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歌

四季(2) 夏

efootprint 2020. 3. 21. 11:00

유월/ 이문재

 

개구리 소리 자욱해지고

얕은 논물 기분 좋게 떨린다

저녁은 모낸 논 위로
교회당 종소리들 띄엄 던지게 한다

 

굴렁쇠 굴리며 달려나간 아이는
언덕길 위로 떠오르지 않고
아직 느슨한 어둠이 굴뚝으로
밥짓는 연기를 빨아마신다


귀에 들어간 물을 빼려
돌을 갖다댈 때의 따스함처럼
불이 들어오는 風景

 

 

비목(碑木)/ 한명희 작사, 장일남 작곡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 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이름 모를 비목이여

먼 고향 초동 친구 두고 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 되어 맺혔네

 

궁노루 산울림 달빛 타고 달빛 타고 흐르는 밤

홀로 선 적막감에 울어 지친 울어 지친 비목이여

그 옛날 천진스런 추억은 애달퍼

서러움 알알이 돌이 되어 쌓였네

▷노래(엄정행) https://www.youtube.com/watch?v=Z051INApepo

<강원도 화천 비목 공원>

창포/ 신동엽

 

축축한 찬비는 주룩주룩 나리는데

찬 유리창에 이마를 기대이고

남색 외로운 창포만 바라본다.

빗줄기 속에 떠올랐다간 조용히 숨어 버리는

못 견디게 그리운 모습

혈맥을 타고 치밀어오는 애수 고독 적막

눈물이 조용히 뺨을 흘러나린다.

찢기운 이 마음 우수 짙은 빗줄기 속을 방황하는데

한결 저 꽃에서만 설레이는 이 가슴에

정다운 속삭임이

아아, 마구 뛰어나가 꽃잎이 이즈러지도록

입술에 부벼 보고 싶고나

미칠 듯이 넘치는 가슴에

힘껏 눌러보고 싶고나.

 

청포도/ 이육사

 

내 고향 칠월은 /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 두 손을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 하아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두렴


그네/ 김말봉(작사),  금수현(작곡)

 

세모시 옥색치마 / 금박물린 저 댕기가

창공을 차고나가  / 구름 속에 나부낀다.

제비도 놀란 양 / 나래 쉬고 보더라.

 

한 번을 구르니 / 나무끝에 아련하고
두 번을 거듭차니 / 사바가 발아래라
마음의 일만근심은 / 바람이 실어가네

 ▷노래(홍혜경외)  https://www.youtube.com/watch?v=oyN6k6et8p4

 

 여름/ 서윤덕

 

구름아 햇살 가려주니 고마워

비야 뜨거운 열기 식혀주니 고마워

해야 달콤한 열매로 변신시켜주니 더 고마워

고마워하는 너를 보며 나는 성숙해진다

 

 

여름 한낮/ 오순택

 

소나기가 작은 북을 두드리듯 / 연잎을 밟고 지나가면

매미는 미루가지 나무에 앉아 / 연주를 한다

 

호박 덩굴이 살금살금 기어가는 / 울타리 너머로

쏘옥 고개 내민 해바라기 얼굴이 / 햇볕에 누렇게 익은 아빠 얼굴 같다

 

아까부터 장독대 곁 꽃밭에선 / 봉숭아씨가 토록토록 여문다

 

 

그 여름 밤/ 최경신

내 어릴 적 여름

뒤꼍 우물가에 목물할 땐

심장에 소름이 돋고

칼끝의 짝! 소리에

우물에서 건져 올린 수박에

서릿발이 서는 밤이면

하늘에는 별들의 잔치가 열렸었지

생풀 타는 매콤한 연기를

어머니의 부채 바람에 날리며

앞뒷문 열어제친 모기장 속의 단잠이

홰를 치는 새벽을 밀어내고

이슬 먹은 풀벌래 소리에

삼복도 맥 놓고 지나갔었지

열대야! 그 여름에는 이런 것도

없었는데.

 

여름에는 저녁을/ 오규원

 

여름에는 저녁을 / 마당에서 먹는다
초저녁에도 / 환한 달빛

마당 위에는 멍석 / 멍석 위에는 / 환한 달빛 
달빛을 깔고 / 저녁을 먹는다

마을도 / 달빛에 잠기고
밥상도 / 달빛에 잠기고

여름에는 저녁을 / 마당에서 먹는다.

밥그릇 안에까지 / 가득 차는 달빛

아! 달빛을 먹는다 
초저녁에도 / 환한 달빛

 

 

그늘 만들기/ 홍수희

8월의 땡볕 / 아래에 서면
내가 가진 그늘이 / 너무 작았네

손바닥 하나로 / 하늘 가리고
애써 이글대는 / 태양을 보면
홀로 선 내 그림자 / 너무 작았네

벗이여,이리 오세요
홀로 선 채 / 이 세상 슬픔이 / 지워지나요

나뭇잎과 나뭇잎이 / 손잡고 한여름 감미로운 그늘을 / 만들어 가듯
우리도 손깍지를 / 끼워봅시다

네 근심이 / 나의 근심이 되고
네 기쁨이 / 나의 기쁨이 될 때

벗이여,
우리도 서로의 / 그늘 아래 쉬어 갑시다

 

 

  그대에게 띄우는 여름 편지/ 이채

 

사르르 눈감으면 / 파도소리 들리는 계절

푸른 가슴 열면 / 꿈 많던 시절의 바다가 있고

철 없던 시절의 / 그대와 내가 있지요

여름이 오면 왠지 들뜨는 기분 / 바다와 그 바다의 추억이 그리워서일까요

곱게 접어둔 마음 한자락으로 스치는 / 만나고 싶은 얼굴 보고 싶은 얼굴들

물안개 자욱한 옛 길을 걸어옵니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의 노래 / 하얀 물보라의 여운이 가슴을 적셔요

돌아가고 싶은 동화의 나라 / 그 나라에 아직도 파랑새가 살고 있지요

진주 같은 눈망울에 구름 같은 미소로

수평선 아득한 세월에도 / 갈매기 날으는 또 하나의 꿈을 그리며

마주앉은 동심으로 모래성을 쌓고 싶어요

쌓다가 부수고 또 쌓으며 / 서산 노을빛이 해변에 물들면

우리 서로 모래를 털어주기로 해요

 

   여름/ 이정선 작사 작곡 노래

         

흥에 겨워 여름이 오면 가슴을 활짝 열어요

   덩쿨장미 그늘속에도 젊음이 넘쳐 흐르네

   산도 좋고 물도 좋아라 / 떠나는 여행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 사랑이 오고가네요

   여름은 사랑의 계절 / 여름은 사랑의 계절

   갈숲사이 바람이 불어 / 한낮의 더위를 씻고

   밤이오면 모닥불가에  / 우리의 꿈이 익어요

   여름은 사랑의 계절  / 여름은 사랑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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