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0.23)의 학습은 부행(婦行)편 1조(條)로 본문과 풀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 본문과 풀이
益智書云(익지서운) 女有四德之譽(여유사덕지예)하니 一曰婦德(일왈부덕)이요 二曰婦容(이왈부용)이요 三曰婦言(삼왈부언)이요 四曰婦工也(사왈부공야)니라.
익지서에 이르기를, "여성에게는 네 가지 덕의 명예로움이 있으니, 첫째를 말하자면 부인의 덕성이요, 둘째는 부인의 용모요, 세째는 부언의 말씨이요, 네째는 부인의 솜씨이니라."고 하였다.
○ 德(큰 덕) 크다, 덕, 도덕
○ 譽(기릴 예) 기리다, 명예, 명성
○ 婦(며느리 부) 며느리, 아내, 여자
○ 容(얼굴 용) 얼굴, 용모, 몸가짐
○ 言(말씀 언) 말, 말씀, 글
○ 工(장인 공) 장인, 솜씨, 일
女有四德之譽(여유사덕지예) 一曰婦德(일왈부덕) 二曰婦容(이왈부용) 三曰婦言(삼왈부언) 四曰婦工也
○ 女는 부인을 가리킴
○ 四德之譽(사덕지예) 여기서 예(譽)는 毁譽(훼예:비방과 칭찬)의 예(譽)와 같아서 ‘칭찬거리’ 정도로 보면 좋음
○ 一曰에서 曰은 조사처럼 쓰여 나열을 할 때 쓰임. 풀이는 '말하자면', '~라고 부르다/하다/이다'로 함
○ 婦德은 부인으로서 지녀야 할 마음이며, 婦容은 부인으로서 갖춰야 할 용모, 婦言은 부인의 말씨, 婦工은 부인이 갖춰야 할 여러 가지 솜씨를 뜻함
명심보감 초략본(抄略本)의 스무번 째 가르침인 부행편(婦行篇)에서는 부인의 역할행동에 대하여 말하고 있습니다. 전체 8조(條)의 내용 중에서 전반부는 부인이 각춰야 할 네 가지 덕목을, 후반부는 집안에서의 부인의 역할과 영향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명심보감은 600여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당시의 사회상을 반영한 것입니다. 특히 여성의 역할과 위상이 현재와는 크게 달랐던 당시이기에 부행편의 내용이 오늘의 삶과는 맞지 않거나 마뜩치 않을 수도 있습니다.그래서 1조의 본문이 말하는 여성(姓)의 역할에 대한 논의는 뒷 날로 미루고 오늘은 여자의 일생을 한자 풀이로 살펴 보겠습니다.
어린 여자(女:여자 여)에서 아내(妻: 아내 처)와 부인(婦: 아내/며느리 부)으로, 부인에서 엄마(母: 어미 모)로, 다시 시어머니(姑: 시어미 고)로 변하는 모습을 보겠습니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각 단계별로 여성에게 부여한 삶의 궤적을 각각의 한자를 통해 따라가 보겠습니다.
▣ 女(여자 여)
먼저 여자 여(女)를 보겠습니다. 전통적인 해석은 여자가 다소곳하게 손을 앞으로 모은 채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모습을 그린 글자로 봅니다. 혹자는 묶인 채 꿇어앉은 전쟁포로의 모습으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어떤 해석이든 '순종’하는 모습이란 점에서 서로 통합니다.
그런데 BC 3세기 무렵에 쓰여진 '여씨춘추' 에는 태고의 백성은 어미는 알아도 아비는 몰랐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또한 신석기 시대인 앙소(仰韶) 문화의 유적지에서는 여자를 중심으로 묻힌 공동 분묘(墳墓)도 발견됩니다. 이런 사정으로 보아 그 당시는 여자를 중심으로 하는 모계사회였고 권력 또한 여자에게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모계 중심의 혈통에서 아이륟 낳는 여성은 위대한 존재였습니다. 始(비로소 시)는 女와 台(별 태)가 더해진 글자로 뱃속에 아기가 생기는 일이 생명의 시작이라는 데서 '비로서'', '처음’이라는 뜻을 갖습니다. 威(위엄 위)는女와 戉(도끼 월)이 더해진 글자로 여자가 도끼를 들고 있는 모습을 나타낸 글자입니다. 고대에는 여자가 권력을 잡고 있었음을 말해줍니다.
성(姓)이란 한자 역시 모계사회의 관습에서 유래된 글자입니다. 女(여자)와 生(자식)이 더해진 글자로 여자가 자식에개 자신의 성을 따르게 한 것이지요. 이와같은 여러 사실들이 뒷받침 되면서 여(女)에 대한 해석이 순종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라는 과거의 해석과는 다르게 최근에는 여자가 어린 아이를 안고 있는 모양이라는 학설도 통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농업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면서 남자들의 노동력이 중요해졌고, 이때부터 점차 모계사회는 부계사회로 변화해 갑니다. 부계사회로 바뀌면서 자식의 성이 아비의 성을 따르게 되고, 기존의 姓(성)에 부계를 나타내는 氏(씨)가 붙여져 姓氏(성씨)라는 표현이 나타납니다. 氏(씨)는 뿌리의 모습을 본 따 만든 글자입니다.
한편 철기 사용으로 인한 잉여 생산물의 발생과 잦은 전쟁은 남자들의 지위를 급격히 상승시키면서 남존여비(男尊女卑)사상이 강해지지요. 바로 부계사회로 접어든 이후부터 女가 들어가는 글자에는 부정적인 의미의 글자가 많아집니다.
如(같을 여)는 女와 口{입 구)가 더해진 것으로 여자는 남자의 말대로 따라야 한다는 순종의 모습을 표현한 글자입니다. 委(맡길 위)는 女와 未(벼 화}가 더해진 것으로 이삭을 늘어뜨린 벼처럼 여성은 순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지요. 嫌(싫어할 혐)은 女와 兼(겸할 겸}이 결합한 것으로 왜 이 글자가 '싫어하다'는 뜻을 갖게 되었는지는 분명치가 않습니다.
결혼 혼(婚)은 '여자 여(女)+저녁 혼(昏)’입니다. 남자가 아내를 얻을 때 관행적으로 황혼 때 식을 올리기 때문에 저녁 혼(昏) 자가 붙었지요. 연구자에 따라서는 혼(婚)을 남자가 여자를 약탈해 혼인하는 풍습의 반영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약탈은 관습적으로 어두운 밤에 진행됩니다. 姙(아이 벨 임)온 女와 任(말길 임)이 더해진 글자로 시집간 여자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아이를 갖는 것이란 의미로서 생겨난 글자입니다.
姦(간사할 간), 奸(범할 간) 등은 여성을 간사한 존재로, 嫉(시기할 질 ), 妬(시샘할 투) 등은 투기를 일상는 존재로. 婢(여자종 비), 妓(기생 기)는 비천한 사회적 지위릍 반영하는 글자들입니다. 또한 본래 '아름답다!는 뜻을 가졌던 妖(아리따울 요), 媚(아름다울 미) 등도 '아첨하다, 요염하다. 옴란하다’ 동의 뜻으로 변하개 됩니다.
▣ 妻(아내 처)
여자가 결혼하면 처(妻)가 됩니다. 처(妻)는 머리채(中)를 잡아 위로 올린 여자(女)로, 비녀 꽂은 여자를 뜻합니다. 머리채를 잡은 것은 여자가 혼례를 치러 본격적으로 성인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시집가기 전에는 머리를 땋아서 내린 반면 시집간 여자는 머리를 땋아서 위로 감아 올렸지요. 여기서 '아내’, '시집보내다’라는 뜻이 파생됩니다 .
妻는 ‘아내’를 뜻하는 글자로 갑골문을 보면 이해가 더 쉽습니다. 妻자의 갑골문을 보면 女(여자 여)자 위로 휘날리는 머리칼과 又(또 우)자가 그려져 있습니다. 이것은 여자의 머리칼을 만지는 모습을 표현한 것입니다. 여자의 머리칼을 만지는 것과 ‘아내’가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요? 중국이 부계사회로 전환된 이후 여성이 외간남자에게 신체를 접촉당하는 것은 극도로 금기시되었습니다. 妻자는 그러한 인식이 반영된 글자로 ‘머리칼을 만져도 되는 여자’ 즉 ‘아내’를 뜻하는 것입니다.
요즘은 자신의 부인을 가리켜 “제 처는…”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옛날에는 계급에 따라 아내를 부르는 호칭이 각각 달랐습니다. 「주례」 등의 기록에 의하면 왕의 아내는 후(后), 제후의 아내는 부인(夫人),대부의 아내는 유인(孺人). 사(士)의 아내는 부인(婦人),서민의 아내는 처(妻)라 불렀습니다.
또 하나, 처와 함께 쓰이는 말에 첩(妾)이 있습니다. 첩(妾) 의 사전적 정의는 정식 결혼을 한 아내 외에 데리고 사는 여자입니다. 첩을 ‘설 립(立)+여자 여(女)’로 파자(破字)해 ‘서 있는 여자',즉 언제 마음이 변해 떠날지 모르는 여자로 우스개풀이를 하기도 하지요. 그러나 본래의 자원(字源)을 보면 신(辛)에서 십(十) 자가 생략되고 대신에 여(女)가 합쳐진 것입니다. 첩(妾)이 처음에는 노비문신을 한 여자, 즉 여자 노비란 의미로 쓰였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 婦(아내/며느리 부)
婦자는 ‘며느리’나 ‘아내’라는 뜻을 가진 글자입니다. 婦자는 女(여자 여)자와 帚(비 추)자가 결합한 모습이지요. 帚자는 손에 빗자루를 들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입니다. 이렇게 빗자루를 들고 있는 모습을 그린 帚(비 추)자에 女자가 결합한 婦자는 집 안을 청소하는 여자를 표현한 것으로 ‘며느리’나 ‘아내’라는 뜻을 갖게 되었습니다. 시집온 여자들의 삶이 엿보이는 글자네요.
혼인을 하면 한 남자의 부인이 되기도 하지만 또 하나의 역할이 주어집니다. 바로 며느리 역할입니다. 앞에서 보았듯이 婦는 남편의 아내이자 시집의 며느리입니다. 한마디로 며느리는 빗자루를 든 여자입니다.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시집온 여자에게 기대하는 역할은 결국 비질하는 것 정도였던 셈이지요.
「사기(史記)」 고조본기를 보면 이런 기록이 나옵니다. 패현의 유지였던 여문은 유방(劉邦)이 낮은 벼슬인 정장에 머무르던 시절,그가 크게 될 인물임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딸을 시집보낼 것을 청하며 "키질하고 비질하는 데 소용되게 하겠다”고 말합니다. 이런 표현에서도 당대 여자에 대한 기대역할을 간접적으로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처(妻)나 부인(婦人)을 우리 말로는 '아내'라고 합니다. 혹시 왜 아내라고 부르는지 아시나요? 가부장적 사회에서는 아내의 역할이 시키면 '아 네'하고 라고 대답해야 한다 해서 아내라고 했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렇게 생각했다가는 밥도 못 얻어 먹는다는 사실! 남성분들, 그러시면 큰일납니다.
아내의 우리 옛말이 '안해'라고 하는데 '안해'의 의미는 안(內: 안 내)에 있는 해(태양)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내(妻)는 남편의 태양도 되지만, 아내(婦)는 집안의 태양이기도 합니다. 태양이 있음으로 만물이 생장(生長)하듯이 아내가 빛을 내야 집안이 온전히 화평해집니다.
▣ 母(어미 모)
母(어미 모)자는 ‘어미’나 ‘어머니’를 뜻하는 글자입니다. 갑골문에서는 母자와 女(계집 여)자가 매우 비슷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다만 女자가 다소곳이 앉아있는 여자를 그린 것이었다면 母자는 여성의 가슴 부위에 점을 찍어 아기에게 젖을 물려야 하는 어머니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여자 여(女)가 어머니 모(母)가 되는 것은 단순한 단계별 발전이 아니라 급격한 질적 승화입니다. 여자 여(女) 자의 가슴에 두 점을 찍은 것은 일반적 여성의 집합에서 어머니의 '구별점’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규정합니다. 즉 어머니의 임무는 아이에게 젖먹이는 일임을 확실하게 보인 것입니다.
'약한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이니라.' 세익스피어의 <햄릿>에 나오는 유명한 말이지요. 그러나 여리여리하고 가날프고 순종적이던 그녀가 아기를 가진 '엄마’가 되면서 무시무시한 힘을 발휘하기 시작합니다. 바야흐로 ‘강한 자여,그대 이름은 여자이니라’가 되는 것이지요. 단지 엄마가 됐다는 이유만으로.
한 동물학 연구팀이 원숭이를 대상으로 실험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인간뿐 아니라 다른 동물에서도 모성애는 부성애보다 훨씬 강합니다. 뜨거운 철판 위에 원숭이 어미와 자식을 놓았을 때 어미는 자식을 철판 위로 번쩍 들고는 자신의 발바닥이 이글이글 타더라도 참았습니다.
아비 원숭이는 어떻게 했을 것 같은가요? 아비 원숭이는 자식을 발판삼아 그 위에 편안하게 앉아 있었답니다. 그런데 요즘은 우리 사회에서 이런 이야기가 잘 통하지 않습니다. 지극한 부성애를 가진 아빠들, 그리고 양육에 대한 관심도 엄마와 다르지 않은 아버지들이 많습니다. 어디까지니 원숭이 이야기입니다.
母(어미 모)와 관련된 한자들을 알아보겠습니다. 每(매양 매)는 갑골문을 보면 비녀를 꽂고 있는 여자(어미)의 모습으로. 결혼을 하여 아이가 있는 여자를 나타냅니다. 후에 금문에 와서는 늘 어미의 젖을 먹고 있다 하여 또는 자식에게는 늘 익숙하고 변하지 않는 꿋꿋한 존재라 하여 '매양, 늘, 항상'이라는 뜻으로 확장되면서 주된 뜻이 되었습니다.
海(바다 해)는 水(물 수)와 每(매양 매)가 결합한 글자입니다. 어머니가 자식들의 투정을 다 받아주고 감싸 안듯이 바다는 쉬지 않고 늘(매양) 크고 작은 물들을 모두 받아 들인다는 뜻입니다. 誨(가르칠 회)는 言(말씀 언)과 每가 합쳐진 글자로 매를 때려 가르치지 않고 어머니가 매번 그러듯이 말로 가르친다는 뜻이지요. 敏(민첩할 민)은 每와 攵(칠 복)자가 결합한 모습으로 손길이 닿아야 할 것이 많은 살림하는 어머니의 손놀림이 재빠름을 나타내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每(매양 매)가 비녀를 꽂고 있는 여자(어미)의 모습이라면 毐(음란할 매)는 비녀를 하나 더 꽂아 쾌락을 쫓는 화려하고 음란한 여성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毒(독 독)은 毐에서 다시 비녀가 하나 더 늘어난 모양을 하고 있네요. 음란함을 넘어 사회에서 근절되어야 할 독과 같은 존재로 비녀의 수를 늘려 표현한 글자입니다.
毋(말 무)는‘말다’나 ‘없다’, ‘아니다’와 같이 무언가를 금지하거나 부정하는 뜻으로 쓰이는 글자입니다. 모(母)에서 위 아래로 획올 내리그어 금지의 뜻올 나타냈습니다. 아이를 가진 어머니는 함부로 해치거나 범하지 말라고 해서 ‘ 말라’ 라는 의미가 생긴 것으로 봅니다.
▣ 姑(시어미 고)
姑자는 ‘시어머니’나 '나이가 많은 여자'를 통칭하는 글자입니다. 姑자는 女(여자 여)자와 古(옛 고)자가 결합한 모습이지요. 古자는 여러(十) 대에 걸쳐 입(口)으로 전해온다는 뜻이 합하여 '옛날, 오래되다’라는 뜻을 가집니다. 이렇게 ‘오래되다’라는 뜻을 가진 古자에 女자가 결합한 姑자는 ‘오래된 여자’ 즉 ‘나이가 많은 여자’라는 뜻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姑자는 집안에 나이가 많은 여성을 일컫는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 고모(姑母)는 아버지의 누이, 즉 아버지의 여형제를 뜻하며, 종고모(從姑母)는 아버지의 사촌누이를, 대고모(大姑母)는 아버지의 고모, 곧 할아버지의 누이를 말합니다. 시집간 여자에게 姑자는 바로 ‘시어머니’가 되겠네요.
姑자가 들어가는 단어 중에서 요즘에도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는 뭐라 해도 고부(姑婦)이며, 자연스럽게 고부갈등(姑婦葛藤)이라는 말이 한 단어처럼 뒤따라 붙습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를 일컫는 말이지요. 고부간(姑婦間)의 문제는 말 그대로 역지사지(易地思之)와 상호 존중의 지혜를 통해 풀어야 할 오래된 숙제인 것 같습니다.
참고로 姑자가 들어가는 사자성어로는 고식지계(姑息之計)가 있습니다. 근본 해결책이 아닌 임시로 편한 것을 취하는 계책, 즉 당장의 편안함만을 꾀하는 일시적인 방편을 뜻합니다. 덧붙여 시어머니를 뜻하는 한자가 姑라면 시아버지를 나타내는 한자로는 舅(시아버지 구)가 있지요. 고구(姑舅)는 시어머니와 시아버지를 통칭하는 단어입니다.
▣ 맺는 글
윗 글에서 한자로 살펴 본 여자의 일생을 다시 되짚어 보겠습니다. 무릎을 꿇고 눈도 마주치지 못하며 다소곳하기 그지없던 여자(女)가 저녁에 혼인해서(婚) 머리에 비녀를 꽂고 아내(妻)가 됩니다. 시집와서 열심히 비질하고(婦) 청소해 집안을 반짝반짝하도록 닦으며 가사를 돌봅니다. 그렇게 해서 집안을 편안히(安) 건사합니다.
이럭저럭 세월이 흐르면 드디어 시어머니(姑)가 됩니다. 여자의 일생에 또한번 새로운 마당이 열리는 것이지요. 과거 우리 사회의 수많은 여성들에게 되풀이 되어 왔던 '여자의 일생’입니다. 여자로 살아가는 동안 기쁨의 시간도 있지만 많은 시간들은 참으며 살고, 눈물로 보내는 세월이었습니다. 그래서 가수 이미자는 이렇게 노래합니다.
참을 수가 없도록 이 가슴이 아파도 여자이기 때문에 말 한 마디 못하고. 헤아릴 수 없는 설움 혼자 지닌 채 고달픈 인생길을 허덕이면서 아~ 참아야 한다기에 눈물로 보냅니다 여자의 일생
- 여자의 일생(작사 한산도, 작곡 백영호, 노래 이미자) www.youtube.com/watch?v=iVdJgwTVdKk
한자에서 女의 상징은 시대를 따라 변해왔습니다. 모계사회에서 女는 위대하고 강하며, 아름다운 존재로 상징되었지요. 하지만 부계사회가 되면서 女가 들어가는 글자에는 힘없고 나약한 부정적인 의미가 많아졌습니다. 이제 남녀 공존의 시대가 되었으니 한자 연구가들이 남녀의 역할과 상징에 대한 새로운 한자를 만들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죽은 말, 사어(死語)가 되어버린 말 중에 삼종지도(三從之道)가 있습니다. 삼종의탁(三從依託)’이라고도 부르지요.
집에서는 아버지의 뜻을 따르고, 시집을 가면 지아비에게 순종하며, 지아비가 죽으면 아들의 뜻을 좇아야 한다."는 것으로 봉건사회에서 여성의 권리를 억압하는 굴레로 작용하였던 표현이지요.
이제는 세상이 변하여 "남자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세 명의 여자 말만 잘 들으면 잘 먹고 잘 산다"라고 합니다. 그 세 명이란 엄마, 아내 그리고 네비게이션입니다. 지금은 아내 밑에 있으면 모든 것이 순조롭다는 '처하태평(妻下泰平)' 시대라는 말도 들립니다. 비록 웃자고 하는 소리지만 시대의 변화를 대변합니다. 말과 뜻은 시대에 따라 달라집니다. 사람은 변화에 맞게 살아야 합니다.
- 글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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