明心寶鑑/동네글방(火金通信)

책(冊)의 날, 법(法)의 날

efootprint 2020. 4. 24. 12:00

어제(4.23)는 책(冊)의 날, 내일(4.25)은 법(法)의 날이네요. 오늘은 책과 법에 대한 이야기들을 모았습니다. 각 글자의 자원(字源), 두 기념일이 생기게 된 유래(由來), 그리고 관련된 얘기를 정리하겠습니다.

 

책()

 

▶ 자원(字源)

 

 

冊자는 ‘책’이나 ‘문서’라는 뜻을 가진 글자로 죽간(竹簡)을 말아놓은 모습을 그린 상형문자(象形文字)입니다. 갑골문에 나온 冊(책)자를 보면 둥근 원 사이로 여러 개의 획이 그어져 있습니다. 이것은 죽간을 말아놓은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죽간은 많은 내용을 적지 못했기 때문에 서로 엮어서 이어 붙였습니다. 기록을 마친 죽간은 둥글게 말아서 보관했는데, 冊(책)자는 그것을 그린 것이지요. 참고로 冊자는 册자로 쓰기도 합니다.

 

▶ 세계 책의 날

4월 23일은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로 1995년 유네스코 총회에서 제정되었으며, '세계 책의 날' 제정을 계기로 유네스코는 독서 출판을 장려하고 저작권 제도를 통해 지적 소유권을 보호하는 국제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 기념일은 독서와 저술 및 이와 밀접히 연관된 저작권의 증진에 기여하면서, 책의 창조적, 산업적, 정책적, 국내적, 국제적 측면 등 다양한 면모를 끌어내는 데 그 목적을 가집니다.

날짜가 4월 23일로 결정된 것은 책을 사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는 스페인 까딸루니아 지방 축제일인 '세인트 조지의 날(St. George's Day)'과, 1616년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가 동시에 사망한 날이 이 날인 데서 유래된 것이랍니다.

한편, 국내에서는 2012년 '독서의 해'를 맞아 책으로 행복한 마음을 전하는 책 선물 문화 정착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주최의 공모를 통해 세계 책의 날의 애칭을 '책 드림 날'로 정했습니다. '책 드림'은 ‘책을 드린다’라는 뜻과 영어 ‘Dream’으로 ‘책에서 꿈과 소망, 희망을 찾는다’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책과 독서 명언

 

"어린 세종은 책 읽기를 무척 좋아했다. 그래서 <춘추>, <좌전>등은 30번 이상을, 사서삼경은 무려 100여 차례나 읽고 또 읽었다."
 
 세종대왕(1397~1450),
조선 제4대 왕. 젊은 학자들을 등용하여 이상적 유교정치를 구현하였으며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측우기 등의 과학 기구를 제작하게 했다. 6진을 개척하여 국토를 확장하고 쓰시마섬을 정벌하는 등 정치·경제·문화면에 훌륭한 치적을 쌓았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
一日不讀書口中生荊棘 

안중근(1879~1910), 

한말의 독립운동가로 삼흥학교(三興學校)를 세우는 등 인재양성에 힘썼으며, 만주 하얼빈에서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사살하고 사형되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신용호(1917~2003), 교보문고, 교보생명 창업자
 
 
"책은 청년에게는 음식이 되고 노인에게는 오락이 된다.
부자일 때는 지식이 되고, 고통스러울 때면 위안이 된다." 
 

키케로( BC 106~BC43)

고대로마의 문인 ·철학자 ·변론가 ·정치가. 수사학의 대가이자 고전 라틴 산문의 창조자이다.
 

 

 

"독서는 완성된 사람을 만들고, 담론은 재치 있는 사람을 만들고,

필기는 정확한 사람을 만든다.”"
베이컨(1561~1626)
르네상스 후의 근대철학, 영국 고전경험론의 창시자이다.

 
 
"독서는 집안을 일으키는 근본이다. (讀書起家之本)”
明心寶鑑 :
조선 시대에, 어린이들의 인격 수양을 위한 한문 교양서. 
중국 고전의 금언(金言)과 경구(警句)를 163 항목으로 배열.
  
 
 
"책은 문명의 전달자다.
책이 없다면 역사는 침묵하고 학문은 벙어리가 되며 과학은 절름발이가 되어
우리들의 사고는 멈추게 된다.
책은 변화의 엔진이며, 세계의 창문이고,
시간의 바다 속에 서 있는 등대와 같다."

 

- B. Tuchman (1912-1989)
미국 역사학자, 퓰리처상 수상
 
 

 

 
"본인의 첫째 스승은 부모, 둘째 스승은 독서입니다.”
 
정주영(1915~2001)
 현대그룹의 창업자, 2006 타임지 선정 아시아의 영웅
  
 
"같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사람들 사이를 이어 주는 것이다."
Ralph Waldo Emerson(1803~1882)
미국의 사상가·시인, 청교도주의 및 독일 이상주의를 고취하여 미국의 사상계에 영향을 끼쳤다
 
 
"책 읽는 민족은 번영하고, 책 읽는 국민은 발전한다."

안병욱(1920~2013) 

한국의 철학자이자 교육자이며 수필가이다. 숭실대학교 교수, 흥사단 이사장,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이사 등을 지냈고 인간교육을 위한 강연과 에세이, 철학사상, 전기 등의 저서와 논문을 발표했다.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은 어릴 적 동네의 작은 도서관이었다.
하버드 졸업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독서하는 습관이다."
빌 게이츠(1955~ )
마이크로소프트 前 회장,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 공동회장

 
  
"書中萬重金 (서중만중금) 책 속에는 겹겹이 쌓인 황금이 있다."

 

 

"책은 한 권 한 권이 하나의 세계이다." 

 

W. 워즈워스(1770~1850), 영국 최대의 낭만시인이며 계관시인
 
 
"가난한 자는 책으로 말미암아 부자가 되고,
부자는 책으로 말미암아 존귀해진다."
 고문진보 [古文眞寶] 
주(周)나라 때부터 송(宋)나라 때에 이르는
고시(古詩) ·고문(古文)의 주옥편(珠玉篇)을 모아 엮은 책이다.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책은 당신으로 하여금 가장 많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Mark Twain (1835~1910),
톰소여의 모험》을 쓴 미국 소설가. 사회 풍자가로서 미국의 제국주의적 침략을 비판하고
반제국주의, 반전 활동에 열성적으로 참여했다.
 
 
"내가 세계를 알게 된 것은 책에 의해서였다."
 
사르트르 (1905~1980),
프랑스의 작가·사상가. 제2차 세계대전 전후 시대 사조를 대표한다. 노벨 문학상 수상을 거부하였다.
  
 
"거짓을 말하려는 자도, 거짓을 파헤치려는 자도 책을 쓴다.
진실은 책에 있지 않고, 세상에 있다.
그런데도 책을 읽는 이유는 무엇인가?
모든 답은 책에 있지 않다. 질문에 있다.
문을 배우는 방법의 하나로 나는 독서를 한다.
내 독서의 목적은
우상화한 지식에 있지 않고. 우상화를 파헤칠 질문에 있다."

 

- 정수경(학교도서관저널 편집팀)
 

 

 

 

 

少年讀書 如隙中窺月 소년 시절의 독서는 틈 사이로 달을 엿보는 것과 같고,

中年讀書 如庭中望月 중년의 독서는 뜰 가운데서 달을 바라보는 것과 같으며,

老年讀書 如臺上玩月 노년의 독서는 누각 위에서 달을 감상하는 것과 같다.

 

장조(張潮 ) 청나라 문필가

 

 

법(法)

 

▶자원(字源)

 

 

法자는 ‘법’이나 ‘도리’를 뜻하는 글자로 氵(水; 물 수)와 去(갈 거)자가 결합한 모습입니다. 물(水)이 위에서 아래로 흘러가는 (去)것이 당연한 이치이듯이 法자는 그러한 의미를 잘 표현한 글자라 할 수 있겠네요. 그러나 금문에서는 치(廌)자가 들어간 灋(법 법)자가 ‘법’을 뜻했습니다. 치(廌)자는 해치수(解廌獸)라고 하는 짐승을 그린 것인데 머리에 뿔이 달린 모습으로 그려진 해치수는 죄인을 물에 빠트려 죄를 심판하는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기에 水자가 더해진 灋자가 ‘법’을 뜻했었지만 소전에서는 글자의 구성을 간략히 하기 위해 지금의 法자가 ‘법’을 뜻하게 되었습니다.

 

▶법의 날

 

국민의 준법정신을 앙양하고 법의 존엄성을 진작하기 위한 국가기념일로 매년 4월 25일을 법의 날로 정하여 여러 행사를 하고 잇습니다.

법의 날(Law Day)을 최초로 제정한 나라는 미국으로 1958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사회주의 국가의 ‘노동절’에 대항하는 의미로 5월 1일을 법의 날로 제정, 시행해 오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는 1963년 7월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법의 지배를 통한 세계평화대회’에서 세계 각국에 ‘법의 날’ 제정을 권고하기로 결의하였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에 따라 대한변호사협회 주도로 제헌절인 7월 17일로 하자는 의견과 한국 최초의 법전인 『경국대전()』이 완성된 9월 27일로 하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국제관례에 따라 5월 1일을 법의 날로 정하였습니다. 

그런데 처음 5월1일이었던 법의 날은 사회의 관심를 끌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노동절(메이데이)과 중복되어 노동계의 성대한 행사에 눌린 것이지요, 결국 범국민적 기념일로 법의 날을 활성화하기 위해 2003년도부터 4월 25일로 변경하였습니다. 4월 25일은 1895년 근대적 사법제도를 최초로 도입한 재판소구성법 시행일이라고 합니다.

 

정의(正義)의 여신상(女神像)

 

법을 대표하는 상징물(象徵物)  중에 정의(正義)의 여신상(女神像)”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법원에도 '정의의 여신상'(위 사진의 중앙)이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다양한 정의의 여신상이 있지만, 우리나라 대법원에 있는 정의의 여신상은 한복 차림의 앉은 모습이며, 오른손에는 저울을 높이 들고 있고, 왼손에는 (=법전)들고 있으며 두 눈을 뜨고 있습니다. 이는 서양의 정의의 여신상(위 사진의 좌우 양쪽)들이 대부분 서 있고, 칼을 들고 있으며, 두 눈을 가리고 있는 것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일반적으로 정의의 여신이 들고 있는 것은 칼과 저울입니다. 칼은 법 집행의 엄정함을, 저울은 형평성을 상징합니다.  두 눈을 가리는 것은 사적인 감정이나 편견을 갖지 않고 판결을 내리겠다는 공정성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우리나라 대원의 정의의 여신상은 서양과는 달리 을 뜨고 있으며 칼 대신 법전을 들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렇게 만든 이유는 두 눈으로 모든 사정을 자세히 살핀 후, 법에 따라 공정하게 판결한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입니다.


그런데 위 여신상의 상징물에 대해 법과 사법기관을 불신하게 되면 다른 해석들을 내놓습니다.


서양의 경우, 눈을 가린 모습에 대해서는 진실에 눈을 감고 정의를 가리고 판결한다고 주장할 겁니다. 우리같으면 눈을 뜨고 있는 여신상을 비평하면서 상대의 신분과  빈부를  눈으로 확인한 후 판결한다고 억을해 합니다. 칼과 법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칼은 법의 엄정함이 아니라 무도(無道)한 폭력으로 , 책은 법이 아니라  족보(族譜=신분)나 예금 통장(=재력)으로 조롱하게 됩니다.  


사법기관에 대한 사회의 신뢰가 높다면  정의의 여신상이 눈을 뜨고 있든 가리고 있든 혹은 칼이든 법전이든 본래의 의미가 빛을 발할 겁니다. 반대의 경우라면 어떤 상징을 내세워도 냉소와 힐난(詰難)의 대상이 되어 버립니다.     


수년 전에 발표한 OECD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사법제도 신뢰도는 OECD  42개국 중 38위로 꼴찌그룹에 속해 있습니다.  유전무죄(有錢無罪) 판결, 전관예우(前官禮遇) 논란 많은 판결이 이어지면서 사법질서의 공정성에 국민들이 의문을 키워왔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진정한 법치국가로 가기 위한 모든 방면에서의 노력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