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0.27)의 학습은 부행(婦行)편 3조(條)로 본문과 풀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글 내용이 많아 글자풀이와 문장분석은 생략합니다. 글자 풀이를 보시려면 블로그 주소 blog.daum.net/footprint/349 를 참고하기 바랍니다.
▣ 본문과 풀이
其婦德者(기부덕자)는 淸貞廉節(청정렴절)하여 守分整齊(수분정제)하며 行止有恥(행지유치)하여 動靜有法(동정유법)이니 此爲婦德也(차위부덕야)니라 婦容者(부용자)는 洗浣塵垢(세완진구)하여 衣服鮮潔(의복선결)하며 沐浴及時(목욕급시)하여 一身無穢(일신무예)니 此爲婦容也(차위부용야)니라 婦言者(부언자)는 擇師而說(택사이설)하여 不談非禮(부담비례)하고 時然後言(시연후언)하여 人不厭其言(인불염기언)이니 此爲婦言也(차위부언야)니라 婦工者(부공자)는 專勤紡績(전근방적)하고 勿好葷酒(물호훈주)하며 供具甘旨(공구감지)하여 以奉賓客(이봉빈객)이니 此爲婦工也(차위부공야)니라.
그 부인의 덕성은 맑고 곧으며 염치와 절도가 있어 분수를 지키고 몸가짐을 바르게 하며, 행동거지(行動擧止)에 부끄러움이 있고, 움직일 때나 가만히 있을 때나 법도가 있는 것이니, 이것이 부덕이다.
부용(婦容)이라는 것은 먼지나 때를 깨끗이 빨아 옷차림을 정결하게 하며, 목욕을 제때에 하여 몸에 더러움이 없게 하는 것이니, 이것이 부인의 용모이다.
부언(婦言)이라는 것은 본받을 만한 것을 가려 말하며 예의에 어긋나는 말은 하지 않고, 꼭 해야 할 때가 된 뒤에 말해서 사람들이 그의 말을 싫어하지 않는 것이니, 이것이 부인의 말씨이다.
부공(婦工)이라는 것은 오로지 길쌈을 부지런히 하고 마늘과 술을 좋아 하지 않으며, 맛있는 음식을 갖추어 손님을 받드는 것이니, 이것이 부인의 솜씨이다
명심보감 초략본(抄略本)의 스무번 째 가르침인 부행편(婦行篇)에서는 부인의 행실에 대하여 말하고 있습니다. 전체 8조(條)의 내용 중에서 전반부는 부인이 가져야 할 네 가지 미덕(美德)을 말하고 있네요. 즉 婦德(부덕:부인다운 덕성스러움), 婦容(부용:부인의 용모), 婦言(부언:부인의 언사), 婦工(부공:부인의 솜씨)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하의 글에서는 부덕(婦德), 부용(婦容), 부언(婦言), 부공(婦工 )을 우리말로 바꾸어 쓰려고 합니다. 즉 차례대로 '마음씨', '맵시', '말씨', '솜씨'로 바꾸는 것이 더 친숙하고 어울릴 것 같습니다. 더불어 풀이 내용도 부행편에서 말하는 범위를 넘어 살피겠습니다. 그리고 이 네 가지 덕목은 여성(부인) 뿐만 아니라 남성(남편)도 관련되는 것임을 미리 밝힙니다.
▣ 마음씨
♠ 마음씨란 마음을 쓰는 씀씀이나 태도를 말합니다. 마음은 모든 것의 시작입니다.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서 생각이 달라지고 말과 행동, 결과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부덕(婦德)이 네가지 중에서 첫 번째이고 마음씨는 나머지 세 가지의 바탕이 되는 것입니다. 멥시나 말씨, 솜씨는 바탕인 마음씨가 올곧을 때 오랫동안 그 빛을 냅니다.
바탕에 대한 강조는 논어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공자 제자 자하(子夏)가 공자에게 묻습니다. “‘시경(詩經)’에 이런 노래가 있습니다. ‘어여쁜 웃음에 귀여운 보조개. 예쁜 눈에 새까만 눈동자여. 흰 바탕에야 문채가 빛난다네’라고요. 이게 무슨 뜻인지요?”
공자가 알려줍니다. “무늬(文)를 제대로 그리려면, 먼저 바탕(質)이 올발라야 한다는 뜻이지.” (팔일편, 8장) 어여쁜 웃음은 바탕 즉 질이요, 그걸 빛내주는 보조개는 문(디자인)이라는 것입니다. 멥시나 말씨, 솜씨는 바탕인 마음씨가 올바르지 않으면 겉만 번지르하거나 사람을 속이는 기교가 되어 버립니다.
♠ 흥미로운 것은 3000년 전 ‘시경’ 속의 노랫말과 1960년대 후반의 대중가요 ‘마음이 고와야 여자지’(박춘석 작곡, 남진 노래)의 가사 의미가 흡사하다는 점입니다. 그 노랫말을 옮기면 이렇습니다.
노래는 괄호 속 주소를 클릭하면 동영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5oB5Ru8y_eE)
새카만 눈동자의 아가씨 겉으론 거만한 것 같아도 마음이 비단같이 고와서 정말로 나는 반했네.
마음이 고와야 여자지 얼굴만 예쁘다고 여자냐 한번만 마음 주면 변치 않는 여자가 정말 여자지
‘새카만 눈동자의 아가씨’라는 노랫말은 ‘시경’에 그려진 ‘어여쁜 눈에 새카만 눈동자’라는 대목을 연상시킵니다. 또 ‘얼굴만 예쁘다고 여자냐, 마음이 고와야 여자지’라는 가사는 공자가 귀띔한 ‘그림 그리는 일은 사람 됨됨이의 다음’이라는 의미와 곧바로 통하게 됩니다.
♠ 마음이 이처럼 바탕으로서 중요하다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까요? 수많은 마음 중에서 크게는 맹자(孟子)가 말한 네가지 마음으로 분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즉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의 네 가지 마음입니다.
'측은지심'은 남을 불쌍하게 여기는 타고난 착한 마음을 이르는 말입니다. '수오지심'은 자기의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옳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입니다. '시비지심'은 옳음과 그름을 가릴 줄 아는 마음입니다. '사양지심'은 겸손하여 남에게 사양할 줄 아는 마음입니다. 남녀를 불문하고 이 네 가지 마음을 언행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훌륭한 삶을 이룰 수 있습니다.
필자는 맹자의 네 가지 마음 중에서 특히 첫 번째의 측은지심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측은지심은 어진 마음입니다. 측은지심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석한다면 정성을 다하는 마음이고, 상대의 성공과 행복을 나의 성공과 행복으로 여기는 마음입니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마음이고, 제자에 대한 스승의 마음입니다. 이런 마음으로 내가 관계맺는 사람들과 살아간다면 내가 속한 공동체는 훨씬 밝아지고, 세상은 갈수록 살만한 곳이 될 것입니다.
▣ 맵시
♠ 맵시란 한자말로는 용모(容貌)라고 할 수 있으며 사람의 얼굴과 신체의 모습 및 차림새를 뜻합니다. 따라서 용모라고 하면 복장까지를 포함하는 말이지요. 마음씨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현실 세계의 사람들은 맵시에 더 많은 관심과 시간, 돈을 사용합니다. 마음은 남들이 알기 어렵지만 맵시는 겉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자신을 좋게 보이기 위한 것이겠지요.
예전에도 사람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신언서판(身言書判)을 꼽았습니다. 사람을 만날 때 처음 눈에 들어오는 것이 겉으로 드러나는 신(身)입니다. 첫 인상이 마지막 인상이라는 말이 있듯이 밖으로 보여지는 인상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리고 첫인상은 시각적 요인이 절대적입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앨버트 멜라비언(Albert Mehrabian) 박사는 개인의 인상을 결정짓는 요소를 시각(외모) 55%, 청각(목소리) 38%, 언어(내용) 7% 라고 했습니다.
♠ 2008년, 한국 교육방송(EBS)에서 흥미있는 실험 내용을 방영한 바 있습니다. '인간의 두 얼굴'이라는 프로그램이었지요.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33세의 미혼 남자를 작업복 차림으로 진열대에 세워두고 지나는 여성들에게 그가 어떤 사람일 것으로 생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에 대한 대답은 일반 노동자에 연봉 3천3백 정도, 호감도는 10점 만점에 3점. 혹 데이트 요청을 하면 받겠느냐는 질문에 단호하게 'No'였습니다.
이번에는 같은 사람에게 양복 차림을 하게 한 후 지나가는 여성들에게 같은 질문으로 물었습니다. 그에 대한 대답은 직업은 변호사 혹은 의사에 연봉 8천, 호감도는 10점 만점에 8점. 데이트 요청을 한다면 당연히 'Yes'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이런 결과를 보면 '옷이 날개다'라든가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속담이 이유 없이 생간 것은 아닌듯 합니다.
위 사례의 방송 내용은 아래 주소애 있습니다. 보시면서 놀라거나 씁쓸해 하지는 마세요.
- (EBS, 인간의 두얼굴, 사회적 착각, 8분): www.youtube.com/watch?v=FWfpX3KstMo
♠ 그래서일까요? 아침마다 마음 다스리는 사람은 적어도 거울을 보며 용모를 확인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남녀 없이 다이어트 열풍이 불고 성형 시술도 심심치 않습니다. 바라건데 외모 만이 아니라 마음도 아름답게 가꾸었으면 좋겠습니다. 몸매 만이 아니라 마음 근육도 함께 키웠으면 좋겠습니다.
▣ 말씨
♠ 말씨를 사전에서는 '말하는 태도나 말하는 버릇'으로 풀이합니다. 말씨에 대한 또 다른 풀이에는 '말이 여러 사람에게 퍼져 나가는 시초의 바탕이 된 말'도 있습니다. 어떤 풀이가 됐건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마음씨나 맵시 외에도 말씨가 대단히 중요합니다.
말씨가 중요한 까닭은 말이 씨가 되기 때문입니다. 보이지 않는 마음씨가 밖으로 표출된 것이 말씨입니다. 같은 상황이자만 어떤 말씨로 말하는가에 따라 하는 말이 '말도끼'가 되기도 하고 '말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말도끼는 사람에게 아픈 상처를 주지만 말씀은 위로와 희망을 축복으로 선물합니다.
♠ 수줍음을 타는 아이에게 "웬 겁이 그렇게 많으냐"라고 야단치면 아이는 주눅이 들어 버립니다. 이런 말씨는 말도끼가 되어 상대의 가능성을 죽이게 됩니다. 같은 말이라도 "너는 참 신중한 아이로구나"라고 바꿔 말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런 말씨는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는 축복이 되어 상대를 살리는 말씀이 됩니다.
비난, 공격, 무시, 욕설, 명령과 같은 거친 말씨는 말도끼가 되어 상대를 다치게도 하지만 자칫하면 말하는 자신의 발등을 찍기도 합니다. 칭찬, 위로, 존중, 격려, 부탁과 같은 따뜻한 말씨는 말씀이 되어 상대를 고무시키고 상호관계를 더욱 긍정적으로 만듭니다. 우리의 말씨는 말도끼가 아니라 말씀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 말씨를 말씀으로 바꾸는 방법 중에 인터레벵(Interabang)'을 차용(借用)하는 기술이 있습니다. 인터레벵이란 감탄과 의문을 동시에 나타내는 문장부호입니다. 우리 말로는 '물음느낌표'라고 칭할 수 있겠네요. 바로 대화 중에 느낌표(!)와 물음표(?), 즉 감탄과 질문을 적절히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짧은 예를 들어볼까요?
말씀의 말씨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특징 중의 하나는 '물음느낌표'를 자주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빤한 얘기인데도 습관처럼 상대의 말꼬리에 감탄사(!)를 붙이고 물음표(?)를 달아줍니다. 이는 상대의 말에 관심을 갖는다는 표시로 받아 들여지고 서로의 삶과 이야기를 격려해주는 말 효과를 높입니다.
이를테면, 당신이 “지난 주말에 한강에서 자전거를 탔어요. 너무 좋았어요.”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옆에서 “나도 해봤어요.”라든가 "그곳은 자전거 타기에는 위험해요"라고 해 버리면 일단 대화가 멈추거나 주춤거리게 됩니다.
이럴 때 옆 사람이 자기 경험을 내세우는 대신에 “정말요? 어머, 좋았겠다! 그래서 어땠어요?" 라고 의문문과 감탄문이 뒤섞인 반응을 보인다면 어떻게 될까요? 당신은 신이 나서 한참 동안 설명을 하게 될거고 대화 상대방에 대해서도 기분좋은 느낌을 갖게 될 겁니다.
우리는 느낌표와 물음표를 얼마나 사용하나요? 자기 할 말을 앞세우게 되면 상대의 말에 느낌표와 물음표를 붙여주기가어렵습니다. 그동안 내가 한 말을 돌아 보니 느낌표와 물음표에 인색했음을 깨닫게 됩니다. 내 말에 감탄하며 나의 경험과 감정을 물어주고 들어 주었던 사람들에게 새삼 감사할 수 밖에 없습니다.
♠ 우리가 말을 나눌 때는 상대방의 입장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상대와 이야기를 나눌 때 해야 할 말과 해서는 안 되는 말을 구분해야 합니다. 공자는 강조했습니다. “함께 말할 만한데 말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고, 더불어 말할 만하지 않은데 말하면 말을 잃는다.(논어, 위령공편)
또한 말을 해야 할 때와 침묵할 때를 분간해야 합니다. 공자는 "묻지 않았는데도 앞질러 말하는 것을 '조급하다' 이르고, 묻는데도 대답하지 않는 것을 '숨긴다' 이르며, 상대방의 표정을 살피지 않고 함부로 말하는 것을 '장님'이라 이른다(논어 계씨편)"고 했습니다.
말이란 닦을수록 빛나고 향기가 납니다. 말할 때도 역지사지(易地思之)가 필요합니다. 말도끼를 찍는 대신에 말씀의 말씨를 뿌려야 합니다. 적어도 失言(실언)이나 虛言(허언) 같은 말실수는 막아야 합니다. 그러면 덤으로 얻는 것도 있습니다. “어쩌면 그리 말을 예쁘게 하세요 ?” “복 들어올 말만 하시네요.”
▣ 솜씨
♠ 솜씨는 음식솜씨, 바느질솜씨, 살림솜씨 등 삶을 영위하는 생활 능력입니다. 동시에 그림솜씨, 춤솜씨, 도자기 굽는 솜씨 등과 같이 기예(技藝)에 관한 재주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어느 것이든 사람의 몸, 특히 손의 사용과 관련이 깊습니다(노래 솜씨처럼 손이 아닌 것도 있음). 그래서 솜씨의 뜻을 국어사전에서는 ‘손을 놀려 무엇을 만들거나 어떤 일을 하는 재주’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어원을 살펴보면 ‘솜’은 아예 ‘손’이었습니다.
인간은 손을 사용해 집을 짓고, 손으로 옷을 만들며, 손으로 농사를 지어 밥을 먹습니다. 인간생활에 필수적인 의식주(衣食住)가 모두 손으로 이루어집니다. 의식주 뿐만 아니라 자연물이 아닌 모든 인공물들은 사람의 손을 거친 것들입니다. 바로 솜씨가 인간의 문명과 문화를 만들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솜씨가 뀌어남을 가리키는 한자성어에 포정해우(庖丁解牛)가 있습니다. '포정'은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의 사람 이름이고 해우(解牛)는 소를 잡는 일을 뜻합니다. 따라서 포정해우는 '포정이 소를 잡는 뛰어난 솜씨'라는 정도의 의미를 가집니다.
그의 소잡는 실력은 신기(神技)에 가까웠습니다. 보통의 소잡이들은 한달이나 길어봐야 1년이 지나면 소잡는 칼을 바꿔야 했습니다. 소를 잡으면서 칼이 뼈에 부딪히고 살점을 무리하게 분리하다 칼이 못쓰게 되는 거지요. 포정은 뼈와 살의 빈 곳을 찾아 발라내기 때문에 19년 동안 수천 마리의 소를 잡으면서도 칼은 숫돌에 방금 간 것처럼 생생했다고 합니다. 「장자(莊子)」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포정처럼 우리들 주변에는 특정 분야의 장인(匠人)이나 달인(達人)으로 불리우는 전문가(專門家)들이 있습니다. 전문가란 일정한 직업에 전념하거나 한 가지 기술을 전공하여 그 일에 솜씨가 뛰어난 사람을 일컫는 말이지요. 넓게는 학문이나 기예에 통달하여 남다른 역량(力量)을 가진 사람까지를 포괄합니다.
장인(匠人)이나 달인(達人)과 같은 전문가(專門家)들은 자신이 가지고 태어난 가능성을 실현시킨 사람들이고, 꿈을 이룬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현대 사회에서는 부(富)와 명예를 얻기도 합니다. 솜씨의 수준에 따라 성공과 행복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도 있습니다.
♠ 어떻게 하면 우리들도 장인(匠人)이나 달인(達人)과 같은 한 분야의 전문가(專門家)가 될 수 있을까요? 필자는 두 가지 대안을 제안합니다. 하나는 강점(强點)의 발견이고 나머지 하나는 일만(一萬: 10,000) 시간의 연습입니다.
강점이란 자신이 남보다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뜻합니다. 솜씨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음식하는 솜씨가 남다른 사람이 있고, 옷 짓는 솜씨가 뛰어난 사람이 있습니다. 그밖에도 새상에는 휘파람 솜씨와 같은 수만가지 서로 다른 솜씨가 있습니다. 어떤 솜씨를 쓰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길이 달라집니다.
한편으로 강점은 남보다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넘어서 즐길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지만 재미가 없고 즐길 수 없다면 오히려 그것은 삶에 부정적인 결과를 미칩니다. 그래서 공자도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논어, 옹야편)"고 가르쳤습니다.
그렇다면 자기가 잫 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즐거운 활동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전문적인 검사를 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간편한 방법이 있습니다. 그 방법은 어떤 일(활동, 행위)을 하기 전, 그 일을 하는 동안, 심지어 그 일을 한 후에 어떤 기분인지를 세심하게 살펴보는 일입니다. 느낌을 통해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는 방법이지요.
어떤 일(활동, 행위)을 하기 전에 그 일을 하고 싶은 의욕이 샘솟는다면 그 일은 당신의 강점일 수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하는 동안 완전히 몰입해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간 기분이라면 그 일은 당신의 강점일 수 있습니다. 어떤 일을 끝낸 후에 성취감을 느꼈다면 그 일은 당신의 강점일 수 있습니다. 앞의 세 가지 조건을 다 갖췄다면 그 일은 거의 확실하게 당신의 강점입니다.
♠ 강점을 찾았다고 해서 바로 최고의 솜씨를 발휘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만(10,000)시간의 연습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쩌면 강점의 발견보다 수많은 연습과 반복 연습이 더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반복적인 연습이 최고를 만들고, 장인과 달인 그리고 전문가를 만듭니다.
그래서 전문가가 되려면 일만 시간의 연습, 즉 시간이 필요합니다. 연습이라 해도 대충 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지향적이고 의식적으로 집중해서 해야 합니다. 따라서 일(활동, 행의)의 종류에 따라 일만 시간이 안 되거나 더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 오랜 연습과 숙달의 시간을 고통이 아니라 즐기면서 보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전문가의 경지에 도달합니다.
전문가를 영어로는 엑스퍼트(expert)라고 합니다. 이 말의 어원(語源)은 '시도하다', '실험하다', '연습하다' 입니다. 새로운 시도와 연습이 전문가를 만든다는 것이지요. 달인(達人)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로는 베테랑(veteran)이 있습니다. 로마 시대, 20년 가까이 복무하고 만기 제대한 퇴역 병사를 뜻하는 라틴어 ‘veteranus’가 어원입니다.
잔문가를 의미하는 '엑스퍼트'나 달인을 뜻하는 '베테랑' 모두가 연습과 오랜 시간의 숙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드는 '마부작침(磨斧作針')의 자세가 장인, 달인, 전문가로 안내하는 확실한 길입니다. 에디슨이 말한대로 '천재는 영감이 1%, 나머자 99%는 노력'입니다.
▣ 맺는 말: 문질빈빈(文質彬彬)
♠ 위에서 여자가 갖춰야 할 네 가지인 부덕(婦德), 부용(婦容), 부언(婦言), 부공(婦工)을 각각 마음씨, 맵시, 말씨, 솜씨로 바꾸어 살폈습니다. 그리고 마음씨가 바탕인 질(質)이고, 나머지 세 가지는 무늬와 꾸밈에 해당하는 문(文)이라는 것도 살폈습니다. 마음씨를 비롯한 네 가지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마음씨는 나머지 세 가지의 바탕이 되는 것으로 가져야 할 마음씨는 어진 마음이요, 정성스러운 마음, 상대의 성공을 돕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맵시는 용모로서 겉모습이지만 나에 대한 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므로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말씨는 상대를 죽이는 말도끼 대화가 아니라 상대를 살리는 존중과 지지의 말씀 대화, 느낌표와 물음표를 적극 사용해야 합니다. 전문가적인 솜씨는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는 것과 부단한 연습을 통해 도달합니다.]
♠ 그렇다면 혹시 네 가지 중에서 무엇이 중요할까요? 이 질문은 '질(質: 바탕)과 문(文: 무늬, 꾸밈)' 혹은 '내용과 형식' 중에 무엇이 중요한가?'라는 질문과도 통합니다. 이에 대한 두 가지 답을 공자의 가르침 중에서 찾아 보겠습니다.
하나는 문질빈빈(文質彬彬)으로. 「논어」 <옹야편>애 나오는 내용입니다. . 공자가 말하기를, "바탕이 꾸밈을 이기면 투박해지고, 꾸밈이 바탕을 이기면 겉만 요란하다. 꾸밈과 바탕이 조화를 이룬 뒤에야 군자라고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質勝文則野(질승문즏야) 文勝質則史(문승질즉사) 文質彬彬(문질빈빈) 然後君子(연후군자)}"
문질빈빈의 뜻을 풀이해 보면, 문(文)은 ‘꾸민다.’는 뜻으로 맵시, 말씨, 솜씨에 해당합니다. 질(質)은 바탕이라는 뜻으로 네가지 중에서 마음씨에 해당합니다. 의례(儀禮)의 형식이나 상품의 디자인 등이 文(꾸밈)에 속한다면 의례의 내용과 상품의 품질은 質(바탕)에 해당합니다. 그러니까 문질빈빈(文質彬彬)은 '文과 質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빛난다'는 뜻이지요. 마음씨와 맵시, 마음씨와 말씨, 마음씨와 솜씨가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내용과 형식, 품질과 디자인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어야 합니다.
♠ 그런데 또 하나의 문제는 문(文)과 질(質)이 조화를 이루지 못할 때입니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둘 중의 하나를 앞세워야 할 때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까요? 이미 짐작했겠지만 질(質)을 우선해야 합니다. 하나의 예(例)를 들겠습니다. 「논어」 <팔일편>애 나오는 내용입니다.
임방(林放)이라는 사람이 예(禮)의 근본을 질문하자 공자는 "예(禮)는 사치하기 보다 검소한 것이 낫고, 상(喪)은 잘 치르기보다 차라리 슬퍼하는 것이 낫다. [禮與其奢也寧儉(예여기사야영검) 喪與其易也寧戚(상여기이야영척)]"라고 대답했습니다.
요즘은 점심이나 저녁의 식사시간을 이용해 조문하는 게 보통입니다. 조문도 하고 식사도 해결하는 '일거양득'의 이점 때문이겠지요. 여기서 주의할 점은 조문보다 음식에 치중하는 결례를 범해선 안 된다는 점입니다. 상가에서 아는 사람을 모처럼 만났다고 너무 반가워하거나 큰 소리로 떠드는 것도 예의에 어긋납니다.
"공자는 상중에 있는 자 곁에서 일찍이 배불리 먹은 적이 없었고 곡을 한 날에는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논어, 술이편)"고 했습니다. 이 말은 상례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슬픔(質)으로 일을 치러야 함을 뜻합니다. 표면적인 의례(文)로 조문하는 것은 본말(本末)이 전도(轉倒) 되었다는 것입니다.
♠ 한 가지 더 고려할 점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質(내용)이 文(형식)을 낳는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거꾸로 형식(文)이 내용(質)을 낳기도 합니다. 옛날에는 아이들에게 예절 교육을 강제적으로 시킴으로서 아이들 스스로 효심과 충성심을 기르도록 했습니다. 이것이 형식이 내용을 낳게 하는 방법입니다.
군대에서 제식(制式)은 군인의 기본예절부터, 걸음거리, 총검술까지를 말합니다. 지금도 군대에서는 현대전(現代戰)과 직접 관련성이 없을 것 같은 제식훈련(制式訓鍊)을 반복합니다. 그 이유는제식훈련이 통일성이 필요한 군인 집단에게 절도와 규율, 단결력과 명령에 대한 복종심을 키움으로써 전투력을 배가(倍加)시키기 때문입니다. 이것도 역시 형식이 내용을 낳게 하는 하나의 사례입니다.
마음씨와 나머지 세 가지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곧은 마음씨가 바른 맵시를 갖도록 하지만 거꾸로 바르고 아름다운 맵시가 바르고 아름다운 마음씨를 키우기도 합니다. 말씨나 솜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습니다, 마음이 행동을 낳지만 또한 행동이 마음에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문질빈빈(文質彬彬)을 만들어가는 지혜입니다.
- 글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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