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行, 苦行, 考行의 길(9) 로부체(4,910m)-고락셉(5,140m)-EBC(5,364m)-고락셉(5,140m)
9일차 : 로부체-고락셉-EBC-고락셉
2008년 12월 30일(화) 쾌청
오늘은 이번 트레킹의 주요 목표 중의 하나인 BBC에 도전하는 날, 또 다른 목표인 칼라파타르와 고쿄는 BBC 성공 이후에 다시 검토하기로 합의. 이제 이번 트레킹의 절정을 향해 가고 있다. 에베리스트 베이스캠프와 칼라파타르를 가기 위해서는 먼저 고락셉을 거쳐야 한다.
7시 25분 출발, 다른 날도 그렇지만 출발 지점의 아침은 대체로 응달이어서 처음 얼마간은 춥고 힘들다. 이날도 장갑을 끼었지만 손이 시려웠다. 특히 엄지 손가락이 너무 시려워 괴로웠다. 동상이 염려되어 장갑 안에서 부지런히 손가락을 움직이고 부벼댄다.
출발 후 40여분(8시 10분), 하늘은 더 없이 맑고 해는 좀 더 높이 올라 따뜻한 햇살이 느껴진다.
우뚝 솟은 푸모리 봉이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걷는 트레커들을 내려다 보고 있다.
한국 산악인 2명을 추모하는 Memorial Rock이 오르막길에서 우리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8시 45분)
1993년 동국대 에베레스트 남서벽 원정팀에서 등반 도중 사망한 남원우, 안진섭 대원의 추모비
누군가가 까따를 걸어 놓았다.
지루하고 지루한 너덜길의 연속, 오르막 길은 더 힘들다.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정신이 몽롱해진다. 이러다가 정신을 잃지 않을까 걱정이 밀려온다.
두려움에 힘을 주시라고 기도 드린다. 무사귀환을 간절히 기도하면서 또 걷는다.(9시 25분)
좌우로 작은(?) 봉우리들의 호위를 받으며 우뚝 서 있는 푸모리 앞에
엎드려 있는 듯한 칼라파타르가 보인다.(9시 45분)
EBC에서 내려오는 쿰부 빙하가 작은 협곡을 이룬다.(9시 45분)
고락셉으로 넘어가는 바위와 돌무더기의 고개길(펌)
고락셉이 보인다.(10시 19분)
고락셉은 '큰 까마귀'라는 의미. EBC와 칼라파타르의 전초기지 같은 곳으로
왼쪽에 칼라파타르로 오르는 등산로가 보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EBC가 나온다.
아마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은 마을(5,130m)일 것이다.
고락셉의 롯지에 도착.(10시 25분) 여장을 풀고 마늘 숲을 마시니 살 것 같은 기분이다.
우리 4명은 미팅을 가진 후 오늘은 EBC, 내일은 칼라파타르를 함께 가는 것으로 합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BBC나 칼라파타르 중에 하나만을 선택한다.
내일 일은 장담할 수 없지만 일단 우리는 두 곳을 다 가기로 했다.
아래 사진은 다음 날 하산시에 찍은 사진
휴식을 가진 후 11시 15분에 EBC를 향해 출발
EBC로 가는 방향 표시를 잠시 후 만난다.(11시 28분)
모래 밭을 지나 오르막길과 바위지대(12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지났을까? 길에 먼지가 날린다.
12시 23분
12시 25분
멀지 않은 곳에 일단의 사람들이 보인다.(1시 26분) 저 곳이 바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볼 것이 별로 없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조금은 실망스러운 장면이다.
오른 쪽 봉우리는 로라, 그 왼쪽 멀리 보이는 봉우리는 창체며 그 너머가 중국이란다.
EBC 도착(1시 40분),
베이스캠프는 트레킹의 끝지점이며 클라이밍의 출발점이다.
트레킹이 마을을 지나고 산을 보며 걷는 워킹 개념이라면
클라이밍은 장비를 이용해 본격적으로 정상을 오르는 행위이다.
눈과 바람과 하늘이 빚어 얼음기둥들, 누군가는 악마의 성이라고 불렀지만
내 눈에는 마치 얼음궁전, 얼음 산맥을 보는 듯하다.
그러나 정작 EBC에서 에베레스트를 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EBC 도착(1시 40분), 이 교수가 고향 친구들의 성원이 물씬 배어 있는 플랭카드를 꺼낸다.
아마 이 사진을 찍기 위해 이 교수가 힘들고 어려웠던 길들을 참아 냈는지도 모르겠다.
등대회 만세, 에드벨리 만만세
조교수와 이교수는 흡연고도 최고 기록을 다시 갱신하고
4명 각자가 EBC 인증 샷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나는 EBC에서 보지 못했는데 …… 인터넷에는 EBC에서 촬영한 것으로 올라와 있다.
2시, 숙소로 귀환 시작
EBC로 왔던 길을 그대로 되돌아 간다.
EBC를 가고 돌아오는 정말 삭막한 길
조교수가 유난히 챙겼던 포터 ㅒㅒㅒ
출발 후 2시간이 지나서 롯지에 도착(4시)
이 모래밭은 지나 약간의 경사를 오르는 2~3m의 흙 계단이 그렇게 힘들 수가 없었다.
푸모리봉과 칼라파타르 오르는 길
눕체가 석양에 빛난다.(5시 5분)
6시에 저녁식사, 감자만 접시 위에 덩그렇게 놓여 있다.
내일 이후의 일정에 대한 토의, 칼라파타르 등정 후 하산 및 귀국으로 결정
촐라패스와 고쿄는 동절기 현지의 Lodge 사정과 우리 일행의 컨디션 부조로 포기
다음 날 이른 새벽부터의 활동을 고려하여 일찍 취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