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둥산 - 인기 명산
2006년 10월 14일(토) 쾌청
정상에서, 사진 찍기도 쉽지 않다.
하산길을 재촉한다. 하산길은 먼지가 풀풀 날리는 길
하산 집결지에 도착하기 전, 너른 마당에서는 마침 민둥산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아침 7시 20분, 서초 구민회관 앞에서 산죽산악회의 경진관광 탑승하여 강원도 정선의 민둥산을 향해 출발했다. 애초에는 오대산 비로봉을 가려고 했으나 고교 동창 등산 등, 고민을 하다가 신청을 늦게 하다 보니, 여기 저기 마감이 되어 버려 꿩 대신 닭 격으로 민둥산을 택하게 되었다(동창 산악회는 경기도 가평 연인산 평지 등산).
버스에 타니 옆자리는 검정색 색안경과 초록색 스카프로 멋(?)을 낸 아줌마였다. ‘고맙습니다’ 기도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신경이 쓰이는 자리였다. 어떻든 한마디 없이 오고 가리라 생각을 하고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8시 40분에 영동고속도로 여주 휴게소에 도착하여 30분간 휴식 후 9시 10분에 출발. 그런데 생각과 달리 여주 분기점에서 내륙 고속도로로 들어서더니 이윽고 감곡 톨게이트로 빠져 제천을 경유, 영월을 지나 정선으로 가는 길을 달린다.
길 이곳,저곳에는 확포장 공사를 하느라 도로들이 생겨났다, 끊어졌다 하면서 시멘트 구조물들이 덩어리들을 이루고 있었다. 버스는 기존 도로를 꾸불꾸불한 곡선길을 따라 지루하게 달린다. 아마 도로공사는 내후년에나 마칠 것 같고, 그 때 쯤이면 시간도 많이 단축될 것 같다.
정선, 남면을 지나더니 갑자기 방향을 바꾸더니 까맣게 높은 곳으로 버스가 돌아돌아 간다. 저 아래 길들이 보이는가 싶더니 다시 조금 아래로 내려가 사람들을 내려 놓는다. 11시 20분에 삼내약수터 부터 등산길이 시작되었다.
낙엽이 깔린 숲길을 조금 걷더니, 나무 계단으로 된 경사길을 한참 오르다가 밧줄로 이어진 경사길을 다시 오른다. 50분쯤 오르니 내리막길이 앞에 나타난다. 시계를 보니 12시 10분이다. 산등성이에 배낭을 내려 놓고 점심을 먹었다. 12시 40분에 다시 출발. 20분쯤 목책을 끼고 편한 걸음으로 걷다 보니 억새밭이 등장한다. 일단 사진부터 찍고 본다. 계단이 하늘을 향해 뻗어 있고, 그 너머에 아마 정상이 있는 듯했다.
계단을 5분여 오르니 바로 저 쪽에 정상이 보인다. 그리고 억새 들판이 펼쳐져 있다. 장관이라면 장관이다. 하얗게 솜들이 뿌려져 있다고 할까, 구름이 펼쳐져 있다고 할까, 어떻든 색다른 풍경이 앞에 펼쳐져 있다. 걸음 걸이로 10분 쯤 걸릴 것 같다. 이렇게 가까울 줄 알았으면 이곳에서 점심을 먹는 건데. 사람들은 이곳 저곳에 모여서 끼리끼리 점심을 먹는다. 이런 곳에서 먹는 맛은 특별히 맛이 있으리라. 지나다 보니 ‘누드촬영' 사진사들이 모여 있다. 모델들은 아마 러시아 여인처럼 보인다. 추운 듯 몸에 포대기들을 두르고 있다. 억새밭의 누드 사진, 그럴듯하게 보인다. 발을 재촉하여 정상을 향해 전진했다.1시 30분 정상 도착. 사람이 역시 많다. 사진 찍기도 전쟁이다. 사람들이 번갈아 가며 민둥산 정상 표지판에서 사진을 찍는다. 나는 누구에게 부탁하는 것이 쉽지 않아 내 얼굴만 나오게 해서 스스로 찍었다. 아이스케키를 판다. 아마 저 아래 작은 마을에서 가져왔을 것이다. 그런데 한 개에 2,000원이다. 비싸도 너무 비싸다. 아마 최대한으로 정상 가깝게까지 차량으로 가져왔을 것인데.
1시40분쯤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 길은 최대의 악조건이었다. 먼지가 너무 날렸다. 숨쉬기조차 쉽지 않다. 오랜 가뭄으로 바닥 먼지가 콩가루먼지가 되어 버렸다. 더구나 반대쪽에서 올라오는 사람들도 끊이지 않고 이어져 올라온다. 걷고 걸어서 증산초등학교에 2시 50분쯤 도착했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등산과 하산을 통 털어서 3시간 30분, 점심시간과 사진 찍는 시간들을 빼면 실제로는 3시간도 안 걸리는 짧은 거리다. 가족끼리 쉽게 산행할 수 있는 높이다. 도착지 주차장에서는 정선군이 주최하는 제11회 “민둥산 억새 축제” 에드벌룬이 하늘에 떠 있고, 먹거리 천막들과 각설이 품바가 스피커를 틀어 놓고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있다.
4시 30분에 서울을 향해 출발, 중간에 6시쯤 박달재 휴게소에서 10분간 휴식, 이후 서울까지 내달려 8시 10분에 양재동 도착, 저녁을 먹고 9시에 집에 도착했다.
-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