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行, 苦行, 考行의 길(3) : 팍딩(2,610m) - 몬조(2,840m) - 조살레(2,740m) - 남체(3,440m)
2008년 12월 24일 (수) 맑음
EBC 트레킹(3) : 팍딩(2,610m) - 몬조(2,840m) - 조살레(2,740m) - 남체(3,440m)
새벽 3시에 눈이 떠진다. 온도계를 보니 섭씨 8도, 이상하다. 해발 고도가 얼마인데 이것 밖에 안 되는지 궁금하다. 용변이 생겨 다녀온다. 잠자리의 추위는 견딜 만 했으나 화장실을 다녀온 후에 침낭에 들어가는 것은 귀찮은 일이다. 어제 잘 때 우모복을 입은 채로 잤다가 너무 더워 벗었더니 조금은 서늘한 느낌이 든다. 다시 우모복을 챙겨 입는다. 잠이 다시 찾아 오지 않는다. 뒤척이다가 6시30분 기상을 해서 오늘 트레킹을 준비한다.
7시15분 : 아침 식사. 전교수가 숙박 및 식사비용을 정산하는데 계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롯지에 있는 어린 여자 아이의 숫자 감각이 많이 모자라는 듯.
- 뜨거운 물의 가격이 점차 올라간다. 카트만두(공짜), 루클라(50루피), 팍딩(80루피)
- 커피를 마시기 위해 1회용 커피 믹스를 찾으니 흥분한 성기처럼 포장이 부풀어 있다. 이런 현상이 우리 몸에도 분명히 무언가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다. 팍딩 선라이즈 롯지를 떠나 오늘의 트레킹을 시작한다. 오늘 예정시간은 6시간 정도.
트레킹 두번째 날, 아침 8시, 팍딩(2,640m)을 출발하여
몬조(2,840m)에 있는 국립공원 관리소에서 입산신고를 하고, 조살레(2,740m)를 경유한 후,
오후 3시 10분에 남체 바자르(Namche Bazar, 3,440m)에 도착하여 숙박
8시6분, 숙소인 선라이즈 롯지를 나와 새로운 세계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는다.
탐셀크의 위용(8시 47분)
9시05분 : 벤카르지역의 Waterfall view lodge에서 휴식. 오늘은 트레커들이 많이 보인다. 심하게 표현하면 관악산이나 북한산의 휴일 인파처럼 사람들이 밀려간다. 백인, 일본인, 그리고 우리들 뿐 아니라 포터들과 더 높은 곳으로 생필품들을 운반하는 나귀인지 노새인지도 많이 지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렸으면 길바닥에 먼지가 날릴까?
벤카르 마을의 Waterfall 롯지(펀사진)
Waterfall 휴게소 출발(9시 35분). 이후 25분간은 그늘 길의 연속. 아주 조금이지만 길가에 얼음이 처음으로 보였다.
트레킹 코스를 따라 흐르는 급류는 두두코시(우유강) 답게 뿌연 청회색 빛을 띄우고 있다.
10시25분 : 여행객 안내소 도착.(Tourist Information Center). 이 곳 몬조의 표고는 2,835m
입산허가증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전교수, 조교수 그리고 나와 '파상'이 보인다.
입산 허가에 시간이 제법 오래 걸렸다.(30分 정도) 현재 기온 16℃
관리사무소 바로 뒷편에 있는 EBC의 관문인 Gani Gate.
Gani Gate 통과(10시 55분). 10여분을 걸으니 긴 철제 다리가 나타났다.
어제는 4개의 다리, 오늘도 벌써 3번째 다리다.
조교수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지나가는 트레커들을 보며 걸죽한 명언을 남긴다.
“모든 여성의 엉덩이는 각각 다르다.” 아마 한국이라면 성희롱+성해롱(?)죄에 해당하는 말일 것이다.
야크와 황소의 교배종이라는 좁교가 많은 짐을 싣고 지나간다. 머리에, 광주리에, 등에 높은 짐을 지고 이동하는 이곳 사람들의 모습도 자주 눈에 들어온다. 보기에 안타깝다.
등 뒤의 짐들을 묶는 끈을 이마에 걸고 험한 산길과 돌길을 오르락 내리락 한다.
등에 메거나 지게를 지면 힘이 덜 들 것 같은데 저들에게는 이런 방법이 더 익숙한 듯 하다.
아래 사진은 하산시에 찍은 것으로 마침 그 날은 남체의 장날로 남체로 향하는 행렬이 길들을 메웠다.
트레커들의 짐과 생필품, 기타 필요한 것들을 사람들의 인력이나 좁교와 같은 수단을 통해 운반한다.
다리에서 좁교의 행렬을 만나게 되면 그들이 다 지나갈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서 건너야 한다.
조루살레 도착(11시 15분). 이 곳에서는 빨리빨리가 통하지 않는다.
차를 시키거나 식사를 시키면 기다려야 한다.
Buddha Lodge에서 점심 식사 후 12시 20분에 출발.
바람이 분다. 날씨가 사나워질까 걱정이 밀려온다.
계속 길을 오르다 보니 공중에 걸린 '도반'이라는 다리가 저 앞에 있다.(12시 50분)
10여분이 지나면 다리 앞에 서게 된다.
타르초에 새긴 부처님 말씀이 바람에 펄럭이며 하늘에서 춤을 춘다.
다리를 건너 산길을 오르고 걷다 보면 탐셀크(6,608m), 캉데가(6,685m), 쿠숨 캉구르(6,367m)가
도열하듯 시야에 들어 온다.(펀사진)
1:10 중간 휴식. 거의 3,000m 지점, 바람이 불고 구름이 몰려온다. 10분 휴식 후 다시 출발, 20분을 오르다가 다시 멈추었다. 에베레스트가 보인다는 지점인데 그 쪽 방향으로 구름이 잔뜩 끼어 볼 수가 없었다. 10분을 쉬고 계속 오른다. 참고 오를 만 하다.
에베레스트 View Point. 아래 사진은 하산 중에 찍은 것이다.
올라갔던 날은 구름이 가려 찍을 수가 없었다.
몇몇의 현지인들이 귤을 팔고 있어 한두개씩 사서 먹었다.
남체 Police Center(2시 30분) 도착. 표고 3,440m. 많이 올라왔다. 거의 800m를 오른 셈이다.
또다시 입산 체크. 경찰(?) 1명이 처리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린다.
가루 눈이 몇 가닥 날린다. 눈이 내리면 White Christmas 지만 트레킹은 걱정이 된다.
꼬마 아이가 신은 슬리퍼가 버겁게 보인다.
3시가 되어서야 ‘파상’가이드가 출발을 알린다.
다시 10분을 걸으니 바로 남체 마을이 시야에 들어온다.
3시10분 Lodge 도착. 잠시 휴식을 취한 후 Deluxe Room 으로 배정. 일반 객실과는 차이가 있다는데 춥고 어설프기는 마찬가지다. 방에 들어가 짐을 정리하다 보니 고소증이 찾아온 듯 하다. 다소의 현기증이 느껴진다. 롯지의 라운지에 나와(5시) 저녁 식사를 주문하고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피곤하고 졸립다.
롯지 앞에 선 전교수
숙소에서 바라 본 남체 마을의 일부
작은 방들이 연이어져 있는 숙소의 모습, 문 사이로 찬바람이 몰려 들어 왔다.
산 사면(斜面)을 따라 옹기종기 자리잡은 남체 마을, 남체를 추억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전경이다.
다음 날 아침 이동 중에 찍은 사진이다.
6시~ 저녁 만찬. 야크 스테이크. 성찬이다. 꽁치와 소주를 곁들인 만찬이다. 어제 팍딩의 롯지(선라이즈) 식당에서 만났던 외국인 가족은 독일인이었다. 부부와 아들(아버지는 47세, 아들은 15세, 딸 1명은 불참). 그들 가족은 어제도 카드 놀이를 했었는데 오늘도 카드놀이로 여유 시간을 소일한다. 이들 독일 가족들은 가이드와 함께 식사도 하고, 포터도 떨어져 있지만 동일한 메뉴로 식사를 한다.
조교수가 독일 남자와 대화를 하는 도중 나이에 비해서 늙어 보이는 상대의 용모를 빗대어 던진 농담 아닌 농담이 신경을 쓰이게 만들었다. “You look like my father라고 했던가. 그 말을 듣는 순간 어찌나 놀랐는지 모른다. 상대의 기분도 좋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곧 이어진 크리스마스 파티로 어색한 분위기는 없어졌다.
7시30분~ 이런저런 얘기 끝에 크리스마스 파티 아이디어가 결실을 맺었다. 메뉴에 없는 빵을 만들어 촛불을 꽂고 식당에 있는 모든 사람들 <우리 4명, 독일 3명, 가이드와 포터들...>에게 와인 한잔씩, 그리고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불렀다. 축배의 잔들이 부딪쳤다. 이윽고 가이드 ‘파상’이 이곳 전통 노래로 흥을 돋군다. 모두가 하나되어 흥겹게 몸을 흔들었다. 그야말로 International Party가 되었다. 조교수의 순발력이 좋았고, 모두의 참여로 좋은 얘깃거리를 만들었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식당에는 난로가 있어 좋았다. 나무 가지와 말린 야크 똥을 연료로 사용하여 실내를 훈훈하게 만들어 우리끼리의 이야기 꽃을 피워갔다.
크리스마스 이브로 식사도 비싼 야크 고기 메뉴로 포식, 거기에 소주 한잔을 곁들이니 금상첨화
우리팀 4명과 가이드, 독일 가족 3명과 롯지의 종업원들이 한데 어울려 '위하여' 건배를 한 다음
'파상'이 춤을 추기 시작하자 하나 둘씩 따라 한다. 분위기 Go, Go
파티 분위기는 점점 고조되고 히말라야 산속의 크리스마스가 그렇게 지나갔다.
9시 방으로 돌아와 간단한 크리스마스 예배를 드렸다. 혼자 경건한 마음으로 준비하고 싶었지만 4명 모두의 참석도 좋았다. 감사와 앞으로의 안전하고 즐거운 여정을 기도 드렸다. 10시 취침. 오늘은 일반실이 아닌 Deluxe Room을 택했다. 별도의 화장실과 샤워기가 달려 있는 점이 달랐으나 샤워실은 을씨년스러웠고 따뜻한 물이건 찬 물이건 잘 나오지도 않았다. 추위에 사용하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는다.
특기사항 : 저녁 식사 후 비아그라 25mg을 먹었다. 파란색의 약 1정을 작은 칼로 반으로 쪼개고 다시 반으로 나눈다. 비아그라 복용은 혈관을 팽창시켜서 고소증에 대처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성 흥분제로 알고 있기에 먹고 나서 다소 긴장을 했지만 별다른 고소 증상은 더 이상 느끼지 못하고 편하게 잘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