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보감의 안분편(安分篇)은 7조(條) 95자(字)의 짧은 내용입니다. 그런데 내용을 보면 3차례나 지족(知足)이라는 표현을 발견하게 됩니다(1조, 2조, 4조). 바로 지족(知足)이 안분편의 핵심 키워드라 할 만 합니다. 오늘(4.3)은 지족(知足)에 대한 얘기들을 해 보겠습니다.
▶ 왜 '지족(知足)'일까요?
사전을 보면 행복이란 '생활에서 기쁨과 만족을 느껴 흐뭇한 상태'이며, 지족(知足)이란 '자기에게 있는 것으로 만족할 줄 아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행복과 불행의 차이는 족할 족(足)자, 즉 우리가 부딪히는 수많은 상황에 대한 만족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자기 분수에 족(足)함을 안다면 그것이 행복이요, 자기 분수에 불만족해 한다면 불행입니다.
작은 평수의 임대 아파트에서 살더라도 족함을 느끼고 산다면 그것은 가난한 부자로서 행복이겠지만 운동장 같이 넓은 아파트에서 살아도 불만족하고 산다면 이는 부유한 빈자(貧者)로서 불행일 것입니다.
그래서 바로 오늘의 학습 본문인 안분편 2조에서는 아래와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知足者 貧賤亦樂 不知足者 富貴亦憂” (빈천역락 부지족자 부귀역우)
‘만족 할 줄 아는 사람은 가난하고 천해도 또한 즐거워할 것이요. 만족 할 줄 모르는 사람은 부유하고 귀해도 또한 근심 하니라’
▶ '지족(知足)'의 유래
‘지족’의 유래(由來)에 대해서는 두 가지 입장이 있습니다.
(1) 하나는 석가모니(釋迦牟尼)의 마지막 가르침을 담은 유교경(遺敎經)에서 그 유래(由來)를 찾습니다. 해당 경전의 일부를 옮겨 보겠습니다.
汝等比丘 若欲脫諸苦惱 當觀知足 (여등비구 약욕탈제고뇌 당관지족)
知足之法 卽是富樂安穩之處 (지족지법 즉시부락안온지처)
知足之人 雖臥地上 猶爲安樂 (지족지인 수와지상 유위안락)
不知足者 雖處天堂 亦不稱意 (부지족자 수처천당 역불칭의)
비구들이여 만약 모든 고뇌를 벗어나고자 한다면 마땅히 만족할 줄 아는 것에 대하여 관찰해 보라.
만족함을 아는 법은 부유하고 즐거우며 안온(安穩)한 곳이다.
넉넉히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비록 맨땅 위에 누워 있을지라도 오히려 편안하고 즐겁다.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비록 천당에 있을지라도 자기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不知足者 雖富而貧, 知足之人 雖貧而富 (부지족자 수부이빈, 지족지인 수빈이부
不知足者 常爲五欲所牽 爲知足者之所憐愍 (부지족자 상위오욕소견 위지족자지소련민
是名知足 (시명지족)
만족할 줄 모르는 자는 비록 부유한 듯 하나 가난하거니와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비록 가난한 듯 하나 부유하다.
만족을 모르는 자는 항상 오욕에 이끌려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 불쌍하게 여기는 바가 된다.
이것을 ‘만족할 줄 앎(知足)’이라 한다.
(2) 지족(知足)의 유래로 이야기되는 다른 하나는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 입니다. 도덕경에도 지족(知足)이라는 표현이 여러 차례 나타납니다. 몇 가지를 옮겨 보겠습니다.
知足者富(지족자부)
스스로 족할 줄 아는 사람이 바로 부자다. (도덕경, 33장)
知足不辱, 知止不殆, 可以長久.(지족불욕, 지지불태, 가이장구)
만족할 줄 알면 모욕을 당하지 않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아 오래갈 수 있다.(도덕경, 44장)
禍莫大於不知足, 咎莫大於欲得, 故知足之足常足矣(화막대어부지족, 구막대어욕득, 고지족지족상족의) :
재앙은 족함을 모르는 것보다 더 큰 것이 없고 허물은 갖고자 하는 욕심보다 더 큰 것이 없다 그러므로 만족한 줄 아는 것이 가장 큰 족함이다.(도덕경 46장)
※ 지족(知足) 이야기(1)
지족(知足)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사자성어로는 안분지족(安分知足), 지족상락(知足常樂), 지족지지(知足知止) 그리고 오유지족(吾唯知足) 등이 있습니다.
- 안분지족(安分知足) 편한 마음으로 제 분수를 지키며 족함을 안다는 뜻
- 지족상락(知足常樂) 족함을 알면 항상 즐겁다는 뜻
- 지족지지(知足知止) 족함을 알아[知足]그칠 줄을 앎[知止].
- 오유지족(吾唯知足) 나는 오로지 만족할 줄을 안다는 뜻
그런데 오유지족(吾唯知足)의 네 글자를 보면 모두 口(입 구)字를 가지고 있습니다.그래서 가운데에 구(口)를 배치하고 五/隹/矢/疋(다섯 오/새 추/화살 시/발 소)의 네 글자를 아래와 같이 상우좌하(上右左下)에 배치하면 각각의 글자가 모여 성어를 이루게 됩니다.
특별히 이러한 모양으로 만들어진 것을 오유지족 전(錢)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글자의 형상이 네 글짜에 옛날의 엽전 같이 꿸 수 있는 형태의 모습이 되어 그렇게 부르는 것입니다.
※ 지족(知足) 이야기 (2)
조선조 역관 김시유(金是瑜)는 중국말을 잘했습니다. 그는 세 차례나 큰 공을 세웠지요. 1721년(경종 원년) 영조의 세제(世弟'왕의 자식이 없을 때 동생이 왕위를 이을 수 있도록 하는 것) 책봉을 위한 주청사(奏請使'중국에 외교관계로 보낸 비정규 사절이나 사신)로 가서 반대하는 청(淸)을 설득, 성공시켰습니다. 또 1726년(영조 2년)과 1730년(영조 6년)엔 변무사(辨誣使'조선 왕실이나 국가 중요 사실이 잘못 알려져 이를 해명 또는 고치기 위해 파견된 특별 사절이나 사신)로 청에 들어가 그동안 고치지 못했던 태조와 인조 임금에 대한 잘못된 명사(明史)의 기록 수정에도 성공했습니다. 그의 공로는 "백세에 기록하여 전할 만하다"는 극찬을 받았었지요. 영조는 "명민하게 일을 잘 해결했다"며 노비와 전답을 하사했습니다. 작위도 높아졌지만 근신하고 겸손했던 그는 거처에 '지족'(知足'만족함을 앎)이란 현판을 걸고 스스로 경계했습니다. 옛 우리 외교사 기록인 '통문관지'(通文館志)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 지족(知足) 이야기 (3)
홍콩의 거부 리커싱은 자기의 사무실에 ‘지지(知止)’라는 글을 걸어놓고 항상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고 합니다. 이 말은 ‘멈출 줄을 알아라’는 것입니다. 스스로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보다 더 풍요로운 부자이고, 멈출 줄 아는 사람이 더욱 지혜롭고 행복하다는 의미지요. “복은 겸손과 검소함에서 나오고, 화는 교만함과 탐욕에서 나온다”는 진리를 늘 가슴에 새겨야 하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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