明心寶鑑/동네글방(火金通信)

시(詩)의 어원(語源)과 관련 글자

efootprint 2020. 4. 14. 11:00

오늘(4.14)의 학습 본문인 존심편 [2]는 소강절(邵康節)이 지은 "擊壤詩(격양시)~"로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번 글은 격양시(擊壤)의 시(詩)라는 글자를 화두(話頭)로 삼아 관련된 여러 글자들을 살펴 보겠습니다.



詩(시 시)


詩자는 ‘시’나 ‘시경’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로 (말씀 언)+(절 사)자로 이루어진 글자입니다. 우리에게 때로는 찬탄과 감동, 때로는 격려와 위로를 주는 시(詩)는 무엇일까요? 옛 중국의 모시서(毛詩序)에서는 시의 개념을 "詩者,志之所之也. 在心爲志, 發言爲詩(시자, 지지소지야. 재심위지, 발언위시)”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마음속에 있을 ()하고, 그것이 말을 통해 밖으로 나왔을 ()” 라는 것입니다.

즉 시()라는 글자가 言(말씀 언)+(절 사)로 이루어진 것은 ()는 글로 남기지만 말로 읊조리기도 했으니 ()자가  쓰였고, 사찰에서는 불경을 읽을 때 운율에 맞춰 불경을 읽으니  ()자가 담겨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까 ()자는 사찰()에서 불경을 읊는 소리() 비유해 만들어진 글자로 해석됩니다.


이왕 시(詩)를 이야기 하는 김에 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노래 몇 곡을 봄 계절에 맞춰 소개해 보겠습니다. 


1. 동무생각(사우: 思友)/ 이은상 시, 박태준 곡

https://www.youtube.com/watch?v=12TcY-Ogv0Y

2. 4월의 시/ 박목월 시, 김순애 곡

https://www.youtube.com/watch?v=Ujgn9YJkhSM

3. 봄/ 이정선 시, 이정선 곡

http://blog.daum.net/xoneroom/16666116


그런데 글자 시()구성하는 글자인 사()() 외에도, (때 시), (믿을 시), (모실 시), (기다릴 대), (특별할 ), (무리 ) 여러 글자들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하에서는 사(寺)와 이런 글자들에 대해서 살펴 보겠습니다.  


▶ 寺(절 사)

寺자는 ‘절’이나 ‘사찰’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입니다. 寺자는 土(흙 토)자와 寸(마디 촌)자가 결합한 모습이지요. 그런데 위의 금문(金文)에 나온 寺자를 보면 止(발 지)자와 又(또 우)자가 그려져 있습니다.

[풀이 1] 이 경우, 止(혹은 之)는 어떤 정해진 곳으로 감을, 又는 인간의 일이 대부분 손에 의존했기 때문에 ‘일하다’는 뜻을 가집니다. 그래서 寺는 ‘어떤 곳으로 가서 일을 처리하다’가 원래 뜻이며, 그런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관청’을 뜻했습니다.

[풀이 2] 또한 이것은 손으로 발을 받드는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받든다는 것은 높으신 분을 모신다는 의미로 바로 寺자가 나랏일을 하던 '조정(朝廷)'이나 ‘관청’을 뜻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불교가 중국에 전해진 이후에는 왕이 아닌 부처님을 모시는 장소, 즉 절을 뜻하게 되었습니다.


▶時(때 시)


時자는 ‘때’나 ‘기한’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입니다. 時자는 日(해 일)자와 寺(절 사)자가 결합한 모습입니다. 그러나 갑골문에서는 日(해 일)과 止(그칠 지)가 결합한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이것은 ‘태양()의 운행(止)’이라는 의미로부터 ‘시간’이라는 개념을 그려냈습니다. 이로부터 계절, , 역법, 時間(시간), 세월 등의 뜻이 나왔고, 시간을 헤아리는 단위로도 쓰였습니다.
그러나 이후 지(止)가 조정이나 관청을 뜻하는 사()로 바뀌어 지금의 시()가 됐는데 이렇게 변한 것은 고대사회에서 시간은 조정에서 관리하는 왕의 전유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즉 시간은 왕이나 관청에서 관리하는 권력과 관련된 매우 중요한 상징물이었던 것이지요.

우리나라에서도 시계가 흔치 않던 시절, 관에서 관리하는 오포대(午砲臺)에서 정오와 자정 그리고 통행금지를 해제하는 오전 4시 등에 사이렌을 울려 시간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侍(모실 시)
侍(모실 시)자는 ‘모시다’나 ‘받들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로  높은 분을 모시는 관청을 뜻했던 사(寺)자에 人(사람인)자를 결합하여 ‘높은 분을 모시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고대에는 왕 곁에서 시중을 들던 사람을 의미하기도 했습니다.
持(가질 지)
持(가질 지)자는 手(손 수)자와 寺(절 사)자가 결합한 글자로 ‘가지다’나 ‘유지하다’라는 뜻을 가집니다. 나랏일을 하던 곳을 뜻했던 寺자에 手자가 더해진 持자는 나랏일을 관장하고 유지해 나간다는 뜻이 확대되면서 후에 ‘지키다’나 ‘유지하다’, ‘지니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습니다.

▶待(기다릴 대)
대(待)자는 ‘기다리다’나 ‘대우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입니다. 待자는 ‘관청’을 뜻하던 寺자에 彳(조금 걸을 척)자가 결합한 것으로 ‘관청을 가다’라는 뜻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待자는 왜 ‘기다리다’라는 뜻을 갖게 된 것일까요? 관청은 행정을 담당하던 곳인데 여러 가지 이유로 업무를 처리하는 속도가 매우 더디었습니다. 그래서 待자는 ‘관청을 가다’를 뜻하다가 후에 ‘기다리다’라는 뜻으로 바뀌어지게 되었습니다 .
▶特(특별할 특)
특(特)자는 ‘특별하다’나 ‘뛰어나다’라는 뜻을 가졌으며, 牛(소 우)자와 寺(절 사)자가 결합한 글자입니다. 特자는 본래 ‘숫소’를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였는데 숫소는 암소와 달리 몸집이 크고 힘이 세기 때문에 고대에는 신에게 바치는 제물로 쓰였지요. 그리고 고대에는 나랏일을 하던 관청에서 제사를 주관했기 때문에 特자는 관청에서 제사에 사용하던 특별한 숫소라는 의미에서 ‘특별하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습니다.
等(무리 등)
등(等)자는 ‘등급’이나 ‘무리’라는 뜻을 가진 글자로 竹(대나무 죽)자와 寺(절 사)자가 결합한 모습입니다. 불교가 중국에 전해지기 이전에는 사(寺)가 국가의 업무를 담당하던 ‘관청’을 뜻했다는 것은 앞에서 이미 말한 바 있지요. 그리고 관청에서는 문서 내용에 따라 죽간을 분류하여 정리하였는데, 等자는 문서를 종류에 따라 분류했다는 것을 뜻하는 글자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가 확대되어 지금은 ‘등급’이나 ‘계급’이라는 뜻을 갖게 되었습니다.


▶恃(믿을 시)


(믿을 시)는 ‘믿고 기대다’는 뜻인데 ‘어떤 곳으로 가서 일을 처리하는()’ 사람은 마음() 속에 항상 믿음이 있어야 하며,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