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가야산
2006년 11월 11일(토) 쾌청
정상 가까이에 서 있는 소나무, 마치 분재처럼 다듬어져 있었다. 모진 바람에 잎사귀는 짧았고 도열하듯 가야산 봉우리들이 늘어서 있다.
칠불봉에서
칠불봉에서 우두봉을 보다
가야산 정상인 우두봉
사방은 산, 산 ,산
우두봉(상왕봉)에서 칠불봉을 바라보다.
하산 길에 해인사에 들리다
경남 합천에 있는 가야산을 목적지로 6시 45분 집을 나섰다. 컨디션은 좋지 않은 편, 엊그제부터 콧물이 나오고 몸살 기운이 있었다. 점수로 치면 20점 이하. 그러나 별렀던 산행이라 길을 나섰다. 일기예보로는 비올 확률 20%~40%라고 했으나 날씨는 쾌청이다. 새벽 바람이 약간은 싸늘하게 느껴졌다.
서초 구민회관 앞에는 농촌 일손 돕기 버스를 비롯해 차량들이 빼곡하다. 6시 41분 새천년 관광버스 편으로 출발, 좌석은 내 옆자리를 빼면 만석이다. 내 옆자리도 신갈에서 타는 사람으로 채워졌다.
9시 50분 충남 금산휴게소에 도착. 그 다음에는 어디서 빠져 나와 달렸는지 잘 알 수가 없다. 아마 88도로를 달렸을 것이다. 꼬불꼬불 도로를 돌아 해인사 쪽을 지나 경북 성주군 쪽에 있는 가야산 입구에 도착했다. 가피른 산길을 버스가 힘들어하며 오른다. 아마 해발 600m 이산은 훌쩍 넘은 듯 싶다. 이윽고 도착,벌써 11시 50분, 버스로만 4시간 이상을 달려 왔다. 오늘 산행은 바쁜 걸음이 될 것 같다. 아무리 늦어도 5시 전에는 내려와야 하지 않겠는가?
입구 쪽에는 야생화박물관도 보이고 주위 경관도 괜찮은데 바쁘게 산을 향해 올라섰다. 산을 오르니 역시 다르게 보여진다. 산도, 계곡도, 바위도 그래서 국립공원이겠지. 12시 조금 넘어 계곡 바위에 베낭을 풀고 점심을 먹었다. 12시 25분 다시 출발. 일행은 벌써 저만치 앞으로 나갔을 것이다. 그래도 아마 도착지점에 선발로 도착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뚜벅뚜벅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벌써 반대편 쪽에서 내려오는 사람이 여럿 보였다. 아침 일찍 서두른 사람들이리라. 예전 같으면 내려오는 사람들을 부러워했을 텐데, 오늘은 다른 생각이 들었다. 볼 것 다 보고, 걸을 것 다 걸었으니 재미도 즐거움도 끝났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제부터 즐기고, 걸어간다는 생각으로 약간 몸이 무겁다는 기분을 떨치고 오르기 시작했다.
오르다 보니 더워지고 땀이 나기 시작했다. 보온 상의를 벗어 베낭에 넣고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바림이 불면 싸늘하게 느껴졌다. 오늘 옷 준비는 제대로 잘 된 편이다. 그런데 옷을 벗어 베낭에 넣으면 베낭이 작아 넣고 빼는데 불편하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약간 큰 베낭을 장만해야 하겠다.
13시 27분,5분간 휴식
여기까지 오르는 길은 그다지 험하지 않다. 능선에 도달하니 성터의 흔적이 보인다. 커다란 돌멩이들이 일렬로 9.5부 능선을 향해 도열해 있다. 바람이 분다. 시원하다. 차겁다. 콧물이 계속 나온다. 불편하다.
1시 50분, 저 앞으로 철사다리가 보인다. 이제 경사가 급해지려나 보다. 정말 경사가 상당히 급하다. 기듯이 철난간을 붙잡고 올라갔다.
2시 15분 칠불봉 도착. 해발 1,433m. 최고봉이다. 그런데 가야산에 대한 소개자료는 모두가 상왕봉(1,430m)으로 되어 있다. 알고 보니 칠불봉은 경북 성주군, 상왕봉은 경남 합천군에 속해 있단다. 그래도 그렇지. 거리도 아주 가까운데 최고봉은 소개해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아마 칠불봉이 더 높다는 걸 여기와서 알았다. 만약 알지 않았더라면 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사진을 찍었다. 바람이 약간 차갑다. 8분여를 머물었다.
2시 35분 우두봉 도착. 대부분의 소개 자료 및 현지 산행 안내판에도 상왕봉으로 되어 있는데 꼭대기 볼비석에는 우두봉으로 되어 있다. 5분여 머물다 하산을 시작했다.
30여분 내려오고 있는데 이제 오르기 시작한 사람들이 상왕봉을 바라보며 겁을 내는 표정이다. 저기까지 언제 오르나 하는 표정이다. 나도 전에는 그랬다. 그런데 최근에는 아무리 높아도 걷다 보면 정상에 오른다는 자심감을 가지게 되었다. 이것도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자신감을 가진 것이다.
내려오는 길에 김해우체국 사인보드를 붙인 사람이 많이 보인다. 아는 체 할려다가 망설이다가 그만 두었다. 역시 사람과 사귀는 외향적인 성향이 내가 많이 부족하다. 오늘 산을 오르면서 수염이 많은 젊은 한 사람이 계속 허기져서 힘들다 했는데, 먹다 남은 김밥을 줄까 망설이다 이것 역시 행동으로 옮기지를 못했다. 사람과 사귀는데 좀 더 적극성을 발휘해야 하겠다.
4시 00분 해인사 끝자락 도착, 해인사에 들러 기웃거리다가 집결 장소인 주차장 쪽으로 다시 향했다.
오늘의 반성 : 사람 사귀는데 좀 더 적극성을 발휘하자
이런 생각을 하고 반성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옆 사람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몽블랑 산악회 사람들 못 보았느냐고 묻는다. 그 시람들이 대답을 못하고 있다. 아마 질문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나 보다. 내가 오르면서 많이 보았기 때문에 내 뒤에 몽블랑 산악회 사람들이 많이 내려온다고 대답해 주었다. 내가 먼저 말을 건넨 것이다. 그랬더니 서로가 대화를 주고 받으며 주차장까지 30여분간을 함께 걸었다.
4시 40분 경 주차장 지나 야영장에 도착.
K-2 산악회에서 제공하는 배추잎+된장 찌개를 먹다. 5시 17분 서울 향해 출발. 내려올 때와는 달리 6시 46분 김천을 경유, 중부내륙 고속도로를 통해 다시 영동고속도로, 그리고 중부고속도로를 달려서 서울에 저녁 9시 50분 경 도착.
오늘 버스로만 달린 시간이 10시간 가깝다. 버스 옆사람에게 약간 미안했다. 심하지는 않았지만 콧물감기 기운이 있었고, 옆사람에게 옮겨져?졌는지도 모른다. 옆사람도 컨디션이 좋지 않은 듯 했다.
오늘은 바쁘게 움직였다. 단지 1,000m 이상 오른다는 생각만으로 등산을 했다. 좀 더 즐기면서 하는 등산을 하도록 하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