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4.23)는 책(冊)의 날, 내일(4.25)은 법(法)의 날이네요. 오늘은 책과 법에 대한 이야기들을 모았습니다. 각 글자의 자원(字源), 두 기념일이 생기게 된 유래(由來), 그리고 관련된 얘기를 정리하겠습니다.
책(冊)
▶ 자원(字源)
冊자는 ‘책’이나 ‘문서’라는 뜻을 가진 글자로 죽간(竹簡)을 말아놓은 모습을 그린 상형문자(象形文字)입니다. 갑골문에 나온 冊(책)자를 보면 둥근 원 사이로 여러 개의 획이 그어져 있습니다. 이것은 죽간을 말아놓은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죽간은 많은 내용을 적지 못했기 때문에 서로 엮어서 이어 붙였습니다. 기록을 마친 죽간은 둥글게 말아서 보관했는데, 冊(책)자는 그것을 그린 것이지요. 참고로 冊자는 册자로 쓰기도 합니다.
▶ 세계 책의 날
날짜가 4월 23일로 결정된 것은 책을 사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는 스페인 까딸루니아 지방 축제일인 '세인트 조지의 날(St. George's Day)'과, 1616년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가 동시에 사망한 날이 이 날인 데서 유래된 것이랍니다.
한편, 국내에서는 2012년 '독서의 해'를 맞아 책으로 행복한 마음을 전하는 책 선물 문화 정착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주최의 공모를 통해 세계 책의 날의 애칭을 '책 드림 날'로 정했습니다. '책 드림'은 ‘책을 드린다’라는 뜻과 영어 ‘Dream’으로 ‘책에서 꿈과 소망, 희망을 찾는다’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책과 독서 명언
안중근(1879~1910),
키케로( BC 106~BC43)
"독서는 완성된 사람을 만들고, 담론은 재치 있는 사람을 만들고,
안병욱(1920~2013)
少年讀書 如隙中窺月 소년 시절의 독서는 틈 사이로 달을 엿보는 것과 같고,
中年讀書 如庭中望月 중년의 독서는 뜰 가운데서 달을 바라보는 것과 같으며,
老年讀書 如臺上玩月 노년의 독서는 누각 위에서 달을 감상하는 것과 같다.
장조(張潮 ) 청나라 문필가
법(法)
▶자원(字源)
法자는 ‘법’이나 ‘도리’를 뜻하는 글자로 氵(水; 물 수)와 去(갈 거)자가 결합한 모습입니다. 물(水)이 위에서 아래로 흘러가는 (去)것이 당연한 이치이듯이 法자는 그러한 의미를 잘 표현한 글자라 할 수 있겠네요. 그러나 금문에서는 치(廌)자가 들어간 灋(법 법)자가 ‘법’을 뜻했습니다. 치(廌)자는 해치수(解廌獸)라고 하는 짐승을 그린 것인데 머리에 뿔이 달린 모습으로 그려진 해치수는 죄인을 물에 빠트려 죄를 심판하는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기에 水자가 더해진 灋자가 ‘법’을 뜻했었지만 소전에서는 글자의 구성을 간략히 하기 위해 지금의 法자가 ‘법’을 뜻하게 되었습니다.
▶법의 날
국민의 준법정신을 앙양하고 법의 존엄성을 진작하기 위한 국가기념일로 매년 4월 25일을 법의 날로 정하여 여러 행사를 하고 잇습니다.
법의 날(Law Day)을 최초로 제정한 나라는 미국으로 1958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사회주의 국가의 ‘노동절’에 대항하는 의미로 5월 1일을 법의 날로 제정, 시행해 오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는 1963년 7월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법의 지배를 통한 세계평화대회’에서 세계 각국에 ‘법의 날’ 제정을 권고하기로 결의하였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에 따라 대한변호사협회 주도로 제헌절인 7월 17일로 하자는 의견과 한국 최초의 법전인 『경국대전(經國大典)』이 완성된 9월 27일로 하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국제관례에 따라 5월 1일을 법의 날로 정하였습니다.
그런데 처음 5월1일이었던 법의 날은 사회의 관심를 끌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노동절(메이데이)과 중복되어 노동계의 성대한 행사에 눌린 것이지요, 결국 범국민적 기념일로 법의 날을 활성화하기 위해 2003년도부터 4월 25일로 변경하였습니다. 4월 25일은 1895년 근대적 사법제도를 최초로 도입한 재판소구성법 시행일이라고 합니다.
▶정의(正義)의 여신상(女神像)
법을 대표하는 상징물(象徵物) 중에 “정의(正義)의 여신상(女神像)”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법원에도 '정의의 여신상'(위 사진의 중앙)이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다양한 정의의 여신상이 있지만, 우리나라 대법원에 있는 정의의 여신상은 한복 차림의 앉은 모습이며, 오른손에는 저울을 높이 들고 있고, 왼손에는 책(=법전)을 들고 있으며 두 눈을 뜨고 있습니다. 이는 서양의 정의의 여신상(위 사진의 좌우 양쪽)들이 대부분 서 있고, 칼을 들고 있으며, 두 눈을 가리고 있는 것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일반적으로 정의의 여신이 들고 있는 것은 칼과 저울입니다. 칼은 법 집행의 엄정함을, 저울은 형평성을 상징합니다. 두 눈을 가리는 것은 사적인 감정이나 편견을 갖지 않고 판결을 내리겠다는 공정성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우리나라 대법원의 정의의 여신상은 서양과는 달리 두 눈을 뜨고 있으며 칼 대신 법전을 들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렇게 만든 이유는 두 눈으로 모든 사정을 자세히 살핀 후, 법에 따라 공정하게 판결한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입니다.
그런데 위 여신상의 상징물에 대해 법과 사법기관을 불신하게 되면 다른 해석들을 내놓습니다.
서양의 경우, 눈을 가린 모습에 대해서는 진실에 눈을 감고 정의를 가리고 판결한다고 주장할 겁니다. 우리같으면 눈을 뜨고 있는 여신상을 비평하면서 상대의 신분과 빈부를 눈으로 확인한 후 판결한다고 억을해 합니다. 칼과 법전(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칼은 법의 엄정함이 아니라 무도(無道)한 폭력으로 , 책은 법이 아니라 족보(族譜=신분)나 예금 통장(=재력)으로 조롱하게 됩니다.
사법기관에 대한 사회의 신뢰가 높다면 정의의 여신상이 눈을 뜨고 있든 가리고 있든 혹은 칼이든 법전이든 본래의 의미가 빛을 발할 겁니다. 반대의 경우라면 어떤 상징을 내세워도 냉소와 힐난(詰難)의 대상이 되어 버립니다.
수년 전에 발표한 OECD의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사법제도 신뢰도는 OECD 42개국 중 38위로 꼴찌그룹에 속해 있습니다. 유전무죄(有錢無罪) 판결, 전관예우(前官禮遇) 등 논란 많은 판결이 이어지면서 사법질서의 공정성에 국민들이 의문을 키워왔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진정한 법치국가로 가기 위한 모든 방면에서의 노력이 필요합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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