明心寶鑑/동네글방(火金通信)

입조심, 말조심(口舌)

efootprint 2020. 10. 13. 10:28

오늘(10.13)의 학습은 언어(言語)편 3조(條)입니다. 본문과 풀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 본문과 풀이

 

君平曰(군평왈)口舌者(구설자)는禍患之門(화환지문)이요 滅身之斧也(멸신지부야)니라.
군평이 말하였다. “입과 혀는 재앙과 환란(患亂)의 문이요 몸을 망치는 도끼이다.”

○ 君平(군평) 촉한(蜀漢) 사람으로 성은 엄(嚴)

口舌(구설) 입과 혀, 시비하고 비방하는 말

○ 者(자) 여기서는 ‘~것’의 의미

○ 禍患(화환) 재앙(災殃)과 환난(患難), 재앙과 근심

滅(꺼질 멸) 꺼지다, 멸망하다

滅身(멸신) 몸을 망침

○ 斧(도끼 부) 도끼

 

먼저 노래 하나를 듣고 다음 내용을 읽어 주기를 바랍니다. 이 노래는 가수 이태원이 1982년에 불러서 대히트를 했었지요. 김광석의 노래로도 듣겠습니다.

☆ 솔개(노래: 이태원): https://www.youtube.com/watch?v=Wvko5iI9WRM

☆ 솔개(노래: 김광석): https://www.youtube.com/watch?v=Lnsfc25PEj0

 

이 노래가 당시에 히트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시대적 상황에 대한 저항의 표시일 수도 있고, 팍팍한 삶을 공감해주는 노래로 스스로를 위로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우리는 말 안하고 살 수가 없나, 하늘을 날으는 솔개처럼"으로 시작하는 문학적이고 철학적인 가사에 끌렸을 수도 있습니다.

 

어떻든 인간은 말을 안 하고는 살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말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종교뫄 선현(先賢)들, 수신서(修身書)는 물론 오늘날의 자기계발서까지 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잠언(箴言)들이 말 그대로 넘쳐납니다.

 

명심보감만 보더라도 초략본(抄略本) 265조(條) 중, 40여 조(條)에 언어 사용과 관련된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특히 오늘 본문이 담겨 있는 언어(言語)편 3~5조(條)는 잘못된 한마디 말의 위험성을 아주 직설적으로 경고합니다.

3조: “입과 혀는 재앙과 환란(患亂)의 문이요 몸을 망치는 도끼이다.”

4조: "한마디 말이 사람을 다치게 함에 아프기가 칼로 베이는 것과 같다."

5조: "입은 곧 사람을 상하게 하는 도끼요, 말은 곧 혀를 베는 칼이다."

 

아레 글에서는 입조심, 말조심에 도움을 주는 명언 모음과 철학자 소크라테스와 연관된 흥미있는 이야기를 살펴 보겠습니다.

 

▣ 법정 스님의 말조심에 대한 명언

아래의 글은 인터넷에서 '말조심에 대한 법정 스님의 명언'이라는 제목으로 읽혀지고 있는 내용입니다. 법정(法頂: 1932~2011)은 산문집 <무소유> 등 30여 권의 책을 낸 수필 작가로도 잘 알려져 있지요.

 

필자 개인적으로는 대학 신입생 시절이었던 50년 전, 친구와 함께 지금의 서울 강남 봉은사에 잠시 머무르셨던 스님과 대면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교통편이 좋지 않아 뚝섬에서 배를 타고 한강을 건넜지요. 다시 언덕을 넘고 몇 개의 밭고랑을 지나 찾아 뵈었던 기억이 아련히 남아 있네요. 아래의 동영상을 먼저 감상한 후에 글내용을 보시면 더욱 좋습니다.

 

☆ '법정 스님의 말조심 명언' 동영상(3분40초) https://www.youtube.com/watch?v=GxJimKEKcKE

 

 

내가 두 귀로 들은 이야기라 해서 다 말할 것이 못되고, 내가 두 눈으로 본 일이라 해서 다 말할 것 또한 못된다.

​들은 것은 들었다고 다 말해 버리고 본 것을 보았다고 다 말해버리면 자신을 거칠게 만들고 나아가서 궁지(窮地)에 빠지게 한다.

현명(賢明) 한 사람은 남의 욕설(辱說)이나 비평(批評)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며, 또 남의 단점(短點)을 보려고도 않으며,남의 잘못을 말하지도 않는다. ​모든 화는 입으로부터 나온다. 그래서 입을 잘 지키라고 했다. 맹렬(猛烈)한 불길이 집을 다 태워버리 듯이 입을 조심하지 않으면 입이 불길이 되어 내 몸을 태우고 만다.

입은 몸을 치는 도끼요, 몸을 찌르는 칼날이다. 내 마음을 잘 다스려 마음의 문인 입을 잘 다스려야 한다. 입을 잘 다스림으로써 자연 마음이 다스려진다.

앵무새가 아무리 말을 잘한다 하더라도 자기 소리는 한마디도 할 줄 모른다. 사람이 아무리 훌륭한 말을 잘한다 하더라도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할 예의(禮儀)를 못했다면 앵무새와 그 무엇이 다르리오. ​세치의 혓바닥이 여섯 자의 몸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 말은 체로 세 번 걸러야

요즘은 거의 볼 수 없지만 수십년 전에는 일반가정의 살림살이 가운데 '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곡식 가루를 치거나 술 따위의 액체를 거르는 기구였지요. 체는 매우 중요한 기물인 까닭에 집집마다 갖추었으며 부잣집에서는 네댓개를 부억 벽에 걸어 두고 썼습니다.

- 체의 여러가지 모양 -

 

체는 똑같은 모양은 아니었지만 서양에서도 오랜 옛날부터 쓰여졌던 것 같습니다. 아래 이야기는 말조심의 방법을 체거르기로 설명하고 있는 소크라테스의 이야기입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사는 마을에 남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돌프라는 청년이 있었다. 어느 날 소크라테스가 마을 앞 나무 밑에서 쉬고 있는데 아돌프가 휘파람을 불면서 나타났다. 소크라테스는 아돌프가 헛소문을 퍼트리고 다니는 바람에 마을 사람 중에 상처를 받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고 이 기회에 아돌프에게 가르침을 주고자 했다. 소크라테스를 본 아돌프가 먼저 다가와 인사를 하더니 시키지도 않은 이야기를 꺼냈다.

"소크라테스 선생님! 제 말을 좀 들어보세요. 윗마을에 사는 필립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아세요? 그 착한 친구가 글쎄..." 이때 소크라테스는 아돌프의 말문을 막으며 물었다. "먼저 이야기를 하기 전에 자네의 말을 세 가지 체에 걸러보세. 첫째는 사실이라는 체라네. 자네가 지금 말하려는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증거가 확실하나?" 그러자 아돌프는 머뭇거리며 "아닙니다. 저도 남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라고 했다. 소크라테스는 다시 아돌프에게 물었다. "두 번째는 선(善)이라는 체네. 자네가 하려는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라면 최소한 좋은 내용인가?" 아돌프는 이번에도 머뭇거리며 "아닙니다. 별로 좋은 내용이 아닙니다."라고 답했다.


소크라테스는 이제 아돌프에게 마지막으로 "이제 세 번째 체로 다시 한번 걸러보세. 자네 이야기가 꼭 필요한 것인가?" 라고 물었다. 그러자 아돌프는 고개를 떨구며 소크라테스의 말에 조용히 말했다. "꼭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그의 풀죽은 대답에 소크라테스는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타일렀다. "그렇다면 사실인지 아닌지 확실한 것도 아니고 좋은 것도 아니고 꼭 필요한 것도 아닌데 나에게 말해야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그 후 아돌프는 사실(事實), 선(善) 그리고 필요성(필요성)이란 세 가지 체에 걸러지지 않는 이야기를 다시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 맺음말: 입조심, 말조심

 

공자의 가르침을 담은 논어의 맨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부지(不知)로 끝맺고 있습니다.

"천명(天命)을 모르면 군자가 될 수 없고, 예(禮)를 모르면 세상에 당당히 설 수 없으며, 말(言)을 모르면 사람을 알 수 없다(요왈편, 3장)."

 

노자(老子)는 '말로 마음이 드러나니 길흉(吉凶), 선악(善惡)이 여기서 드러난다.'고 했습니다. '말이 곧 그 사람 자신이다'라는 말이지요. 말은 단순히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닙니다. 말하는 사람의 성품과 가치관 그리고 본성들이 집약되어 나오는 것이지요. 내면의 세계가 말로 드러나고, 내면의 충(充)과 불충(不充)이 말의 충실함을 좌우합니다. 입조심과 말조심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보라, 얼마나 작은 불이 얼마나 많은 나무를 불태우는가. 혀는 곧 불이요 불의의 세계라(야고보 3장)"고 성경은 말하고 있습니다. 맹렬한 불길이 집을 다 태워버리듯이 입을 조심하지 않으면 입이 내 몸을 태우고 맙니다. 불교 경전 천수경의 첫머리는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으로 시작합니다.. 입으로 지은 죄업을 정화하는 일이 깨달음의 시발점이란 뜻이지요.

 

"험담은 세 사람을 죽인다. 험담을 한 자, 험담을 들은 자, 험담의 대상자 등을 모두 죽일 수 있다." 유대인의 지혜가 집약된 탈무드에 있는 말입니다. 따라서 말을 하기에 앞서 늘 3가지 체에 걸러봐야 합니다. 이 말이 사실인지, 상대에게 유익이 되는 좋은 내용인지, 꼭 필요한 이야기인지 걸러보는 것입니다. 화와 복이 입으로부터 나오니 입을 조심하고 말을 조심해야 합니다

 

※ 참고: 이 블로그에서는 지난 3.27에 말조심과 관련된 사자성어와 유래를 정리한 바가 있습니다. 해당 내용을 보시려면 아래 주소를 클릭하세요.

☆ 입조심,말조심(口不言人之過): http://blog.daum.net/footprint/31

 

- 글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