樂山樂水/모든 산이 명산

호룡곡산- 국사봉 산행

efootprint 2022. 6. 22. 11:12

6.21(화) 

 

오랫만에 원거리 산행에 나섰습니다. 서울 서초에서 살 적에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사당동이나 양재동에서 이용할 수 있는 산악회 버스가 많았기에 산행이 잦았었지요. 6년 전 용인 포곡으로 이사한 후에는 들고 날고의 어려움과 이런저런 사정으로 등산과는 담을 쌓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방법을 찾아보니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어 신청을 하고 드디어 원거리 산행을 감행했습니다.

 

새벽 4시에 눈이 떠집니다. 4시 30분에 알람을 해 놓았는데도 더 일찍 잠이 깹니다. 누워 있어도 잠을 더 잘 수 없기에 벌떡 일어나 출발 준비를 합니다. 이불을 정리하고 어제 다 준비 못한 도시락을 배낭에 담습니다. 시간의 여유를 갖고 집을 나섭니다. 

서울 강남으로 가는 첫 버스가 출발지에서 5시 30분인데 42분에 동네(둔전) 정류장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출발 후 40분 만인 6시 22분,  강남 신논현 정류장에 도착합니다. 강남역까지 걸어서 지하철을 이용해 사당역 집결지에 도착하니  6시 50분입니다. 아직 출발시간까지는 20여분 남아 있습니다. 집결지에는 같은 버스를 탈 사람들이 7~8명이 벌써 도착해 서성입니다. 

7시 10분 정확하게 산악회 버스가 도착했고 바로 출발합니다. 모든 것이 순조롭습니다. 그런데 한 사람이 늦게 도착해서 인솔 대장에게 전화를 걸었나 봅니다. 홈플러스에서 5분 정도 지체해서 한 명을 더 태웠습니다. 꼭 이런 사람이 있습니다. 군대말로 고문관이라 부르지요. 유격체조할 때 그렇게 하지 말라는 마지막 반복구호를 외쳐대는 사람이 반드시 나타나지요. 나는 그런 사람을 비난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 않다라도 유격조교는 무슨 이유를 대서라도 더 시켰을 테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자신이 언제 고문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버스는 내가 알 수없는 길을 거침없이 달립니다. 광명시가 보이기도 하고 시화호도 보입니다. 7시 40분을 지나니 출근 시간대라 그런지 군데군데 길이 막히기도 합니다. 인천대교를 지나 영종도에 들어섭니다. 그리고도 한참을 더 달려 연륙교를 지납니다. 오늘 목적지인 무의도가 영종도와 다리로 연결되었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아챕니다. 무의도에서도 꼬불고불 한참을 달리더니 마침내 등산 들머리인 광명항 인근에 도착합니다.

시간은 8시 30분입니다, 대장은 산행(트레킹) 시간을 여유있게 공지합니다. 들머리인 샘꾸미 마을에서 출발하여 날머리인 실미도 유원지에 13시까지  모이라고 합니다. 4시간 30분이면 충분한 시간으로 여겨집니다. 마음 편하게 걸어도 될 것 같습니다.

 

드디어 출발입니다. 먼저 들머리에서 바다를 향해 무의도에 왔었다는 증명사진을 부랴부랴 찍습니다.

 

산을 들어서자  반기는 나무가 소사나무 군락입니다. 산행 내내 함께 했던 나무 중에 가장 많이 본 나무입니다. 예전 직장 선배집의 방 하나를 가득 채웠던 소사나무 분재들이 생각납니다. 그런데 이 곳은 화분 속에 갇힌 분재가 아닌, 하늘과 바다로 열린 자연 속에서 동료들과 더불어 자라니 그 모습이 더 아름답고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길 양쪽으로 둘러 선 소사나무 군락

 

간간히 노간주 나무와 청미래 덩굴도 만납니다.

 

산행 시작  35분 만에 시원하게 트인 조망대 겸 쉼터가 나타납니다. 대장 설명으로는 좋은 날씨에는 덕적도가 보인다는데 오늘은 안개가 바다와 섬 모두를 덮어 버렸습니다. 다시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벌써 저 앞을 가고 있네요.

 

이 산을 오르다 보면 굴피나무도 자주 만나는 나무입니다. 

 

다시 20여분을 걸으니 오늘의 경유 지점 중의 하나인 호룡곡산의 정상에 도착합니다. 먼 아래를 내려다 보니 운무(雲霧)  속에 섬들이 작은 점으로  떠 있습니다. 아마 덕적도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정상부 바로 아래에 있는 길 안내판과 지적 삼각점 표지석, 지금까지 1.95Km를 올라왔고 다음 목표 지점까지 다시 2Km 이상의 산길을 더 걸어야 합니다. 

 

지적(地籍) 삼각점에 대한 설명을 찾아보니 "전국토에 걸쳐 1~5Km 간격으로 내각이 30~120도 이내가 되도록 측량을 실시하기 위하여 설치한 삼각망을 구성하는 점들"이라고 나와 있더군요. 무슨 뜻인지 모르지만 아무튼 국가의 중요한 시설물이라니 소중한 관리가 필요하겠군요.  삼각점은 산행 중에 이따금 만나기도 하지만 서울 한복판인 광화문과 명동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겁니다.

 

하산 10여분 후에 다시 이쪽저쪽으로 조망이 트인 곳이 나타납니다. 바다 건너 편은 영종도입니다. 굴뚝 같은 것이 보이는데 공항 관제탑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공항 관련 시설물로 보입니다. 아직 구름이 낮게 깔려 있어 시정(視程)이 아주 좋은 편은 아닙니다. 

 

갈 가는 방향으로는 앞으로 올라가야 할 국사봉이 우뚝 솟은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저 곳에 오르기 위해서는 먼저 조금 더 내려가야 합니다.

 

하산을 재촉하던 중에 뜻밖의 들꽃을 만났습니다. 수목들의 분포로 보아 오늘 산행 중에는 들꽃을 거의 기대치 않았는데 오래 전부터 내가 만나서  알고 있는 들꽃을 말 그대로 조우(遭遇)한 기분이었습니다. (큰)까치수염 몇 개체가 수줍은 듯 고개 숙인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네요.  반가움에 인사를 나누고, 이름을 불러주고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예전 기록들을 들추어보니 15여년 전, 산행을 시작한 이후에  여름철에 도락산, 운장산, 대암산 등 숱한 명산을 오르고 내릴 때마다 반갑게 만났던 처음의 들꽃이 바로 (큰)까치 수염! 오랫만에 산중에서 다시 만나니 잃었던 옛친구 만난듯이 반갑기 그지없네요. 

 

호룡곡산 정상에서 30여분 내려오니 국사봉 갈림길이 나옵니다. 그런데 산중에 무인판매대가 버티고 있으니 조금은 뜨악합니다.

 

주변에 소사나무를 식재한 곳이 보입니다. 화분에 심지 않고 야지, 노지에 심어 놓으니 어설프게 보입니다.

 

그리고 다시 깜짝 놀라운 만남이 있었습니다. 바로 노루발풀과의 만남입니다. 노루발풀과 인사를 튼것은 10여일 전 용인 돌봉산에서였지요. 큰까치수염이 옛친구라면 노루발꽃은 완전히 새친구이고 그렇지만 동네 친구입니다. 주변에 개체가 더 있는지 살폈으나 보지는 못햇습니다. 아무쪼록 잘 자라서 후손을 많이 퍼뜨리기를 바랄 뿐입니다.  

 

 

다음 경유지점인 국사봉에 오르기 위해 나무계단을 계속 올라야 합니다. 가끔은 숨을 몰아쉬며 쉬었다가 다시 올라 갑니다.

 

가끔씩 트이는 조망은 안구 정화에도 좋지만 잠시동안이라도 멈춰야 하기에 피로를 없애주는 효과가 탁월합니다. 저 멀리 바다를 가로지르는 인천대교가 보입니다. 사진으로 봐도 멋집니다. 저만 그런가요?

 

나무 계단을 오르다가 아까 만난 큰까치수염을 다시 만났습니다. 이번에는 개체 수가 제법 여럿입니다. 꽃에 바짝 달라붙어 꿀샘을 찾아 머리를 박고 있는 꿀벌 한 마리가 귀엽습니다.

 

국사봉이 코 앞인데 진홍빛 들꽃이 빛납니다. 아무런 손때를 타지 않은 것 같아 앞서 지나쳤을 산인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검색을 해보니 "섬나리"로 나왔지만 귀가후의 조사를 통해 중털나리임을 확니햇습니다. 아무튼 홀로 핀 모습이 안스러웠고 그래서인지 더욱 소중하게 다가 왔던 들꽃입니다. 더 예쁘게 담고 싶었는데 솜씨가 모자라니 별 도리가 없네요.

 

중요 경유 지점인 국사봉입니다. 데크에서 주변을 둘러봅니다.

 

이제는 내려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국사봉에서 중간 집결지인 실미유원지를 찾아 걷고 또 걸으며 내려갑니다. 그런데 그만 지도를 잘못 읽어 50여분 만에 큰 무리 마을에 도착하고 말았습니다.  길을 잃은 것은 산행을 시작 한 이후 두번째입니다. 한 번은 강원도 홍천의 가리산에서 길을 잃었고 이번이 두번째입니다. 오늘 알바의 원인은 실미유원지와 큰 무리 마을을 같은 곳으로 머리에 입력했던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넉넉한 시간 때문에 길 잃는 것에 대한 걱정을 조금도 하지 않았지요. 길을 잃더라도 무조건 해안으로 내려가면 교통편을 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큰무리 마을 앞 해변의 풍경입니다. 참으로 한가롭고 평화로운 바닷가 모습입니다.

 

큰무리마을에서 실미유원지로 가려면 제법 높은 고개를 넘어야 하고 거리도 제법 됩니다. 시간은 11시 30분이 조금 지났으나 약속된  집결지 도착시간까지는 아직도 많은 여유가 있습니다. 민가 주택도 많이 있고 숙박 시설도 여럿 보입니다. 가는 길 곳곳에는 산에서는 볼 수 없었던 많은 꽃들을 볼 수 있어 심심치 않습니다.

노랑 백합, 붉은 백합
백합, 보리수 나무
인동덩굴, 자주개자리

 

11시 55분, 드디어 실미유원지에 도착했습니다. 다음 출발 예정 시간까지 1시간 이상의 여유가 있습니다.

햇볕은 다소 뜨겁지만 바람과 파도소리는 시원합니다. 여름이 피부에 와 닿습니다. 

 

 

4시간을 산과 길에서 보낸 보상입니다. 도시락은 준비해 왔지만 바닷가인 만큼 바지락 칼국수를 매식하여 점심으로 대용합니다. 맛은 밍밍했으나 시장이 반찬이었고 김차와 깍두기가 맛이 들어서 다 먹을 수 있었습니다.

 

 

오후 1시, 다음 목적지인 영흥도(경기도 옹진군) 를 향해 버스가 출발합니다. 이후의 산행 기록은 생략합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집에 들어온 시간은 오후 7시 50분으로 생각보다 빠른 시간이었습니다.

 

몸은 다소 피곤했지만 하루를 즐겁게 보냈습니다. 섬과 바다 그리고 산이 가진 매력을 동시에 만끽했지요. 언제 다시 어느 곳을 갈지는 모르지만 새벽 출발~원거리 산행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도 큰 수확입니다.

 

<호룡곡산 : 虎龍谷山>

인천광역시 중구 대무의도(大舞衣島) 남부에 있는 산으로 해발고도 245.6m이며 무의도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마당바위·부처바위·수직절벽 등 많은 기암괴석이 섬 중앙에 있는 국사봉과 함께절경을 이루고 있다.  등산로가 그다지 가파르지 않아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어 주말에는 수도권에서 많은 등산객이 찾는다.

꼭대기에 오르면 하나개해수욕장과 큰무리해수욕장을 비롯하여 승봉도昇鳳島)·자월도(紫月島)·소무의도(小舞衣島) 등 주변의 작은 섬들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으며, 이곳에서 바라보는 낙조 또한 장관이다.(두산백과)

 

<국사봉>

무의도 중심에서 해발 230m의 높이로 우뚝 솓아 있는 산으로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은 가볼만한 용유지역 명소이다. 산 정상에서 탁 트인 서해바다를 볼 수 있으면, 멀리 인천국제공항, 인천대교가 한눈에 보이고, 무의도 주변 실미해변, 하나개 해수욕장 등 무의도의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산이 높지 않다고 만만히 보아서는 안되며, 등산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올라야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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