明心寶鑑/동네글방(火金通信)

솔선수범(率先垂範)

efootprint 2020. 9. 18. 09:14

오늘(9.18) 학습은 치정(治政)편 7조(條)로 본문과 풀이는 아래와 같습니다.

 

▣ 본문과 풀이

 

劉安禮(유안례) 問臨民(문임민)한대 明道先生曰(명도선생왈) 使民(사민)으로 各得輸其情(각득수기정)하라 問御吏(문어리)한대 曰正己以格物(왈정기이격물)하라.
유안례가 백성을 대하는 도리에 대해 질문하자 명도 선생이 대답하기를 “백성으로 하여금 각자 그들의 뜻을 펼치도록 해야 한다.” 아전을 거느리는 도리에 대해 질문하자 명도 선생은 대답하기를. “자기를 바르게 하고서 다른 사람을 바로 잡는다.”

劉安禮(유안례) 북송(北宋) 때 사람으로  정호(程顥)의 제자. 어려서 고아가 되었는데 아버지와의 친분으로 이정자(二程子)의 집에서 성장하였고, 명도선생의 동생인 정이(程頤)의 사위가 됨.

臨(임할 림) 임하다, 다스리다

○ 明道先生(명도선생) 북송(北宋) 때의 학자 정호(程顥) 

使(하여금 사) 하여금, 시키다

各(각각 각) 각각, 각자, 모두, 다

輸(보낼 수) 보내다, 전하다, 알리다, 다하다 

御(거느릴 어) 다스리다, 부리다

格(격식 격) 격식, 궁구하다, 바로잡다

物(물건 물) 물건, 만물, 천지간의 모든 것, 사람

以(써 이) ~써, ~에 따라, ~하여


問臨民(문임민) 明道先生曰(명도선생왈) 使民(사민) 各得輸其情(각득수기정)

○ 臨(임할 림)은 '임하다'의 뜻 이외에 '다스리다'의 뜻이 있으니 치민(治民)과 같음. 곧 문임민(問臨民)은 백성을 다스리는 방도에 대해 물은 것. 

○ 使民(사민)은 백성으로 하여금 ~하게 하다

各得輸其情(각득수기정)은 '각자 자신의 뜻을 펼치도록 해야 한다”는 것으로 ①백성의 말과 행동을 막아서는 안 되고 ②백성이 자신의 계획을 도모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

 

問御吏(문어리) 曰正己以格物(왈정기이격물)
問御吏(문어리)는 아전을 다스리는 방도, 즉 아랫 사람을 다스리는 방도를 질문한 것임.

曰(왈)은 명도 선생이 대답하는 것이고 正己(정기)는 수기정심(修己正心)을 말함. 자신부터 수양하여 바르게 하는 것

以(써 이)는 '그것으로써' 혹은 '그것을 가지고'의 뜻을 가짐. 여기서 '그것'은 바로 앞에 나온 正己(정기)를 가리킴.

  ※ 以(이) 다음에 동사(動詞)가 오면 이(以)와 동사 사이에 '그것'의 뜻을 가진 之(갈 지)가 생략된 것으로 봄. 

格物(격물)에서의 격(格)은 '바로잡다'의 뜻을 가짐, 물(物)은 나 아닌 모든 사물이나 사람이니 위 문구에서는 '다른 사람'을 가리킴

 

오늘 본문은 관직에 있는 제자(유안례)가 스승(명도선생)에게 공직자의 자세를 묻는 내용입니다. 크게 두 가지 내용으로 백성에 대한 것과 아랫 사람에 대한 것입니다. 요즘 표현으로 하면 백성에 대해서는 민의(民意) 청취와 지원을, 아랫 사람에 대해서는 솔선수범(率先垂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오늘 학습은 솔선수범을 주제로 하여 살펴 보겠습니다. 

 

▣ 임경업 장군의 솔선수범

 

이야기의 시작을 솔선수범의 전범(典範)을 보여주는 임경업(林慶業: 1594~1646) 장군의 사례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임경업 장군은 이괄의 난, 병자호란이 발생했던 조선 후기 무관입니다. 그의 군사적 지휘능력, 외교적 탁월성은 ‘임경업전’으로 전해질 만큼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임경업 장군의 일화(逸話) 중 영변(평안북도)에서 방어사(防禦使)로 지내던 시절 있었던 일을 소개합니다.

 

영변 지역을 북쪽의 침입으로부터 지키는 백마산성을 보수 공사하던 당시, 인근 지역 백성이 모두 동원돼 돌과 목재를 날랐다. 이들은 자칫 잘못하면 한순간 죽어나가는 중노동을 밤낮으로 해야 했는데 자연히 불만이 커져갔다. 방어사가 시키는 일이니 하지 않을 수는 없고, 그러다 보니 백성들은 삼삼오오 모이기만 하면 쑥덕대기 바빴다.

하루는 누군가가 다들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말했다. “임경업인지 방어사인지는 우리가 이렇게 고생하는 거 알고나 있나 모르겠어. 다들 안 그런가.”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그러게 말이야” 혹은 “방어사가 이 고생을 어찌 안단 말인가”라고 맞장구쳤다. 그때 한쪽에서 “여기 임경업이도 있으니 그런 걱정은 마시게”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 쳐다보니 방어사도 허름한 옷을 걸친 채 함께 돌을 나르고 있었다.

 

< 충북 충주시의 '충민공 임경업 장군상'>

 

위 이야기에는 솔선수범이 담고 있는 뜻이 적잖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솔선수범에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솔선(率先)이고 나머지 하나는 수범(垂範)입니다. 솔선은 남보다 먼저(先) 나서서 행동하여 뒤의 사람을 따르게 하는 것(率)이고, 수범은 모범(範)을 보이는 것(垂)입니다. 임경업 장군은 먼저 모임을 보임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따르도록 했습니다.

 

▣ 자신부터 바꿔라! 옛 글로 배우는 솔선수범

모범을 보이는 솔선수범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권에서 오래전부터 강조되어 왔던 중요한 덕목입니다. 그런데 한마디로 솔선수범이라고 하지만 그 안에는 여러가지 속뜻이 있습니다. 선인들이 남긴 글귀들을 통해서 솔선수범이 지니는 주요한 속성(屬性)들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大(대학)」 (치국장)에 나오는 말에 有諸己而後求諸人(유저기이후구저인)이 있습니다. "내게 있은 뒤에 남에게 요구하라"는 말입니다. 내가 할 수 있은 다음에 남에게도 그 같은 일을 하도록 요구하라는 것이지요. 원래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풀이글만 올립니다.

 

요순 같은 어진 임금이 천하를 거느리고 어진 일을 하자, 온 백성이 다 따라 어진 일을 했다. 걸과 주 같은 못된 임금이 천하를 거느리고 모진 일을 하자, 온 백성이 다 따라서 못된 일을 했다. 그러므로 그가 명령하는 것이 그가 좋아하는(=실제의 행동) 것과 어긋나면 백성은 따르지 않는다. 이런 까닭에 군자는 내게 있은 뒤에 남에게 요구하고 내게 없은 뒤에 남을 그르다 한다. ”(대학, 9장)

 

♠ 공직자의 솔선수범은 다산(茶山)이 지은 목민심서(牧民心書)에도 나옵니다. "아전을 단속하는 일의 근본은 나 스스로를 규율함에 있다. 자신의 몸가짐이 바르면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행해질 것이요, 자신의 몸가짐이 바르지 아니하면 비록 명령을 하더라도 행해지지 않을 것이다.[束吏之本(속리지본), 在於律己(재어율기). 其身正(기신정), 不令而行(불령이행), 其身不正(기신부정), 雖令不行(수령불행)/ 이전육조편, 1조)]”

다산(茶山)은 이를 설명하면서 "수령의 소행이 다른 사람을 진실로 감복시키지 못하면서 오직 아랫 사람만 단속한다면, 명령을 해도 필시 행해지지 않고 금지시켜도 필시 그치지 않아 위엄이 없을 것이요 기강도 서지 않을 것이다. 수령 자신은 탐욕을 부리면서 아랫 사람만 단속한다면 이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수령 스스로가 몸가짐을 바르게 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산(茶山)이 말한 위의 내용은 원래 논어에 들어있는 글(자로편, 6조)입니다. 공자(孔子)는 당시 노(魯)나라의 실력자였던 계강자(季康子)와의 대화에서도 이 점을 강조합니다.

"계강자가 공자에게 정사에 대해 물었다. 공자께서 대답하셨다. 정사(政事)란 바로잡는다의 뜻이니, 만약 그대가 바름으로써 솔선수범한다면, 누가 감히 바르게 되지 않겠는가?[季康子(계강자) 問政於孔子(문정어공자) 孔子對曰(공자대왈) 政者正也(정자정야) 子帥以正(자솔이정) 孰敢不正(숙감부정)/ 안연편, 17장)]

 

♠ 예기(禮記)에 "아랫 사람은 윗 사람의 명령에 따르기 보다 윗 사람의 언행을 보고 배운다. [下之事上也(하지사상야) 不從其所令(불종기소령) 從其所行(종기소행)/ 치의편]"고 했습니다. 이어서 나오는 내용입니다. 풀이글만 옮기갰습니다.  "윗 사람이 착한 것이나 혹은 악한 행실을 좋아할 때에는 아래에서는 반드시 더 심한 자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윗 사람은 좋아하고 미워하는 것을 삼가지 않을 수 없으니 백성의 사표가 되기 때문이다.”

 

위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면 아랫 사람은 더 좋아하는 척을 합니다. 제(齊)나라 환공(桓公)이 흰 비단 옷을 좋아하자 너도 나도 해 입어 흰 비단 값이 자(紫)색 비단 값의 다섯 배로 뀌었습니다. 오(吳)나라 왕이 검을 좋아하자 백성들이 검에 베어 상처 투성이가 되었고, 초(楚)나라 왕이 마른 여성을 좋아하자 궁중에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했습니다. 그러므로 윗 자리에 있는 사람은 호오(好惡: 좋아하고 싫어함)하는 것 까지도 아래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서 모범을 보이도록 신중해야 합니다.  

 

♠ 이신작칙(以身作則)은 '자신이 남보다 먼저 실천하여 모범을 보임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지켜야 법칙이나 준례를 만든다'는 뜻입니다. 사마천 『사기(史記)』 공자 세가(孔子世家)편에 나오는 이야기지요. 북한에서 각급 간부들에게 오래전부터 강조해온 솔선수범의 자세라고 합니다.

 

공자의 제자 중에 子路(자로)가 어느날 공자께 정치를 잘 행하는 방법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이에 공자는, "백성들을 이끄는 데는 솔선수범하는 以身作則(이신작칙)이 필요하다. 모든 일을 먼저 모범을 보임으로써 백성들에게 보여주고 일이 잘된 뒤에 그들을 위로해야 한다"라고 하였으며 더 보탤 것을 묻자, "오래도록 게으르지 않으면 그것으로 족하다."라고 하였습니다.

 

공자의 제자인 증자(曾子)의 제자 중에 공명선(公明宣)이란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가 증자에게 배우고 있을 때 3년 동안이나 책을 읽지 않아서 까닭을 물었더니 그의 대답이 대략 이랬습니다. "제가 어찌 감히 책을 읽지 않겠습니까? 저는 선생님께서 살아가는 모습을 부지런히 읽는다고 읽어왔으나, 아직도 다 읽지 못해 지금도 읽고 있습니다. 선생님!"

 

사람에게 필요한 배움이나 행동은 책이나 가르침만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책이나 가르침 보다는 다른 사람에 대한 관찰과 모방을 통해서 더 많이 이루어집니다. 특히 그 사람이 자신보다 윗사람이거나 뛰어난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리더는 그의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영향을 미치고, 추종자는 리더를 면전(面前)이 아니라 등 뒤에서 평가하고 배웁니다. 


▣ 솔선수범의 다섯 가지 속성

 

앞서 솔선수범과 관련하여 소개된 임경업 장군의 사례나 선인(先人)들의 훈계 속에는 솔선수범 행동이 내포하고 있는 속성들이 있습니다. 선인들이 남긴 행동과 글귀들을 통해서 솔선수범 행동의 중요한 속성(屬性)들을 찾아 보겠습니다.

 

♠ 첫째로 대의성(大義性)입니다. 솔선수범하는 행동은 개인의 이익보다는 그가 속한 조직(가정, 사회, 국가 등)릏 위한 것이었습니다. 나쁜 일에 앞장 선 것을 솔선수범했다고는 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개인적, 사적(私的) 이익을 취하는 사람들의 행동은 다른 조건들이 갖춰져 있어도 솔선수범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솔선수범 행동은 윤리적, 도덕적으로 바람직하고 본받을 만한 것이어야 합니다. 공동선과 공동의 이익에 기여하고 적합해야 합니다.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것이며, 사람들이 규범으로 삼아 배우고 따를만 해야 합니다. 그래서 대의성은 모범성(模範性)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솔선수범(率先垂範)의 '範(법 범)'에 해당합니다.

 

♠ 둘째로 선도성(先導性)입니다. 솔선수범은 시간적으로 남보다 앞서서 행동하는 것이고, 공간적으로 다른 사람들 앞에 서서 이끄는 행동입니다.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은 해결하고자 하는 대상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행동을 시작합니다.  

 

솔선수범하는 사람은 남이 시키지 전에 능동적으로 움직입니다.  다른 구성원들이 선뜻 나서지 않는 문제에 자발적으로  지원합니다. 그들은 과거보다는 미래로 나아갑니다. 솔선수범(率先垂範)의 '先(먼저 선)'에 해당합니다.

 

샛째로 실천성(實踐性)입니다. 솔선수범 행동은 탁상골론이 아니라 몸소 보여주는 행동입니다. 솔선수범하는 사람은 말로만 끝나지 않고 가시적으로 실천 행동을 반드시 보입니다. 그들은 제3자인  누군가를 시키지 않고 직접 행동합니다. 말과 행동이 같은 언행일치를 보입니다.

 

세상에는 좋은 말과 훌륭한 지식이 너무 많습니다. 문제는 실천하지 않고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말로 하는 가르침은 감동도 없고 오래 가지 않습니다. 말만 있고 실천하지 않으면 오히려 냉소와 경멸, 조롱의 대상이 됩니다. 위대함은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솔선수범(率先垂範)의 '垂(드리울 수)'에 해당합니다.

 

♠ 넷째는 '영향성(影響性)'입니다. 솔선수범하는 행동을 하게 되면 다른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게 됩니다. 누구 한 사람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까지 솔선수범 행동에 동참하게 만듭니다.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善終)시에 각막을 기증했을 때 뒤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장기(臟器) 기증에 동참하였습니다.

 

솔선수범 행동이 높게 평가받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영향성에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특히 사회 지도층의 솔선수범이 중요합니다. 각급 기관의 경영관리자들이 솔선수범을 하게 되면 일에 대한 성과가 올라가고, 직장에 대한 소속감, 충성심도 함께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많습니다. 솔선수범(率先垂範)의 '率(거느릴 솔)'에 해당합니다.

 

♠ 마지막으로 '희생성(犧牲性)'입니다. 희생성은 솔선수범의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지만 자주 나타나는 특성입니다. 일을 하다 보면 누구의 일이라고 정해지지 않은 업무가 있습니다. 만약 그 일이 빛나는 일이고, 무언가 이득을 주는 일이라면 서로 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그 일이 위험하고 힘들고 귀찮은 일이라면 기피하려고 합니다..  

 

나의 책임은 아니지만 누구의 일도 아닌 일을 솔선하여 떠맡는 것은 솔선수범에 따르는 희생입니다. 대아(大我)를 위해 물질적 보상이나 권한 사용을 스스로 유예하는 것 역시 희생입니다. 그러나 솔선수범에 의한 희생은 장기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무형의 보상이 더 크게 따릅니다.

 

▣ 맺는 말

♠ 솔선수범을 얘기하다 보면 아무래도 사회 조직에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주목하게 됩니다. 솔선수범 행동의 주체가 사회 지도층, 윗사람 등으로 나타나는 것은 실제로 그들의 행동이 낮은 위치의 사람들보다 사회 전채에 강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솔선수범 행동은 사회 지도층, 윗사람 만의 덕목은 아닙니다. 지위와 나이의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필요한 덕목입니다.  아래 직위에 있는 사람이 항상 그 자리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리거나 젊은 사람 역시 나이가 들어가기 마련입니다. 솔선수범도 하나의 성품이고 습관입니다. 낮은 직위에 있을 때 솔선수범해야 윗자리에서도 그 자리에 맞는 솔선수범을 할 수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솔선수범의 미덕을 갖춰야 나이 들어서도 그 습관이 유지됩니다.

 

솔선수범은 직위의 높고 낮음을 떠나 행동의 당사자에게 여러 이익과 혜텍을 줍니다. 윗사람이 솔선수범 행동을 보이면 구성원들로 하여금 조직에 대한 우호적 인식과 응집력을 강하게 만듭니다. 구성원들의 직무만족과 성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구성원들이 높은 솔선수범 행동을 보이면 주변에서 신뢰와 지지를 받습니다.

 

♠ 그런데 솔선수범을 방해하는 것이 있습니다. 여러 요인이 있지만 솔선수범이 갖는 희생성(犧牲性)이 주요한 원인이 됩니다. 솔선수범을 해도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세상도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 합니다. 솔선수범 행동을 통해 오히려 자신이 손해를 보고 희생양이 된다는 생각이지요.  이런 생각이 솔선수범을 주저하게 만듭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생각을 극복하고 자주성, 자발성, 솔선수범 행동을 키워나갈 수가 있을까요? 

 

우선 솔선수범은 누가 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인정과 보상이 따르고, 손해보지 않는 남는 장사라면 누군들 나서지 않겠습니까?  솔선수범은 그런 것이 아니라 마음 속의 울림에 반응하는 것입니다. 전철역 승강장과 전동차 사이에 낀 사람을 구하기 위한 처음 한 사람의 행동이 수많은 사람의 힘으로 엄청난 무게의 전동차를 밀어내게 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신문에 실렸던 대학생의 목격담을 소개합니다. 

 

“2호선 승강장에 들어서고 있었는데 갑자기 열차가 저만치 중간에서 멈추더니 기관사가 급히 뛰어내리는 것이 보였고, 몇몇 여자분이 비명을 지르며 뛰어왔다. 잠시 후 지하철 문이 열리며 승객들이 쏟아져 나왔다. 여기저기서 비명이 들려왔고 많은 여자분들이 격한 감정과 충격을 이기지 못해 ‘사람이 끼었어’라고 전화에 대고 흐느꼈다. 곧 ‘열차를 밀어요!’라는 외침과 함께 사람들이 매달려 열차를 밀기 시작했다.

 

처음에 꼼짝도 안 하던 열차는 점점 많은 사람들이 달라붙자 조금씩 기우뚱거렸으며,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외침이 반복되며 열차의 요동도 커졌다. 놀라서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열차를 밀던 한 아저씨가 ‘여기 붙어요!’라고 다급하게 소리치자 남자뿐 아니라 여자분들도 동참했다. 잠시 후 상황은 종료됐다….

 

 

♠ '스텐포드 감옥실험'으로 유명한 필립 짐바르도(1933~) 교수는 영웅론을 설파했습니다. 그가 말하는 영웅은 작지만 큰 영웅(little big hero) 입니다. 그는 말하기를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영웅적인 행동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영웅은 원래 정해진 사람이 아니다. 단지 영웅적인 행동이 있을 뿐이다.” 영웅적 행동이란 거창한 튀는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묵묵히 새로운 행동을 실천하고자 먼저 행동하는 사람들입니다.

 

스탠포드의 경영학자 데브라 메이어슨(1966~)도 같은 주장을 합니다. 그녀는 어려운 현실적 제약 속에서도 조직의 큰 변화를 일으킨 사람들을 조사해본 결과, 특정한 신분과 권한을 가진 리더들이 아니라 묵묵히 작은 변화를 실행으로 옮긴 사람들이라고 말합니다. 그녀는 이런 사람들을 온건한 급진주의자(tempered radlcal)라고 불렀습니다. 다시 말해 그들은 조용한 혁명가처럼 자신의 생각에 신념을 가지고 작은 성공을 만들어 감으로써 더 큰 사회적 연대를 만들고 마침내 커다란 변화를 일으켰다는 것입니다. 한 사람이 뿌린 씨앗이 열배, 백배의 결실을 맺게 된다는 것입니다.

 

♠ 오늘의 마침글로 조동화 시인의 '나 하나 꽃 피어'를 소개합니다. 오늘의 주제에 딱 어울리는 시(詩)로 생각되어 올립니다. 아래쪽의 동영상 주소를 클릭하시면 곡을 붙여 만든 가곡(歌曲)을 들을 수 있습니다. 작곡자는 당시 10세의 소년이었습니다. 60대의 시인(詩人)과 10세 소년의 만남이 아름답습니다.

 

 

나 하나 꽃 피어/ 조동화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www.youtube.com/watch?v=2-rFX_1nr_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