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늘은 선거(選擧)라는 말의 자원(字源)과 유래(由來)를 통해 선거의 의미와 지도자의 자격을 알아 보겠습니다.
- 대한민국 국회의사당 -
■ 자원(字源)
▶ 選(가릴 선)
選자는 ‘가리다’나 ‘뽑다’, ‘고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입니다.
選자를 파자(破字)하면 辶(쉬엄쉬엄 갈 착)자와 巽(유순할 손)자가 결합한 모습입니다.
손(巽)자는 탁자(=제단) 위에 무릎을 꿇고 올라가 있는 두 사람을 그린 것으로 살아있는 생명(巳)을 정성을 다하여 두손으로 받쳐 올리는 제의(祭儀) 의식을 표현한 글자입니다. 이렇게 공손하게 앉아있는 두 사람을 그린 손(巽)자를 응용해 누구를 보낼 것인지를 놓고 선택한다는 뜻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선(選)자는 여러 사람 중의 하나를 고른다는 의미에서 ‘가리다’나 ‘뽑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 擧(들 거)
거(擧)자는 ‘들다’나 ‘일으키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로 갑골문(甲骨文)에서는 아이를 번쩍 든 모습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거(擧)자를 파자(破字)하면 舁(마주들 여)자와 与(어조사 여)자, 手(손 수)자가 결합한 모습입니다. 여기서 여(舁)자는 위아래로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마주 들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그러니 거(擧)자에는 총 5개의 손이 그려져 있는 셈이지요.
■ 유래(由來)
<논어>‘안연’ 편에 보면 제자 번지(樊遲)가 공자에게 지(知)에 대해 묻자 공자가 “사람을 알아보는 것(樊遲問知 子曰知人: 번지문지 자왈지인)”이라고 일러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번지가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아듣지 못하자(樊遲未達: 번지미달) 공자가 재차 설명합니다.
“곧은 자를 뽑아 여러 굽은 자들 위에 두면, 굽은 자를 곧게 할 수 있다(擧直錯諸枉 能使枉者直: 거직조저왕 능사왕자직).”
공자의 가르침을 전해 들은 제자 자하(子夏)가 말하기를 “참으로 옳은 말씀이다. 옛날에 순임금이 사람들 가운데서 고요를 선발하여 쓰시니 불인(不仁)한 자들이 멀어졌다. 탕임금이 여러 사람들 가운데 이윤을 선발하여 쓰시니 불인한 자들이 멀리 사라졌다(舜有天下 選於衆 擧皐陶 不仁者遠矣 湯有天下 選於衆 擧伊尹 不仁者遠矣: 순유천하 선어중거고요 불인자원의. 탕유천하 선어중거이윤 불인자원의).” 라고 탄복합니다.
여러 사람들 중에서 '고요'와 '이윤'을 가려서(選) 들어(擧) 쓰니, 고요는 공명정대한 법관이 되었고, 요리사였던 이윤은 명재상이 되었다는 것이지요. <논어>의 이 고사에서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선거(選擧)라는 말이 유래했습니다.
■ 지도자론(指導者論)
그렇다면 순임금과 탕임금이 가려서 뽑았던 고요와 이윤은 어떤 인물이며 그들이 말하는 지도자의 자격은 무엇이었을까요?
▶ 皐陶(고요)
순임금에게는 좋은 신하들이 많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치산치수에 성실했던 禹(우)와 학식과 덕이 높은 皐陶(고요)가 제일 으뜸이었습니다.
고요는 순임금 때 형정(刑政)을 주관하는 사(士: 오늘날의 법무부장관)에 임명되어 五刑(오형=삼천 종목이나 됨)을 정하여 살아가는 규율을 바로 세우고 五敎(오교=후에 오륜이 됨)를 정하여 인륜을 가르치는데 큰 치적을 남겼습니다.
또한 그는 지도자가 갖춰야 할 자질로 구덕론(九德論)을 제시하였습니다.
- 관이율(寬而栗) - 너그러우면서도 엄격함
- 유이립(柔而立) - 부드러우나 주관이 뚜렷함
- 원이공(愿而恭) - 일에 성실하면서도 (교만하지 않고) 공손함
- 치이경(治而敬) - 다스림에 재주가 있으나 신중함
- 요이의(擾而毅) - 민의에 순종하나 내면은 확고함
- 직이온(直而溫) - 정직하면서도 온화함
- 간이렴(簡而廉) - 간략하면서도 구차하지 않음(자질구레한 일에 얽매지 않음)
- 강이색(剛而塞) - 굳세면서도 착실함
- 강이의(彊而義) - 강하면서도 도의(道義)를 지킴
고요는 이 구덕을 꾸준히, 그리고 제대로 실천하는 사람이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설파했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9가지 가운데 3가지를 실천하면 작은 영지(領地)를 온전하게 유지할수 있고, 6가지를 실천하면 제후로서 나라를 온전하게 유지할 수 있으며, 9가지 모두를 두루두루 갖추어 실천하면 천하를 책임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 이윤(伊尹)
이윤(伊尹)은 탕왕이 무려 다섯 번이나 찾아가 자신을 도와달라고 부탁해 어렵게 발탁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발군의 실력을 가진 책사였습니다. 그는 비록 요리사 출신의 천민이었지만 상나라를 세운 탕왕을 도와 천하의 명군으로 만든 인물입니다.
이윤은 탕임금의 궁중요리사였을 때 어떤 때는 간을 조금 짜거나 싱겁게 했습니다. 탕임금이 이를 탓하자 그는 국정을 이렇게 요리에 비유합니다.
“한 왕조를 다스리는 것은 요리하는 것과 같습니다. 소금을 너무 많거나 너무 적게 넣으면 요리를 망치게 됩니다. 양념은 적당해야 합니다. 한 나라를 다스리는 왕은 너무 서둘러서도 너무 느려서도 안 됩니다. 모든 것을 일목요연하게 배치할 때만이 정연하게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백성들이 진심으로 환영하는 좋은 왕이 될 것입니다.”라고
이윤은 지도자의 유형을 아홉 가지로 나눈 구주론(九主論)으로 지도자들로 하여금 스스로 돌아보도록 하였습니다. 아홉 유형의 지도자와 이들의 특징은 아래와 같습니다.
- 법군(法君) 엄격하게 법(제도, 규칙)을 적용하는 지도자 ->엄격형
- 전군(專君) 독단적이고 유능한 사람을 배척하는 지도자 -> 독단형
- 노군(勞君) 자신이 속한 집단과 사람들을 위해 부지런히 일하는 지도자 ->근면형
- 수군(授君) 권력을 아랫 사람들에게 넘겨주고 책임을 지지 않는 지도자 ->무능형
- 등군(等君) 논공행상이 공정하고 공평한 지도자 ->공정형
- 기군(寄君) 백성을 고달프게 부리면서 교만하게 구는 지도자 ->교만형
- 파군(破君) 적을 경시하다 몸은죽고 나라를 망친 지도자 ->망국형
- 고군(固君) 덕과 수양을 무시한 채 무력만 중시하는 지도자 ->저돌형
- 삼세사군(三歲社君) 어린 나이에 지도자가 됨 ->유아형
구주(九主)를 좀더 설명해보면 이렇습니다.
우선 법군(法君)은 비상시에 필요한 지도자의 유형이기는 하지만 전군(專君)으로 흐를 위험성이 크다고 보았습니다. 기군(寄君)과 파군(破君)은 망국의 지도자로 최악이고, 수군(授君)은 무능력한 지도자의 대표적인 모습입니다. 고군(固君)은 자기 수양은 등한시한 채 무력으로 주변을 위협하거나 정복하려는 유형으로 매우 위험한 지도자입니다. 삼세사군(三歲社君)은 어린 나이에 통치자가 된 리더로, 누가 보필하느냐에 따라 자질이나 리더십이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는 가장 바람직한 지도자의 유형으로는 백성들을 위해 노심초사 부지런히 일하는 노군(勞君) 과 모든 사람을 공평하게 대하며 논공행상 역시 원만하게 처리하는 등군(等君)을 들었습니다
※ 우리의 책무
옛날이나 지금이나 어떤 체제이든 정치는 결국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노나라 애공이 공자에게 정치를 묻자 공자가 대답합니다.
“정치를 하는 것은 사람에게 달려 있다. 좋은 ‘사람’을 얻으려면 ‘자신’부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자신을 닦는 것은 도로써 하고, 도를 닦는 것은 인(仁)으로써 한다.(爲政在人 取人以身 修身以道 修道以仁: 위정재인 취이이신 수신이도 수도이인).”” 중용(中庸)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당 태종(唐太宗) 역시 ‘정관정요(貞觀政要)’에서 “정치를 하는 요체는 오직 사람을 얻는 데 있으니, 재목이 아닌 자를 등용한다면 반드시 (제대로 된) 정치에 이르기 힘들 것이다(爲政之要 惟在得人 用非其才 必難致治: 위정지요 유재득인 용비기재 필난치치)”라고 단언했습니다.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대목입니다.
따라서 선(選)자의 자원에서 보듯이 후보자들은 선거에 나선다는 것이 영광의 꽃길이 아니라 고난과 희생의 가시밭 길임을 알아야 합니다. 나라의 주인으로서 주권을 행사하는 국민들은 명예나 사익(私益), 권력 의지 만을 추구하는 정상배(政商輩)나 정치꾼이 아니라 나라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할 후보자를 뽑아야 합니다.
결국 좋은 사람을 뽑으려면 주권자인 국민 각자가 최선을 다한 선택(選擇)을 해야 할 것입니다. 정치는 결국 사람이 하는 것(爲政在人: 위정재인)이고, 국민이 하는 것(爲政在民: 위정재민)이기 때문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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