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공기, 푸른 하늘, 초록 들뫼, 모든 것들이 하나로 어우러지니 계절의 여왕이라 할 만하다.
점심 식사 후에 오랫만에 집에서 좀 멀리 떨어진 곳으로 산책을 다녀왔다. 그 동안 몇 차례 다닌 적이 있지만 올해는 처음이다.
지난 한달, 경안천 하천길을 덮고 있던 민들레가 무대를 떠나고 대신에 선씀바귀와 좀씀바귀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에버랜드 역에 내려 창포공원쪽을 향했다. 길바닥 벽돌 사이에 생명을 키우는 꽃이 보인다. 돌양지꽃이던가?
4월부터 민들레와 자리 다툼을 하던 <미나리아재비>는 여전히 그 노란빛을 잃지 않고 몸뚱이를 바람에 통채로 맡기며 한들거린다. 예년의 경험으로 보아 거의 10월까지 꽃이 지면 새꽃이 피고, 또 피면서 버티며 이어갈 것이다.
팔뚝 굵기의 잉어때가 수량도 많지 않은 지류를 따라 몰려간다. 경안천 전체에 큰 잉어가 1년 전에 비해 엄청 많아졌다.
이 나무꽃 이름을 오래 전에 용설리에서 지낼 때 알아 두었는데 기억이 사라졌다. 이팝나무일 것이다.
시골길을 지나다 깜짝 놀랐다. 벌써 모내기를 끝낸 논이 있었다. 물론 아직 흙덩이를 풀어헤친 논도 있고, 물만 채워진 논도 있어지만 20~30%는 모내가 끝난 상태였다. 이따금 물위로 흰왜가리 날고 검은 청둥오리가 날개짓을 한다.
허리숙여 한줄한줄 모포기 내리 꽃던 떠들석 품앗이 고된 노동, 광주리 가득찬 새참과 막걸리 대신에 이앙기와 배달 짜장, 커피가 대신하는 세상이지만 기억 속의 정겨운 농촌 풍경이 반갑다.
가뭄으로 마르고 갈라진 단단한 땅을 호미로 파고 심었던 초등1~2년 어느 때인가의 기억이 깊은 바닥에서 피어 오르고, 대학시절의 농활에서 감자 막걸리 마셔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여름 땡볕을 견뎠던 시절도 머리 곁에 어른거린다.
하우스 채소를 재배하는 곳을 지나쳤다. 좀 더 여러 형태로 찍고 싶었지만 농사짓는 분들의 기분을 고려하여 멀리서 내용만 알 수 있게 촬영했다.
얼갈이 배추, 시금치, 통배추, 파, 호박, 오이 등이 열심히 자라고 있었다. 농부들의 땀과 시간이 만들어낸 먹거리들이다.
노지에서도 몇몇의 농부는 땀흘려 일하고 있었고, 감자와 마늘은 때맞춰 자라고 있었다.
주말 오후의 한가로운 농촌 전경이 고향을 찾아온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오늘은 도연명이 부럽잖다. 이 곳을 자주 찾다 보면 혹시 연하고질 (煙霞痼疾)에 빠지지 않을까 괜한 걱정을 한다.
이제는 돌아가는 길이다. 강물에 반사되는 햇빛이 금물결, 은비늘이다.
'樂山樂水 > 동네방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흥호수(둘레길) (0) | 2023.04.16 |
---|---|
카네이션 유감(有感) (0) | 2022.05.06 |
등나무 (0) | 2022.05.01 |
질문예찬(質問禮讚) - 꽃이름 하나를 물었을 뿐인데 (0) | 2022.04.30 |
유심히 보고 자세히 보니 새로운 것, 다른 것들이 보입니다 (0) | 2022.04.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