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효행편(孝行篇)
어버이의 숭고한 사랑과 노고를 찬양한 내용으로 6장으로 구성되어있다.
어릴 적부터 불러왔던 “하늘 아래 그 무엇이 높다 하리오? 어머니의 은혜는 가이 없어라.…….”라는 양주동(梁柱東) 박사의 어머니 노래 가사는 언제나 우리를 숙연하게 한다. 이런 내용을 담은 《詩經(시경)》의 시(詩)를 빌어 시작되는 효행편은, 부모의 끝없는 자식에의 사랑을 되새기게 하면서 효도하고 순종하는 미풍양속을 촉구한다.
[1] 詩曰(시왈) 父兮生我(부혜생아)하시고 母兮鞠我(모혜국아)하셨네 哀哀父母(애애부모)여 生我劬勞(생아구로)하셨네 欲報之德(욕보지덕)이나 昊天罔極(호천망극)이로다.
시(詩)에 말하기를(曰) "아버지(父) 나(我)를 낳으시고(生) 어머니(母) 나(我)를 기르셨네(鞠), 아아 애닯고 슬프도다(哀哀) 부모(父母)님이시어 나(我)를 낳아 기르시느라고 수고(劬勞)로우셨다. 깊은(深)은혜(恩)를 갚고 저 할진댄 넓은 하늘(昊天)처럼 끝이(極) 없음(罔)이로다"라고 하였다.
○ 詩(시) : 《詩經(시경)》으로 사서(《大學(대학)》․《論語(논어)》․《孟子(맹자)》․《中庸(중용)》)과 오경(《詩經(시경)》․《書經(서경)》․《易經(역경)》․《禮記(예기)》․《春秋(춘추)》)의 하나이다.
○ 兮(혜) : 어기사(語氣辭)로서 정지나 완만함을 나타내고 가끔 감정을 터뜨리는 작용을 지니고 있으며 운문(韻文) 중에 주로 쓰여, ‘~여’, ‘~인가’ 등으로 새긴다.
○ 父兮生我(부혜생아)하시고 母兮鞠我(모혜국아)하시니 : “아버지 나를 낳으시고 어머니 나를 기르시니”의 뜻 “아버지는 나에게 생명의 근원인 정기(精氣)를 주시고, 어머니는 나를 양육시켜 주셨으니”의 의미이다.
○ 鞠(국) : 기를 ‘국’. 기르다. 사랑하다.
○ 哀哀(애애) : 구슬픔. 매우 슬픔.
○ 劬勞(구로) : (어머니가 자기(自己)를 낳느라) 힘들어 수고함. 劬(구) : 수고로울 ‘구’. 애쓰다. 수고롭다.
○ 欲報深恩(욕보심은) : 어떤 本에는 欲報之德(욕보지덕:이 은혜 갚고자 하나)으로 되어 《詩經(시경)》의 글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 昊天罔極(호천망극) : ‘하늘이 넓고 끝이 없다’는 뜻으로 부모의 은혜가 매우 크고 끝이 없음을 이르는 말. 昊(호) : 하늘 ‘호’. 罔(망) : 없을 ‘망’.
[해설] 이 글은 《시경》에서 따온 것으로 자식을 기르느라 온갖 노고를 다하신 부모님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정서로 가득 차 있다. 내 몸을 낳아 기르시고 가르치셔서 사람 노릇을 하게 해주신 어버이의 숭고한 사랑과 노고를 찬양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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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전]《詩經》〈小雅 小旻 蓼莪〉는 다음과 같다. 詩經 -> 小雅(소아) -> 小旻之什(소민지십)
《蓼莪(요아):새발쑥》
蓼蓼者莪(요료자아)、匪莪伊蒿(비아이호)。哀哀父母(애애부모)、生我劬勞(생아구로)。
더부룩한 건 새발쑥인가? 아니 그건 다북쑥이네. 애처롭다 우리 부모님 나를 낳고 고생하셨네.
蓼蓼者莪(요료자아)、匪莪伊蔚(비아이울)。哀哀父母(애애부모)、生我勞瘁(생아로췌)。
더부룩한 건 새발쑥인가? 아니 그건 제비쑥이네. 애처롭다 우리 부모님 나를 낳고 여위셨네.
缾之罊矣(병지경의)、維罍之恥(유뢰지치)。鮮民之生(선민지생)、不如死之久矣(불여사지구의)。
無父何怙(무부하호)、無母何恃(무모하시)。出則銜恤(출칙함휼)、入則靡至(입칙미지)。
병의 술이 떨어짐은 술통의 수치이네. 궁하고 외롭게 사느니 일찍 죽는 게 나으리.
아버지 아니면 누굴 믿고 어머니 아니면 무얼 기대리. 나가면 근심이요, 들어와도 마음 붙일 곳 없네.
父兮生我(부혜생아)、母兮鞠我(모혜국아)。拊我畜我(부아축아)、長我育我(장아육아)。
顧我復我(고아부아)、出入腹我(출입복아)。欲報之德(욕보지덕)、昊天罔極(호천망극)。
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시니 쓰다듬어 기르시고 키우고 가르쳐 주셨네.
거듭 거듭 살피시고 나들며 안아주셨네. 이 은혜 갚고자 하나 하늘처럼 그지없어라.
南山烈烈(남산렬렬)、飄風發發(표풍발발)。民莫不穀(민막불곡)、我獨何害(아독하애)。
남산은 하늘에 솟고 바람은 사납구나. 사람들은 즐거이 살건만 나만 어찌 풀이 죽었나.
南山律律(남산률률)、飄風弗弗(표풍불불)。民莫不穀(민막불곡)、我獨不卒(아독부졸)。
남산은 우뚝하고 바람은 매섭구나. 사람들은 즐거이 살건만 나만 부모 봉양 못하는구나.
[2] 子曰(자왈) 孝子之事親也(효자지사친야)에 居則致其敬(거즉치기경)하고 養則致其樂(양즉치기락)하고 病則致其憂(병즉치기우)하고 喪則致其哀(상즉치기애)하고 祭則致其嚴(제즉치기엄)이니라.
공자(子)가 말하기를(曰), "효자(孝子)가 어버이(親)를 섬김(事)에는 기거(居)하신 즉(則) 그(其) 공경(敬)을 다하고(致) 봉양(養)한 즉(則) 그(其)즐거움(樂)을 다 하며(致) 병드신 즉(則) 그(其) 근심(憂)을 다하고(致) 돌아가신(喪) 즉(則) 그(其) 슬픔(哀)을 다하며(致) 제사지낸(祭) 즉(則) 그(其) 엄숙(嚴)함을 다할 것이니라."고 하였다.
○ 之(지) : 주격어조사
○ 事(사) : 섬길 ‘사’. 섬기다.
○ 也(야) : 단정의 뜻을 나타내는 어조사이다.
○ 致(치) : 다할 ‘치’. 다하다.
○ 養則致其樂(양즉치기락) : 여기서 ‘其’는 자식 측인지 어버이 측인지 논란이 일 수 있다. 그런데 자식측으로 보는 쪽이 우세하다. 물론 “봉양함에는 ‘어버이의’ 즐거워하실 것을 다해서 해드린다.”의 의미로 새기면 其는 어버이 쪽으로 보는 것도 근사하다. 그러나 전후의 ‘居則致其敬(거즉치기경)’과 ‘病則致其憂(병즉치기우)’와 ‘喪則致其哀(상즉치기애)’와 ‘祭則致其嚴(제즉치기엄)’ 등의 ‘其’가 자식 쪽임이 분명하다고 할 때 자식 쪽으로 봄이 자연스럽다. 곧 ‘자식이 기꺼운 마음을 다해서’ 봉양한다는 의미로 새기는 것이 좋겠다.
※《효경》(孝經)은 유가의 주요 경전인 십삼경(十三經)의 하나이다. 이 책은 '효도(孝道)'를 주된 내용으로 다루었기 때문에 《효경》이라고 하였으며, 십삼경 중에서 처음부터 책 이름에 '경(經)' 자를 붙인 것으로는 유일한 것이다.
[출전] 1) 이 글은 《孝經(효경)》 〈傳七章(전칠장)〉 <紀孝行(기효행)>에 보인다.
“子曰 孝子之事親也에 居則致其敬하고 養則致其樂하고 病則致其憂하고 喪則致其哀하고 祭則致其嚴이니 五者가 備矣然後에 能事親이니라 :
공자가 말하였다. 효자가 어버이를 섬김에 ……이 다섯 가지가 갖추어진 후에야 어버이를 잘 섬기는 것이다.”
2) 《童蒙先習(동몽선습)》에도 이 글이 소개되어 있다.
[해설] 효자 노릇이란, 부모님의 기거(起居)에서 돌아가신 후에 이르기까지 자식이 할 도리를 다해야 한다는 명제를 담고 있다
[3] 子曰(자왈) 父母在(부모재)하시면 不遠遊(불원유)하며 遊必有方(유필유방)이니라.
공자(子)가 말하기를(曰), "부모(父母)께서 살아 계시면(在) 멀리(遠) 가서 놀지(遊) 않으며(不) 놀아도(遊) 반드시(必) 방향(方)이 있을(有) 것이니라."라고 하였다.
○ 遠(원) : ‘멀리’ 또는 ‘먼 곳에서’를 의미하는 부사어로 새기는 것이 좋다.
○ 方(방) : 방향이나 장소, 또는 ‘方所(방소:장소)를 알려 드리다’의 의미로 새겨야 한다.
○ 遊必有方(유필유방) : 유(遊)는 집을 떠나 여행하는 모든 행위를 총칭한다.
'방'은 가는 방향, 즉 갈 곳을 부모님께 아시도록 한다는 뜻이다.
[출전] 1) 《論語(논어)》 〈里仁(이인) 第四 十九章〉에 보인다.
2) 《小學(소학)》 〈明倫(명륜) 八章〉에도 소개되어 있다.
※ 이인편(里仁篇)은 주로 인덕(仁德)에 관한 내용이 수록 되어 있다. 편명은 이인위미(里仁爲美)의 첫 두 글자를 따서 이름 지었다. 이인위미(里仁爲美)는 마을의 인심이 어질어야 사람의 마음도 아름답게 된다는 뜻이다.
※ 소학(小學) : 유교 입문자에게 초보적인 유교 학문을 가르치기 위해 만든 교육서이다. 송나라의 학자 주자(주희)가 엮은 것이라 되어있지만 실은 그의 제자 유자징이 주자의 지시에 따라 편찬한 것이라 한다.
[해설] 집을 떠나 있는 자식의 소재를 모르는 부모의 걱정이야말로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자식은 그런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려 먼 곳으로의 외출을 될 수 있으면 삼가고 부득이 외출해서는 소재를 알려야 할 것이다.
[4] 子曰(자왈) 父命召(부명소)하시면 唯而不諾(유이불낙)하고 食在口則吐之(식재구즉토지)니라.
공자(子)가 말하기를(曰), "아버지(父)가 명하여(命) 부르시거던(召) 즉시 대답(唯)하되 머뭇거리지(諾)말고(不) 음식(食)이 입(口)에 있은(在) 즉(則) 이(之)를 뱉을(吐) 것이니라."고 하였다.
○ 《예기》(禮記) : 중국 고대 고유가(儒家)의 경전인 오경(五經)의 하나로, 예법(禮法)의 이론과 실제를 풀이한 책이다. 중국(中國)의 삼례(예기, 주례, 의례) 중 하나이며, 왕조(王朝)의 제도, 상복(喪服), 동작(動作)의 규칙, 예(禮)의 해설, 예악의 이론 등을 담고 있다.
○ 父命召(부명소)어시든 : ‘아버지가 부르시거든’의 의미이다. 召는 부를 ‘소’.
○ 唯(유) : 예. 공손하게 대답하는 말. 唯는 오직 ‘유’, 대답할 ‘유’.
○ 諾(락) : 느리면서도 마지못해 하는 대답이다 諾은 허락할 ‘락’. 여기서는 “예”라고 대답만하고 바로 응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 유(唯)와 락(諾)은 여기서는 대답하다로 쓰이는데 유(唯)는 빨리 대답하는 것이고 락(諾)은 머뭇거리면서 대답하는 것임
○ 吐(토) : 토할 ‘토’. 음식이 입안에 있으면 빨리 대답할 수 없으니 뱉고 대답하라 뜻임
○ 지(之)는 이 지 또는 이에 지로서 이, 이에. 그것. 등 대명사로 자주 쓰이는 말임
[출전] 1) 《禮記(예기)》 〈玉藻(옥조) 十七章〉에 나온다.
“父命呼(부명호)어시든 唯而不諾(유이불락)하며 手執業則投之(수집업즉투지)하고 食在口則吐之(식재구즉토지)하고
走而不趨(주이불추)니라 :
아버지께서 부를 때에는 빨리 대답하고 지체해서는 안되며, 만일 손에 일거리를 잡고 있으면 그것을 버리고, 음식이 입에 있으면 뱉고, 달려가야지 종종 걸음으로 가서는 안된다.”
※趨(추) : 종종걸음치다.
2) 《小學(소학)》 〈明倫(명륜) 十五章〉장에도 소개되어 있다.
[해설] 아버지가 부르시면 흔쾌히 대답하고 지체없이 달려가되, 음식을 먹고 있는 중이면 즉시 뱉고, 느릿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이다
[5] 太公曰(태공왈) 孝於親(효어친)이면 子亦孝之(자역효지)하나니 身旣不孝(신기불효)면 子何孝焉(자하효언)이리오.
태공(太公)이 말하기를(曰), "(내가) 어버이(親)에게 효도(孝)하면 자식(子)이 또(亦)한 (나에게) 효도(孝)하나니. 내가(身) 이미(旣) 어버이(親)에게 효도(孝)를 하지 않는다면(不) 자식(子)이 어찌(何) (나에게) 효도(孝)하겠는가?"라고 하였다.
○ 太公(태공) : 姓은 姜이고 氏는 呂(여)이며, 이름은 尙(상) 또는 望(망)이다. B.C. 1122년 지금의 중국 산동성(山東省) 태생이다. 주(周)나라 초기의 현자(賢者)로 위수(渭水) 가에서 낚시질하다가 문왕(文王)에게 기용되었다고 한다. 저서로는 《六鞱(육도)》와 《三略(삼략)》이 전한다.
○ 子亦孝之(자역효지) : 여기서 ‘之’는 지시대명사로, 어버이에게 효도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 身旣不孝(신기불효) : 旣(기)는 과거시제를 나타낸다.
○ 子何孝焉(자하효언) : 焉(언)은 “於此”(어차: 이 사람에게)나 “於之”(어지: 그 사람에게)의 의미를 갖는 종결사로서 여기서는 번역하는 것이 좋다.
[해설] 효도하는 집안에서 효자가 나니, 나 자신부터 효도해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진리를 말하고 있다.
[6] 孝順(효순)은 還生孝順子(환생효순자)요 忤逆(오역)은 還生忤逆子(환생오역자)하나니 不信(불신)커든 但看簷頭水(단간첨두수)하라 點點滴滴不差移(점점적적불차이)니라.
효도(孝)하고 순종(順)하는 (자는) 돌이켜(還) 효도(孝)하고 순종(順)하는 자식(子)을 낳고(生), 거스르고 거역(忤逆)하는 (자는) 돌이켜서(還) 거스르고 거역(忤逆)하는 자식(子)을 낳나니(生), 믿지(信)지 못하겠거든(不) 다만(但) 처마(簷) 머리(頭)의 물(水)을보라. 점점(點點) 방울 방울(滴滴) 옯겨(移) 어긋나지(差) 않느니라(不)"
○ 還(환) : 기본적으로 ‘돌아오다’의 의미 외에 ‘아직’, ‘또’, ‘역시’, ‘더욱’을 의미하는 부사로 쓰이는데, 여기서는 ‘또’의 의미를 갖는다.
○ 忤逆(오역) : ‘부모에게 거역한다’거나 그런 사람을 가리키는데, 淸州本과 秋適本에는 ‘五逆’으로 되어 있다. 五逆(오역)은 불교에서 말하는 지옥에 가는 다섯 가지의 큰 잘못으로 ① 아버지를 죽이는 일,② 어머니를 죽이는 일, ③ 득도자(得道者)를 죽이는 일, ④ 중의 화합을 깨는 일, ⑤ 불신(佛身)을 손상시키는 일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참고할 만하다.
<살부(殺父), 살모(殺母), 살아라한(殺阿羅漢), 파화합승(破和合僧), 출불신혈(出佛身血)>
○ 兒(아) : 어떤 통행본에 子로 되어 있다.
○ 簷(첨) : 처마 ‘첨’.
○ 簷頭水(첨두수)는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낙숫물을 말함
○ 點點滴滴(점점적적) : 點滴의 강조로 볼 수 있다.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것’이다. 여기서 ‘방울 방울 떨어짐이 어긋남이 없다’는 것은 한 번 떨어졌던 그 자리에 줄줄이 연이어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 滴(적) : 물방울 ‘적’.
[출전]《增廣賢文(증광현문)》에는
“孝順(효순)은 還生孝順子(환생효순자)요 忤逆(오역)은 還生忤逆兒(환생오역아)하나니, 不信(불신)커든 但看簷前水(단간첨전수)하라 點點滴在舊窩池(점점적재구와지)니라 :
미덥지 않거든, 처마 앞 물을 보라. 똑똑 전의 자국에 떨어진다.”로 되어 있다.
[해설] 낙숫물이 떨어진 곳에 또 떨어지듯, 가정에서 부모에 효도하고 순종하는 미덕이나 거역하는 못된 버릇도 자손에게 어김없이 그대로 이어진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 효행편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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