明心寶鑑/동네글방(火金通信)

용인술(用人術)

efootprint 2020. 6. 30. 10:43

오늘(6.30)의 학습 본문은 용인술(用人術), 즉 사람을 쓰는 법의 핵심을 논합니다. 성심(省心)편 上[17}로 본문과 풀이는 아래와 같습니다.

 

▣ 본문  풀이

 

疑人莫用(의인막용)하고 用人勿疑(용인물의)하라.
의심이 가는 사람은 쓰지 말고, 사람을 썼다면 의심하지 말라

 ○ 疑(의심할 의) 의심하다, 의문

 ○ 莫(없을 막) 없다, 말다, ~하지 말라

 ○ 勿(말 물) 말다, 없다, 아니다

 

위 본문의 출전은 고대 황석공(黃石公)이 지은 소서(素書)로 알려져 있네요. 좀 더 자세한 풀이를 보겠습니다.

 

疑人莫用(의인막용)

 - 疑人(의인)은 술어+목적어의 짜임으로 토씨는 '을'을 붙이며 어순은 우리 말과 반대가 됩니다.

 - 疑人莫用(의인막용)은 疑人則莫用(의인즉막용)에서 則(곧 즉)이 생략된 것입니다.

 - 莫(없을 막)은 금지의 말로 '~하지 말라'입니다. '결코'의 어기(語氣)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 用(쓸 용)은 등용(登用)함의 뜻입니다.

用人勿疑(용인물의)

 - 用人(용인)은 술어+목적어의 짜임으로 토씨는 '을'을 붙이며 어순은 우리 말과 반대가 됩니다.

 - 用人勿疑(용인물의)는 用人則勿疑(의인즉물의)에서 則(곧 즉)이 생략되었습니다.

 - 勿(말 물)은 금지사(禁止辭)로 '~하지 말라'입니다.

 

 

 

▣ 인사만사(人事萬事)

 

오늘 본문인 "疑人莫用, 用人勿疑(의인막용, 용인물의)는 삼성그룹 창업자인 고(故) 이병철 회장이 자주 사용했다고 전해지는 문구입니다. 지금도 각급 기관에서  인사(人事)의 중요성과 용인술(用人術)을 얘기할 때 자주 인용되고 있지요.

한비자(韓非子)는 "삼류는 자기 능력만 쓰고, 이류는 남의 힘을 쓰지만, 일류 지도자는 남의 지혜를 이용한다(下君盡己之能, 中君盡人之力, 上君盡人之智 :하군진기지능, 중군진인지력, 상군진인지지)"고 했고, 사마천의 사기(史記)에는 "사람을 얻는 자는 흥하고, 사람을 잃는자는 망한다(得人者興 失人者崩 :득인자흥 실인자붕)"고 했습니다. 모두가 사람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입니다.

 

모든 조직에는 경영(=관리)이 필요합니다. 오래 전에는 일부 조직에만 국한되었던 경영이라는 말이 요즘은  비영라단체는 물론 개인에까지 영향을 끼쳐서 자기경영, 자기관리라는 말도 사용됩니다.

경영(Management)이라는 용어에 대한 전통적인 그러나 기본적인 정의는 "소정의 목표 달성을 위해 보유 제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활동" 입니다.  학교, 군대, 병원, 봉사 단체 등의 조직은 각기 고유한 목표가 있고,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필요한 자원들이 있습니다. 자원에는 인력, 자금, 건물, 원자재, 매뉴얼 등 숱한 것들이 있지요.

이들 자원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입니다. 사람은 경영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주체인 특징을 가집니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부리고, 돈과 시설을 관리하며 온갖 시스템을 다룹니다. 그러니 경영활동의 모든 일(萬事)이 사람의 일(人事)이 시작이요 끝인 셈입니다. 만사(萬事)가 인사(人事)로 귀착되니 인사만사(人事萬事)입니다. 

 

인사만사(人事萬事)는 사람의 일이 곧 모든 일이라는 뜻으로, 알맞은 인재를 알맞은 자리에 써야 모든 일이 잘 풀림을 이르는 말입니다. 인사(人事)가 이처럼 중요하기에 용인술에 대해 예로부터 전해져 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오늘은 잘 알려진 이야기를 시작으로 몇 가지를 살펴 보겠습니다.

 

 

 ▶ 유방(劉邦)과 항우(項羽)의 차이

 

용인술의 핵심을 가장 극적으로 대변하는 이야기가 사기(史記)에 실려 있습니다. 한 고조 유방이 항우와의 쟁투 끝에 천하를 얻고 난 뒤 전쟁에 이긴 이유를 신하들에게 묻습니다. 여러 신하가 의견을 냈지만 고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합니다.

“그대들은 하나만 알 뿐 둘은 모르오. 내가 천하를 얻은 것은 단지 사람을 적재적소에 잘 기용하였기 때문이오. 장막 안에서 계책을 세워 천 리 밖에서 승리를 거두게 하는 데 있어 나는 장량(張良)만 못하오. 국가의 안녕을 도모하고 백성을 사랑하며 군대의 양식을 대주는 데 있어 나는 소하(蕭何)만 못하오. 백만대군을 이끌고 나아가 싸우면 이기고 공격하면 반드시 빼앗는데 있어 나는 한신(韓信)만 못하오. 이 세 사람은 일세에 한 번 나는 드문 인걸들이오. 나는 이들을 얻어 그들의 능력을 잘 발휘하도록 해 준 것뿐이오. 항우에게는 범증(范曾)이라는 뛰어난 인걸이 한 사람 있었지만 그는 범증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였고, 한신 또한 그의 수하에 있었지만 그는 한신에게 중책을 맡기지 않았소. 이것이 내가 천하를 얻은 이유이며, 항우가 천하를 잃은 이유인 것이오.”

말하자면 유방 자신은 인재를 알아보고 그들의 능력을 쓰게 만들었던 일류 지도자(上君)였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항우는 자기 능력 밖에 쓰지 못한 삼류(下君)였다는 것이지요. 용인술의 차이 때문에 자신이 항우를 격파하고 한나라를 세울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항우와는 인물의 포용력과 크기가 다르다는 자부심이 드러나는 내용입니다. 

 

 

▶ 삼고초려(三顧草廬)

 

삼고초려(三顧草廬)는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지고 흔히 쓰이고 있는 고사성어 중의 하나입니다. 유비가 제갈량을 책사로 모시기 위해 허름한 초가를 세 번이나 찾아간 데서 유래한 고사성어지요.

한왕조의 수많은 후손 중의 한명이라는 것 밖에는 아무 것도 없는 빈손으로 천하를 도모했던 유비는 반드시 지략가가 필요했습니다. 그렇기에 도원결의(桃園結義)로 맺은 관우와 장비의 불평불만을 내치면서까지 자기보다 스무살이나 아래인 20대의 새파란 제갈량을 세 번이나 찾아가 자신과 함께 일하기를 간곡히 청했습니다.

조조의 위(魏)나라, 유비의 촉(蜀)나라, 손권의 오(吳)나라가 각축하던 시대는 중국 역사상 가장 혼란한 시대였습니다. 이런 대혼돈 속에서 유비는 삼고초려 정신으로 제갈량을 비롯한 수많은 인재들을 확보해 결국 천하삼분(天下三分)의 한 축(軸)을 이룹니다.

유비는 자신과 제갈량의 관계를 물과 물고기와 같다고 하며 전폭적으로 믿고 모든 일을 상의하였습니다. 심지어는 자신의 사후에는 아들 유선이 무능하고 유약하니 대임(大任)을 대신 맡아줄 것을 부탁합니다. 그러나 제갈량은 거절하고 끝까지 유비와 아들 유선에 충성합니다. 유비의 앞을 바라보는 용인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三顧草廬圖

 

 

 ▶ 삼불상(三不祥)

 

안영()은 중국 제() 나라의 재상()으로 남귤북지(南橘北枳 : 남쪽의 귤나무를 북쪽에 심으면 탱자나무가 됨) 등 많은 일화를 남긴 인물입니다.  삼불상(三不祥)도 그런 일화 중의 하나지요. 하루는 안영이 섬기고 있는 경공(景公)이 사냥을 나갔다가 산에서 호랑이와 구렁이를 만났습니다. 돌아와 재상 안영에게 한탄합니다. “오늘 골짜기에서 호랑이와 뱀을 만났으니 나라에 상서롭지 못한 일이 생길까 걱정이오.”

안영이 대답합니다. "산에서 호랑이를 만난 것은 산이 호랑이의 소굴이기 때문이고, 골짜기에서 뱀을 만난 것은 골짜기가 바로 뱀의 소굴이기 때문입니다. 호랑이 소굴에서 호랑이를 만나고 뱀의 소굴에서 뱀을 본 것은 당연한 일이지 어찌 재수 없는 일이란 말입니까?" 이어지는 말이 정곡(正鵠)을 찌릅니다. "제가 듣기에 나라에는 상서롭지 못한 것이 세 가지 있다고 합니다. 첫째는, 유능한 인재는 있으나 군주가 발탁해서 쓸 줄 모르고, 또 알려고도 않는 것입니다. 둘째는 알아도 등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셋째는 등용하더라도 신임하지 않는 것입니다. 상서롭지 못한 것이란 이런 것입니다."

사람을 어떻게 쓰느냐에 나라의 명운이 달렸다는 안영의 충언에 경공의 가슴이 서늘하였을 것입니다. 안영은 때로는 직설(直說)로, 때로는 무릎을 치게 만드는 반전(反轉)의 지혜로 숱한 난제들을 해결합니다. 아래 주소를 클릭하시면 다양한 일화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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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시법(五視法)

 

중국 춘추전국시대 위(魏)나라 문후(文侯)가 이극(李克)에게 재상 등용의 기준을 물었는데, 이 때 이극이 제시한 것이 오시법(五視法)입니다. 사람을 발탁하거나 평가할 경우에 다섯 가지를 본다고 해서 오시법이라고 부릅니다.  

첫째는 거시기소친(居視其所親)입니다. 평소 누구와 친하게 지내는지 살펴보는 것인데, 그사람과 친분을 맺고 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살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것입니다. 
둘째는 부시기소여(富視其所與)로, 그사람이 부자이고 돈이 많다면, 그 넉넉함을 누구에게 나누는지를 보라는 것입니다. 자신과 가족만을 위하고, 주변의 어려운 사람을 돌보지 않는다면 훌륭한 인물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셋째는 원시기소거(遠視其所擧)입니다. 높은 위치에 있을 때 어떤 사람을 천거하거나 등용하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어떠한 사람을 뽑아서 쓰는지를 보면 그 사람의 인재등용 기준, 인재를 선발하는 가치관을 알수 있다는 것입니다.
넷째는 궁시기소불위(窮視其所不爲)입니다. 그 사람이 어려운 처지에 있게 된 경우, 어떠한 일을 하는지 보는 것이지요. 대부분의 사람은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되면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게 되는데, 이런 경우는 없는지 살피는 것입니다.
다섯째는 빈시기소불취(貧視其所不取)입니다. 그 사람이 가난하고 힘들게 되었다 할지라도 부정한 물건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어떤 것을 취하지 않아야 된다는 것이지요.

요약하면 이극의 오시법(五視法)에서의 인재의 기준은 그 사람이 처해 있는 상황에서의 행동과 처신입니다. 즉 주변인의 유형, 부의 나눔에 대한 마음 씀씀이, 인재 철학, 변함없는 지조, 열악한 상황에서의 물질에 현혹되지 않는 청렴결백 여부를 용인술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 팔징지법(八徵之法)

 

태공망(太公望= 강태공)이 지었다는 육도(六韜)의 선장(選將:장수를 선발함)편에 태공망(太公望)이 주(周)나라 무왕(武王)에게 인재 선발의 8가지 기준에 대하여 설명한 대목이 아래와 같이 나옵니다.

一曰問之以言 以觀其詳(일왈문지이언 이관기상) : 첫째, 질문을 하여 상세한 지식을 살피고

二曰窮之以辭 以觀其變(이왈궁지이사 이관기변) : 둘째, 말로써 궁지에 몰아 넣어 변화를 살피고

三曰與之間諜 以觀其誠(삼왈여지간엽 이관기성) : 셋째, 주변 사람에게 물어 그 성실함을 살피고

四曰明白顯問 以觀其德(사왈명백현문 이관기덕) : 넷째, 명백하고 단순한 질문으로 덕성을 살피고

五曰使之以財 以觀其廉(오왈사지이재 이관기렴) : 다섯째, 재물을 다루게 하여 청렴함을 살피고

六曰試之以色 以觀其貞(육왈시지이색 이관기정) : 여섯째, 여색으로 시험하여 정조를 살피고

七曰告之以難 以觀其勇(칠왈고지이난 이관기용) : 일곱째, 어려운 상황을 알려 주어 용기를 살피고

八曰醉之以酒 以觀其態(팔왈취지이주 이관기태) : 여덟째, 술에 취하게 하여 태도를 살핀다

八徵皆備 則賢不肖別矣(팔징개비즉현불초별의) : 이와 같이 팔징을 시험해 보면 어진 사람인지 불초한 사람인지 구별할 수 있다

 

 

▣ 용인술의 핵심: 적재적소(適材適所)

 

위의 오시법(五視法)이나 팔징법(八徵法)을 보면 인재의 이상형은 능력과 인품을 다 갖춘 완전한 인간형입니다. 그러나 각자무치(角者無齒), 즉 뿔이 있으면 이빨이 없다는 것으로 인재의 조건을 빠짐없이 갖춘 사람은 없다는 뜻이지요. 용인술에서 능력과 도덕성의 대립은 동서고금의 공통적인 딜레마입니다. 능력은 뛰어난데 도덕성이 받쳐주지 않는 경우, 혹은 도덕성은 뛰어난데 능력이 모자라는 경우에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의견이 여러 가지로 갈립니다. 공자는 노나라 애공에게 조언하면서 도덕형 인재에 손을 들어줍니다. 조조(曹操)는 유재시거(唯才是擧)라며 철저히 능력 지상주의를 주창합니다. 당 태종의 신하였던 위징은 “난세에는 능력이 앞서야 하고, 태평성대에는 도덕성이 우선”이라고 상황론에 입각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놓쳐서는 안 되는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도덕형이든, 능력형이든, 상황론이든 지인(知人)의 안목이 있어야 합니다. 인사(人事)라는 단어는 사람과 일의 합성어입니다. 사람에게 맞는 일을 찾아주면 능력형·도덕형의 이분법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줄어듭니다.

 

100% 순금은 없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능력과 도덕성을 100% 갖춘 완전한 인재는 없습니다. 각자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을 맡기면 의심할 일이 없어집니다. 부족한 점에 대해서는 단점을 감춰주고 장점을 취하는 사단취장(捨短取長)과 장점으로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절장보단(絶長補短)의 묘를 발휘할수 있도록 하면 조직도 살라고 개인도 살리는 것이 됩니다. 이것이 바로 사람을 일에 맞춰 쓰는 적재적소의 용인술입니다.

 

- 글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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