明心寶鑑/명심보감(직)

3.순명편

efootprint 2020. 11. 28. 11:01

3.順命篇(순명편) :

이 편은 우리에게 명(命)을 따를 것을 말하고 있다. 명(命)은 운명(運命), 천명(天命)과 같은 의미로, 순명(順命)은 우리에게 부여된 운명적 요소를 거역하지 말 것을 말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글도 어느 면에서는 계선편(繼善篇)이나 천명편(天命篇)에 보이는 ‘선(善)에의 의지’ 곧 자연의 섭리를 계승하고 의식하면서 살 것을 권고한 점에서 그 의의가 일치한다. 아울러 순명 곧 “하늘 뜻[天命]에 순응하라”는 의미에는 억지로 무엇을 이루려는 인위적 행위에 대한 경계를 담고 있다.

 

 

[1] 子曰(자하왈) 死生(사생)은 有命(유명)이요 富貴(부귀)는 在天(재천)이니라.

공자(子)가 말하기를(曰), "죽고(死) 사는(生) 것은 명(命)에 있고(有) 부자(富)가 되고 귀(貴)하게 되는 것은 하늘(天)에 있느니라(在)."고 하였다.
() : 천명(天命) 하늘 뜻(의지)’ 또는 운명적인 요소를 가리킨다.

○ 天(천) : 천명(天命) 또는 운명의 의미이다.

○ 富貴在天(부귀재천) ; 부귀(富貴)는 하늘이 부여(附與)하는 것이라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다.

 

[출전] 이 글은 《논어》 〈顔淵(안연) 五章〉에 보이는데, 사마우(司馬牛)와 자하(子夏)와의 대화에 등장하는 자하의 말이다.

儒家 -> 論語 -> 顏淵    《논어》〈顔淵(안연) 五章

司馬牛憂曰(사마우우왈):「人皆有兄弟(인개유형제),我獨亡(아독망)。」

子夏曰(자하왈):「商聞之矣(상문지의):死生有命(사생유명),富貴在天(부귀재천)。君子敬而無失(군자경이무실),與人恭而有禮(여인공이유례)。四海之內(사해지내),皆兄弟也(개형제야,) 君子何患乎無兄弟也(군자하환호무형제야)?」

사마우가 걱정하면서, “사람들은 모두 형제가 있는데 나만 홀로 (형제가) 없구나.” 하자,

자하가 말하기를, “내(商)가 들으니, 죽고 사는 것은 명(命)에 달려 있고, 부귀(富貴)는 하늘에 달려 있다.’고 하였다.

​군자가 공경하고 잃음이 없으며 남과 더불어 공손하고 예(禮)가 있으면, 사해(四海:천하)의 안이 모두가 형제이니 군자가 어찌 형제 없음을 걱정하겠는가?”하였다.

 

[해설] 공자의 제자 사마우(司馬牛)에게는 환퇴(桓退)형이 있었으나 성정이 잔악하고 무도하여 한 때 공자를 죽이려고도 하였다. 송나라에서 모반이 일어나자 사마환퇴가 이에 가담하였으나 모반이 실패로 돌아가는 바람에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떠돌아다니게 되었다.

형이 죽게 될까 염려하여 사마우는 자하(子夏)에게 형제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걱정하였다. 그러자 자하는 공자에게 들은 말을 인용하여 이렇게 위로(慰勞)한 것

 


[2] 萬事分已定(만사분이정)인데 浮生空自忙(부생공자망)이니라.

모든 일(萬事)은 분명하게(分) 이미(已) 정(定)하여져 있는데 세상 사람들이(浮生) 공연히(空) 스스로(自) 바쁜(忙)것이니라..

○ 已(이) : 이미 ‘이’. 이미. 벌써.

○ 浮生(부생) : 덧없는 인생

○ 忙(망) : 바쁠 ‘망’. 바쁘다.

 

[출전] 남송(南宋) 이후에, 선행(善行)과 전해 내려오는 민간의 속담을 엮어 만든, 작자 미상의 《名賢集(명현집)》 중에 글이 보인다.

耕牛無宿草(경우무숙초)이어늘 倉鼠有餘糧(창서유여량)이요 萬事分已定(만사분이정)이어늘 浮生空自忙(부생공자망)이니라

밭 가는 소에게는 묵은 꼴이 없지만, 창고의 쥐에게는 남는 식량이 있다. 모든 일은 분수가 이미 정해져 있건만, 덧없는 인생은 부질없이 스스로 바쁘구나.

[해설] 부질 없이 발버둥치는 우리네 삶을 관조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3] 景行錄云(경행록운) 禍不可倖免(화불가행면)이요 福不可再求(복불가재구)니라.

경행록(景行錄)에 이르기(云)를 "화(禍)는 요행(倖)으로는 면(免)함이 가(可)하지 아니하고(不) 복(福)은 두 번(再) 구(求)함이 가(可)하지않다(不)."고 하였다.(즉 불가(不可) 하다.임)
○ 《景行錄(경행록)》은 송(宋)나라 때 만들어진 책이라 하나 현재 전하지 않는다.

○ 倖(행) : 요행 ‘행’. 요행(僥倖)

※倖而得免(행이득면) : 요행(徼幸ㆍ僥倖)이 벗어남

○ 不可(불가) : ‘~해서는 안된다’, ‘~할 수 없다’, ‘~ 못한다’ 등의 불가능을 나타내는 조동사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 중에서 문맥에 자연스런 의미를 골라 해석하면 좋다.

[해설] 재앙은 요행으로 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거기에 대비하여 만반의 준비가 요구되며, 행운이란 그리 흔하지 않으므로 늘 노력하면서 기다렸다가 기회가 오면 반드시 놓치지 말라는 것이다.

 


[4] 時來風送滕王閣(시래풍송등왕각)이요 運退雷轟薦福碑(운퇴뢰굉천복비)이니라.

때(時)가 오니(來) 바람(風)이 등왕각(藤王閣)으로 보내고 운(運)이 물러감(退)에 벼락(雷轟)이 천복비(薦福碑)를 때리더라.

時來風送騰王閣(시래풍송등왕각) : “일이 되려고 하니 바람결에 등왕각에 가서 문명(文名)을 떨치는 행운을 잡았다”의 의미이다.

滕王閣(등왕각)은 중국 강서성(江西省) 신건현(新建縣) 양자강에 임한 장강문(章江門) 위에 있던 누각으로 당나라 등왕(滕王) 이원영(李元嬰)이 세웠다. 왕발(王勃)이 신령(神靈)의 현몽(現夢)으로 순풍을 만나 하룻밤에 남창(南昌) 7백리를 가 등왕각 연회에 참석하여 이 누각의 서문인 〈등왕각서〉를 지어 문명을 떨치는 행운을 잡았다. 거기에다 한유(韓愈)가 기(記)를 지어 더욱 유명해졌다.

○ 運退雷轟薦福碑(운퇴뢰굉천복비) : “재수가 없다 보니 느닷없는 벼락이 천복비를 때렸다”는 의미이다.

천복비(薦福碑)는 중국 강서성(江西省) 천복사(薦福寺)에 있던 비석. 당나라 이북해(李北海)가 짓고, 구양순(歐陽詢)이 썼다. 그런데 당시 구양순의 글씨가 크게 존중받았으므로, 그 탁본(拓本) 하나 값이 천금(千金)이었다. 문정공(文正公) 범중엄(范仲淹)이 그 지방을 다스릴 때 어떤 가난한 서생(書生)이 찾아와 먹고살 길이 없다고 신세타령을 하자 범중엄은 그에게 천복사 비문 탁본 1천 벌을 떠서 서울에 내다 팔아 보라고 밑천을 대주었다. 그래서 그 사람은 종이와 먹을 다 마련하였는데, 그날 밤 벼락이 그 비석을 쳐서 깨뜨려 좋은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고 한다.

○ 轟(굉) : 울릴 ‘굉’. 울리다. 벼락이 치다

 

[해설] 인생이란 자연의 이법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살다보면 뜻밖의 행운을 맞는 경우도 있고 기필했던 일도 우연한 일로 어그러지게 마련이다. 대자연의 섭리에 맡기고 열심히 살다보면 그때 행운은 찾아오는 것이다.

 

[王勃(왕발:650~676)] : 당나라 초기 강주(絳州) 용문(龍門) 사람. 산서(山西) 태원(太原) 사람이라고도 한다. 자는 자안(子安)이고, 왕복치(王福畤)의 아들이며, 왕통(王通)의 손자다. 조숙한 천재로 6살 때부터 문장을 잘 지었고, 생각을 구상하는 데 막힘이 없었다. 9살 때 『지하(指瑕)』를 지어 안사고(顔師古)가 주를 단 『한서(漢書)』의 오류를 바로잡았다. 고종(高宗) 인덕(麟德) 초에 대책(對策)으로 합격하여 괵주참군(虢州參軍)이 되었다. 17살 때인 건봉(乾封) 1년(666) 유소과(幽素科)에 급제했다. 젊어서 재능을 인정받아 인덕(麟德) 원년(664)에 이미 조산랑(朝散郞)의 벼슬을 받았다.

 

재주를 믿고 남들을 경멸해 동료들의 질시를 샀다. 왕족인 패왕(沛王) 현(賢)의 부름을 받고 섬겼지만, 당시 유행했던 투계(鬪鷄)에 대해 장난으로 쓴 글이 고종의 노여움을 사게 되어 죽을 뻔했다가 사면을 받아 중앙에서 쫓겨나 사천(四川) 지방을 방랑했다. 아버지 역시 이 일로 교지령(交阯令)으로 폄적(貶謫)되었다. 뒤에 관노(官奴)를 죽였다는 죄로 관직을 빼앗기고 상원(上元) 2년(675) 교지로 아버지를 만나러 갔다가 도중에 남창(南昌)을 지나면서 그 유명한 「등왕각서(滕王閣序)」를 써 세인의 칭찬을 받았다. 돌아오다가 배에서 떨어져 29세의 나이로 익사했다. 양형(楊炯)․ 노조린(盧照鄰)․ 낙빈왕(駱賓王)과 함께 ‘초당4걸(初唐四傑)’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특히 5언절구에 뛰어났다. 저서에 『왕자안집(王子安集)』 16권을 남겼다. 그가 23살 되던 함형(咸亨) 2년(671)에 지은 「등왕각서(藤王閣序)」는 지금도 명문으로 명성이 높다. [네이버 지식백과] 왕발 [王勃] (중국역대인명사전, 2010. 1. 20., 이회문화사)

 


[5] 列子曰(열자왈) 痴聾瘖啞(치롱음아)도 家豪富(가호부)요 智慧聰明(지혜총명)도 却受貧(각수빈)이라 年月日時(연월일시)가 該載定(해재정)하니 算來由命不由人(산래유명불유인)이니라.

열자(列子)가 말하기를(曰), "어리석고(痴) 귀먹고(聾) 고질(痼)이 있고 벙어리(啞)라도 집(家)은 호화(豪)롭고 부자(富)요 지혜(智慧) 있고 총명(聰明)해도 도리어(却) 가난(受貧)하다. 해(年)와 달(月)과 날(日)과 시(時)(운명=사주팔자)는 모두(該) 처음부터(載 )정(定)해져 있으니 수명(算來)은 명(命)에 말미암음(由)이요. 사람(人)에 말미암음(由)이 아니다(不)"하니라
○ 列子(열자) : 전국시대(戰國時代)의 사상가이다. 성은 열(列). 이름은 어구(禦寇),열자(列子)는 그의 존칭이자 저서의 이름이다. 황제(黃帝)․ 노자(老子)의 학문을 바탕으로 하여 지은 《열자》 8권이 있다. 그는 당나라 때 충허진인(冲虛眞人)에 봉해졌고 지덕충허진인(至德冲虛眞人)이라 하기도 하였다. 이 까닭에 《열자》를 《冲虛眞經(충허진경)》이라 부르기도 한다.

○ 癡聾(치롱) : 어리석고 귀먹은 사람.

○ 瘖啞(음아) : 말 못하는 벙어리. 어떤 본에는 瘖啞(음아)가 痼啞(고아:고질병과 벙어리)로 되어 있다.

○ 却(각) : 물리칠 ‘각’. 반대로. 도리어

○ 年月日時(연월일시) : 흔히 말하는 ‘四柱(사주)’이다.

○ 該(해) : ‘모두[皆(개)]’의 의미이다. 이밖에 ‘갖추다[備]’, ‘겸하다[兼]’, ‘마땅하다[宜]’, ‘其’의 의미도 있다.

○ 載(재) : 부수가 車로서 ‘싣다[乘]’의 의미이나 여기서는 ‘비롯하다[始]”의 곧 ‘처음에” 또는 ‘처음부터”의 의미로 새기는 것이 좋다.

○ 來(래) : 어기사(語氣詞 : 문장의 어감, 어세 등을 나타냄)로서, 그것은 구체적인 뜻은 없지만 구(句) 중에 쓰여 음절을 완전하게 채우거나 어기를 느슨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 由(유) : 말미암을 ‘유’. 말미암다.

 

[해설] 《列子(열자)》에 보이지 않는다. 세상 일이란 운명적인 것이 있어서 불구자라도 큰 부자가 있고 반면에 지혜 있고 총명한 사람도 도리어 가난한 경우가 있다. 따라서 사람의 운수는 사주(四柱)에 의해 분명히 정하여 있으니 부귀는 사람으로 말미암는 것이 아니라 운명에 달려 있다는 운명론적(運命論的)인 내용이다.

 

 - 순명편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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