樂山樂水/100대 명산

18.지리산 - 1박2일의 첫날

efootprint 2020. 12. 10. 13:49

2008106()~107() 맑음

 

 

 

한참을 오르니 천왕봉 오르는 능선길에 도탁한다.

 

식수용 물을 뜨러 계단을 걸어 내려가는 길 같기도 한데...아닌가?(2010.10.4)

 

장터목 산장에 도착해서

 

 

침상에 누운 나, 이렇게 첫날이 지나간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다. 다음날 천왕봉 정상에서 일출을 기다리는 시간에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네.ㅋㅋㅋ)

이래서 곧바로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사진도 없고, 기억도 흐릿해지면 엉뚱한 해독(解讀)을 해버린다.

 

 

그 동안 꿈꾸어(?) 왔던 지리산 등정을 해냈다. 상당히 염려는 됐다. 혼자서 가는 길이었고, 배낭의 무게도 가장 무거웠다. 무릎도 조금은 걱정이 되었었다. 그러나 해냈다. 몸 여기저기가 조금은 아픈 곳도 있지만 대견하다. 발자국(footprint)! 너는 그래도 괜찮은 면이 있는 사람이야.

사실, 산을 다닌다면서 지리산 등정을 못해 보았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었는데 멋지게 해냈다. 지난 번 언젠가 지리산 만복대를 다녀오긴 했지만 너무 초라한 산행이었다. 일몰 관계로 바래봉도 오르지 못하고, 정령치에서 바로 아스팔트 길을 따라 걸어 내려갔던 것이 고작이었다. 오늘은 제대로 해냈다. 특히 하산 길은 대원사 코스를 택해 어려운 길을 해냈다.

산이 높으니 골도 깊었다. 지리산이 갖는 멋이고 장점일 것이다. 산 자체가 갖는 화려함은 없었다. 한반도 남쪽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는 상징이 지리산의 이름을 높여주었을 것이다.

 

첫날, 2008106

 

눈을 뜨니 4시도 안되었다. 두려움과 설에임이 공존한다. 며칠 전부터 준비했던 베낭을 다시 확인한다. 묵직했다. 이것을 메고 제대로 산행을 할 있을까하는 걱정도 된다. 전철을 타고 동서울 터미널로 향했다. 버스 티켓은 이미 인터넷으로 예매를 했다.

820분 버스가 출발한다. 10시에 죽암 휴게소에서 15분건 휴식. 11, 무주를 지나는데 하늘에 구름이 많다. 걱정이 오고 간다. 버스에 설치되어 있는 TV에서 환율 폭등과 주가 폭락을 알린다.

1130, 함양 정차, 다시 달린다, 남원 땅을 지난다. 얼라, 이상하다. 인월이나 산내는 남원 땅인데.

1210, 단풍이 보인다. 지리산의 자태가 나타난다. 다시 함양 땅이다. 계곡이 보인다. 계곡이 깊고 웅장하다. 1225, 백무동 도착. 옛고을 식당에서 중식을 김치찌개로 해결했다. 공기밥 2개을 락앤락에 담았다. 산행 중에 먹을 식량이다. 가게에서 지도 12천원, 2개 각 8백원에 샀다.

 

- 오후 1, 드디어 지리산 장터목을 향해 등산을 시작했다. 대나무 사이길을 지나 계속 오르막 길이다.. 반달곰 주의하라는 안내가 눈을 끈다. 돌바위 길과 너덜지대의 연속이다. 45분 오르다가 휴식 5분.

- 125분 하동바위를 지나 흔들다리를 지남

- 235참샘 도착, 10분 휴식. 참샘에서 졸졸 나오는 물로 물병에 담다. 오르고 내려가는 사람이 적다. 평일이라서 그럴 것이다. 이것 저것 생각을 하며 오를 수 있는 게 너무 좋다.

- 2시간을 돌 바위 오르니 능선길 따라 오르막길이다. 그래도 흙길+목계단+돌바위길이라 괜찮다.

- 345, 휴식. 참샘에서 담아 온 물이 꿀 맛이다. 계속 또 오른다. 다람쥐들이 길을 안내한다. 어떤 놈들은 내 앞에서 재롱을 떨며 눈치를 본다. 가끔씩 오고 가며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말을 던진다. “안녕하세요” “수고하십니다” 다른 산을 오를 때와 다른 모습이다. 지리산은 예의를 갖춰야 하는 산인가 보다. 아니면 그만큼 여유가 있다는 것인가? 아니면 평일이라서 사람이 적어서 그럴 수도 있다.

- 455장터목 산장 도착. 바람 끝이 약간은 차다. 곧 취침 예약을 시작했다. 나는 75번이다. 자리가 가장 구석으로 마음에 든다. 우선가장 가장자리라서 잠자리나 베낭 처리가 좋았다. 산장의 모습이 그럴 듯하다. 편하게 느꺼진다. 밖에 나와서 들러 본 다음 사진을 찍었다.

- 취사 전쟁. 1층에 마련된 취사장에서 사람들이 취사를 하느라 법석이다. 그나마 이런 곳이 있어서 다행이다. 매점에서 라면을 사서 끎였다. 물을 너무 잡았다. 남는 국물을 버릴 수 없어 다 마셔 버렸다. 바나는 처음에 약간 당황했지만 이윽고 제대로 작동했다. 내 버너로 식사를 해결한 것은 난생 처음이다. 좋았다. 설거지 물이 없어서 휴지로 그릇들을 닦았다. 라면과 약간의 밥을 먹는데 집에서 가져온 김치 만으로는 입맛이 충분치 못했다. 매점에서 깻잎 통조림을 25백원에 샀다.

- 취침. 나는 1천왕봉실의 75번이다. 2층도 있다. 담요를 처음에는 1장만 빌렸다가 결국 3장을 빌려서 잤다. 6시도 안되었는데 벌써 자는 사람도 있다. 전화를 하고 싶은데 내 전화는 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은 전화가 잘 오고 가는데 이상하다.

- 8시가 조금 넘자 실내 전등을 모두 끈다. 잠이 오지 않았다. 옆 사람은 벌써 코를 곤다. 뒤척이다가 시계를 보니 10시다. 화장실에 가서 변을 보고 오니 한결 나아졌다. 잠이 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설잠이지만 눈을 붙일 수 있었다. 내 옆 사람은 나이가 있는 사람이었다. 담요 빌리는 것에서부터 불평을 하더니 심하게 코를 골았다. 이렇게 지리산의 밤을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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