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C 트레킹 13일차 : 루클라 - 카투만두
2009년 1월 3일(토) 쾌청
6시30분 기상, 더 이상 잠을 잘 수 없었다. 새벽 3시경에 잠을 깬 깬 이후로 다가올 서울 생활에 대한 상념으로 뒤척였다. 7시30분 아침식사. ‘파상’도 다시 찾아와 카투만두로의 이동준비를 도와주었다.
안도감, 아쉬움, 허전함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속계(俗界)로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는데
커투만두로 떠나야 할 비행기의 도착은 지연되고 있다.
잘 정돈된 다이닝 룸 한쪽 벽에 붙어 있는 달력이 이채롭다.
처음 도착했을 때의 그 모습 그대로의 루클라. 공항 이름이 힐러리 텐진 공항으로 바뀌었다든가?
이름이야 어떻든 다시 그 자리에 서고 싶다.
10시15분 경비행기가 점으로부터 점차 형태를 갖추어 가깝게 접근해 온다.
한 대가 착륙하자 계속해서 2대, 3대, 4대가 착륙한다. 짐을 내리고 계류장까지 미끄러져 들어온다.
귀엽게 보이는 경비행기지만 엔진소리는 우렁차다.
공항 대합실에는 어디서 쏟아져 나왔는지 각양각색의 인종들이 붐비고 통과 수속은 난장판 비슷하다.
‘파상’과 한사람, 한사람 포옹으로 만남의 기약이 없는 이별을 고했다.
출발 대기장소에서 1시간 이상을 또 다시 기다린다.
사람들이 햇볕이 쪼이는 양지를 찾아 떠날 차례를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린다.
‘남체’와 루클라에서 만났던 독일인 가족을 다시 만났고 반가움에 웃음으로 인사를 나눈다.
드디어 우리가 타고 떠날 AGNI 경비행기가 도착했다.(12시 15분)
짐을 내리느라 바쁘고, 기다리던 사람들도 마음이 바쁘다. 굉음과 함께 이륙하자 어지러움이 몰려왔다.
그러나 놓칠 수 없는 순간이었기에 바깥 경치를 찍기 위해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드디어 카트만두에 도착.(12시 53분) 짐을 내리고, 다시 다른 짐을 싣는 모습이 바쁘다.
소형 공항버스에 몸을 실으니 카고백을 실은 짐차가 뒤에 연결되고 공항 밖으로 이동한다.
‘네팔짱’에서 ‘봉고버스’와 함께 사람이 나와 있다. 반갑다.
국내선에서 오늘 도착한 한국 트레커들을 태우기 위해 국제선 주차장으로 이동(오후 1시).
주차장에는 제법 많은 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성냥갑형 소형 봉고로 대부분이 일제 스즈키다.
폐차 직전의 차를 수입해다 쓰는 것 같다. 기아의 ‘리오’와 현대 자동차의 RV 차량도 일부 보인다.
카투만두 시내를 요리조리 달려 네팔짱에 도착(2시 18분)
사진에 등을 보이는 2사람은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위해 오늘 도착한 남매지간이다,
공항에서 헤매는 것을 조교수가 찾아내어 함께 데려왔다.
네팔짱은 2주 전 처음 찾아왔을 때보다 훨씬 아늑하고 친근해 보였다.
식당 벽에 붙어 있는 메뉴판이 정겹고 반갑다. 시장이 반찬이고 고향 맛이 입맛을 돋구었다.
제육볶음과 미역국+김치+고추와 마늘+된장 국을 정말 맛있게 포식했다.
배정받은 방은 신관(?) 4층의 2개실, 도착 날 배정받은 사무실에 붙은 방보다 훨씬 넓고 쾌적했다.
여기저기 꽃들도 보이고 한국 방문객들과 네팔짱에서 일하는 현지인들도 눈에 들어온다.
전교수와 이교수는 ‘네팔짱’의 여사장과 내일 카트만두 투어 등에 대한 의논을 마쳤다.
조교수가 오늘 아침, 아니 어제부터 강력(?)하게 촉구했던 옥류관을 향한 외출(5시 5분)
타멜 시장은 정신이 없을 만큼 혼잡한데 조교수는 잘 알고 있는 길처럼 거침이 없다.
복잡한 타멜시장을 지나 유명 브랜드 간판이 붙어 있는 곳을 지난다. 삼성전자의 가게 간판도 보인다.
길은 조금 넓어졌지만 소형차들과 오토바이들이 달리는 길을 곡예하듯이 빠져 나간다.
대로변 뒤쪽 골목길, 건물 바깥의 여기저기에 붙어 있는 '평양 옥류관 네팔 분점' 간판(5시 50분)
머뭇거리다 용기를 내어 들어가보니 조교수는 이미 주문한 맥주를 기분좋게 마시고 있었다.
소주와 몇가지 안주 그리고 저녁 식사를 했으나 특별한 맛이나 느낌은 없었다.
7시가 가까운 시간에 10여명이 넘는 남녀들이 들어왔는데
남자들은 한국인, 여자들은 현지인으로 국제 결혼 알선업체에서 마련한 맞선 자리로
이국 땅의 북한 음식점에서 목격한 남한 남성들의 맞선 미팅이 웬지 어색하게 보였다.
7시 넘어 없을 듯 하던 공연이 시작되었다.
음식을 서빙하던 젊은 여성들이 공연복을 갈아입고 차례로 등장해
노래와 춤, 간단한 묘기(훌라후프)를 보여준다. 마치 시골학교 학예회를 보는 기분이다.
30여분 만에 공연은 끝이 나고. 우리 일행은 아쉬움에 고향의 봄, 아침이슬 등을 열창(?)했다.
8시가 넘어서니 홀에 손님이 없다. 더 이상의 공연도 없을 것이다. 계산을 하니 1만 루피가 넘는다.
사진 촬영도 제한을 당하고 대화를 주고 받는 것도 꺼리는 분위기에
사기를 당한 기분이고 실망을 넘어 화까지 났다.
옥류관 밖으로 나오니 캄캄하다. 벌써 전기가 끝난 것이다. 발전기를 쓰는 일부 건물만이 불이 켜져 있을 뿐이다. 전기 사정이 나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생산된 전기의 많은 분량을 인도에서 가져가는 것도 그 중의 하나라고 한다.
돌아오는 길에 차량 및 오토바이에 대한 검문 검색이 심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목격했다. 다음 날이 되어서야 사태를 파악했는데 뭄바이 테러범 색출작업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인도와 네팔은 비자 없이 왕래가 자유롭다고 하는데 뭄바이 테러범 중 1명이 잡히지 않고 있어서 검색이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 밖에도 왕정 복고파라든가 마약사범, 풍기 문란범 등에 대한 검색도 가끔 이루어진단다.
검문도 있고 늦은 시간엔데 조교수는 ‘발마사지’를 하겠다고 해서 3명만 먼저 돌아왔다. 3명은 숙소에서 맥주를 마셨고, 한 시간 쯤 후에 조교수가 무사히(?)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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