明心寶鑑/동네글방(火金通信)

인생 설계(Life Plan)

efootprint 2020. 4. 28. 12:30

"오,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이 말은 영화 '기생충'에서 아버지 역(役)을 맡은 배우 송강호가 아들에게 건네는 말로 최고의 명대사(名臺詞)로 꼽히고 있습니다. 오늘은 '계획'에 대한 얘기입니다. 

 

 

人無百歲人 枉作千年(인무백세인 왕작천년계 : 사람은 백 년을 못 살면서 부질없이 천 년의 계획을 세운다) 오늘 본문인 존심편(存心篇) [12]에 나오는 글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평균 수명이 80을 넘고 인간수명 120세를 이야기하는시대입니다만 명심보감이 처음 나오던 시기에는 평균 수명이 30세도 안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한 때에 천년(千年) 계획을 말한다면 허망하고 황당무계한 소리로 들렸겠지요.

 

러나 어떻게 사람이 계획 없이 아무렇게나 살 수 있겠습니까? 여기 존심편(存心篇)의 경구(警句)는 계획의 쓸모없음을 강변(强辯)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허황한 미래 계획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실천 가능한 계획을 세워 실천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게 맞을 것입니다.

 

이런 취지에 맞추어 선인(先人)들이  남긴 3가지 인생 계획에 대한 조언(助言)을 정리함과아울러 새로운 자기만의 인생 설계(Life Plan)의 의미를 살펴 보겠습니다.

 

▣ 남이 써 준 인생계획(3가지)

 

삼계(三計)

 

먼저 춘추시대(春秋時代)()나라의 환공(桓公)을 열국(列國)의 패자(覇者)로 세웠던 관중(管仲)에게 배우겠습니다.  관포지교(管鮑之交)로 유명한 제()나라의 관중이 지은 '관자(管子)'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一年之計 莫如樹穀 (일년지계 막여수곡)

十年之計 莫如樹木 (십년지계 막여수목)

終身之計 莫如樹人 (종신지계 막여수인)

 

"일년 계획에는 곡식을 심는 것만한 것이 없고,

 10년 계획에는 나무를 심는 것만한 것이 없으며,

 평생을 위한 계획에는 사람을 심는 것만한 일이 없다.”

 

관중(管仲)은 유가(儒家), 법가(法家), 병가(兵家), 상가(商家) 등 백가(百家)의 비조(鼻祖)로 추앙받는 인물입니다. 이런 그의 사상을 한 마디로 압축한다면 부민강국(富民强國), 모든 백성이 부자가 되고 강력한 나라를 만드는 이었습니다.

 

위의 삼계(三計)는 바로 부민강국으로 가기 위한 핵심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일년지계(一年之計)의 곡()의 의미는 매년 농사를 잘 지어 백성이 배불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십년지계(十年之計)의 목()은 자연자원(自然資源)의 효율적인 개발과 이용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종신지계(終身之計)의 인()은 미래를 이끌어 갈 인재(人材)를 말하는 것입니다. 


관중(管仲)이 말하는 삼계(三計)를 앞에서 처럼 해석한다면 현 시대의 제가치국(齊家治國)에도 많은 시사를 얻을수 있습니다. 즉 의식주 문제의 해결, 산업 발전 환경의 조화, 전문성과 인성을 겸비한 민주시민의 육성을 위한 장단기 계획의 수립과 실천은 이 시대에도 변함없는 과제일 것입니다.

 

참고1: 삼계(三計)에 대한 다른 설명은 오늘 카톡 문자로 소개한 아래 글에도 나옵니다.

    https://www.iheadline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752

 

참고2: 삼계(三計)와 유사한 의미로 이런 표현도 많이 회자(膾炙)되고 있습니다.

   “1년 앞을 보는 사람은 꽃을 심고, 10년 앞을 보는 사람은 나무를 심고,  20년 앞을 보는 사람은 사람을 키운다.” 

 

 

▶ 공자 삼계도(孔子 三計圖)

 

孔子 三計圖 云(공자 삼계도 운)

一生之計 在於幼(일생지계재어유),

一年之計 在於春(일년지계재어춘),

一日之計 在於寅(일일지계재어인).


幼而不學 老無所知(유이불학 노무소지),

春若不耕 秋無所望(춘약불경 추무소망),

寅若不起 日無所辦(인약불기 일무소판).

 

공자의 ‘삼계도(三計圖)’에 이르기를

일생의 계획은 어릴 적에 있고, 

일 년의 계획은 봄에 있으며,

하루의 계획은 인시(寅時: 새벽 3~5)에 있으니,


어릴 때 배우지 않으면 늙어서 아는 것이 없고,

봄에 만약 밭을 갈지 않으면 가을에 바랄 것이 없으며,

새벽에 만약 일어나지 않으면 하루 동안 힘써 일할 것이 없다.”고 하였다.

 

위 귀절은 명심보감(明心寶鑑) 입교편(立敎篇) 4()의 내용으로 동아리교재 119페이지에도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이 구절은 크게 두가지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첫째계획을 수립하는 시점(時点)입니다. 계획은 미래의 할 일을 미리 결정하는 것이므로 어떤 계획이라도 실행이 시작되기 전에 세워야 할 것입니다.

하루 계획은 전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세우거나 늦어도 일과(日課)를 시작하기 전에 마쳐야 합니다. 건강에 대한 계획은 아프기 전에 필요하듯이 일년 계획은 새해가 시작되기 전에 세우고, 은퇴 후의 삶에 대한 계획은 은퇴하기 전에 세우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둘째는 계획의 필요성입니다. 배우지 않으면 아는 것이 없고, 씨를 뿌리지 않으면 열매를  거둘 수 없듯이 계획이 없으면 무위도식(無爲徒食)하는 무의미한 삶을 살게 됩니다.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것은 실패를 계획하는 것입니다. 성공과 행복을 바란다면 삶의 믜미와 목표, 해야 할 일의 우선 순위 등이 잘 갖춰진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 인생 오계(人生 五計)

 

중국 송(宋)나라의 주신중(朱新仲, 1097~1167)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요구되는 다섯 가지 계획을 논했습니다. 그가 말하는 인생오계(人生五計)는 생계(生計), 신계(身計), 가계(家計), 노계(老計), 사계(死計)의 다섯 가지입니다.

아래 내용은 주신중이 말한 본래 내용과는 다릅니다. 생계(生計) 등의 이름만을 빌린 것으로 글쓴 이가  독자적인 견해로 쓴 글임을 밝힘니다. 

 

생계(生計)

생계(生計)는 삶의 본질에 대한 각자의 믿음을 밝힌 것으로 3가지로 이루어집니다. 그것은 ① 자신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는 사명(Mission) ②삶을 통해 이루고 싶은 꿈(Vision)  ③ 행동의 판단 기준이 되는 핵심 가치관(Value)입니다.  생계(生計)는 나머지 4가지 계획의 근간(根幹)이 되는 중요한 계획입니다 .  

 

신계(身計)

이것은 몸의 건강을 증진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계획입니다. 그런데 몸의 건강은 유전적(遺傳的)인 요인을 별개로 한다면 마음 상태가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신계(身計)는 몸과 마음이라는 두 가지 측면의 건강에 대한 계획입니다.

   

가계(家計)

가계(家計)는 가정관리에 대한 것입니다. 어떤 가풍(家風)과 가정문화를 만들고 부부, 자녀 등의 가족관계를 어떤 모습으로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입니다. 한편 가정관리에 있어서 빠뜨릴수 없는 것이 경제임으로 경제면에 대한 계획도 생각해야 합니다. 

 

노계(老計)

노계(老計)는 노년의 시기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계획입니다. 우리나라의 실태로 본다면 65세 이후의 삶에 대한 계획이며, 수명 연장으로 인해 노계(老計)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노년기에 주어지는 여유 시간을 축복으로 맞이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차원은 물론 개인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사계(死計)

사람은 누구나 죽습니다. 그러니 삶도 행복해야 하지만 죽음도 불행으로 맞이해서는 안 됩니다. 웰빙(well-being)도 중요하지만 웰다잉(well-dying)도 필요한 것이지요. 생계(生計)가 생애 계획서의 서문(序文)이라면 사계(死計)는 발문(跋文)에 해당합니다. 죽음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와 가족이나 사회에 남기고 싶은 것(이름, 정신적/물질적 유산 등)들에 대한 계획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 스스로 쓰는 인생계획

 

사람들은 흔히 계획 없이도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따져 보면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아침에 일어나면 그날 하루에 무엇을 할 것인지를 막연하게라도 떠올리고 움직입니다. 머리 속의 흐릿한 계획이라도 없는 것 보다는 낫습니다. 그렇지만 보다 더 의도적이고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운다면 하루 하루를 훨씬 멋지고 의미있게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 노년에는 생산적이지 못함으로 계획이 필요 없다고 생각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피터 드러커(1909~2005)가 83세였을 때 제자가 찾아와 묻습니다. "지금까지 저술한 많은 책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무엇입니까?" 노학자(老學者)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앞으로 나올 책이네." 실제로 그는 그 이후에도 여러 권의 책을 더 출판합니다.  

 

2019년에 UN은100세 장수시대의 도래에 맞춰 새로운 연령 구분을 제시하였습니다. 아래는 그 내용입니다. 

 

UN이 정한 연령 구분으로 보면 우리 회원님들은 대부분이 청년이거나 중년에 해당되네요.

우리에게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날들을 위해서도 자신만의 인생 계획이 필요합니다.  

 

혹시 계획이 무의미하다고 생각되거나, 어떻게 계획을 세워야 할지 혼란스러울 때는 아래 링크의 내용을 살펴 보시면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1. 아래 글은 잘 알려진 사무엘 울만(1840~1924)의 '청춘'이라는 시입니다. 후반부에는 98세에 문맹(文盲)을 벗어나 세상에 빛을 전한 '조지 도슨'에 대한 소개 내용도 볼 수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nare7733/221339134544

 

2. 다음 글은 '변화경영가' 구본형(1954~2013)이 쓴 '미치지 못해 미칠 것 같은 젊음' 의 서문(序文)입니다. 동영상은 같은 내용을 낭송(朗誦)으로 들려 줍니다.

    https://blog.naver.com/sunyoh/221907510529

 

 

아주 어린 시절, 몇번인가 의욕적으로 계획을 세워 본 경험이 있습니다. 방학때가 되면 으레히 커다란 종이에 동그랗게 시계를 그려 놓고 하루 24시간을 계획했었지요. 숙제하기,  놀기, 식사, 취침 시간 등을 줄을 긋고 크레파스로 색칠하며 일과표를 그렸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물론 계획대로 지킨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아마 많은 아이들이 그랬을 겁니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세상의 이치라는 것을 어른이 된 후에야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계획을 실패해도 크게 마음을 다치지는 않습니다. 설령 계획대로 안 된다 해도 계획을 세우는 것을 습관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계획을 세우지 않고 무작정 덤벼드는 것은 더 큰 낭패와 불행을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행복하기 위해서 계획이 필요합니다. 스스로 설계한 인생 계획은 꿈을 현실로 바꾸겠다는 다짐이자 선언입니다. 꿈을 추구하는 사람은 언제나 청춘입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