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리지혐(瓜李之嫌)은 오늘의 본문인 "瓜田(과전)에 不納履(불납리)하고 李下(이하)에 不整冠(부정관)"에서 연유된 사자성어(四字成語)로 "오이 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뜻입니다. 의심 받을 짓은 처음부터 하지 말라는 것이지요. 과전이하(瓜田李下)도 같은 뜻으로 쓰입니다.
본문의 출전은 두 가지로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出典] 1. 유향(劉向)-열녀전(烈女傳)의 절의편(節義篇).
중국 전한시대의 학자 유향의 열녀전에 아래와
같은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기원전 4세기경 제(齊)나라 위왕(威王) 때, 간신 주파호(周破胡)가 국정의 실권을 거머쥐고 있었습니다. 그는 국정을 마음대로 휘둘렀으므로 정치가
제대로 되지 않았으며, 사복(私腹)을 채우기 위해 성실하고 청백한 신하를
모조리 추방했지요. 이를 보다 못해 위왕이 총애하는 후궁 우희(虞姬)가 위왕에게 간언(諫言)을 합니다.
"전하, 주파호는 흑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의 관직을 박탈하고 북곽(北郭)선생과 같은 어진 선비를 등용하십시오."
이 사실을 알게 된 주파호는 오히려 우희와
북곽선생은 서로 좋아하는 사이라고 모함을 했습니다.
위왕은 이말을 듣자 그 즉시 우희를 감옥에 가두고, 관원에게 그 사실 여부를 조사하도록 했습니다. 관원들 역시 주파호에게 매수되어 있어, 우희의 죄를 억지로 꾸미고 말았지요. 위왕은 관원들의 보고를 듣고 미심쩍은 점이 있어 직접 우희를 심문했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울면서 호소했습니다.
"전하, 신첩은 10년 동안 전하를 한 마음으로 모셔 왔습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간신들의 모함을 받게
되었습니다. 신첩의 결백함은 푸른 하늘과 흰 해와
같습니다. 갈고 닦으면 옥이 되는 좋은 돌은 흙탕에
묻혀 있어도 천대받지 않습니다.
옛날에 유하혜(柳下惠)라는 사람은 겨울밤에 추위에 얼어붙은 여인을
자기 침상에 들여 몸을 녹여 주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남녀 사이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것은 평소의 행동이 단정했기 때문입니다.
신첩에게 죄가 있다면, 오이밭에서 신을 고쳐신지 말고[瓜田不納履(과전불납리)], 오얏나무 아래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李下不整冠(이하부정관)] 고 했듯이 남에게 의심받을 일을 피하지
못했다는 점과 신첩이 옥에 갇혀 있는데도 누구하나 변명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신첩의 부덕한 점이옵니다. 이제 신첩에게 죽음을 내리신다 해도 더 이상
변명치 않겠사오니 주파호같은 간신만은 내쳐 주시옵소서."
위왕은 우희의 충심어린 호소를 듣고
이제까지의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당장 주파호 일당을 삶아 죽이고 어지러운
나라를 바로잡았다고 합니다.
※ 참고로 위에 나오는 위왕(威王)과 주파호(周破胡), 그리고 후궁 우희(虞姬)가 얽힌 스토리가 방송으로 나온 적이 있습니다.
- 체널A, 천일야사 83회, "충신과 간신 사이 우희와 북곽의 스캔들"(2018.7.23) 방영
- 다시 보기가 있으나 유료(有料)인 점이 아쉽네요. 아쉬운대로 아래를 클릭하기 바랍니다.
[出典] 2. 문선(文選)-고악부편(古樂府篇)의 군자행(君子行).
『문선(文選)』 고악부편의 군자행에 작자 미상의 다음과 같은 시구(詩句)가 나옵니다.
君子防未然(군자방미연) 不處嫌疑間(불처혐의간)
瓜田不納履(과전불납리) 李下不整冠(이하부정관)
嫂叔不親授(수숙불친수) 長幼不比肩(장유불비견)
勞謙得其柄(노겸득기병) 和光甚獨難(화광심독난)
周公下白屋(주공하백옥) 吐哺不及餐(토포불급찬)
一沐三握髮(일목삼악발) 後世稱聖賢(후세칭성현)
(풀이글)
군자는 일이 생기기 전에 미리 방지하여 의심을 받는 곳에 아예 처하지 않는다.
(의심이 생기지 않도록) 오이밭에서는 신을 고쳐 신지 않고, 자두나무 아래에서는 갓도 고쳐 쓰지 않는다
(男女가 有別하니 혹여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형수와 시동생은 직접 물건을 주고받지 않고(長幼가 有序하니 혹여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윗사람과 아랫사람은 서로 나란히 걷지 않는다.
근면하고 겸손하면 권력을 얻을 수 있으나, 자신을 드러내지 않도록 말과 행동을 신중하게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주공은 오두막 집에서 살면서 자신을 낮췄고 식사 중에도 손님을 맞느라 먹던 밥도 뱉었네.
머리를 감다가도 세 번씩이나 머리를 감싸쥔채 손님을 성심껐 맞이 했으니
후세에 그는 가히 성현이라 일컬어졌도다.
※ ‘문선(文選)’은 1500여 년 전 중국 남북조 시대 양(梁)나라의 소명태자 소통(蕭統)이 진(秦)·한(漢)나라 이후 대표적인 시문을 모아 엮은 책으로 여기서 "군자행"은 군자(君子)가 세상을 살아가는 몸가짐을 노래함을 뜻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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