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염치 1
출처 : [fn광장] 나라계율 예의염치 - 파이낸셜뉴스
우리 젊은 날 제창하던 태권도 정신은 '예의·염치·인내·극기·백절불굴'의 5대 정신이 기본이었다. 더러는 '신속·정확·강타' '일격필살' 등 살벌한 구호도 있었다. 태권도가 외무장관 50명보다 낫다는 말도 있었다. 외교의 폄훼가 아니라 그만큼 태권도가 세계에 한국을 살리는 효자라는 얘기다. 잉글랜드 한 시골 도시의 영국인 태권도장에 갔을 때였다.
전면에 태극기가 있고, 영국 사범 입에서 "차려!" "그쳐!" 등 한국말 기합이 나올 때 느낀 전율적 감동은 지금도 선하다. 그 정신에 극기·백절불굴보다 예의·염치가 먼저인 것은 태권도가 기술이기 전에 '도(道)'이기 때문이다.
이 불멸의 태권도 정신이 아득한 춘추시대 관자(管子)의 예의염치에 맥이 닿아 있다. 중화를 표방함이 아니다. 관자가 누구인가? 지고(至高)의 우정 관포지교(管鮑之交)의 주인공 바로 그 관중이다. 제자백가 이전이고, 석가·공자보다도 100~180년 정도 앞선다. 중국 역사 최초의 패업을 이루고 강국의 기틀을 구축한 명재상이다. 공자가 인정한 지도자다. 제자 자공(子貢)이 "관중은 (주군인 규(糾)를 결과적으로 배신하여 제 환공 소백(小白)을 섬겼으니) 인자(仁者)가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하자 공자는 "관중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머리를 풀어헤치고 왼쪽으로 옷깃을 여미었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가 없었으면 오랑캐가 되었을 것, 즉 나라를 구했다고 평가한 것이다. 제갈공명도 스스로 관중에 비견하며 롤모델로 삼은 관중 키즈였다.
정치 천재 관자의 정치이념은 인치(人治)와 법치(法治)를 아우른 실용적 부국강병 사상으로 후일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의 바탕이 된다. 유가(儒家)의 공자를 내세우면서도 실은 법가(法家)의 한비자를 추구한 중국 역대의 이른바 외유내법(外儒內法)의 본류다. 그 관자 제1편 목민(牧民)은 그의 정치사상의 핵심으로서 정치의 근본원리를 제시한다. 목민심서의 목민도 여기서 연유된 것이다.
여기에 '나라 지키는 4대 강령(國有四維)' 예·의·염·치가 있다. 첫째, 예(禮)는 절도를 지키는 것(不踰節)이다. 이것이 끊어지면 기운다(一維絶則傾). 둘째, 의(義)는 스스로 나아가기를 구하지 않는 것, 즉 벼슬 청탁을 하지 않는 것(不自進)이다. 이것이 끊어지면 위태로워진다(二維絶則危). 셋째, 염(廉)은 잘못을 은폐하지 않는 것(不蔽惡)이다. 이것이 끊어지면 뒤집어진다(三維絶則覆). 넷째, 치(恥)는 그릇된 것을 안 따르는 것(不從枉)이다. 이것이 끊어지면 망한다(四維絶則滅)고 했다. 기울면 바로잡을 수 있고(傾可正也), 위태로워지면 안정시킬 수 있으며(危可安也), 뒤집히면 일으켜 세울 수 있으나(覆可起也), 망하는 것은 다시 일으킬 수 없다(滅不可復錯也)고 했다.
국가·사회적 징벌에는 시효가 없다. 잘못은 반드시 밝혀 응징해야 한다. 잘못을 은폐하거나 그릇됨을 용인하면 사유(四維) 중 염(廉)·치(恥)가 끊어져 나라가 뒤집히거나 망한다. 천하통치의 기본은 인사(人事)다. 인사의 본령은 그릇된 인사를 안하는 것이다. 장자(莊子)는 무리를 해치는 말, 즉 해군지마(害群之馬)를 잘 제거하는 것이 천하를 다스리는 일이라고 했다. 문제인력은 엄중 관리되어야 한다. 국기 태권도에도 백절불굴의 투지에 앞서 예·의·염·치가 있다. 나라 지키는 계명이다.
전충렬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예의염치2
중국의 옛날 사람들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땅을 네모난 판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나라를 뜻하는 말에도 방(方), 방국(方國 )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 네 모난 세계가 독립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네 모서리에 동아줄이 메어져 하늘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이 동아줄을 유(維 )라고 한다. 세월이 지나 동아줄이 낡고 약해지면 새롭게 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유신( 維新)’한다. 세상을 하늘과 연결하는 동아줄을 강령(維)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이것이야말로 세상을 지탱하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관자>의 목민 편에 이 네 개의 동아줄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세상을 지탱하는 이 동아줄은 하나가 끊어지면 기울게 되고, 두 줄이 끊어지면 위태로워지며, 세 개가 끊어지면 뒤집어진다. 그리고 네 개가 모두 끊어지면 멸망하게 된다. 기울어진 것은 바로잡을 수 있고, 위태로워진 것은 다시 안정을 시킬 수 있으며, 뒤집어진 것도 다시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네 개의 줄이 모두 끊어져 망하게 된 것은 다시 회복할 수 없다.
그렇다면 한 국가를 지탱하고, 균형을 잡고 있는 이 네 개의 밧줄은 무엇일까. 그것을 <관자>에서는 예(禮 ), 의( 義), 염(廉 ), 치(恥 )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것을 통틀어 네 개의 동아줄(강령), 즉 ‘사유(四維 )’라고 말합니다. 한 개인이나 가정이나 국가에도 동일한 원리가 적용된다. ‘예의염치’가 각 모서리에 연결되어 하늘(자연의 원리)에 닿아 그 뜻과 내용을 땅에 체현해야 균형과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는 논리다.
예의염치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관자의 설명에 의하면 예(禮 )란 원칙과 기본을 넘어서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不踰節) 여기서 ‘절(節 )’이란 규칙이나 제도를 말합니다. 예절은 물론이고, 조화로움을 추구하기 위한 규칙, 원칙을 넘어서지 않는 것을 예(禮 )라고 한다. 특히 ‘절’에는 음악에서 말하는 곡조(화음)이라는 의미가 있는데, 노래에서 화음이 맞지 않으면 소음이 된다. 예(禮)를 지키지 못하면 혼란과 부자연스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의미다. 논어에서는 예(禮)를 일의 이치(事理)라고 하는데 이것 역시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의(義)란 스스로(자신만을 위해) 나아가지 않는 것(不自進 )을 의미한다. 흔히 자신만을 내세우기 위해 남들보다 앞서려는 생각이 많아지면 신의를 저버리게 된다. 의(義)를 읽은 사람들은 남을 딛고 나아가려고 주변사람들을 모해하거나 손해를 입히는 행위를 하게 됩니다. 권력이든 돈이든, 자신을 위해 조금 더 가지려고 먼저 나서는 사람들에게 신의와 정직함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염(廉 )이란 나쁜 것을 숨기지 않는 것(不蔽惡 )이라고 말한다. ‘염(廉 )’의 또 다른 의미가 ‘결백(潔白 )’인데, 결백은 새하얗다는 의미보다 ‘투명하다’는 뜻에 더 가깝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상태를 바로 ‘청렴’하다고 한다. 즉 사사로운 마음이나, 나쁜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는 말은 투명하고, 공정함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끝으로 치(恥)는 굽은 것, 나쁜 것을 따르지 않는다는 의미다.(不從枉). ‘왕(枉)’이란 굽은 것을 말한다. 왜곡되었다고 하는 단어에 ‘왜(歪 )’와 ‘곡(曲 )’은 모두 비뚤어지다, 기울어지다, 굽었다. 휘어졌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실을 사실로 보지 않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행동이 아니라 비상식적인 행위를 하는 것을 ‘왕(枉)’이라고 한다. 심지어 ‘왕(枉)’이라는 단어에 미쳤다는 의미도 있다. 미쳤다는 것은 정상적인 사고나 행동을 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다시 말하면 잘못된 행위(굽은)와 이성적이고, 상식적인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을 ‘치(恥)’라고 한다.
한 가정이나 국가 더 나아가 인류가 발 디디고 사는 세상에서 그곳이 어떤 곳이던 균형과 안정을 갖기 위해서는 네 개의 끈이 항상 견고하게 자신의 기능을 다하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를 생각해 본다. 때에 따라 상할 수도 있고, 한 두 개가 끊어질 수도 있지만, ‘유신’을 통해서 다시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또한 어떤 사회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한 개인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예의염치’를 훈련하고, 몸에 익힌 사람들이 양육되어야 하고, 이러한 사람들이 모여 예의염치가 작동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세상을 균형 있고, 평안하게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해 본다.
『관자(管子)』목민 편(牧民篇) (二) 사유(四維)
國有四維 국유사유 나라에는 네 가지 강령이 있다.
一維絶則傾, 二維絶則危, 三維絶則覆, 四維絶則滅. 일유절칙경, 이유절칙위, 삼유절칙복, 사유절칙멸.
그 가운데 하나가 끊어지면 나라가 기울고, 두 가지가 끊어지면 위태로워지고, 세 가지가 끊어지면 뒤집어지고, 네 가지가 끊어지면 망한다.
傾可正也, 危可安也, 覆可起也. 滅不可復錯也 경가정야, 위가안야, 복가기야. 멸부가복착야.
기우는 것은 바로 잡을 수 있고, 위태로운 것은 안정시킬 수 있으며, 뒤집어지는 것은 일으켜 세울 수 있지만 망한 것은 다시 일으킬 수 없다.
何謂四維 하위사유 무엇을 일러 네 가지 강령이라 하는가?
一曰禮, 二曰義, 三曰廉, 四曰恥. 일왈례, 이왈의, 삼왈렴, 사왈치.
첫째는 예, 둘째는 의, 셋째는 염, 넷째는 치다.
禮, 不踰節, 義, 不自進, 廉, 不蔽惡, 恥, 不從枉. 례, 부유절, 의, 부자진, 렴, 부폐오, 치, 부종왕.
예란 절도를 넘지 아니함이요. 의란 스스로 나서지 아니함이며, 염이란 잘못을 은폐하지 아니함, 그리고 치란 그릇된 것을 따리지 아니함이다.
故不踰節, 則上位安 고부유절, 칙상위안
그러므로 절도를 지키면 윗사람의 자리가 평안하고,
不自進, 則民無巧詐 부자진, 칙민무교사
스스로 나서지 아니하면 백성들 사이에 교활함과 속임이 없어지고,
不蔽惡 則行自全 부폐악 칙항자전
잘못을 은폐하지 아니하면 행실이 저절로 온전해지며,
不從枉 則邪事不生. 부종왕, 칙사사부생.
그릇된 것을 따르지 아니하면 사악한 일이 일어나지 아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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