明心寶鑑/동네글방(火金通信)

見/視/觀/察(견/시/관/찰)

efootprint 2020. 3. 17. 13:18

오늘(3.17)의 얘기는 학습 본문인 "子曰(자왈)  好之(중호지)라도  必察焉(필찰언)이며  惡之(중오지)라도  必察焉(필찰언)이니라."에서 두차례 보이는 (찰)자와 관련된 것입니다. 察(살필 찰)에는 '자세히 살펴 본다'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백문이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이라는 말도 있듯이  사람은 외부의 정보를 시각 80%, 청각 10%, 촉각, 미각,후각을 통해서 나머지 10%를 받아 들인다고 합니다.  시각을 통한 정보 습득이 압도적으로 많음을 알 수 있지요.

 

그래서인지 '본다'라는 의미를 지닌 표현들이 우리 말은 물론 한자에도 굉장히 많습니다. 예를 들어  見(볼 견), 視(볼 시), 觀(볼 관), (볼 간), (살필 감), (볼 람), (볼 도) 등 20여 가지를 훌쩍 넘는 글자들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 

 

그런데 다같이 '보다''라는 뜻을 갖고 있지만 각 한자가 갖는 속뜻은  차이가 있습니다. '보다'의 뜻을 가진 많은 글자 중에서 見/視/觀/察(견/시/관/찰)이라는 4개의 한자를 가지고 '보다'의 의미를 심층적으로 알아 보겠습니다. 이를 위해 각 글자의 자원풀이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 자원(字源) 풀이 

 

 ▷ 見(볼 견) : 見자는 ‘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입니다. 見자는 目(눈 목)자와 儿(어진사람 인)자가 결합한 것입니다. 見자의 갑골문을 보면 人(사람 인)자에 큰 눈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것은 사물을 보는 눈을 강조해 그린 것으로 ‘보다’라는 뜻을 표현한 것이지요.

 

 ▷ 視(볼 시) : 視자는 示(보일 시)자와 見(볼 견)자가 결합한 모습입니다.  여기서 示자는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제단을 그린 것으로 ‘보이다’라는 뜻을 갖고 있지요. ()은 저쪽에서 보여오는 것이라면 ()는 이쪽에서 능동적으로 본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 觀(볼 관) :  觀자는 雚(황새 관)자와 見(볼 견)자가 결합한 모습입니다.이렇게 황새를 그린

雚자에 見자를 결합한 觀자는 황새가 물 속의 먹이를 찾듯이 집중해서 깊이있게 '보다'는 뜻을 가지게 됩니다.( 나무 위에 올라가 있는 황새처럼 넓게 ‘보다’라는 뜻으로 풀이하는 견해도 있습니다)

 

  ▷ 察(살필 찰) : 察자는 宀(집 면)자와 祭(제사 제)자가 결합한 모습으로 집에서 제사를 지내는 모습을 표현한 것입니다. 제사를 지내는 큰일을 치를 때는 부족함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察자는 제사를 지내기에 앞서 빠진 것이 없는지 두루 자세히 살펴본다는 의미에서 ‘두루 살피다’나 ‘자세히 알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습니다.

 

■ 속뜻 풀이(='보다'의 4단계)

 

 ▷ 見(볼 견)

 : '

見'은  밖으로 드러난 대상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무의식적으로 수동적으로 보는 것입니다. 눈을 뜨고 있는 시간 동안 우리는 자연스럽게 무수한 것들을 보게 됩니다. 도시의 거리를 걸으면서 주변의 건물이나 스치는 사람들을 별 생각없이 바라보는 경우가 이것에 해당합니다. .

 

 ▷ 視(볼 시) : '視'는 보는 사람의 의지가 개입된 능동적인 감각 작용입니다.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특정  대상에 주의를 기울여서 보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視'는 구분과 분별의 시작이며, 판단과 선택입니다. 거리를 걸으면서 무작정 걷는게 아니라 식사를 위한 적당한 식당을 찾아 보고 있는 경우입니다.

 

  ▷ 觀(볼 관) :  '觀'은 '視'의 작용에 의해 분별하고 선택, 판단하는 활동입니다. 그 결과로 사람들은 어떤 현상이나 대상에 대해 자신의 관점(觀點)이나 주관(主觀)을 가지게 됩니다. 식당에서 음식 맛, 종업원의 친절도, 분위기 등을  보고 느낀 후에 재방문 여부를 판단하거나  방문 후기를 인터넷에 올리는 행위를 선택하는 것은 '觀'에 의해서 이루어집니다 .

 

  ▷ 察(살필 찰) : '察'은  '觀'에 지나침이나 모자람이 없는지 빠짐없이 자세하게 살펴 보는  것입니다. 세상의 많은 원리나 규칙들은 관찰(觀察)의 결과로써 만들어진 것입니다. 맛집의 특징을 알아보려면 한 곳이 아니라 다수의 맛집을 고루고루 자세하게 실펴 봐야 합니다. '觀'이 주관(主觀)이라면 '察'은 객관(客觀)이고, '觀'이 감정(感情)이라면 '察'은 이성(理性)입니다. 

 

이상에서 살펴 본 見/視/觀/察은 ‘보다’의 수준을 단계적, 유기적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무의식으로 보는 ‘見’의 단계를 넘으면 보는 사람의 의지가 담긴 ‘視’의 단계를 만납니다. 그 다음은 표면에서 내면까지 보는 ‘觀’수준에 이르고, 마지막으로 '察'의 단계에 이르러 종합과 완성에 도달합니다.이상의 내용을 아래와 같이 요약해 보겠습니다.  

 

 

 

 

참고(參考) 1

 

 

우리 말에서 본다는 굉장히 자주 쓰이는 말입니다. 다른 동사 뒤에 붙어 쓰이는 경우가 많지요.

 

생각한다 해도 되는데 생각해 본다. 간다 라면 되는데 가볼까 라고 말합니다. 적는다 하면 되는데 적어 본다. 쓴다 하면 되는데 써 본다라고 씁니다. 시각적 요소가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어떤 대상을 나만의 방법으로 새롭게 보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아래의 아홉 단계는 일본의 시인 이토오 케이치가 나무를 보는 방법을 설명하며, 대상의 인식과정을 말한 것인데, 다소 낡지만, 아직도 시 창작자에게는 요긴하게 쓰인다고 합니다.

 

  1 - 나무를 그냥 나무로 본다.

  2 - 나무의 종류와 모양을 본다.

  3 -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4 - 나무의 잎사귀들이 움직이는 모양을 세밀하게 살펴 본다.

  5 - 나무 속에 승화되어 있는 생명력을 본다.

  6 - 나무의 모양과 생명력의 상관관계를 본다.

  7 - 나무의 생명력이 뜻하는 그 의미와 사상을 읽어 본다.

  8 - 나무를 통해 나무 그늘에서 쉬고 간 사람들을 본다.

  9 - 나무를 매개로 하여 나무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 출전: 이형기,『당신도 시를 쓸수 있다』

 

참고(參考) 2

 

우리말 속의 '보다'

깔보. 돌보다, 엿보다, 노려보다, 쏘아보다, 흘겨보다, 흘려보다, 째려보다. 거들떠보다. 훑어보다, 내다보다, 들여다보다, 넘겨보다, 바라보다, 굽어보다, 쳐다보다, 우러러보다, 낮춰보, 눈여겨보다, 샅샅이 보다, 뜯어보다, 따져보다, 헤아려보다. 알아보다, 뚫어보다, 꿰뚫어보다.

(), 흔들(어보), (), (), 만나(), 맡(아 보)다, 만져 보다, 들어 보다, 맛보다

 

한자 속의 '보다'

(볼 견), 視(볼 시), 觀(볼 관), (볼 간), (살필 감), (볼 람), (볼 도) (감독할 독), (), (살필 성), 察(살필찰), (굽어볼 감), (돌볼 권), (볼 첨), (쳐다볼 앙), (곁눈질할 면), (엿볼간), (바라볼 조), (노려볼 탐)  - - - - - -(끝)

 

 

◎ 추가(2023.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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