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의 산, 산위의 산, 마음의 산
7월 27일 : 북파산문-천문봉-달문-장백폭포-온천지대-북파산문
- 월요일인데도 북파 입구에는 사람들이 인파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 곳을 통과(7:50)한 후 셔틀 버스를 타고 다시 찝차 타는 곳까지 이동합니다. 셔틀버스의 백미러가 곤충의 더듬이처럼 재미있게 생겼습니다.
- 찦차는 승객 6인이 탑승하며 1,500m의 주차장에서 2,500m 보다 높은 천문봉 주차장까지 15분 정도를 올라가는데 거의 곡예 수준입니다.지그재그로 되어 있는 가파른 길을 살인적인 속도로 질주하는 차 속에서 나는 입으로는 웃었지만 차창이 튕겨 나가지 않을까 얼굴은 사색이 되었을 것입니다.
- 천문봉(2,670m) 주차장에는 기상대와 휴게소가 함께 있으며, 봉우리 높이로 보아 주차장도 거의 2,600m쯤 될 것입니다. 주차장에서 천문봉까지는 5분이면 올라가는데 사람들이 밀리듯이 올라가고 내려갑니다.
- 휴게소에서 천지물로 끓였다는 커피를 한컵에 6위안(1,200)을 주고 마셨는데, 지금 생각하니 아무래도 천지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천지물을 가져 오기에는 지형적으로 너무 어려우니 아래 온천지대에서 가져 온 물이거나 받아 놓은 빗물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하기야 비슷비슷한 장뇌삼을 사달라고 부르는 가격이 5만원에서 2천원까지 널 뛰듯이 하는 곳 입니다.
- 천분봉 정상에서 일행 중에 몇몇은 배낭 뒤에 부착한 면직물로 된 가로*세로 20cm 정도의 트레킹 기념표시물을 중국 공안들에게 뜯기듯이 빼앗겼습니다. 혹시 백두산이나 천지의 귀속 문제에 대한 글귀가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전혀 그런 내용이 없는데도 한글을 저들이 읽을 수 없으니 무조건 빼앗고 보는 것이 아닐까요? 백두산에서는 만세부르는 것, 천지에 절하는 것, 플랭카드를 들고 사진 찍는 것 등이 모두 금지되어 있더군요. 티벳이나 위구르 지역에 대한 저들의 행태가 떠올랐습니다.
- 천문봉은 사람이 너무 많고 위험해 조금 아래 쪽으로 내려오니 천지 조망이 좋은 곳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앞에는 不倒翁 등소평이 써 놓은 천지 기념석이 있습니다. 사진 속의 구름은 물위에 떠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늘의 구름이 천지 물 속에 잠겨 있는 것입니다.(8:50)
- 천지가 어제부터 지금까지 보았던 모습 중에 가장 선명한 자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곳 저 곳에 디카를 들이대며 찍어 보았습니다. (8:52) 구름은 끼었으나 햇살도 간혹 나타납니다. 사진의 색깔도 어제보다는 훨씬 밝아졌습니다. 천문봉 주위에서 사진도 찍고 사방을 살펴보며 30여분 이상을 보냈습니다.
- 천문봉에서 철벽봉으로 돌아 내려가는 길목(9:44)에서 다시 천지의 멋진 모습이 시야에 나타났습니다.
- 천문봉에서 달문 쪽으로 내려가는 길입니다. 이 곳을 지나가며 만나는 야생화도 압권으로 탄성을 자아나게 합니다. 왼쪽으로는 천지가 다시 조금씩 나타나고 오른쪽 아래로는 달문을 지나 천지를 만난 후 장백폭포를 경유해 도착해야 할 집결지가 보입니다.
- 일행 중의 회원 한분이 찍은 것으로 자연이 보여주는 들꽃의 향연이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 트레킹 기간 중 두고두고 이해인 님의 시 '꽃이름 외우듯이'가 떠올랐습니다. 꽃 이름들을 알고 나서 백두산 야생화만 따로 올릴까 생각 중입니다.
- 백두산의 사계절 모두가 장쾌하겠지만 이 곳의 여름은 들꽃으로 인해 더욱 사랑받을 것으로 생각되네요.
- 이제 천지의 입구인 달문을 향해 급경사의 너덜지대를 내려갑니다. 천지가 한결 낮게 눈 앞으로 다가옵니다. 사람들이 조심해서 내려갑니다. 돌 굴러가유~
- 천지가 손끝에 잡힐 만큼 가까워지면서 천지 물이 장백폭포로 흘러 나가는 송사하에 도착했습니다. 물살이 빠르고 수량도 제법 됩니다. 물길이 얕은 곳을 찾아 이리저리 살펴 본 후 제각기 건넜습니다.
- 나도 일단 개울을 건넌 다음 사진을 찍기 위해 만세(항복?) 폼을 잡아 봅니다. 수온은 영상 몇도인지 알 수 없지만 10초를 참을 수 없을 만큼 차가웠습니다. 어떻든 사진을 찍기 위해 참아 보지만 찍자마자 뛰어 나오기에 바빴습니다.
- 천지 물가에 서서 수면을 응시합니다. 발도 담그고 손도 담가 봅니다. 반대편 북한 땅도 바라보았습니다. 건너편 높은 봉우리에서 수면까지 어렴풋이 계단길이 내려와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누가 오르내릴까 궁금해졌습니다. 언젠가는 저 곳에서 내가 서 있는 이 곳을 바라볼 것이라는 꿈을 꾸었습니다.
- 여행에는 항상 아쉬움이 남습니다. 더 보고 싶고, 더 있고 싶고, 더 얘기하고 싶은데 떠나야 합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장백폭포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 장백폭포로 가는 길은 천지에서 시작한 급한 물줄기를 따라 얼마간 걸어 가다가 인공적인 터널길을 한참이나 내려가야 합니다. 조금은 그로테스크한 느낌도 들지만 아마 낙석 등의 위험을 대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천지의 유일한 배수 통로인 달문을 통과한 천지 수(水)는 승사하(承擄河-뗏목이 흐르는 강), 우랑도(牛郞渡-견우와 직녀가 건넌 곳)를 거쳐 높이 68미터의 거대한 물기둥을 만듭니다.
- 멀리서 바라보는 폭포 또한 장관입니다. 우리가 지나 왔던 동굴길은 마치 만리장성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일반 관람객들은 한참 아래에 위치한 장소까지만 접근이 가능합니다.
- 노천에는 뜨거운 유황 온천수가 수증기를 내면서 흘러 내립니다. 80도를 넘는 온천수로 삶은 달걀을 파는 사람도 있구요. 천상호텔의 뜨거운 유황온천에 온몸의 여독을 풀면서 오늘의 트레킹을 반추하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셔틀 버스를 타고 이동 한 후 북파 입구를 나섬으로써 이번 트레킹의 큰 줄기를 마쳤습니다.
(아! 백두산을 끝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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