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歌

四季(3) 秋

efootprint 2020. 4. 2. 22:30

9월의 시/ 문병란

 

9월이 오면 / 해변에선 벌써 / 이별이 시작된다

나무들은 모두 / 무성한 여름을 벗고

제자리에 돌아와 / 호올로 선다

누군가 먼길 떠나는 준비를 하는 / 저녁, 가로수들은 일렬로 서서

기도를 마친 여인처럼 / 고개를 떨군다

울타리에 매달려 / 전별을 고하던 나팔꽃도 / 때묻은 손수건을 흔들고

플라타너스 넓은 잎들은 / 무성했던 여름 허영의 옷을 벗는다

후회는 이미 늦어버린 시간

먼 항구에선 / 벌써 이별이 시작되고

준비되지 않은 마음 / 눈물에 젖는다

 

 

 

중년의 가슴에 가을이 오면/ 이채

 

사랑하는 사람이여!

강산에 달이 뜨니 / 달빛에 어리는 사람이여!

계절은 가고 또 오건만 / 가고 또 오지 않는 무심한 사람이여!

내 당신 사랑하기에 / 이른 봄 꽃은 피고

내 당신 그리워하기에 / 초가을 단풍은 물드는가

낮과 밤이 뒤바뀐다 해도 / 동과 서가 뒤집힌다 해도

그 시절 그 사랑 다시 올리 만무하니 / 한 잎의 사연마다 붉어지는 눈시울

차면 기우는 것이 어디 달 뿐이랴

당신과 나의 사랑이 그러하고 / 당신과 나의 삶이 그러하니

흘러간 세월이 그저 그립기만 하여라

 

 

가을이 오는 소리 / 정태준 시/곡


가을이 오는 소리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귀 기울여 들어보니 내맘에서 오는 소리 
아, 아 잎은 떨어 지는데 
귀뚜라미 우는 밤을 어이 새워 보낼까. 

가을이 오는 소리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귀 기울여 들어보니 내맘에서 오는 소리 
아 아 잎은 떨어 지는데 
귀뚜라미 우는 밤을 어이 새워 보낼까.

지는 잎에 사연 적어 시냇물에 띄어볼까. 
행여나 내 님이 받아 보실까. 
아 아 기러기는 나는데 
깊어가는 가을 밤을 어이 새워 보낼까
.

 ▷노래(안산 합창단)  https://www.youtube.com/watch?v=jDNpeXcI-q0

 

가을 밤/ 이태선 작사, 박태준 작곡

 

가을 밤 외로운 밤 벌레 우는 밤
초가집 뒷 산길 어두워질 때
엄마 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가을 밤 고요한 밤 잠 안 오는 밤
기러기 울음 소리 높고 낮을 때
엄마 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 노래(조용필, 이선희)  https://www.youtube.com/watch?v=eCzflSf0Gjw

 

 

대추 한 알/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폋 개 / 저 안에 천둥 몇 개 /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 저 안에 땡볕 두어달 / 저 안에 초승달 몇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게다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10월의 기도/ 이해인

 

언제나 향기로운 사람으로 살게 하소서

좋은 말과 행동으로 본보기가 되는

사람냄새가 나는 향기를 지니게 하소서


타인에게 마음의 짐이 되는 말로

상처를 상처를 주지 않게​ 하소서

상처를 받았다기보다 상처를 주지는 않았나

먼저 생각하게 하소서


늘 변함없는 사람으로 살게 하소서

살아가며 고통이 따르지만

변함없는 마음으로 한결같은 사람으로

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게 하시고

마음에 욕심을 품으며 살게 하지 마시고

비워두는 마음 문을 활짝 열게 하시고

남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게 하소서


무슨일이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게 하소서

아픔이 따르는 삶이라도 그안에 좋은 것만 생각하게 하시고

건강 주시어 나보다 남을 돌볼 수 있는 능력을 주소서


10월에는 많은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게게 하소서

더욱 넓은 마음으로 서로 도와가며 살게 하시고

조금 넉넉한 인심으로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있는 마음 주소서

 

 

가을날의 지혜 / 박 노해

가을이 깊어지면 어머니는

찰벼, 들깨, 녹두, 기장, 콩, 고추, 조, 수수

한 해의 결실을 흙마당 멍석에 늘어놓고

세 갈래로 정갈히 분류하셨다

가장 좋은 것은 내년에 씨 뿌릴 종자로

그 다음 좋은 것은 이웃들 품삯과 선물로

나머지는 우리 먹을 식량으로 갈무리하셨다

어린 나는 그것이 불만이었다

가장 굵고 여물고 실한 것들은 왜

땀 흘려 거둔 우리가 먹어보지도 못하고

종자로 싸매 달고 이웃에게 나눠주는지

그날 밤 호롱불 앞에 기도를 마친 어머님은

평아, 농사는 누가 짓는 것이냐

하늘이 짓고 기후가 짓고 대지가 지어 주신단다

이 결실들이 어디서 나온 것이냐

땅에 묻힌 종자에서 나오는 거란다

사람이 아무리 훌륭한 계획을 세우고 재주를 부려도

하늘이 한 번 흔들어 버리면 다 소용없는 일이란다

아무리 큰 재난이 닥쳐도 서로 믿고 기댈 수 있는

사람 관계만 살아 있다면 두려울 게 없단다

그러니 우선순위를 바로 해야 한단다

어려운 날이 닥치고 앞이 안 보일 때마다

너의 우선순위를 바로 하라!

가을 어머니 말씀이 새롭게 울려오네 

 

 

단풍 드는 날/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 방하착(放下着) : '불교' 선종에서, 정신적ㆍ육체적인 일체의 집착을 버리고 해탈하는 일. 또는 집착을 일으키는 여러 인연을 놓아 버리는 일.

♣ ‘방하착(放下着)’은 ‘내려놓아라’, ‘놓아 버려라’라는 의미의 불교 용어다. 집착을 내려놓아야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것들에 집착하게 된다. 이유 없는 집착은 없겠지만, 가장 황홀할 때, 가장 절정에 이를 때 내려놓는다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나무는 그것을 하는데 말이다.(펀글)

 

 

가을 사랑/민재홍 작사/작곡, 신계행 노래

 

그대 사랑 가을 사랑 단풍 일면 그대 오고
그대 사랑 가을 사랑 낙엽지면 그대 가네
그대 가을 사랑 파란 하늘 그대 얼굴
그대 사랑 새벽안개 그대 마음
아 가을 오면 가지 말아라
가 을 가 을 내 맘 아려나

그대 사랑 가을 사랑 저 들길에 그대 발자국
그대 사랑 가을 사랑 빗소리는 그대 목소리
아 가을 오면 가지 말아라
가 을 가 을 내 맘 아려나
그대 사랑 가을 사랑 저 들길에 그대 발자국
그대 사랑 가을 사랑 빗소리는 그대 목소리 우 우

 ▷노래(신계행) https://www.youtube.com/watch?v=E7vgjQEQUZw

 

별 헤는 밤 / 윤동주

季節(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속의 별들을 다 헤일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색여지는 별을
이제 다 못헤는것은
쉬이 아츰이 오는 까닭이오、
來日(내일)밤이 남은 까닭이오、
아직 나의 靑春(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追憶(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憧憬(동경)과
별 하나에 詩(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식 불러봅니다。 小學校(소학교) 때 冊床(책상)을 같이 햇든 아이들의 일홈과 佩(패)、 鏡(경)、玉(옥) 이런 異國少女(이국소녀)들의 일홈과 벌서 애기 어머니 된 게집애들의 일홈과、가난한 이웃사람들의 일홈과、비둘기、강아지、토끼、노새、노루、「ᅋᅮ랑시쓰·쨤」 「라이넬·마리아·릴케」 이런 詩人(시인)의 일홈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北間島(북간도)에 게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러워
이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우에
내 일홈자를 써보고、
흙으로 덥허 버리엿습니다。

따는 밤을 새워 우는 버레는
부끄러운 일홈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을이 지나고 나의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우에 파란 잔디가 피여나듯이
내일홈자 묻힌 언덕우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 할게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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