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歌

四季(1) 春

efootprint 2020. 3. 7. 21:32

3월의 행복/ 남정림


소박한 소망의 풀씨 보듬고

살얼음 언 강을 건네온 당신에게

고맙다는 따쓰한 말 한 마디

건네고 싶은 3월이에요

 

내일도 내 것이 아닌 듯

내 일도 내 것이 아닌 듯

한 뼘의 여유를 햇살에게 허락하고

꽃망울 터뜨릴 틈새를 열어주는

3월을 꿈꾸고 있어요

 

꽃을 만날 기다림과 설렘으로

소망의 문 활짝 열어 젖히니

아직 꽃 없는 꽃길을 걸어도

행복한 그대와 나



4월의 시/ 정연복


꽃들 / 지천으로 피는데

마음 약해지지 말자 / 나쁜 생각은 하지 말자.

진달래 개나리의 / 웃음소리 크게 들리고

벚꽃과 목련의 / 환한 빛으로 온 세상 밝은

4월에는 그냥 / 좋은 생각만 하며 살자.

한철을 살다 가는 꽃들 / 저리도 해맑게 웃는데

한세상 살다 가는 나도 / 웃자 환하게 웃자.



4월의 시/ 박목월

목련꽃 그늘 아래서 /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 이름 없는 항구에서 / 배를 타노라
돌아온 4월은 /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 휘파람을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 별을 보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https://www.youtube.com/watch?v=R5CQ73kVrZg


망향/ 박화목


꽃피는 봄 사월 돌아 오면 / 이 마음은 푸른 산 저 넘어
그 어느 산 모퉁길에 / 어여쁜 님 날 기다리는 듯
철 따라 핀 진달래 산을 덮고 / 머언 부엉이 울음 끊이잖는

나의 옛 고향은 그 어디련가 / 나의 사랑은 그 어드멘가
날 사랑한다고 말해 주려마 그대여 / 내 맘속에 사는 이 그대여

그대가 있길래 봄도 있고 / 아득한 고향도 정들 것일레라 

 ▷ https://www.youtube.com/watch?v=iUF-eiv3Fuk


산너머 남촌에는/ 김동환


산 너머 남촌에는 / 누가 살길래 / 해마다 봄바람이 / 남으로 오네
꽃피는 사월이면 / 진달래 향기 / 밀 익는 오월이면 / 보리 내음새
어느 것 한 가진들 / 실어 안 오리 / 남촌서 남풍 불 제 / 나는 좋데나

산 너머 남촌에는 / 누가 살길래 / 저 하늘 저 빛깔이 / 저리 고울까
금잔디 너른 벌엔 / 호랑나비 떼 / 버들밭 실개천엔 / 종달새 노래
어느 것 한 가진들 / 들려 안 오리 / 남촌서 남풍 불 제 / 나는 좋데나

산 너머 남촌에는 / 배나무 있고 / 배나무 꽃 아래엔 / 누가 섰다기
그리운 생각에 / 재를 오르니 / 구름에 가리어 / 아니 보이네.
끊었다 이어 오는 / 가는 노래는 / 바람을 타고서 / 고이 들리네

 노래 (박재란) https://www.youtube.com/watch?v=zJQdbDBcpTw



동무생각(사우)/ 이은상 작사, 박태준 작곡 

1.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 청라 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
    나는 흰 나리 꽃 향내 맡으며 / 너를 위해 노래 노래부른다
    청라 언덕과 같은 내 맘에 / 백합 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피어날 적에 /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2. 더운 백사장에 밀려드는 / 저녁 조수 위에 흰 새 뛸 적에
    나는 멀리 산천 바라보면서 / 너를 위해 노래 노래부른다
    저녁 조수와 같은 내 맘에 / 흰 새 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떠돌 때에는 /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3. 소리없이 오는 눈발 사이로 / 밤의 장안에서 가등 빛날 때
    나는 높이 성궁 쳐다보면서 / 너를 위해 노래 노래부른다
    밤의 장안과 같은 내 맘에 / 가등 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빛날 때에는 /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 노래(임태경 외)
https://www.youtube.com/watch?v=8sJrprjrOYY


5월이 오면/ 황금찬


언제부터 창 앞에 새가 와서 / 노래하고 있는 것을 / 나는 모르고 있었다. 

심산 숲내를 풍기며 / 5월의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 나는  모르고 있었다.

저 산의 꽃이 바람에 지고 있는 것을 / 나는 모르고 

/ 꽃잎 진 빈 가지에 사랑이 지는 것도  / 나는 모르고 있었다.


오늘 날고 있는 제비가 / 작년의 그놈일까?

저 언덕에 작은 무덤은/ 누구의 무덤일까?

5월은 4월보다 / 정다운 달 / 병풍에 그려있던 난초가 / 꽃피는 달

미루나무 잎이 바람에 흔들리듯/ 그렇게 사랑을 하고싶은 달  / 5월이다.




푸른 오월/ 노천명


청자빛 하늘이 / 육모정 탑 위에 그린듯이 곱고,

연못 창포잎에 / 여인네 맵시 위에 /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 앉는 정오

계절의 여왕 /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 일로 /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 몰려드는 향수를 /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 데 하늘을 본다

긴 담을 끼고  / 외딴길을 걸으며 걸으며,

생각이 무지개처럼 핀다

풀 냄새가 물큰 /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

청머루 순이 뻗어나오던 길섶 / 어디메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 활나물, 호납나물, 젓가락나물,/ 참나물을 찾던

잃어버린 날이  / 그립지 아니한가, /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새 모양 내 마음은 / 하늘 높이 솟는다

오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五月)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三百)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 노래(안치환)

https://www.youtube.com/watch?v=Rd7UHaeY9_A&list=RDRd7UHaeY9_A&start_radio=1#t=5



보리밭/ 윤용하(작곡), 박화목(작사)


보리밭 사이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
옛 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면
고운노래 귓가에 들려온다
돌아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
저녁놀 빈 하늘만 눈에 차누나



신록예찬(新綠禮讚)/ 이양하


봄 · 여름 · 가을 · 겨울, 두루 사시(四時)를 두고 자연이 우리에게 내리는 혜택에는 제한이 없다. 그러나 그 중에도 그 혜택을 가장 풍성히 아낌없이 내리는 시절은 봄과 여름이요, 그 중에도 그 헤택이 가장 아름답게 나타나는 것은 봄, 봄 가운데도 만산(滿山0에 녹엽(綠葉)이 우거진 이때일 것이다.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고 먼 산을 바라보라. 어린애의 웃음같이 깨끗하고 명랑한 5월의 하늘, 나날이 푸르러 가는 이 산, 저 산, 나날이 새로운 경이(驚異)를 가져오는 이 언덕 저 언덕, 그리고 하늘을 달리고 녹음을 스쳐 오는 맑고 향기로운 바람 우리가 비록 빈한(貧寒)하여 가진 것이 없다 할지라도 우리는 이러한 때 모든 것을 가진 듯하고, 우리의 마음이 비록 가난하여 바라는 바 기대하는 바가 없다 할지라도 하늘을 달리고 녹음을 스쳐오는 바람은 다음 순간에라도 곧 모든 것을 가져올 듯하지 아니한가. 


오늘도 하늘은 더할 나위 없이 맑고, 우리 연전일대(延專一帶)를 덮은 신록은 어제보다도 한층 더 깨끗하고 신선하고 생기 있는 듯하다. 나는 오늘도 나의 문법(文法)이 끝나자 큰 무거운 짐이나 벗어 놓듯이 옷을 훨훨 털며 본관 서쪽 숲 사이에 있는 나의 자리를 찾아 올라간다. 나의 자리래야 솔밭 사이에 있는 겨우 걸터 앉을 만한 조그마한 그루터기에 지나지 못하지마는 오고 가는 여러 동료가 나의 자리라고 명명(命名)하여 주고, 또 나 자신 이 소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솔잎 사이로 흐느끼는 하늘을 우러러볼 때 하루 동안에도 가장 기쁜 시간을 가질 수 있으므로 시간이 여유 있는 때마다 나는 한 큰 특권이나 차지하는 듯이 이 자리를 찾아 올라와 하염없이 앉아 있기를 좋아한다.


물론 나에게 멀리 군속(群俗)을 떠나 고고(孤高)한 가운데 처(處)하기를 원하는 선골(仙骨)이 있다거나, 또는 나의 성미가 남달리 괴팍(乖愎)하여 사람을 싫어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역시 사람 사이에 처하기를 즐거워하고 사람을 그리워하는 갑남을녀(甲男乙女)의 하나요, 또 사람이란 모든 결점(缺點)에도 불구하고 역시 가장 아름다운 존재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사람으로서도 아름다운 사람이 되려면 반드시 사람 사이에 살고, 사람 사이에서 울고 웃고 부대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때  푸른 하늘과 찬란한 태양이 있고 활홀한 신록이 모든 산 모든 언덕을 덮은 이 때 기쁨의 속삭임이 하늘과 땅, 나무와 나무, 풀잎과 풀잎 사이에 은밀히 수수(授受)되고, 그들의 기쁨의 노래가 금시라도 우렁차게 터져 나와 산과 들을 흔들 듯한 이러한 때를 당하면 나는 곁에 비록 친한 동무가 있고 그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 할지라도 이러한 자연에 곁눈을 팔지 아니할 수 없으며, 그의 기쁨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지 아니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또 어떻게 생각하면 우리 사람이란  세속에 얽매여 머리 위에 푸른 하늘이 있는 것을 알지 못하고, 주머니의 돈을 세고 지위를 생각하고 명예를 생각하는 데 여념이 없거나, 또는 오욕 칠정(五欲七情)에 사로잡혀 서로 미워하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싸우는 데 마음의 영일(寧日)을 갖지 못하는 우리 사람이란 어떻게 비소(卑小)하고 어떻게 저속한 것인지, 결국은 이 대자연의 거룩하고 아름답고 영광스러운 조화를 깨뜨리는 한 오점(汚點) 또는 한 잡음(雜音) 밖에 되어 보이지 아니하여, 될 수 있으면 이러한 때를 타 잠깐 동안이나마 사람을 떠나 사람의 일을 잊고 풀과 나무와 하늘과 바람과 한가지로 숨쉬고 느끼고 노래하고 싶은 마음을 억제할 수가 없다. 


그리고 또 사실 이즈음의 신록에는 우리 사람의 마음에 참다운 기쁨과 위안을 주는 이상한 힘이 있는 듯하다. 신록을 대하고 앉으면 신록은 먼저 나의 눈을 씻고, 나의 머리를 씻고, 나의 가슴을 씻고, 다음에 나의 마음의 모든 구석구석을 하나하나 씻어 낸다. 그리고 나의 마음의 모든 티끌  나의 모든 욕망과 굴욕과 고통과 곤란이 하나하나 사라지는 다음 순간 볕과 바람과 하늘과 풀이 그의 기쁨과 노래를 가지고 나의 빈 머리에, 가슴에, 마음에 고이 고이 들어앉는다.


말하자면 나의 흉중(胸中)에도 신록이요 나의 안전(眼前)에도 신록이다. 주객일체(主客一體 ),물심일여(物心一如), 황홀하다 할까 현요(眩耀)하다 할까, 무념무상(無念無想), 무장무애(無障無

礙) 이러한 때 나는 모든 것을 잊고 모든 것을 가진 듯이 행복스럽고, 또 이러한 때 나에게는 이무런 감각의 혼란도 없고 심정의 고갈도 없고 다만 무한한 풍부와 유열(愉悅)과 평화가 있을 따름이다. 그리고 또 이러한 때에 비로소 나는 모든 오욕과 모든 읍울(悒鬱)에서 온전히 자유로울 수 있고, 나의 마음과 모든 상극(相剋)과 갈등을 극복하고 고양하여 조화 있고 질서 있는 세계에까지 높인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그러기에 초록에 한하여 나에게는 청탁(淸濁)이 없다. 가장 연한 초록에서 가장 짙은 초록에 이르기까지 나는 모든 초록을 사랑한다. 그러나 초록에도 짧으나마 일생이 있다. 봄바람을 타 새 움과 어린 잎이 돋아나올 때를 신록의 유년이라 하면, 삼복염천(三伏炎天)  아래 울창한 잎으로 그늘을 짓는 때를 그의 장년 내지 노년이라 하겠다. 유년에는 유년의 아름다움이 있고 장년에는 장년의 아름다움이 있어 취사(取捨)하고 선택할 여지가 없지마는, 신록에 있어서도 가장 아름다운 것은 역시 이즈음과 같은 그의 청춘 시대  움 가운데 숨어 있던 잎의 하나하나가 모두 형태를 갖추어 완전한 잎이 되는 동시에 처음 태양의 세례를 받아 청신(靑新)하고 발랄한 담록(淡綠)을 띠는 시절이라 하겠다.


이 시대는 신록에 있어서 불행히 짧다. 어떤 나무에 있어서는 혹 2, 3주일을 셀 수 있으나 어떤 나무에 있어서는 불과 3, 4일이 되지 못하여 그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은 지나가 버린다. 그러나 이 짧은 동안의 신록의 아름다움이야말로 참으로 비할 데가 없다. 초록이 비록 소박하고 겸허한 빛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때의 초록은 그의 아름다움에 있어 어떤 색채에도 뒤서지 아니할 것이다.


예컨대 이러한 고귀한 순간의 단풍 또는 낙엽송을 보라. 그것이 드물다 하면 이즈음의 섶, 밤 · 버들 또는 임간에 있는 이름 없는 이 풀 저 풀을 보라. 그의 청신한 자색, 그의 보드라운 감촉, 그리고 그의 그윽하고 아담한 향훈(香薰), 참으로 놀랄 만한 자연의 극치(極致)의 하나가 아니며, 또 우리가 충심으로 찬미하고 감사할 만한 자연의 아름다운 혜택의 하나가 아닌가!  


봄의 예찬(禮讚) /안병욱


"봄은 처녀, 여름은 어머니, 가을은 미망인, 겨울은 계모"

일년 사계절을 여인에 비유한 폴란드의 명언입니다.

 

봄은 처녀처럼 부드럽다. 여름은 어머니처럼 풍성하다.

가을은 미망인처럼 쓸쓸하다. 겨울은 계모처럼 차갑다.


봄처녀가 불룩한 생명의 젖가슴을 갖고 부드러운 희열(喜悅)의 미소를

지으면서 우리의 문을 두드린다.


봄은 세가지의 덕을 지닌다.

첫째는 생명이요, 둘째는 희망이요, 세째는 환희(歡喜)다.


땅에 씨앗을 뿌리면 푸른 새싹이 난다.

나뭇가지마다 신생의 잎이 돋고 아름다운 꽃이 핀다.

봄의 여신은 생명의 여신이다. 생생육육은 천지의 대덕이다.

 

세상에 생명이 자라는 것처럼 아름답고 신비롭고 놀라운 일이 없다.

시인이여,생명의 아름다움을 노래하여라.

화가여,생명의 신비를 그려라.

생명의 경이(驚異)를 외쳐라


밀레와 고호는 씨 뿌리는 젊은이를 그렸다.

네 마음의 밭에 낭만의 씨를 뿌려라.

네 인격의 밭에 성실의 씨를 뿌려라.

네 정신의 밭에 노력의 씨를 뿌려라.

 

봄은 희망의 계절이다.

북풍한설의 겨울이 지나가면 온난화열의 봄바람이 만물을 따스하게 감싼다. 

옛사람은 봄바람을 혜풍(惠風)이라고 했고, 여름 바람은 훈풍(薰風)이라고 했고,

가을 바람은 금풍(金風)이라고 했고, 겨울 바람은 삭풍(朔風)이라고 했다. 


봄바람은 은혜로운 바람이다.

봄바람이 우리의 얼굴을 스치면 누구나 마음이 훈훈해진다.


봄바람이 초목을 어루만지면 향기로운 꽃이 핀다.

한국의 봄은 개나리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 뒤를 이어 한스러운 진달래꽃이 피고,

청순한 목련이 피고,향기가 짙은 라일락꽃이 핀다.

 

봄의 태양은 따스하다. 봄의 바람은 은혜롭다.

봄의 대지는 인자하다. 봄의 공기는 상쾌하다.

봄의 여신은 우리의 가슴을 밝은 희망으로 안아준다.

인간은 희망을 먹고 사는 동물이다.

희망의 활력소로 네 생활을 힘차게 건설하여라.


비애의 날이여 사라져라

절망의 날이여 없어져라

고목처럼 메말랐던 가지에 생명의 새싹이

돋아난다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이냐

얼어붙었던 땅에서 녹색의 새 생명이

자란다는 것은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이야

 

창 밖에 나비가 찾아오고, 하늘에 종달새가 지저귀고,

벌판에 시냇물이 흐르고, 숲속에 꽃이 핀다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인간은 어둠의 아들이 아니고,밝음의 아들이다.

인간은 슬픔의 딸이 아니고 기쁨의 딸이다.

생명의 본질은 암흑이 아니고 광명이다.


모두 환희의 노래을 불러라. 환희의 춤을 추어라.

환희의 철학을 배워라. 환희의 종교을 가져라.


요한 시트라우스의 봄의 왈츠를 들으면 천지만물이 저마다 생명과

환희의 무용을 하는 것과 같다. 봄의 여신은 환희의 여신이다


한시에는 봄을 예찬한 것이 많다.

명조(明朝)의 시인 고청구(高靑丘)의 시는 봄을 찬미한 명시입니다.


도수부도수(渡水復渡水) : 물건너 또 물건너,

간화환간화(看花還看花) : 꽃구경 또 꽃구경

춘풍강상로(春風江上路) : 봄바람 강변길에

부각도군가(不覺到君家) : 어느덧 님의 집이

  

강을 건너고 꽃구경을 하면서 유유자적,

봄바람을 맞으며 정다운 친구의 집을 찾아가는

시인의 낭만과 풍류을 읊은 오언절구(五言絶句)입니다.



唐代)의 전원시인(田園詩人) 맹호연(孟浩然)의

다음 시는 봄을 노래한 한시의 최고봉에 속할 것입니다.


춘면부각효(春眠不覺曉) : 새벽이 되는것도 모르고 아침잠을 깨니

처처문제조(處處聞啼鳥) : 여기 저기서 들려오는 새소리

야래풍우성(夜來風雨聲) : 간밤에 비바람 소리 들리더니

화락지다소(花落知多少) : 아마 적지 않게 꽃이 떨어졌겠지.  


누구나 경험하는 춘경(春景)의 춘정(春情)을 노래한 명시입니다.


봄은 생명과 희망과 환희의 계절이다.

자연이 베푸는 이 위대한 미의 향연

하나님이 연주하는 이 놀라운 존재의 교향악

봄의 여신은 아름다워라!


이당(怡堂) 安秉煜  에세이
(安秉煜,1920년6월 26일~2013년10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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