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吾善者(도오선자)는 是吾賊(시오적)이오 道吾惡者(도오악자)는 是吾師(시오사)니라.”
오늘(3.3)의 학습 본문으로 “내게 잘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바로 나의 적이고, 내게 나쁘다고 말하는 사람은 바로 나의 스승이다.”라고 풀 수있겠네요.
이번 얘기는 위 본문의 마지막 글자인 師(스승 사)와 관련된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직업이자 젊은이들의 결혼 상대방에는 의사, 판사, 변호사 등이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 말로는 모두 ‘사’라고 하지만 쓰이는 한자는 각기 다릅니다. 의사(醫師), 판사(判事), 변호사(辯護士)가 그것입니다.
그렇다면 師, 事, 士를 어떤 기준으로 각각의 직업(직명, 직책)에 붙일까요? 아래에 세 가지 ‘사’의 대표 훈(訓)과 뜻, 그리고 접미사 ‘사’자가 붙여진 표기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師(스승 사: 스승, 군대(軍隊), 벼슬아치, 모범으로 삼다)
- 의사(醫師), 약사(藥師), 교사(敎師), 강사(講師), 간호사(看護師), 사육사(飼育師), 마술사(魔術師), 정원사(庭園師), 요리사(料理師) 등
事(일 사: 일, 직업, 관직(官職), 벼슬, 섬기다, 부리다, 시키다)
- 판사(判事), 검사(檢事), 이사(理事), 감사(監事), 집사(執事), 형사(刑事), 도지사(道知事) 등
士(선비 사: 선비, 벼슬아치, 벼슬의 이름, 종사하다)
- 변호사(辯護士), 변리사(辨理士), 회계사(會計士), 석.박사(碩.博士), 감정평가사(鑑定評價士),
기관사(機關士), 장학사(奬學士), 항해사(航海士), 세무사(稅務士), 관세사(關稅士), 조종사(操
縱士), 속기사(速記士), 바둑 기사(棋士/碁士), 운전사(運轉士), 각종 기사(技士) 등
위 정리 내용을 통해 ‘사(師, 事, 士)자’의 쓰임에 대한 어떤 규칙이나 기준을 찾을 수 있었나요? 어려움은 있지만 어느 경우에 ‘~사’자(字)를 붙이는지 나름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師 : 어떤 일에 전문적인 기예를 닦아 공인기관(대개는 국가)에서 부여한 자격을 갖춘 사람입니다. 자격 취득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사(師)와 사(士)는 같다고 할 수 있지요. 그렇지만 직접적인 행위 대상에서 차이를 찾을수 있겠네요. 사(師)는 직접적인 행위 대상이 의사나 교사와 같이 사람인 것에 비해 사(士)는 변호사, 기관사 등과 같이 문서(행정)나 기물(器物)이라는 점에서 차이를 찾을 수 있습니다. 어떤 자료를 보면 사(師)는 주로 몸수고로 그 업무를 해내는 사람이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事 : 간단히 설명하면, ‘事’는 그러한 일을 맡은 사람(임명직, 선출직)이라는 뜻입니다. 공무원일 때는 나라에서 그 일을 맡기고, 일반 기관에서는 각 기관에서 일정한 직무를 맡길 때 그 일을 하는 사람을 이릅니다. 판사는 판결 업무를, 검사는 검찰 업무를 해내라고 맡긴 사람이기 때문에 각각 판사(判事), 검사(檢事)로 적습니다. 참고로 도지사(道知事)의 지(知)에는 ‘알다’라는 뜻 외에도 ‘맡다’,’주관하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즉 도지사는 도의 행정사무를 맡아서 처리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지요.
-士 : 사(士)는 특별한 분야의 일을 할 수 있도록 국가가 부여하는 자격을 갖고 있는 사람이나 직업 분야를 말합니다. 이들은 모두 공인기관(국가 혹은 민간)에서 일정한 조건을 갖춘 이들에게만 부여하는 자격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쉽게 말해서 자격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죠. 사(士)는 그 자체로도 직업이 되기도 하지만 사(師)나 사(事)의 직업을 갖기 위해 먼저 사(士)의 자격을 취득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使 : ’사’자를 가지고 직업이나 직책을 살피다 보니 사(使)도 있네요. 한 나라를 대표해서 다른 나라에 파견되는 최고위 외교관이 대사입니다. 그 표기를 大使(대사)로 적고, 그보다 한 급 아래인 공사는 公使(공사)로 적습니다. 그런데 영사는 영사(領事)로 표기하네요. 기준을 잘 모르겠습니다.
앞에서 도지사(道知事) 이야기를 했었는데 조선시대에는 관찰사가 바로 도지사 격이었는데 ‘-事’가 아닌 관찰사(觀察使)로 표기했습니다. 직급이 높은 관헌(官憲, 대체로 정3품 당상관 이상)에게는 ‘-事’가 아닌 ‘使’를 썼다고 합니다.
그럼 여기서 즉석 문제. 암행어사를 한자로 쓰면 두 가지, 즉 ‘暗行御史’와 ‘暗行御使’가 있습니다. 그럼 둘 중 누가 높을까요? ‘暗行御使’입니다. 긴한 용무로 당상관(堂上官= 조선의 관직 가운데 정책 결정에 참여하고 정치적 책임을 갖는 정 3품 이상의 자리) 이상의 고관 중에서 암행어사로 내려 보내면 ‘暗行御使’이고, 춘향전의 이 도령처럼, 갓 과거에 급제하여 암행어사 임시 직임을 받은 이는 ‘暗行御史’로 표기했다고 합니다.
이상으로 직업 표기에서의 사(師), 사(事), 사(士)와 사(使)까지의 쓰임을 살펴 보았지만 미흡한 점이 너무 많네요. 여러 자료를 조사해 보아도 딱 떨어지는 규칙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일종의 언어 습관이고 어떤 기준을 적용해도 예외가 많았습니다. 예외가 많아지면 규칙으로 인정하기가 어렵지요.
“모르면 국어사전을 찾아보라”는 조언 아닌 조언, 그러나 확실한 해결책(?)을 드리면서 오늘 얘기를 마치겠습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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