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여! 천지여! 들꽃들이여!(1) 서파 ~ 북파 종주 트레킹(2009.7.26)
아래의 글은 2009년 8월 2일 '눈사람클럽" 카페에 올렸던 글입니다.
산중의 산, 산위의 산, 마음의 산!
사진으로 만, 이야기로만 보고 들었던 백두산을 다녀왔습니다.
장쾌한 천변만화(千變萬化)의 풍광에 가슴 시리고 저린 행복한 시간들이었습니다만, 한편으로는 남북 분단과 천지분단이라는 통한의 상념들이 내내 떠나지 않았던 여행이었습니다.
3박 4일(7,25~7.28) 중에 첫날과 마지막날은 출국과 귀국에 소요된 시간이었고 둘째 날과 셋째 날은 온전히 백두산과 함께 하였습니다.
사진으로 정리하고 보니 백두의 천분의 일, 만분의 일도 담지 못했음을 절감합니다. 넓은 마음으로 봐주시기 바라며, 전체 사진 140여컷 중 10컷 정도는 일행이었던 빛고을 산악회 회원님들의 도움을 받은 것임을 알립니다.
- 첫날 숙소였던 이도백하(二道白河)를 나서서 백두산 서파로 향하다 보면 원시림의 숲길을 한참이나 지나게 됩니다. 차창 밖으로 자작나무와 전나무, 미인송으로 알려진 소나무들, 그리고 야생화 무리가 무수히 지나갑니다. 내가 아는 것은 개망초와 동자꽃 정도입니다. 도로 정비도 여기저기서 하고 있고, 꿀을 따고 있는 사람들도 가끔씩 보입니다.-
- 백두산 트레킹의 출발지안 서파산문(西派山門)입니다. 서쪽 언덕 어귀에 있는 출입문 으로 보시면 됩니다. 백두산이 아닌 장백산이라는 큰 글씨가 역사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아침 이른 시간인데도 벌써 수많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습니다.이곳을 통과하면 주차장으로 이동하여 5호경계비 주차장까지 경내를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합니다.
- 주차장에서 5호 경계비 주차장까지 버스로 이동 중에 차창으로 보는 바깥쪽 풍광입니다. 수목생장 한계선인 1700m를 지나면 나무는 보이지 않고 키작은 관목이나 풀만이 자랍니다. 벌써부터 야생화가 바다처럼 널리 펼쳐 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남산북야(南山北野)로 백두산 남쪽은 산으로 뻗어 백두대간을 이루고 북쪽으로는 사진처럼 평원이 끝없이 펼처져 있습니다.-
- 주차장에 도착하면 5호 경계비까지 1,236개의 계단을 올라가야 합니다. 올라가는 사람과 내려오는 사람이 서로 어깨를 부딪힐 정도로 사람이 많습니다. 사람을 태우고 다니는 인력거도 심심치 않게 보입니다.
- 중국과 북한의 국경을 가르는 5호 표지석입니다. 한걸음이면 한국 땅인데 국경을 넘지 못하도록 중국 공안(公安)들이 신경질 적인 태도로 제지하고 있습니다. 왼쪽 뒤편의 뿌옇게 보이는 부분이 천지인데 아직 안개로 덮여 있습니다.-
- 본격적인 산행 기점인 5호 경계비 근처에서 천지를 내려다 봅니다. 기대와 반가움으로 천지를 보기위해 벼랑에 섰지만 첫만남이 아직은 부끄러운지 구름과 안개만이 자욱하게 깔려 있습니다. 안타깝고 아쉬웠지만 다시 만날 희망을 갖고 다음 봉우리인 마천우(2,459m)로 향합니다.-
- 일반인들은 5호 경계비에서 올라왔던 길을 다시 내려갑니다만 우리는 천지의 외륜(외륜)을 끼고 2,500m가 넘는 봉우리 5개를 넘거나 돌아 12km 정도를 종주해야 합니다. 보이는 것은 천지(天地)마다 안개와 들꽃들, 그리고 천지(天池)입니다.
- 백두산 처처(處處)마다 야생화들을 볼 수 있습니다. 수를 셀 수 없는 군락으로, 때로는 따로, 혼자 피어 있습니다. 이따금 색다른 모습(왼쪽 위)이 나타나는데 한 여름인 지금도 남아 있는 얼음 덩어리입니다. 이곳에서는 용비늘로 부르는데 정말 이름을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 안개를 뚫고 일행들이 힘차게 오르고 있습니다만 모두의 마음은 천지를 제대로 볼 수 있도록 빨리 날씨가 맑아지는 것입니다. 오른쪽 천길 아래가 천지 물가로 내려다 보면 아슬아슬합니다. 어떻든 안개 때문에 이 사진은 신비로운 모습이네요. 특공대 영화장면이라면 지나친가요?
- 산행 기점을 출발한지 1시간 여만인 10시 45분 드디어 천지가 그 신비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일행 모두가 환성을 지릅니다. 아직은 모든 것을 보여 주지는 않았지만 첫 만남을 가졌으니 자주 그리고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이 곳에서 잠깐 쉬며 너도 나도 사진을 찍어 댑니다.
- 이제 눈 아래로 천지를 보며 계속 걸어갑니다. 행복하고 또 행복함을 느낍니다. 건너 편 북한 땅을 볼 수 없고, 갈 수 없다는 속상함도 잠시 잊고서 눈이 시리도록 천지를 바라보고 또 바라 봅니다.
- 디카 한 번으로 천지를 모두 담을 수 없어 몇 번으로 나누어 이리저리 찍어봅니다. 구름이 잔뜩 끼어 있지만 등산 하기에는 오히려 시원해서 좋습니다. 긴팔을 입고 걸어도 땀이 나지 않을 정도로 시원합니다. 사진의 건너편은 북한 땅입니다.
- 안개 속을 지나느라 청석봉(2,662m)을 언제 지나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중국쪽 백두산에서는 가장 높다는 백운봉(2,691m)을 가기 위해 송강하로 내려 갑니다. 주변 풍광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 야생화의 천국입니다. 천국의 화원입니다. 매발톱과 화살곰취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꽃들까지––– 저희들끼리 군락을 지어서 그리고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영탄을 자아나게 합니다.
- 송강하로 내려가면서 오른 쪽을 올려다 보니 다른 팀들이 능선 위로 작은 점들이 되어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면 나도 저 길을 따라 위로 위로 올라갈 것입니다.
- 본격적으로 백운봉 쪽을 향해 오르기 시작합니다. 급경사의 오르막과 발 딛기가 조심스러운 너덜지대, 그리고 용비늘 얼음도 바로 옆에 보입니다. 백운봉을 오르지는 못하고 오른쪽 위로 끼고 우회합니다.
- 천지가 제 모습을 한껏 보여 줍니다.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는 것 만으로도 본전은 찾았고 나머지는 남는 장사라고 야단이 났습니다. 백운봉을 뒤로 하고 이 곳에서 점심(1:20)을 기분 좋게 먹었습니다.
- 다시 녹명봉과 용문봉을 향하여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안개는 걷히고 쌓이고를 쉴틈 없이 되풀이합니다. 야생화는 이곳에서도 어김없이 자기를 피어내고 있습니다.
- 오후 2시 30분, 오늘 본 천지의 모습 중에서 가장 완전한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행복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이 곳까지 내가 오도록 도와주신 수많은 분들에게 ~
- 자료에 나타난 바로는 천지의 수면표고:2,189m, 수면면적:9.82km, 둘레:14km, 동서:3,35km, 남북:4,55km, 평균수심:213m, 최고수심:384m로 되어 있습니다.
- 오늘은 천지를 다시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아쉬움에 한참을 머무르며 천지의 모습을 마구 담아 봅니다. 오른쪽 아래 사진의 바로 아래 쪽에 오늘 우리의 도착지점인 온천지역이 있습니다.
- 이제 본격적인 하산길입니다. 구름이 한껏 피어 오릅니다. 왠지 비라도 올 것 같은 기분이었고, 우려(혹은 기대)는 얼마 후 현실이 되었습니다.
- 주차장과 온천장 그리고 길을 따라 멀리 호텔 건물도 보입니다. 사람들은 부지런히 내려갑니다.(3:17)
- 한두방울씩 떨어지던 가랑비가 갑자기 소나기로 변했습니다. 모두가 우의를 꺼내 입느라 바빠집니다. 왼쪽으로 보이는 폭포는 장백폭포, 오른쪽으로는 옥벽폭포입니다. 실제로는 장백폭포가 훨씬 장대합니다.
- 쏟아지던 소나기가 멈추더니 쌍무지개가 올랐습니다. 이런 장관을 연출하기 위해 소나기를 준비했나 봅니다.
- 4시 10분쯤 하산을 완료했습니다. 왼쪽 위 사진에는 내일 가야 할 장백폭포가 보입니다. 가이드가 깃발을 들고 귀가를 서두릅니다. 북파 입구를 빠져 나간 것은 오후 5시 17분, 서파 입구를 통과한 것이 오전 7시 46분이니 총 소요시간은 9시간 30분이고, 5호 경계비로부터 온천지역 하산까지 순수한 산행시간은 7시간이었습니다.
- 7월 26일의 트레킹 코스는 지도 왼쪽 아래의 서파입구-5호경계비-마천우-청석봉-송강하-백운봉-녹명봉--용문봉-옥벽폭포 방향-온천-북파 입구에 이르는 빨강색 점선 부분인 서파 코스였습니다. 다음 날인 7월 27일은 지도의 오른 쪽 위인 북파 코스를 따라 진행하였습니다. 달문을 경유하여 천지의 차고 찬 물에 손과 발을 적시는 경험은 환상 그 자체였습니다.
(서파코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