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0.16)의 학습은 교우편(交友篇) 1조(條)로 본문과 물이는 아래와 같습니다.
▣ 본문과 풀이
子曰(자왈) 與善人居(여선인거)면 如入芝蘭之室(여입지란지실)하여 久而不聞其香(구이불문기향)하되 卽與之化矣(즉여지화의)요 與不善人居(여불선인거)면 如入鮑魚之肆(여입포어지사)하여 久而不聞其臭(구이불문기취)나 亦與之化矣(역여지화의)니라 丹之所藏者(단지소장자)는 赤(적)하고 漆之所藏者(칠지소장자)는 黑(흑)이라 是以(시이)로 君子(군자)는 必愼其所與處者焉(필신기소여처자언)이니라.
공자가 말하였다. “선한 사람과 같이 거처하면 지초(芝草)와 난초(蘭草)가 있는 방안에 들어간 것과 같아서 오래되면 그 냄새를 맡지 못하나 곧 그 향기와 더불어 동화(同化)되고, 선하지 못한 사람과 같이 있으면 생선 가게에 들어간 것과 같아서 오래되면 그 악취를 맡지 못하나 또한 그 냄새와 더불어 동화되나니, 붉은 단사(丹砂)를 지니면 붉어지고 검은 옻을 지니면 검어진다. 그러므로 군자(君子)는 반드시 그 더불어 지내는 자를 삼가야 한다.”
○ 芝蘭(지란) 지초(芝草)와 난초(蘭草). 모두 향초(香草)임.
○ 聞(들을 문) 듣다, 알다, 냄새를 맡다
○ 化(될 화) 되다, 변화하다, 본받다
○ 與之化(여지화) 그와 더불어 동화됨
○ 鮑(절인 물고기 포) 절인 물고기
○ 肆(방자할 사) 방자하다, 가게
○ 鮑魚之肆(포어지사) 절인 어물을 파는 가게
○ 丹之所藏者(단지소장자) 여기서 ‘之’는 공히 목적격. 따라서 ‘~을’로 해석. 여기서는 어세(語勢)를 강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음. 단(丹)은 단사(丹沙ㆍ丹砂: 수은으로 이루어진 황화 광물).
○ 漆(옻 칠) 옻, 옻칠, 까맣다
○ 是以(시이) 이 때문에, 이런 까닭으로
○ 處(곳 처) 곳, 머무르다
○ 焉(어찌 언) 어찌, ~이다, 어조사
오늘 본문은 공자가어(孔子家語)에 실려 있는 구절입니다. 글 중에 난초 향기 그윽한 방에 오래 머물면 난초 향이 몸에 베이고, 검은 칠을 하다 보면 몸의 여기저기에 검은 칠이 묻는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인간은 환경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데, 여러 환경 요인 중에 특히 교우환경(交友環境)에 유의할 것을 당부한 글입니다.
사람은 끼리끼리 모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지요.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은 조기 축구회에서 만나고,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은 주민센타의 노래 강습회에서 서로를 만납니다. 오늘은 '사람 만남'과 관련된 한자성어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 근주자적 근묵자흑(近朱者赤 近墨者黑)
近(가까울 근), 朱(붉을 주), 者(놈 자), 赤(붉을 적), 墨(먹 묵), 黑(검을 흑)
"붉은 인주(印朱)를 가까이하면 붉어지고, 먹을 가까이하면 검어진다."
'근주자적 근묵자흑(近朱者赤 近墨者黑)'은 중국 서진(西晉) 때의 학자인 부현(傅玄)이 쓴 <태자소부잠(太子少傅箴)>에 나오는 구절로 붉은 인주(印朱)를 가까이 하면 붉어지고 먹을 가까이 하면 검게 물든다는 뜻입니다. 즉, 주위 환경에 따라 사람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비유로 말한 것입니다.
오늘 본문의 바로 앞에 나오는 공자(孔子)의 말이 있습니다. “내가 죽은 후에 자하(子夏)는 날마다 더욱 나아질 것이나 자공(子貢)은 날마다 더욱 못해질 것이다.” 이 말을 듣고 있던 증자(曾子)가 무슨 뜻이냐고 묻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자하는 자신보다 현명한 사람과 함께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자공은 자신보다 못한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공자의 이러한 생각은 논어에도 잘 드러나 있습니다. 공자는 어진 사람을 벗으로 삼고(위령공, 9장),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벗하지 말라(학이, 8장)고 가르칩니다. 어진 사람들과 사귀면 어진 말과 행실을 본받게 되지만, 자기보다 못한 사람과 어울리면 그들의 나쁜 행실을 따른다는 것이지요.
'근주자적 근묵자흑'은 말과 행동 만이 아니라 학교 성적에서도 입증되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 주립 대학은 16~17세 학생을 대상으로 성적과 찬구의 관계를 1년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연구 팀은 연구 대상이 된 학생들의 성적과 주변 친구의 성적 사이에 큰 관련성이 있음을 밝혀냈습니다. 친구의 성적이 연구 대상보다 좋으면 연구 대상의 성적도 점차 개선되었고, 그 반대로 친구가 낮은 성적을 보이면, 연구 대상의 성적 역시 점차 떨어지는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연구 책임자인 사야마 히로키 교수는 "학생들은 보통 친구들의 행위를 모범으로 삼거나 학습을 모방한다."며, "친구의 학업 성적이 우수하다면 자신 역시 망신을 피하기 위해 뒤쫓아 가지만, 반대로 친구의 성적이 열등하다면 그의 학습 동기 역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훌륭한 스승이나 친구를 만나면 자연스럽게 그들을 보고 배워서 훌륭하게 되고, 나쁜 친구와 어울리면 자신도 모르게 그릇된 방향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맹자의 어머니가 이사를 세 번이나 했다는 맹모삼천(孟母三遷)이나 남쪽의 귤나무가 북쪽에서는 탱자나무로 변한다는 남귤북지(南橘北枳) 이야기도 결국 '근주자적 근묵자흑'과 같은 의미일 것입니다.
▣ 마중지봉(麻中之蓬)
마중지봉(麻中之蓬)은 「순자(荀子)」 권학(勸學)에 나오는 사자성어입니다.
- 麻(삼 마) 中(가운데 중) 之(어조사 지) 蓬(쑥 봉)
`삼밭에 나는 쑥`이라는 뜻으로 `구부러진 쑥도 삼밭에 나면 자연히 꼿꼿하게 자라듯이 사람도 주위 환경에 따라 심성(心性)이 다르게 될 수 있음`을 비유하는 말입니다.
맹자(孟子)는, 인간의 본성이 선(善)하다며 성선설을 주장하였으나, 순자(荀子)는 그 반대로 성악설을 주장하여 인간의 본성이 악(惡)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거필택향, 유필취사(居必擇鄕, 遊必就士)”라고 설파하는데 이를 우리말로 옮겨 적으면 아래와 같습니다.
“거(居)할 곳은 반드시 좋은 곳을 택하고, 사귈 사람은 반드시 선비(士)를 택하라”는 뜻으로, 사람이 좋은 환경이나 좋은 사람을 만나야 악(惡)한 본성이 선(善)하게 바뀐다는것입니다. 그러면서 순자(荀子)는 그 예로 고사성어인 마중지봉(麻中之蓬)을 들었던 것이지요.
삼(麻)과 쑥(蓬)은 서로 잎의 모양이 비슷하고, 불에 태우면 마리화나가 타는 연기냄새도 비슷합니다. 그런데 이들이 각기 성장하게 되면서 키와 줄기의 방향에서 서로 차이가 나게 됩니다. 즉, 삼은 곧고 그 키가 약 2m이상 자라지만 쑥은 구부러지며 무릎정도의 키 크기로 자랍니다,
하지만, 삼밭에서 자라는 쑥은 삼의 도움을 받아 곧게 자라게 되며, 삼과 동일한 속도와 키높이로 자라 나서 가까이에서 보아도 삼대인지 쑥대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정도로 똑같아 보입니다. 그래서 옛부터 유학자들 간에 좋은 환경에 가까이 하고, 좋은 친구를 사귀라는 마중지봉(麻中之蓬)의 교훈을 곧잘 사용하여 왔던 것입니다.
좋은 친구를 사귄다는 것은 더없이 중요합니다. 좋지 못한 습관이 있는 사람과 어울리다 보면 금세 닮아갑니다. `흉보고 닮는다`는 말이 왜 있겠습니까! 주위 환경이 어떠냐에 따라서 좋게 변하기도 하고 나쁘게 변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가장 이상적인 친구는 나이가 적든 많든 긍정적인 사고로 세상을 대하고, 올바르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위로해주고 희망과 용기를 부여해주는 사람입니다. 부정적으로 사물을 바라보며 이간질을 일삼는 사람과는 되도록 가깝게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러시아 속담에 ‘당신 친구가 누군지 말해보라, 그러면 당신이 누군지 알려주겠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가까이 지내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다는 뜻이지요. 자신이 누군지를 확인하고 싶다면 자신과 가까이 지내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살펴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내 주위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둘러보고 계신가요? 내가 누구를 만나고,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서 인생이 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람은 항상 누구와 더불어 어울릴 것인가, 즉 어떤 사람과 교제를 맺고 또한 누구와 친구로 사귈 것인가를 깊이 헤아려서 신중하게 행동해야 할 것입니다.
▣ 맺음말: 친구는 행복을 주는 사람
'행복도 전염 된다'라는 책에 의하면 가까운 친구가 행복하면 곁에 있는 친구도 15%가 행복해지고, 그 친구의 친구는 10%가 행복하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행복과 마찬가지로 불행 역시 전염성이 매우 강해서 불행지수가 높았던 비만체질과 흡연을 즐기는 사람들의 친구가 비만과 흡연할 확률이 15% 높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행복 또한 '근주자적'이요, '근묵자흑'입니다.
행복해지고 싶으면 행복한 사람을 곁에 두라는 연구결과도 눈길을 끕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팀이 10년이 넘게 5천여 명의 인간관계 5만여 건에 대해 조사한 결과 '주위에 행복한 친구를 두면 행복해질 가능성이 무려 42%정도 상승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이 연구 결과도' 마중지봉'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동안 여러차례 반복해 말했었지만 명심보감을 성찰하는 목적은 행복하기 위한 것입니다. 행복과 불행은 인간관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마치 연못에 돌멩이를 던지면 파장이 퍼져가는 것처럼 한 사람의 행복과 불행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므로 행복해지고 싶으면 행복한 사람을 곁에 두는 것입니다.
그보다 먼저 내가 누군가에게 행복한 친구가 되어 주는 것입니다.
- 글 마침
※ 침고
교우(交友)와 관련된 글은 이 블로그에서 8.4에 발행한 글제목 '이웃과 친구' 글에도 실려 있습니다. 해당 글의 앞 부분은 이웃 문제를, 친구의 문제는 후반부에 있으니 참고를 바랍니다. 블로그 주소는 아래에 있습니다.
http://blog.daum.net/footprint/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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