明心寶鑑/동네글방(火金通信)

공자(孔子)의 교수법(敎授法)

efootprint 2020. 5. 15. 09:52

오늘의 학습 본문, 계성(戒性)5()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子張(자장)欲行(욕행)辭於夫子(사어부자)할새 願賜一言(원사일언)이면 爲修身之美(위수신지미)하노이다 子曰(자왈) 百行之本(백행지본)忍之爲上(인지위상)이니라. 

자장이 길을 떠나고자 스승(=공자)에게 하직인사를 하면서 여쭙습니다. "몸을 닦는데 미덕이  될 만한 한마디 말씀을 주시기 바랍니다." 공자가 이르기를 "모든 행실의 근본은 참는 것이 으뜸이다"라고 하셨다.

 

  

▣ 왜 '참음(忍)'을 으뜸으로 삼으라고 했을까요?

  

공자와 그의 제자들의 언행을 적은 논어(論語)에는 지(知)가 117회, 군자(君子)107, ()105회 등장합니다. 이를 통해 군자(君子)와 인(), 지(知)가 공자 강학(講學)의 주요 관심사였음을 알 수 있지요. 그밖에도 예(), ()은 50회 이상이 나오고 신(), (), (), () 등도 20회 내외로 나옵니다. 그런데 모든 행동의 근본이라는 인()은 팔일(八佾)편에 단 2회만 보입니다. [오늘 본문은 논어에는 나오지 않으며 전거(典據)가 명확하지 않음]

 

왜 공자는 평소의 강학(講學)에서 언급이 거의 없었던 인()을 제자 자장(子張)에게는 유독 모든 행실의 으뜸으로 삼으라고 권했을까요? 그 이유는 역시 논어(論語)를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논어 선진(先進)편 15장(章)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子貢(자공)() 師與商也(사여상야)孰賢(숙현)이니잇고. 子曰(자왈) 師也(사야)()하고 商也(상야)不及(불급)이니라.  

자공(子貢)"(師=자장)와(商=자하)은 누가 낫습니까?" 하고 묻자 , 공자께서 "()는 지나치고, ()은 미치지 못한다."고 하셨다.

 

역시 선진(先進)편 17장(章)에 나오는 것으로 공자가 제자들을 평가하는 내용입니다.

 

參也(삼야)는 (노)하고 師也(사야)는 (벽)하다

"삼(參: 증자)은 노둔하고 師(자장)는 偏僻(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침)되었다."

 

위 인용에서 드러나듯이 공자(孔子)는 자공(子貢) 언동이 지나치고 한쪽으로 치우쳤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모든 행실에 있어서 참음()을 으뜸으로 삼을 것을 말한 것입니다.

  

공자는 제자들과 당시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줄 때 일반론적이거나 두루뭉술함을 피하고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말했습니다. 대화의 상대와 상황에 따라서 각기 맞는 대책이나 가르침을  주신 것으로 말하자면 개별 맞춤형으로 대화를 이끌어 간 것이지요. 이런 대화법과 교수법으로 가장 잘 알려진 사례가 있습니다. 역시 선진(先進)편 21장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원문은 생략하고 풀이글만 소개합니다.

 

자로가 공자에게 여쭈었다. "들은 것을 바로 실행해야 합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아버지나 형이 계시는데 어떻게 들은 것을 바로 실행할 수 있겠느냐?"

염유가 여쭈었다. "들은 것을 바로 실행해야 합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들으면 바로 실행해야 한다."

공서화가 여쭈었다. "(자로)'들은 것을 바로 실행해야 합니까?'라고 여쭈었을 때는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부형이 계시니 안 된다'라고 하셨고, (염유)'들은 것을 바로 실행해야 합니까?'라고 여쭈었을 때는 '들으면 바로 실행해야 한다'라고 말씀하시니 저는 당혹하여 감히 여쭙습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구는 평소 (소극적으로) 물러나는 성격이라 (적극적으로) 나아가게 한 것이고, 유는 다른 사람을 앞질러 나가는 성격이라 물러서도록 한 것이다."

 

어떻습니까? 공자는 가르치는 방법에 있어서 독특하고 다양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사람에 따, 상황에 따라 개별적인 가르침을 주었으며 대화를 통해 학습자와 함께 하는 교육을 진행하였습니다. 공자의 교수법에는 요즈음 제기되는 개별화 수업또는 학습자 중심 수업의 요소가 다분히 녹아 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공자의 가르침을 대하는 초학자(初學者)들은 혼란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공자는 같은 화제(話題)일지라도 가르침과 깨우침의 방편(方便)으로 예시(例示)나 대안(代案)을 다르게 제시합니다. 똑같은 하나의 정답(正答)이 아니라 때와 장소와 사람에 맞는 적합한 정답(定答)을 이끌어 내는 것이지요.

 

그래서 공자를 배우는 재미가 더 있습니다. 아래에는 논어에 자주 나오는 주제 중에서 인(仁)과 정치(政治)에 대한 대화 내용의 일부를 모아 봤습니다. 내용을 읽으면서 당시의 상황과 대화 상대의 특성, 표정까지도 상상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원문은 생략하고 풀이글만 옮기겠습니다.

 

인(仁)과 정(政)에 대한 공자의 가르침

 

▶ 인(仁)에 대한 질문과 대답

유가(儒家)의 사상을 한 마디로 압축하면 인(仁)이라고 합니다. 제자들이 묻고 공자가 대답하는데 각기 다른 대답을 내놓습니다. 심지어 번지(樊遲)에게는 세 차레나 다르게 인(仁)의 내용을 설명합니다.

 

연(顔淵)이 인(仁)이 무엇이냐고 질문하자 공자께서 답하셨다. "자기의 사욕(私慾)을 이겨 예(禮)에 돌아감이 인(仁)을 하는 것이다."(안연편 1장)

♡ 번지(樊遲)가 인(仁)에 대해 묻자 공자가 말씀하셨다. "인(仁)은 어려운 일을 먼저 하고 얻는 것을 뒤에 하는 것이다."(옹야편 20장)

♡ 사마우(司馬牛)가 인(仁)을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인(仁)이라는 것은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이다."(안연편 3장)

♡ 번지(樊遲)가 인(仁)을 묻자 공자께서 대답하셨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안연편 22장)

♡ 번지(樊遲)가 인(仁)을 묻자 공자께서 대답하셨다. "머무를 적에 공손히 하며, 일을 집행할 적에 공경하며, 사람을 대할 적에 충성되게 하는 것이다."(자로편 19장)

 

정(政)에 대한 질문과 대답

정(政)에 대한 내용은 제후(諸侯)나 대부(大夫)와 같은 정치인, 벼슬길에 관심을 가졌던 제자들과의 대화에서 나타납니다. 몇 가지를 보겠습니다.

 

♡ 자공(子貢)이 정치(政治)를 묻자 공자께서 말하셨다. "양식을 풍족히 하고, 국방을 튼튼히 하며, 백성들이 믿게 하는 것이다."(안연편 7장)

경공(齊景公)이 공자에게 정치(政治事를 묻자 공자께서 대답하셨다.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자식은 자식답게 행동하는 것이다."(안연편 11장)

강자(季康子)가 공자에게 정치(政治)를 묻자 공자께서 대답하셨다. "정치(政治)란 바로잡는 것이니 그대가 바르게 하여 모범을 보인다면 누가 감히 바르지 않겠는가?"(안연편 17장)

로(子路)가 정치(政治)를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솔선할 것이며 부지런해야 한다."(자로편 1장)

♡ 섭(葉公)이 정치(政治)를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가까이 있는자들을 기쁘게 하여 먼 곳에 있는 자들이 오게 하는 것이다."(자로편 16장)

 

공자는 위에서처럼 같은 주제라 하여 똑같은 내용으로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때로는 말이  아니라 행동(양화편 20장)으로 가르치고, 어떤 경우에는 가르치지 않음(선진편 11장)으로 교훈을 주기했습니다. 맹자(孟子)의 말대로 가르침의 방법이나 형식이 다양(敎亦多術矣)했던 것이지요. 배우는 자의 수준 파악과 주변 상황에 대한 통찰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또한 공자는 자신이 가르치고 싶은 것을 직접적으로 말하기 보다는 상대가 배우고 싶은 것을 와서 물으면 가르쳐 주는 방법을 자주 사용했습니다. 본인이 배우고 싶어하는 열망이 있을 때 가르치는 방법은 적절한 때에 내리는 단비(timely rain)가 가뭄을 해갈(解渴)하듯이 효과가 컸을 것은 자명합니다.

 

실제 자장(子張)은『명심보감』의 엮은이가 인용하고 있는 공자의 가르침대로 모든 행실의 근본을 인(忍)으로 삼아 자신의 단점을 이겨내고 덕(德)을 쌓았습니다. 이 때문에 자장은 훗날 스승인 공자에게는 물론 동문(同門) 사이에서도 ‘인내심으로 자신의 단점을 극복한 대표적인 인물’로 존중받을 수 있었습니다.

 

마침 오늘이 스승의 날이네요. 세종대왕 탄신(誕辰)일을 기념하여 1964년에 제정하였습니다. 뜻 깊은 날에 인류의 위대한 스승 중의 한 분인 공자(孔子)의 가르침을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오늘 잠시만이라도 학창시절을 회고하거나 기억나는 선생님이 계시다면 마음으로라도 감사의 뜻을 전하는 것은 어떨런지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