부림을 당하는 신세가 된다는 뜻입니다.
※ 노(奴)에는 '종, 노예'라는 뜻 이외에도 '종으로 부림을 당하다', '종의 성격', '둔하다' 등의 뜻이 있습니다.
♠ 여덟째는 천(賤: 천할 천)으로 '천박함'입니다. 제 말(馬)도 아닌데 남의 말타기를 좋아한다면 힘이 있거나 돈은 많지만 천박한 인물입니다. 이것 역시 예의를 거스르고 예법에 어긋나는 무례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시로 예의를 거스르고 예법에 어긋나는 야비한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른다면 그 집안이 아무리 권력이 있고 부유하다고 해도 반드시 재앙이 찾아오게 됩니다.
※ 천(賤)에는 '천하다'라는 뜻 이외에도 '야비하다', '천한 짓, '싸다, 헐하다' 등의 뜻이 있습니다.
♠ 아홉 번째는 우(愚: 어리석을 우)로 '어리석음'입니다. 다른 사람의 술을 마시면서 또 다른 사람에게 권하는 것은 술로 인해 자신도 망치고 다른 사람도 망치기 때문에 재앙 중의 재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뿐만아니라 염치도 없고 눈치도 없는 사람이고 옳고 그름을 분간못하니 누가 상대를 해 주겠습니까?
※ 우(愚)에는 '어리석다'의 뜻 이외에도 '옳고 그름을 가리지 못하다', '바보', '반편' 등의 뜻이 있습니다.
♠ 열 번째는 강(强: 굳셀 강)으로 '뻔뻔스러움'입니다. 남의 밥을 얻어 먹으면서 그것도 모자라 다른 친구들에게까지 먹으라하며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부끄러움과 뻔뻔함의 극치라 할 만 합니다. 부끄러운 일을 하는 것도 재앙인데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한 채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부끄러운 일을 퍼뜨리는 뻔뻔한 짓을 하면서도 재앙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 강(强)에는 '굳세다'의 뜻 이외에도 '강요하다', '억지로 시키다', '거스르다', '거역함' 등의 뜻이 있습니다.
▣ 내 안에 있는 원인과 결과
앞에서 서술한 10가지 재앙은 하늘이 내린 재앙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불러들인 재앙이었습니다. 두려운 것은 천재(天災)보다 인재(人災)가 더 두렵고, 인재(人災)중에서도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자기 스스로 불러들인 재앙입니다.
♠ 「서경(書經)」에서 ‘태갑(太甲)’은 "하늘이 내린 재앙은 피할 수 있어도 자기가 초래한 禍(화)는 피할 수 없다.[天作孼猶可違(천작얼유가위) 自作孼不可逭(자작얼불가환)]"라고 반성합니다. 태갑(太甲)은 상나라의 뛰어난 군주였던 탕왕의 손자로, 탕왕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올랐던 인물입니다. 할아버지와는 달리 폭정(暴政)을 일삼다가 3년간 추방을 당합니다. 그는 뼈저린 자기반성을 한후에 왕좌로 복귀할 수 있었지요. 태갑은 자신의 행동이 화를 스스로 불러들인 '자초기화(自招其禍)'요, ‘자작얼(自作孼)’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자초기화, 자작얼은 스스로 뿌린 패가망신(敗家亡身)의 씨앗이기에 뼈저린 자기반성과 각고의 노력 없이는 돌이키기 어려운 재앙입니다. 그에 반해 하늘의 재앙은 누구에게나 주어질 수 있는 불운을 말합니다. 스스로의 타락이나 불의함으로 비롯된 것이 아니기에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벗어날 길이 있고 오히려 더 큰 도약을 이루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 유비무환(有備無患)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자성어지요. "편안할 때 위태로움을 생각하라. 생각하면 대비할 수 있고, 대비하면 화를 피할 수 있다. [居安思危(거안사위) 思則有備(사즉유비) 有備無患(유비무환)]"라는 것으로 「좌전(左傳)」에 나오는 말입니다.
우리는 흔히 ‘유비무환’이라고 하면 앞으로 닥쳐올 수도 있는 위기에 대비하는 것으로만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좌전(左傳)」에 따르면 위기에 대처하는 전제 조건은 바로 평상시에 원칙과 기강을 바로 세우는 것에 있습니다. 개인, 가정, 나라안에서 올바른 도리가 지켜진다면 어떠한 위기도 대비할 수 있고 평안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 오늘로 입교(立敎)편을 마칩니다. 명심보감의 입교편 15조(條)를 보면 전반부는 개인, 가정, 나라의 근본과 기본을, 후반부는 근본에 영향을 미치는 구체적인 세목(細目)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11조~15조는 빈부귀천(貧富貴賤)의 원인을 연역적으로 풀어가고 있지요. 그리고 모든 문제의 원인과 결과를 내부에서 찾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내 안에서 찾는 것은 외적 요인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외적 요인의 결과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나 자신임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심신이 허약하면 작은 돌부리에 걸려도 넘어집니다. 그러나 몸이 건강하고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사람에게는 돌부리가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는 것도, 나라가 어려움에 시달리는 것도 내 약점이 만든 결과라는 점에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내가 어려워지고, 가정이 흔들리고, 나라가 혼란스럽다면 나부터, 내부부터 돌아봐야 합니다. 맹자(孟子)의 직언을 귀담아 듣고 새겨야 합니다. 「맹자」 <이루(離婁) 상편>에 나오는 다음의 문장으로 오늘 글을 마칩니다.
"무릇 사람은 반드시 스스로 업신여긴 후에 남이 업신여기고, 집안은 반드시 스스로 망친 후에 남이 망치고, 나라는 반드시 스스로 공격한 뒤에 남이 공격한다. 夫人必自侮부인필자모), 然後人侮之(연후인모지), 家必自毁(가필자훼), 而後人毁之(이후인훼지), 國必自伐(국필자벌), 而後人伐之(이후인벌지).
- 글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