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雜同散異)/온갖 법칙과 현상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 : 정박 효과)

efootprint 2022. 4. 14. 13:28

앵커링 효과
 

앵커링(anchoring, 정박 효과)이란 행동경제학의 용어로서, 협상 테이블에서 처음 언급된 조건에 얽매여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효과를 의미한다.

 


1974년 히브리대학교 심리학 교수 대니얼 카너먼(D. Kahneman)과 아모스 트버스키(A. Tversky)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들은 피실험자들에게 아프리카 국가들이 유엔(UN)에서 차지하는 의석이 몇 퍼센트인지 추정하게 했다.

먼저 무작위로 피실험자에게 백분율 숫자를 준 후 각자에게 이 무작위 숫자는 실제 의석수보다 크거나 작다는 것을 암시했다. 마지막으로 피실험자에게 진짜 의석수를 추측하게 했다.

재밌는 것은 피실험자들이 마지막으로 추측한 의석수 숫자가 모두 처음 무작위로 받은 숫자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두 명의 피실험자가 받은 무작위 숫자가 각각 10% 65%였다면 그들이 마지막에 추측해 낸 숫자는 각각 25% 45%였다. 이는 두 명의 피실험자들이 처음에 받은 무작위 숫자와 매우 가까웠다.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이 실험을 통해 이전에 제기한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를 검증했다.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 얻은 첫 번째 정보에 따라 사고가 좌지우지된다는 점을 보여 준다. , ‘앵커는 배의 닻을 말한다. 닻을 내리면 배가 아무리 멀리 움직인들 닻에 묶인 밧줄의 거리만큼 맴돈다. 첫 번째 얻은 정보는 바다 밑바닥에 잠겨 있을 수 있으며 우리의 사고 역시 어딘가에 고정되어 왜곡된 선입견이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피실험자는 처음 얻은 숫자가 무작위이며 진짜 숫자와 전혀 관련이 없다는 점을 알더라도 진짜 숫자를 추측할 때, 여전히 무의식적으로 자기가 예측한 진짜 숫자가 무작위 숫자의 일정 범위 내에 있다고 생각한다.

닻을 내리다라고 말하는 것은, 닻을 내리는 지점이 의식의 깊은 곳에 묻혀 있고 심지어 자신이 이미 닻을 내리는 지점에 묻혀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은 독립적인 사고를 통해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각종 정보로 인한 선입견에 따라 잘못 인도되는 것이다.
 
여기 유명한 일화가 있다. 샌드위치를 파는 작은 가게에 직원 두 명이 있었다. 그중 한 직원은 다른 직원에 비해 항상 매출이 높았다. 고객들은 무작위로 직원을 선택한다. 심지어 줄을 선 사람의 수가 적은 쪽의 직원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 따라서 직원이 몇 명이든 이론상으로는 그들의 매출액이 크게 차이 나지 않아야 한다.

그럼에도 매출액에 차이가 나자 주인이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어느 날, 주인은 일부러 카운터 옆에 서서 매장을 관찰했다. 손님이 주문할 때 한 직원이 그에게 물었다 달걀프라이를 원하시나요?” 고객이 주문하든 안 하든 그 직원은 항상 똑같이 고객에게 물었다.

반면 다른 직원은 달걀프라이를 1개 드릴까요, 아니면 2개 드릴까요?”라고 물었다. 이때 손님 중 70% “1개만요.”라고 대답하거나 “2개요.”라고 답했고, 오직 30% 손님만 달걀프라이는 없어도 돼요.”라고 답했다.

자연스레 두 번째 직원의 매출이 첫 번째 직원보다 많았다. 이는 대표적인 앵커링 효과의 응용이다. 두 번째 직원은 손님이 결정하기 전에 이미 달걀프라이를 손님의 마음속에 심어 두었고 손님은 자연스레 달걀프라이를 주문하게 된다. 손님의 사고 범위는 몇 개의 달걀프라이가 필요한가라는 쪽에 닻을 정하고 소수의 사람만 제3의 선택으로 달걀프라이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닻에 갇혀 사고하는 심리를 극복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를 때 자기도 모르게 일단 많은 정보를 받아들여 사고 패러다임을 만든다. 이러한 정보는 우리의 사고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닻을 내리는 것이 될 수 있어 오히려 사고를 편중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앵커링 효과를 피하거나 감소시킬 수 있을까? 먼저, 우리는 시야를 가능한 한 넓게 하여 끊임없이 학습하고 실천해야 한다. 또한 생각을 모으고 다른 사람의 견해와 방법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선입견에 치우친다는 것은 사실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특이하게도 우리의 뇌는 처리하는 정보가 적으면 적을수록 정보를 분별하는 능력이 약해진다. 반대로, 많은 정보를 처리할 때는 뇌가 빠르게 회전해 정보의 가치 여부를 판단한다. 결국 사고에 닻을 내리는 것이 무의미해진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을 처음 봤을 때 우리는 이전에 들었던 말은 모두 무시하고 오직 자신의 시선으로만 그 사람을 판단한다. 혹은 먼저 이 사람에 대한 정보를 대량으로 수집하여 그 사람을 판단하는 보조 장치로 사용하기도 한다.

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일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이전의 정보를 완전히 무시하든 그 자리에서 즉시 본질을 분석하여 결정하든 여러 사람의 의견을 모아 결정하든 깊이 그리고 포괄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닻을 내리는 것을 피하기 위한 두 가지 중요 사항이 있다. 하나는 이전의 모든 정보를 철저히 무시하는 것이다. 이는 닻을 내리는 것이 가진 숨은 위험을 제거하는데, 실천하기는 무척 어렵다. 또 다른 하나는 대량으로 수집한 정보를 전면적으로 분석하여 이성적인 판단을 끌어내는 것이다. 이는 닻을 내리는 것의 영향을 최소화한다. 

 

여러 분야에서 매우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앵커링 효과의 사례

 

앵커링 효과는 쇼핑, 비즈니스 상황, 주식거래, 학생평가 상황 등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1할인과 이벤트 상품

대형마트는 품목별로 다양하게 30%, 50% 등의 할인을 해주고 ‘원 플러스 원’ 행사와 덤 증정 같은 이벤트를 계속 진행한다. 기존 가격을 아는 상태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물건을 구입하면 구매자는 합리적인 소비를 했다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에 이와 같은 방법으로 소비를 부추기는 것이다.

2비즈니스 협상

비즈니스 파트너와 협상을 할 때도 먼저 가격 제시를 하는 사람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율될 가능성이 높다. 먼저 제시한 협상 가격이 기준이 되기 때문에 일부러 더 높은 가격을 불러서 상대방을 자극하는 방식이다. 상대방은 손해 보지 않는 장사를 하려고 높게 책정된 가격을 깎아서 비즈니스를 진행하게 된다.

3학생 수행 평가

특정 학생의 과거 성적은 교수가 그 학생의 새로운 수행 점수를 평가할 때도 기준점(닻)으로 작용한다.

앵커링 효과를 활용한 심리치료 효과로는

 

낯가림이 심한 사람이 사회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면 앵커링 효과를 떠올려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모르는 사람이 많은 모임에 갔을 때 가족들과 보냈던 편안한 시간을 먼저 떠올려 보는 식으로 점차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해소해 나갈 수 있다.

 

▶ 초두 효과(Primacy effect)

먼저 제시된 정보가 추후 알게 된 정보보다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인상형성에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첫인상 효과’라고도 한다.

▶ 최신 효과(Recency Effect)

초두 효과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가장 나중에 혹은 최근에 제시된 정보를 더 잘 기억하는 현상이다. 관심이 높고 친숙하며 논쟁적인 내용의 메시지일수록 초두 효과가 더 잘 나타나는 데 반해, 비교적 낯설고 무관심한 내용의 메시지일 경우는 최신 효과가 더 잘 나타나는 편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