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보감(明心寶鑑) 훈자(訓子)편 7조(條)를 보던 중 갑자기 명심보감 내용 중에 술(酒)에 대해 논한 것이 얼마나 될까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1편 계선(繼善)부터 20편 부행(婦行)까지 꼼꼼히 확인해보니 무려 16차례나 술에 대한 언급이 있더군요. 초략본(抄略本) 263조 중에 16개가 있으니 6%에 해당하는 분량입니다. 내용도 긍정적인 것 보다는 경계하는 내용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16개 내용을 아래에 옮깁니다. 이 글의 제목인 논주(論酒)는 사전에도 없고 사용하지도 않는 조어(造語)로서 "(명심보감이) 술(酒)을 논(論)함" 정도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정기편 10조
孫眞人(손진인) 養生銘云(양생명운) 怒甚偏傷氣(노심편상기)요 思多太損神(사대태손신)이라 神疲心易役(신피심이역)이요 氣弱病相因(기약병상인)이라 勿使悲歡極(물사비환극)하고 當令飮食均(당령음식균)하며 再三防夜醉(재삼방야취)하고 第一戒晨嗔(제일계신진)하라.
손진인의 <양생명>에서 말하였다. “화를 심하게 내면 기운이 상하고, 생각이 많으면 정신이 크게 상한다. 정신이 피로하면 마음이 쉽게 지치고, 기운이 약해지면 질병의 원인이 된다. 지나치게 슬퍼하거나 기뻐하지 말고, 마땅히 음식을 골고루 먹어야 한다. 두 번 세 번 술을 마셔 취하지 않아야 하고, 무엇보다 앞서 새벽녘에 화를 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정기편 17조
酒中不語眞君子(주중불어진군자)요 財上分明大丈夫(재상분명대장부)니라.
술이 취해도 아무렇게나 말하지 않아야 진정한 군자이고, 재물에 대하여 분명한 태도를 보여야 대장부이다.
▶존심편 13조
寇萊公(구래공) 六悔銘云(육회명운) 官行私曲(관행사곡)이면 失時悔(실시회)요 富不儉用(부불검용)이면 貧時悔(빈시회)요 藝不少學(예불소학)이면 過時悔(과시회)요 見事不學(견사불학)이면 用時悔(용시회)요 醉後狂言(취후광언)이면 醒時悔(성시회)요 安不將息(안부장식)이면 病時悔(병시회)니라.
구래공이 <육회명>에서 말하였다. “관리가 사사로운 마음에 부정을 저지르면 관직을 잃고 나서 후회한다. 부자가 검소하게 아껴 쓰지 않으면 가난해졌을 때 후회한다. 재주는 어렸을 때 배우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고 나서 후회한다. 일을 보고도 배우지 않으면 써먹어야 할 때 후회한다. 술에 취한 후 미치광이처럼 함부로 지껄이면 술이 깨고 나서 후회한다. 편안할 때 충분히 쉬지 않으면 병이 들었을 때 후회한다.”
▶훈자편 7조
男年長大(남년장대)커든 莫習樂酒(막습악주)하고 女年長大(여년장대)커든 莫令遊走(막령유주)하라.
남자아이가 장성해서 어른이 되거든 풍악과 술을 배워서 즐기지 못하게 하고, 여자아이가 장성해서 어른이 되거든 놀러 나다니지 못하게 하라.
▶성심 상편 3조
父不憂心(부불우심)은 因子孝(인자효)요 夫無煩惱(부무번뇌)는 是妻賢(시처현)이라 言多語失(언다어실)은 皆因酒(개인주)요 義斷親疎(의단친소)는 只爲錢(지위전)이니라.
아버지가 마음속으로 근심하지 않은 것은 자녀가 효성스럽기 때문이요, 남편이 마음속으로 번뇌하지 않은 것은 아내가 현명하기 때문이다. 말을 많이 해서 말로 실수하는 것은 모두 술 때문이요, 의로움이 끊어지고 가까운 사람이 멀어지는 것은 오직 돈 때문이다.
▶성심 상편 44조
史記曰(사기왈) 郊天禮廟(교천예묘)에는 非酒不享(비주불향)이요 君臣朋友(군신붕우)에는 非酒不義(비주불의)요 鬪爭相和(투쟁상화)에는 非酒不勸(비주불권)이니라 故(고)로 酒有成敗而不可泛飮之(주유성패이불가범음지)니라.
『사기』에서 말하였다. “하늘에 교제(郊祭)를 지내고 종묘에 제례를 모실 때에는 술이 아니면 제향(祭享)하지 않고, 임금과 신하나 친구와 친구 사이에는 술이 아니면 의리가 깊어지지 않고, 다투고 나서 서로 화해할 때에는 술이 아니면 권유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술에 성공과 실패가 달려 있으니 함부로 마시면 안 된다.
▶성심 하편 2조
神宗皇帝(신종황제) 御製曰(어제왈) 遠非道之財(원비도지재)하고 戒過度之酒(계과도지주)하며 居必擇隣(거필택린)하고 交必擇友(교필택우)하라(후략)
신종황제가 어제(御製)에서 말하였다. “도리에 어긋나는 재물을 멀리하고, 정도에 지나친 술을 경계하라. 반드시 이웃을 가려서 거처하고, 친구는 반드시 가려서 사귀어라.(후략)
▶성심 하편 20조
渴時一滴(갈시일적)은 如甘露(여감로)요 醉後添盃(취후첨배)는 不如無(불여무)니라.
목마를 때 한 방울 물은 단 이슬과 같지만 술이 취한 후에 잔을 더하는 것은 오히려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성심 하편 21조
酒不醉人(주부취인)이요 人自醉(인자취)라 色不迷人(색불미인)이요 人自迷(인자미)니라.
술이 사람을 취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취하는 것이다. 여색이 사람을 미혹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미혹되는 것이다.
▶성심 하편 35조
酒色財氣四堵墻(재색재기사도장)에 多少賢愚在內廂(다소현우재내상)이나 若有世人跳得出(약유세인도득출)이면 便是神仙不死方(변시신선불사방)이니라.
술과 여색과 재물과 권세에 둘러싸인 사각의 담장 안에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 몇 명이 행랑채에 들어있는 격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뛰쳐나와 밖으로 나간다면 그 사람이 바로 불사(不死)의 방법을 터득한 신선이다.
▶입교편 10조
范益謙座右銘曰(범익겸좌우명왈) 一不言朝廷利害邊報差除(일불언조정이해변보차제)요 二不言州縣官員長短得失(이불언주현관원장단득실)이요 三不言衆人所作過惡之事(삼불언중인소작과악지사)요 四不言仕進官職趨時附勢(사불언사진관직추시부세)요 五不言財利多少厭貧求富(오불언재리다소염빈구부)요 六不言淫媟戱慢評論女色(육불언음설희만평론여색)이요 七不言求覓人物干索酒食(칠불언구멱인물간색주식)이요
《범익겸좌우명(范益謙座右銘)》에 말하였다 “첫째 조정에서의 이해와 변방으로부터의 기별과 관직의 임명에 대하여 말하지 말 것이요, 둘째 주현(州縣) 관원의 장단과 득실에 대하여 말하지 말 것이요, 셋째 여러 사람이 저지른 악한 일을 말하지 말며, 넷째 벼슬에 나아가는 것과 기회를 따라 권세에 아부하는 일에 대하여 말하지 말 것이요, 다섯째 재리의 많고 적음이나 가난을 싫어하고 부를 구하는 것을 말하지 말며, 여섯째 음탕하고 난잡한 농짓거리나 여색에 대한 평론을 말하지 말 것이요, 일곱째 남의 물건을 요구하거나 주식(酒食)을 구하고 찾는 일을 말하지 말 것이다.
▶입교편 12조
武王曰(무왕왈) 何謂十盜(하위십도)닛고 太公曰(태공왈) 時熟不收(시숙불수)가 爲一盜(위일도)요 收積不了(수적불료)가 爲二盜(위이도)요 無事燃燈寢睡(무사연등침수)가 爲三盜(위삼도)요 慵懶不耕(용라불경)이 爲四盜(위사도)요 不施功力(불시공력)이 爲五盜(위오도)요 專行巧害(전행교해)가 爲六盜(위육도)요 養女太多(양녀태다)가 爲七盜(위칠도)요 晝眠懶起(주면라기)가 爲八盜(위팔도)요 貪酒嗜慾(탐주기욕)이 爲九盜(위구도)요 强行嫉妬(강행질투)가 爲十盜(위십도)니이다.
무왕이 말하였다. “열 가지 도둑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태공이 말하였다. “곡식이 무르익어서 거둘 때가 되었는데도 수확하지 않는 것이 첫 번째 도둑입니다. 수확한 곡식을 쌓아두는 일을 끝마치지 않은 것이 두 번째 도둑입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등불을 밝혀놓은 채 잠이 드는 것이 세 번째 도둑입니다. 게을러서 전답을 경작하지 않은 것이 네 번째 도둑입니다. 공력(功力)을 다해 일하지 않는 것이 다섯 번째 도둑입니다. 오직 교활하고 해로운 일만 일삼는 것이 여섯 번째 도둑입니다. 딸을 너무 많이 낳아 기르는 것이 일곱 번째 도둑입니다. 낮에는 잠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일을 게을리 하는 것이 여덟 번째 도둑입니다. 술을 탐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즐기는 욕심이 아홉 번째 도둑입니다. 다른 사람을 심하게 질투하고 시기하는 것이 열 번째 도둑입니다.”
▶입교편 15조
武王曰(무왕왈) 願悉聞之(원실문지)하나이다 太公曰(태공왈) 養男不敎訓(양남불교훈)이 爲一錯(위일착)이요 嬰孩不訓(영해불훈)이 爲二誤(위이오)요 初迎新婦不行嚴訓(초영신부불행엄훈)이 爲三痴(위삼치)요 未語先笑(미어선소)가 爲四失(위사실)이요 不養父母(불양부모)가 爲五逆(위오역)이요 夜起赤身(야기적신)이 爲六不祥(위육불상)이요 好挽他弓(호만타궁)이 爲七奴(위칠노)요 愛騎他馬(애기타마)가 爲八賤(위팔천)이요 喫他酒勸他人(끽타주권타인)이 爲九愚(위구우)요 喫他飯命朋友(끽타반명붕우)가 爲十强(위십강)이니이다 武王曰(무왕왈) 甚美誠哉(심미성재)로다 是言也(시언야)여.
무왕이 말하였다. “원하건대 그 내용을 모두 듣고 싶습니다.” 태공이 말하였다. “자식을 기르면서 가르치지 않는 것이 첫 번째 어긋남입니다. 어린아이를 훈계하지 않는 것이 두 번째 그릇됨입니다. 처음 신부를 맞이하여 엄하게 가르치지 않는 것이 세 번째 미련함입니다. 말하기 전에 먼저 웃는 것이 네 번째 잃음입니다. 부모를 봉양하지 않는 것이 다섯 번째 거스름입니다. 밤에 알몸으로 일어나는 것이 여섯 번째 상서롭지 못함입니다. 다른 사람의 활을 가지고 활쏘기를 좋아하는 것이 일곱 번째 부림입니다. 다른 사람의 말을 거느리고 말 타기를 좋아하는 것이 여덟 번째 천박함입니다. 다른 사람의 술을 마시면서 다른 사람에게 권하는 것이 아홉 번째 어리석음입니다. 다른 사람의 밥을 먹으면서 친구들에게 먹으라고 주는 것이 열 번째 뻔뻔스러움입니다.” 무왕이 말하였다. “참으로 아름답고 진실하도다! 이 말씀이여!)
▶언어편 7조
酒逢知己千鍾少(주봉지기천종소)요 話不投機一句多(화불투기일구다)니라.
친구를 만나 마시는 술은 천 잔도 적고,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은 한 마디도 많다.
▶교우편 5조
酒食兄弟千個有(주식형제천개유)하나 急難之朋一個無(급난지붕일개무)니라.
술 마시고 밥 먹을 때는 형과 아우라고 하던 사람 천 명이지만 위급하고 어려울 때 친구는 한 명도 없구나.
▶부행편 3조
其婦德者(기부덕자)는 淸貞廉節(청정렴절)하여 守分整齊(수분정제)하며 行止有恥(행지유치)하여 動靜有法(동정유법)이니 此爲婦德也(차위부덕야)니라 婦容者(부용자)는 洗浣塵垢(세완진구)하여 衣服鮮潔(의복선결)하며 沐浴及時(목욕급시)하여 一身無穢(일신무예)니 此爲婦容也(차위부용야)니라 婦言者(부언자)는 擇師而說(택사이설)하여 不談非禮(부담비례)하고 時然後言(시연후언)하여 人不厭其言(인불염기언)이니 此爲婦言也(차위부언야)니라 婦工者(부공자)는 專勤紡績(전근방적)하고 勿好葷酒(물호훈주)하며 供具甘旨(공구감지)하여 以奉賓客(이봉빈객)이니 此爲婦工也(차위부공야)니라.
부인의 덕성은 맑고 곧으며 염치와 절도가 있고 분수를 지키며 몸가짐을 바르게 하며 행동거지에 부끄러움이 있고 움직일 때나 가만히 있을 때나 법도가 있어야 한다. 이것을 ‘부인의 덕성’이라고 말한다.
여성의 용모는 먼지와 때를 깨끗이 씻고 의복을 청결하게 하며 목욕을 제 때에 하여 몸에 더러움이 없게 해야 한다. 이것을 ‘부인의 용모’라고 말한다.
부인의 말씨는 모범이 되는 말을 가려서 하고 예의에 맞지 않는 말은 입에 담지 않고 꼭 말을 해야 할 때 말하여 다른 사람들이 그 말을 싫어하지 않아야 한다. 이것을 ‘부인의 말씨’라고 이른다.
부인의 솜씨는 오로지 길쌈을 부지런히 하고 술에 취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맛있는 음식을 갖추어서 손님을 접대하는 것이다. 이것을 ‘부인의 솜씨’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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