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歌

비(Rain)

efootprint 2021. 3. 2. 11:06

 

가슴에 내리는 비 / 윤보영

비가 내리는군요.

내리는 비에 그리움이 젖을까 봐

마음의 우산을 준비했습니다.

보고 싶은 그대,

오늘 같이

비가 내리는 날은 그대 찾아갑니다.

그립다 못해 비가 됩니다.

내리는 비에는 옷이 젖지만

쏟아지는 그리움에는 마음이 젖는군요.

벗을 수도 없고 말릴 수도 없고....

비 내리는 날은 하늘이 어둡습니다.

그러나 마음을 열면 맑은 하늘이 보입니다.

그 하늘 당신이니까요.

 

빗물에 하루를 지우고

그 자리에 그대 생각 넣을 수 있어

비 오는 날 저녁을 좋아합니다.

그리움 담고 사는 나는 늦은 밤인데도

정신이 더 맑아지는 것을 보면

그대 생각이 비처럼

내 마음을 씻어주고 있나 봅니다.

비가 내립니다.

내 마음에 빗물을 담아 촉촉한 가슴이 되면

꽃씨를 뿌리렵니다.

그 꽃씨 당신입니다.

비가 오면

우산으로 그리움을 가리고

바람불면

가슴으로 당신을 덮습니다.

비가 내립니다.

빗줄기 이어 매고 그네 타듯 출러이는 그리움

창밖을 보며 그대 생각하는 아침입니다.

내리는 비는 우산으로 가릴 수 있지만

쏟아지는 그리움은 막을 수가 없군요.

폭우로 쏟아지니까요.

비가 내립니다.

누군가가 빗속을 달려와 부를 것 같은 설레임

내 안의 그대였군요.

 

 

하늘을 깨물었더니/ 정현종

 

하늘을 깨물었더니,

비가 내리더라.

비를 깨물었더니,

내가 젖더라.

 

가끔은 비가 되고 싶다/ 이채

 

비가 오는 날이면,

가끔은 비가 되고 싶다.

비가 잎을 키우고 꽃을 피울 때,

초록비나 꽃비가 되어

나도 세상의 무엇 하나

반듯하게 키워내고 싶다.

생명은 어디서부터 오는가.

아버지의 탯줄 같고,

어머니의 젖줄 같은 물.

땅속에는 하늘의 물이 흐르고,

당신과 나 사이에는 사랑의 물이 흐른다.

하늘 비는 이 땅의 축복,

누구에게 축복의 이유가 되고 싶다.

 

 

가을비 오는 날/남정림

 

가을비 오는 날이면
빗줄기 타고 흘러내리는
네 생각에 첨벙거린다

곁에 있을 때
따뜻한 말 한마디 더 건네주지 못한
맛있는 밥 한 그릇 더 챙겨주지 못한
내 눈물이 손수건 보다
먼저 마음을 적신다.

 

너를 사랑했으면서도
너의 우산이 되어 주지 못했던
내 마음의 가을비는
언제쯤 그칠까

후~불면 흩어져 버리고마는
스크린 도어의 빗방울처럼
너무 빨리 떠나 버린 너를
나는 환절기처럼 앓는다
가을비 오는 날이면

 

 

빗방울이 두드리고 싶은 것/남정림

 

빗방울은 꽃들의 가슴을 두드리고 싶어

구름의 절벽에서 떨어져 지구까지 달음박질 한다.

 

빗방울은 어두운 대기에 둥근 희망의 사선을 그으며 투명하게 다가선다.

 

빗방울이 무지개 우산 드드리면 빛망울은 누군가의 가슴을 두드린다.

꽃의 가슴으로 달려가 기어이 안기고 만다

 

 

/ 천양희

 

쏟아지고 싶은 것이

비를 아는 마음이라면,

그 마음

누구에겐가 쏟아지고 싶다.

퍼붓고 싶다.

퍼붓고 싶은 것이

비를 아는 마음이라면

그 마음

누구에겐가 퍼붓고 싶다.

쏟아지고 싶다.

 

 

잠수연습/ 김은숙

장마비라고들 하지, 이렇게 장엄하게

쏟아지는 하늘비를 장대비라고 하지.

거침없는 위력으로 온 산하를 제압하는

소서를 이틀 앞둔 여름 아침 폭우 속

잠같은, 꿈같은, 바다 깊은 잠수 연습.

천구백팔십일년 그러니까 십삼년전

그해의 끝 깊은 겨울, 겨울 바다에서

내게 있어 넌 아픔이었다는 세 줄 엽서 보내와

시간의 흐름 너머 무채색 정지점 된

초췌한 그리움을 그리워한다

멀어진 시간 만큼 명징한 초상

바다 위에 겹쳐 눕는 그리운 그리움

가눌 수 없는 무게의 추를 달은 물 속 깊은 잠수.

가슴 속에 지워지지 않는 별빛 하나쯤 안고 살아야 한다는

소설 속 이야기에서, 내 가슴 속 별 하나 짚어 보았지

가슴 깊이 저며 오는 그리움 하나

빛나지 않는 슬픔으로 닦아 보았지.

 

밤비/ 마종기

참 멀리도 나는 왔구나

산도 더 이상 따라오지 않고

강물도 흙이 되어 흐르지 않는다.

구름은 사방에 풀어지고

가까운 저녁도 말라 어두워졌다.

 

그대가 어디서고 걷고 있으리라는 희망만

내 감은 눈에 아득히 남을 뿐

폐허의 노래만 서성거리는 이 도시.

 

이제 나는 안다.

삶의 사이사이에 오래된 다리들

위태롭게 여린 목숨조차 편안해 보이고

그대 누운 모습의 온기만 내 안에 살아 있다.

 

하늘은 올라가기만 해서 멀어지고

여백도 지워진 이 땅 위의 밤에

차고 외로운 잠꼬대인가

창밖에서 떠는 작은 새소리, 빗소리.

 

(펀글) 밤비는 감미롭다. 아주 어렸을 때 듣던 밤비 소리는 자장가였다. 청소년 시절과 중장년 시절을 거치면서도 이 소리는 물리지 않는다. 지금도 밤비는 가슴을 설레게 한다. 마종기는 이런 밤비 내리는 순간에도 ‘그대’를 생각한다. 그에게 ‘그대’는 영혼이 심층에서 만날 수 있는 대상이다. 그런 대상이 있는 사람은 외로움도 견딜 수 있고, 힘들어도 행복하다. ‘그대가 어디서고 걷고 있으리라는 희망만...’ 있다면, 그리고 ‘그대 누운 모습의 온기만 내 안에 살아 있다.’면 시인은 ‘창밖에서 떠는 작은 새소리, 빗소리’만으로도 행복할 것이다.

 

밤비/ 정연자 시, 정덕기 곡

밤비 소리는 나의 그리움
누군가 사무치는 생각으로 나의 창을 두드리나
밤비 소리는 나의 기다림
지금 나홀로 깨어있음을 알려주는 님의 음성
밤비 소리는 그대 흐느낌
그대 깨어 있음을 전해주어 젖어있는 우리님 모습 보이네

 

- https://www.youtube.com/watch?v=CpLR5BKbWn8 

 

 

밤비/ 윤연모 시, 한성훈 곡

창밖에서 지치는 지치는 줄도 모르고

내 맘을 두드리는 그대는 누구신가요

하염없이 내려와 내 가슴 적시며

내 맘에 노래하는 그대는 누구신가요

그대 위해 촛불 켜고 음악을 키우지요

여름밤은 짧아요 나를 놓아 주세요

 

창밖에서 지치는 지치는 줄도 모르고

내 맘을 두드리는 그대는 누구신가요

폭포 되어 흐르고 탱고 음악이 되어

내 몸으로 춤추는 그대는 누구신가요

그대 위해 촛불 켜고 음악을 키우지요

여름밤은 짧아요 나를 놓아 주세요

여름밤은 짧아요 나를 놓아 주세요

 

- 노래 밤비 - 윤연모 시, 한성훈 곡 - 바리톤 박흥우, 피아노 손영경 - YouTube

 

 

밤비 소리 들으며/ 한경애

보슬보슬.....
넘치는 설움 주체 못하고
숨어 우는 여인의 흐느낌인가

쌔근거리며 젖 빠는
아기의 숨소리로 다가오다가
발정난 고양이 소리로 들린다

막 피어난 꽃잎이 간지러워
키득거리는 소리도 들려오고
귀는 자꾸 늘어나 토끼 귀가 된다

젖은 속눈썹이
나비처럼 날아옌다
몰래 내리는 밤비 속을
그대는 떠나갔다

 

※ 무명의 조선족 습작 시인. 중간의 '막 피어난 꽃잎'의 본디 내용은 '개나리 꽃잎'이었음. 밤비를 하나의 계절에 가둬놓고 싶지 않았고, 봄비가 아니더라도 어느 때나 밤비는 그렇기에~

 

 

오동에 듣는 빗발/ 김상용

 

오동에 듣는 빗발 무심히 듣건마는

시름이 하니 잎잎이 수성(愁聲)이로다

이후야 넓은 나무를 심글 줄이 있으랴

 

 

1.김상용의 <오동에 듣는 빗발> blog.naver.com/sukya0517/221962852412

2.김상용순절비: www.incheonmunhwa.org/index.php?mid=countryheritage&document_srl=4420

 

'詩 & 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말(言˙語)  (0) 2021.04.22
詩, 詩人  (0) 2021.04.03
우리 옛 시(聯詩調)  (0) 2021.02.04
우리 古詩(2)  (0) 2021.02.03
화(花)2  (0) 2020.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