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歌

四季(4) 冬

efootprint 2020. 4. 8. 00:21

중년의 가슴에 12월이 오면/ 이채 

 

높다고 해서 / 반드시 명산이 아니듯
나이가 많다고 해서 / 반드시 어른이 아니지요
가려서 볼 줄 알고 / 새겨서 들을 줄 아는
세월이 일깨워 준 연륜의 지혜로 / 판단이 그르지 않는 사람이라면

 

성숙이라 함은
높임이 아니라 낮춤이라는 것을 / 채움이 아니라 비움이라는 것을
스스로 넓어지고 깊어질 줄 아는 / 사람이라면

 

새벽 강가
홀로 나는 새처럼 고요하고 / 저녁 하늘 홍갈색 노을처럼
아름다운 중년이여!

 

한 해, 또 한 해를 보내는 12월이 오면 / 인생의 무상함을 서글퍼하기보다
깨닫고 또 깨닫는 / 삶의 교훈이 거름처럼 쌓여가니
내 나이 한 살 더하여도 행복하노라!

 

 

 

하늘꽃/ 황인숙

 

날씨의 절세 가인입니다

얼마나 얼마나 아름다운지 / 눈이 텅 비는 것 같습니다

앞서 떨어지는 눈송이들에 걸려

뒷 눈송이 둥둥 떠 있는 하늘까지 / 까마득한 대열입니다. 

 

너 너머 깊은 천공에서 /어리어리한 별들이 빨려들어

함께 쏟아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도 빨려 들어 / 어디론가 떨어져버릴 것 같습니다.

 

모든 상념이 빠져 나간 하양입니다.

모든 소리를 삼키고 / 하얗게 쏟아지는 / 눈 오는소리

나를 호리는 발성입니다.

 

몇 걸음마다 멈춰 서 / 묵직해진 우산을

뒤집어 털어 / 길 위에 눈을 돌려줬습니다 

계단골까지 쌓인 눈 / 아무데나 딛고 올라 가려니

자꾸만 웃음이 비어져 나옵니다

 

내 방에 들어서 / 문을 닫으니

호주머니 속에 / 눈이 가득 들어 있습니다

 

 

 

 

겨울사랑/ 박노해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무엇으로 따뜻한 포옹이 가능하겠느냐

무엇으로 우리 서로 깊어질 수 있겠느냐

 

이 추운 떨림이 없다면

꽃은 무엇으로 피어나고

무슨 기운으로 향기를 낼 수 있겠느냐

나 언 눈뜨고 그대를 기다릴 수 있겠느냐

 

눈보라 치는 겨울밤이 없다면

추워 떠는 자의 시린 마음을 무엇으로 헤아리고

내 언 몸을 녹이는 몇평의 따듯한 방을 고마워 하고

자기를 벗어버린 희망하나 커 나올 수 있겠느냐

 

아아 겨울이 온다

추운 겨울이 온다

떨리는 겨울 사랑이 온다.


 

 

그 겨울의 시/ 박노해

 

문풍지 우는 겨울밤이면

윗목 물그릇에 살얼음이 어는데

할머니는 이불 속에서

어린 나를 품어 안고

몇 번이고 혼잣물로 중얼거리시네

 

오늘 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

소금창고 옆 문둥이는 얼어 죽지 않을랑가

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굶어 죽지 않을랑가

 

아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낭송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었네

 

찬바람아 잠들어라

해야 해야 어서 떠라

 

한겨울 얇은 이불에도 추운 줄 모르고

왠지 슬픈 노래 속에 눈물을 훔치다가

눈산의 새끼노루처럼 잠이 들곤 했었네

 

 

 

부모/ 김소월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의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옛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랴?

 

 

그 겨울의 찻집/ 조용필

 

바람 속으로 걸어갔어요
이른 아침의 그 찻집
마른 꽃 걸린 창가에 앉아
외로움을 마셔요

아름다운 죄 사랑때문에
홀로지샌 긴 밤이여
뜨거운 이름 가슴에 두면
왜 한숨이 나는 걸까
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그대 나의 사랑아

▷ 노래(조용필) https://www.youtube.com/watch?v=IodFzO9I4Pk

 

 

환희/ 서윤덕

 

설설 내리는 눈 / 눈을 보고 있으니 설이다

정든 가족들이 설 찾아 모였다

눈 마주치며 웃는다

봄도 같이 온다

 

설날,덕담/ 서윤덕

 

 

아무리 힘든 일 있어도 웃으며 / 덕담 주고 받는 첫날

새해엔 분명한 목표를 세우고 / 부지런하게 실행하렴

내가 선곳이 정상이 아니더라도 / 기쁘게 땀 흘리며 / 능선에 설 날들도 응원해

해도 달도 별도 / 모든 것들은 너를 위해 존재한단다

그렇게 웃음지을 때 웃을 일 생겨나고

그렇게 덕담 주고 받을 때 덕 세울 일 생겨나네

 

 

백설부/ 김동명

 

눈이 나린다/ 눈이 날린다 / 눈이 쌓인다

눈 속에 태고가 있다 / 눈 속에 오막살이가 있다 / 눈 속에 내 어린 시절이 있다

눈을 맞으며 길을 걷고 싶다 / 눈을 맞으며 날이 저물고 싶다 / 눈을 털며 주막에 들고 싶다

눈 같이 흰 마음을 생각한다 / 눈 같이 찬 님을 생각한다 / 눈 같이 쓴 청춘을 생각한다

눈은 내 옛 이야기의 시작 / 눈은 내 옛 사랑의 모습 / 눈은 내 옛 마음의 향수

눈이 나린다 / 눈이 날린다

 

 

선운사에서/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백설부/ 김진섭

말하기조차 어리석은 일이나, 도회인으로서 비를 싫어하는 사람은 많을지 몰라도, 눈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눈을 즐겨하는 것은 다만 개와 어린이들뿐만이 아니요, 겨울에 눈이 내리면 온 세상이 일제히 고요한 환호성을 소리 높이 지르는 듯한 느낌이 난다. 눈 오는 날에 나는 일찌기 무기력하고 우울한 통행인을 거리에서 보지 못하였으니, 부드러운 설편이, 생활에 지친 우리의 굳은 얼굴을 어루만지고 간질일 때, 우리는 어찌된 연유인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온화하게 된 마음과 인간다운 색채를 띤 눈을 가지고 이웃 사람들에게 경쾌한 목례를 보내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나는 겨울을 사랑한다. 겨울의 모진 바람 속에 태고의 음향을 찾아 듣기를 나는 좋아하는 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어라 해도 겨울이 겨울다운 서정시는 백설, 이것이 정숙히 읊조리는 것이니, 겨울이 익어 가면 최초의 강설에 의해서 멀고 먼 동경의 나라는 비로소 도회에까지 고요히 들어오는 것인데, 눈이 와서 도회가 잠시 문명의 구각을 벗고 현란한 백의를 갈아 입을 때, 눈과 같이 온, 이 넓고 힘세고 성스러운 나라 때문에 도회는 문득 얼마나 조용해지고 자그마해지고 정숙해지는지 알 수 없는 것이지만, 이 때 집이란 집은 모두가 먼 꿈 속에 포근히 안기고, 사람들 역시 희귀한 자연의 아들이 되어, 모든 것은 일시에 원시 시대의 풍속을 탈환한 상태를 나타낸다.

 

온 천하가 얼어붙어서 찬 돌과 같이도 딱딱한 겨울날의 한가운데, 대체 어디서부터 이 한없이 부드럽고 깨끗한 영혼은 아무 소리도 없이 한들한들 춤추며 내려오는 것인지! 비가 겨울이 되면 얼어서 눈으로 화한다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만일에 이 삭연한 삼동이 불행히도 백설을 가질 수 없다면 우리의 적은 위안은 더욱이나 그 양을 줄이고야 말 것이니, 가령 우리가 아침에 자고 일어나서, 추위를 참고, 열고 싶지 않은 창을 가만히 밀고 밖을 한번 내다보면, 이것이 무어랴! 백설 애애한 세계가 눈앞에 전개되어 있을 때, 그때 우리가 마음에 느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말할 수 없는 환희 속에 우리가 느끼는 감상은, 물론 우리가 간밤에 고운 눈이 이같이 내려서 쌓이는 것도 모르고 이 아름다운 밤을 헛되이 자 버렸다는 것에 대한 후회의 정이요, 그래서 가령 우리는 어젯밤에 잘 적엔 인생의 무의미에 대해서 최후의 단안을 내린 바 있었다 하더라도, 적설을 바라보는 이 순간에만은 생의 고요한 유열과 가슴의 가벼운 경악을 아울러 맛볼지니, 소리 없이 온 눈이 소리 없이 곧 가 버리지 않고, 마치 그것은 하늘이 내려주신 선물인 거나 같이 순결하고 반가운 모양으로, 우리의 마음을 즐겁게 하고, 또 순화시켜 주기 위해서, 아직도 얼마 동안은 남아 있어 준다는 것은, 흡사 우리의 친우가 우리를 가만히 몰래 습격함으로써, 우리의 경탄과 우리의 열락을 더 한층 고조하려는 그것과도 같다고나 할는지!

 

우리의 온 밤을 행복스럽게 만들어 주기는 하나, 아침이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달콤한 꿈과 같이 그렇게 민속하다고는 할 수 없어도, 한번 내린 눈은, 그러나 그다지 오랫동안 남아 있어 주지는 않는다. 이 지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은 슬픈 일이나, 얼마나 단명하며, 또 얼마나 없어지기 쉬운가! 그것은 말하자면 기적같이 와서는 행복같이 달아나 버리는 것이다.

 

백설이 경쾌한 윤무를 가지고 공중에서 편편히 지상에 내려올 때, 이 순치할 수 없는 고공 무용이 원거리에 뻗친 과감한 분란은, 이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거의 처연한 심사를 가지게까지 하는데, 대체 이 흰 생명들은 이렇게 수많이 모여선 어디로 가려는 것인고? 이는 자유의 도취 속에 부유함을 말함인가, 혹은 그는 우리의 참여하기 어려운 열락에 탐닉하고 있음을 말함인가?

 

백설이여! 잠시 묻노니, 너는 지상의 누가 유혹했기에 이 곳에 내려오는 것이며, 그리고 또 너는 공중에서 무질서의 쾌락을 배운 뒤에, 이 곳에 와서 무엇을 시작하려는 것이냐? 천국의 아들이요, 경쾌한 족속이요, 바람의 희생자인 백설이여! 너희들은 우리들 사람까지를 너희의 혼란 속에 휩쓸어 넣을 작정인지는 알 수 없으되, 그리고 또 사실상 그 속에 혹은 기쁘게 혹은 할 수 없이 휩쓸려 들어가는 자도 많이 있으리라마는, 그러나 사람이 과연 그런 혼돈한 와중에서 능히 견딜 수 있으리라고 너희는 생각하느냐?

 

백설의 이와 같은 난무는 물론 언제까지나 계속되는 것은 아니다. 일단 강설의 상태가 정지되면, 눈은 지상에 쌓여 실로 놀랄 만한 통일체를 현출시키는 것이니, 이와 같은 완전한 질서, 이와 같은 화려한 장식을, 우리는 백설이 아니면 어디서 또다시 발견할 수 있을까? 그래서, 그 주위에는 또한 하나의 신성한 정밀이 진좌하여, 그것은 우리에게 우리의 마음을 엿듣도록 명령하는 것이니, 이 때 모든 사람은 긴장한 마음을 가지고, 백설의 계시에 깊이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보라! 우리가 절망 속에서 기다리고 동경하던 계시는 참으로 여기 우리 앞에 와서 있지 않은가? 어제까지도 침울한 암흑 속에 잠겨 있던 모든 것이, 이제는 백설의 은총에 의하여 문득 빛나고, 번쩍이고, 약동하고, 웃음치기를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라붙은 풀포기, 앙상한 나뭇가지들조차 풍만한 백화를 달고 있음은 물론이요 괴벗은 전야는 성자의 영지가 되고 공허한 정원은 아름다운 선물로 가득하다. 모든 것은 성화되어 새롭고 정결하고, 젊고 정숙한 가운데 소생되는데, 그 질서, 그 정밀은 우리에게 안식을 주며, 영원의 해조에 대하여 말하다. 이 때 우리의 회의는 사라지고, 우리의 두 눈은 빛나며, 우리의 가슴은 말할 수 없는 무엇을 느끼면서, 위에서 온 축복을 대하여 오직 감사와 찬탄을 노래할 뿐이다.

 

눈은 이 지상에 있는 모든 것을 덮어 줌으로 말미암아, 하나같이 희게 하고 아름답게 하는 것이지만, 특히 그 중에도 눈이 덮인 공원, 눈에 안긴 성사, 눈 밑에 누운 무너진 고적, 눈 속에 높이 선 동상 등을 봄은 일단으로 더 흥취의 깊은 것이 있으니, 그것은 모두가 우울한 옛 시를 읽는 것과도 같이, 그 배후에는 알 수 없는 신비가 숨쉬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눈이 내리는 공원에는 아마도 늙을 줄을 모르는 흰 사슴들이 떼를 지어 뛰어다닐지도 모르는 것이고, 저 성사 안 심원에는 이상한 향기를 가진 앨러배스터1)의 꽃이 한 송이 눈 속에 외로이 피어 있는지도 알 수 없는 것이며, 저 동상은 아마도 이 모든 비밀을 저 혼자 알게 되는 것을 안타까이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어라 해도 참된 눈은 도회에 속할 물건이 아니다.

 

그것은 산중 깊이 천인 만장의 계곡에서 맹수를 잡은 자의 체험할 물건이 아니면 아니 된다. 생각하여 보라! 이 세상에 있는 눈으로서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니, 가령 열대의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저 킬리만자로2)의 눈, 우랄과 알래스카의 고원에 보이는 적설, 또는 오자마자 순식간에 없어져 버린다는 상부 이탈리아의 눈 등…… 이러한 여러 가지 종류의 눈을 보지 않고는, 도저히 눈에 대해서 말할 수 없다고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불행히 우리의 눈에 대한 체험은 그저 단순히 눈 오는 밤에 서울 거리를 배회하는 정도에 국한되는 것이니, 생각하면 사실 나의 백설부란 것도 근거 없고, 싱겁기가 짝이 없다 할 밖에 없다.

 

 

<왼쪽은 EBC(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2008.12.30) / 우측은 칼라파타르: 배경 왼쪽이 에베레스트 산>

칼라파타르[ Kala Patthar ] 그 날 새벽은 참으로 추웠다!

네팔 동부의 쿰부 지방 있는 산으로 높이는 5,545m(일설에는 5,643m)이다. 푸모리 봉(Pumo Ri)의 남쪽 면 아래에 커다란 갈색 혹처럼 보이는 봉우리이다. 에베레스트 산을 트레킹하는 많은 사람들이 정상에 오르고자 하는 산인데, 이는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 산(약 8,848m)의 경관을 감상하기 위하여 가장 접근하기 쉬운 지점이기 때문이다. 이 산의 거의 모든 곳에서 에베레스트 산을 비롯하여 로체 산(Lhotse)과 눕체 산(Nuptse)의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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