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을 처음 배우면 수요 곡선, 공급 곡선을 배운다. 가로 축은 ‘양’, 세로 축은 ‘가격’으로 한 평면에 그려진 수요 곡선을 보면, 오른쪽으로 갈수록 내려가는 우하향 곡선 형태를 띠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소비자의 수요가 적을 때에는 가격이 높아도 사려고 하지만 수요가 많아지면 희소성이 줄어들어 가격은 떨어진다. 보통 수요 곡선은 꼬리 부분에 가면 급격하게 축에 가까워지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꼬리가 매우 길어지고 두꺼워지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한계로 수요 곡선의 꼬리가 그리 길지 않았으나 인터넷과 같은 다양한 유통 채널이 등장하면서 상품의 종류가 다양해져 꼬리가 훨씬 길어지고 있다. 이런 ‘긴 꼬리 현상’을 ‘롱테일(The Long Tail) 법칙’이라 부른다. 이것은 유명 IT 잡지인 〈와이어드(Wired)〉의 편집장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이 만든 단어다.
2004년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화제가 된 롱테일 법칙은 한마디로 말해 ‘역(逆) 파레토 법칙’이라고 할 수 있다. 마케팅에서 파레토 법칙, 즉 80대 20 법칙은 소수의 20%가 80%의 매출을 구축하기 때문에 20%의 잘나가는 소수를 대상으로 집중적인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파레토 법칙은 상품의 20%가 매출의 80%를 차지한다거나 고객의 20%가 매출의 80%를 발생시킨다는 것으로 선택과 집중을 강조한 전략이다.


이에 반해, 롱테일 법칙은 개미 고객이나 비핵심 제품의 80%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상위 20%를 대상으로 하는 귀족 마케팅 대신 긴 꼬리 마케팅을 주장하는 것이다. 디지털과 인터넷을 이용하는 시대에 상위 20%에 집중하면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80%의 고객과 제품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사례를 보면 롱테일 법칙이 많이 적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 최대 서점인 아마존이나, 음악 판매 서비스인 애플 아이튠즈(itunes), 개인 간 벼룩시장인 이베이(Ebay)는 하나같이 저렴하면서도 다양한 상품을 다루는 시장이다. 이들이 보유한 제품은 과장을 조금 보태 무한대라고 말할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 상품 진열 비용이 들기 때문에 잘 팔리지 않는 상품은 진열하지 않지만 온라인 매장은 진열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많이 팔리지 않는 상품이라 하더라도 얼마든지 다양하게 진열해두고 판매를 기다리는 것이다. 잘 팔리지 않는 상품이라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으며 관리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실제 수익을 더 늘릴 수 있게 된다. 파레토 법칙이 무너지고 롱테일 법칙이 적용되는 것이다.
롱테일 법칙은 인터넷 유통 구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오프라인에 비해 진열이나 재고 관리에 훨씬 적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또한 추천평이나, 상품평 덕분에 그동안 관심 받지 못하던 제품이 빛을 볼 수 있었다. 이처럼 롱테일 법칙은 인터넷과 디지털이 만들어 낸 마케팅의 큰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들어 웹(web)에서 세미나(seminar)를 보고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를 웨비나(webinar)라고 하는데, 웹 사이트에서 실시간으로 방송하거나 녹화된 콘텐츠를 보여주고 네티즌으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것을 말한다. 물론 웨비나 중에는 유료가 많지만 수준 높은 강연과 세미나를 무료로 볼 수 있는 사이트도 존재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테드닷컴(ted.com)이다.
테드닷컴은 ‘퍼져나갈 가치가 있는 생각들(Ideas Worth Spreading)’이라는 모토를 가지고 세계적인 석학, 지식인, 정치인, 예술인들의 철학이나 연구 성과를 무료로 공유하는 인터넷 사이트다. 이곳의 강연은 보통 18분 정도의 그리 길지 않은 동영상이라 큰 부담 없이 볼 수 있다. 주옥같은 강연들을 무료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장점이다. 테드닷컴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각종 언어로 번역된 강연 대본과 자막을 제공하기 때문에 언어상의 불편 또한 없다. 더구나 이 강의는 지적 재산권상 문제가 없기 때문에 다운로드도 가능하니 어느 때고 자유롭게 볼 수 있다.
이 사이트는 1984년에 리처드 솔 워먼(Richard Saul Wurman)과 해리 마크스(Harry Marks)가 설립했다. 회사 이름인 테드(Ted)는 기술(Technology),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그리고 디자인(Design)의 약자로, 이 분야에 종사하는 과학자, 엔지니어, 예술가, 디자이너들이 모여서 아이디어를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이때만 하더라도 상당한 금액을 내야 컨텐츠를 볼 수 있었다. 돈 있는 사람들의 견문을 넓히기 위한 지식 창고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1년 들어 컴퓨터 저널리스트이자 잡지 발행인이고, 《롱테일 경제학》의 저자인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이 소유한 새플링 재단(The Sapling Foundation)이 테드를 인수하면서 기본 정책이 크게 바뀌었다. 크리스 앤더슨은 기존의 테드가 가지고 있었던 장점은 그대로 유지하되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강의를 하고 있는 연사들을 추가로 유치하면서, 모든 강의를 온라인으로 확장시켰던 것이다.
그 결과 테드의 활동 영역이 추가됐다. 첫 번째는 테드글로벌(TED Global)로 매년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도 회의를 개최하고, 두 번째는 테드프라이즈(TED Prize)로 매년 강연자 중에 가장 탁월한 3명을 수상자로 정해 10만 달러를 수여한다. 그리고 세 번째는 테드토크(TED Talk)로 테드 강연을 비디오와 실시간 방송인 파드캐스트(podcast), 그리고 테드 홈페이지에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강연의 주제도 기술, 엔터테인먼트, 디자인 외에 비즈니스, 국제 문제, 과학까지 두루 섭렵하고 있다. 테드토크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은 아카마이, 오토데스크, AT&T, 티파니, 시스코, 아이디오, GE 같은 기업들의 후원으로 충당된다.
우리가 사는 사회가 지식 사회가 되어감에 따라 지식에 매겨지는 가격이 자꾸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지식이란 어떤 사람이나 조직 한 군데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미 만들어진 다른 지식을 토대로 해 새로운 지식들이 연쇄적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식에는 공유재 성격이 다분하므로 테드닷컴처럼 가치 있는 지식이 무료로 전파될 충분한 이유가 성립되는 셈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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