樂山樂水 209

등나무

일자 : 22. 4.28 장소 : 81 처인공원 등나무에서 떠오르는 기억의 조각들에는 여름, 그늘 쉼터, 시멘트 벤치, 호박벌 그리고 나중에 배워서 안 것으로 갈등(葛藤)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동무들과 여름날 뙤약볕 아래서 뛰놀다가 등나무 아래를 모여들면 그늘이 좋아서 더위를 식히기에 안성맞춤이었지요. 대체로 등나무 밑에는 시멘트 재질의 벤치도 놓여 있었구요, 가끔은 궁둥이가 시커멓고 커다란 호박벌들이 윙윙거려 무섭기는 했지만요. 벌보다 더 두려웠던 것은 수세미라고 불리는 등나무 열매. 아이들과 주렁주렁 매달린 열매로 장난치다 잘못 맞다보면 그 아픔이 대단했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조금 더 성장해서 등나무를 다시 알게 된 것은 갈등(葛藤)이라는 단어를 알면서였지요. 한자로 葛(갈)은 칡이고, 藤(등)은 ..

질문예찬(質問禮讚) - 꽃이름 하나를 물었을 뿐인데

일자 : 22.4.26~4.27 장소 : E농원, H마트, M家 며칠 전, 자주 다니는 하천길이 아닌 대로변 주변의 마을길을 택해 산책길을 나섰습니다. 용인 경전철이 다니는 둔전역에서 포곡소방서 방향으로 뻗어 있는 왕복 4차선 길인데 양쪽으로 배롱나무와 무궁화 꽃이 심어져 한여름에는 분홍과 하얀빛으로 덮이는 길입니다. 동네를 벗어나자 주변의 풍광이 새로운 모습으로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흙덩이로 채워져 있던 들판에 어느사이 물이 가득차 있어 시원한 느낌을 주더군요 (개인적으로 모내기 직전~직후의 시기를 가장 좋아합니다. 전원생활을 하던 시절, 이른 새벽 물이 채워진 논에 일출과 더불어 눈이 부시게 반사되는 햇빛과 밤중에 여기저기 논배미마다 담겨진 보름달을 멍때리며 보는 즐거움은 판타스틱이었지요.) 반가운 ..

유심히 보고 자세히 보니 새로운 것, 다른 것들이 보입니다

2022년 4월 23일(토) 맑음 들꽃 카페를 통해 홍매화와 죽단화(겹홍매화)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내가 최근에 산책길에 보던 꽃이 어느 꽃인지 알아보려 길을 나섰습니다. 평소와는 다르게 유심히, 자세히 보려 했지요. 주거지 뒷편의 금어천(경안천 지류)에 내려서니 며칠 전까지 안 보이던 꽃이 먼저 반겨 주네요. 묵논 위에 자리잡은 몇 개의 봉분 주변에 이 뿌린듯이 펼쳐져 있습니다 드디어 관심을 가졌던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유심히 살펴보니 홑꽃을 지닌 홍매화였습니다. 그런데 다른 곳의 꽃들은 겹꽃도 있더군요. 겹꽃은 죽단화(겹황매화)라던데~. 사진의 앞쪽은 겹꽃으로 짙은 노랑빛이고 뒤쪽은 홑꽃으로 옅은 노랑빛이엇습니다. 아래의 꽃은 분명히 겹꽃인데 수프로공원의 안내글은 황매화로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그..

올해도 내동마을과 농촌테마파크

버스 타고 내리고 걸어서 내동마을로, 농촌테마파크로 발걸음 가볍게 고고 GoGo! 오늘도 눈호강, 마음 힐링. 대박! 판타스틱!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절로 노래가 피어납니다 소래꽃(보라유채꼬츠 제비냉이풀, 제갈초 등) 꽃말은 치유, 넘치는 지혜, 변함없는 사랑 황매화 루피러스 : 색색의 아이스크림 콘과 명랑 핫도그를 보는 듯 하고 라난큐라스 : 코끝을 간지르는 향기에 기분좋게 취했지요 인공의 형상들도 자연과 잘 어우러져 한편의 이야기를 만들고 있어요. 동화속 나라에 온 듯한 기분, 다시 또 오고 싶다, 걷고 싶다, 보고 싶다!

2021년(7~9월)

0701(목) 집 주변을 흐르는 금어천, 장마를 대비해 깨끗이 정비되었다. 왼쪽은 그저께(6.29) 모습 경안천 길의 이름 모를 꽃(좀작살나무 작년 8월9일의 성난 금어천의 모습 https://blog.daum.net/footprint/365 -> 오늘(2021.8.10)의 바닥난 금어천의 모습 0825(수) 좀작살나무 열매와 칡꽃 머루는 붉은 색깔을 입고 있는데 담장가 사과와 대추가 아직은 파랗다 오랜 가뭄으로 작년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이름모를 수생초가 경안천 여기저기를 덮고 있다. 예쁜 꽃으로볼려고 해도 지저분하고 숨막히는 혐오감이 든다. 나의 집 베란다에서 내려다 본 아파트 공사 현장(좌측은 8월17일 우측은 9월3일) 0903(금) 닫힌 만남을 달리는 전철이 열어주고, 막힌 마음을 푸른 하늘이..

2021년(4~6월)

0331(수) 0402(금) 0403(토) 견앵화유감(見櫻花有感) - 벚꽃을 보고 감흥이 있어 / 한용운(韓龍雲) 昨冬雪如花(작동설여화) 지난 겨울엔 눈이 꽃 같더니 今春花如雪(금춘화여설) 올 봄엔 꽃이 눈 같구나 雪花共非眞(설화공비진) 눈도 꽃도 모두 진짜가 아닌데 如何心欲裂(여하심욕렬) 어찌하여 이 마음 찢어지려 하는가 (같은 시를 번역했지만 4언으로 운률을 맞추니 또 다른 맛이 난다) 지난겨울 봤던눈은 마치흰꽃 같더니만 / 이번봄에 보는꽃은 마치흰눈 닮았구나 눈도꽃도 그모두가 진정참은 아니거늘 / 어찌하여 내마음은 찢어지려 하는건지 비오는 날에 봄꽃을 보며 / 최참 겨울 어느 날에는 / 꽃처럼 눈이 내려 / 환하고 부시더니 비오는 봄날 / 꽃들은 낙화하여 / 검은 눈처럼 쌓이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2021년(1~3월)

코로나로 올해도 동네 안에서 보낼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좋다. 예쁘고 아름답다. 가까이에서 계절의 변화와 하루하루의 다름을 볼 수 있으니 축복이다. 0101(새해 첫날) 새해 첫날 내가 사는 아파트 15층에서 남쪽(上)과 북쪽(下) 방향으로 보이는 전경을 담았다. 한쪽으로는 너른 들판이 보여서 시원하고, 반대 편으로는 각기 다른 쓰임의 건축물들이 지루함을 막아 준다. 새해 첫날을 기념하여 돌봉산에 올랐다. 평소보다 조금 더 먼 곳까지 다녀왔다. 0103(일) 오후에 돌봉산 갔다가 2/3 지점에서 돌아 내려와 에버랜드 역에서 천코스를 돌아왔다. 0106/ 공정 진척을 바라보는 재미도 괜찮다. 지점과 지점의 연결의 의미도 생각해 본다. 0110(일)/ 4일전 내린 눈이 그 동안의 강추위로 아직도 그대로이고..

14일차 : 카투만두(보더나트-파슈파티낫-수와암부나트-왕궁)

14일차 : 카투만두(보더나트-파슈파티낫-수와암부나트-왕궁) 2009년 1월 4일(일) 쾌청, 그러나 카투만두 하늘은 흐릿하다 6시30분 기상, 오늘은 쓸 내용이 많다. EBC 등반에서의 매일매일은 대체로 반복적인 일상이었는데 카투만두만 해도 변화가 많다. 4층 숙소에서 바라보는 정원 모습이 편안하다. 꽃이 피어서인가, 집에 온 듯 정원이 다정하게 다가온다. 8시30분 아침식사, 김치찌개와 비빕밥이 입에 붙는다. 대학생인 듯한 어린 여학생 3명이 주인을 찾는다. 인도 여행 10일 후 이곳에 도착했단다. 본래 따로였는데 여행 중에 팀이 되었단다. 대단한 용기를 가졌다. 여행 중에 만나는 사람들은 용기 있는 사람일까? 남들도 우리를, 나를 그렇게 보지 않을까? 9시45분 카트만두 유명지 순회를 출발했다. 가..

高行, 苦行, 考行의 길(13) 루클라 - 카투만두

EBC 트레킹 13일차 : 루클라 - 카투만두 2009년 1월 3일(토) 쾌청 6시30분 기상, 더 이상 잠을 잘 수 없었다. 새벽 3시경에 잠을 깬 깬 이후로 다가올 서울 생활에 대한 상념으로 뒤척였다. 7시30분 아침식사. ‘파상’도 다시 찾아와 카투만두로의 이동준비를 도와주었다. 안도감, 아쉬움, 허전함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속계(俗界)로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는데 커투만두로 떠나야 할 비행기의 도착은 지연되고 있다. 잘 정돈된 다이닝 룸 한쪽 벽에 붙어 있는 달력이 이채롭다. 처음 도착했을 때의 그 모습 그대로의 루클라. 공항 이름이 힐러리 텐진 공항으로 바뀌었다든가? 이름이야 어떻든 다시 그 자리에 서고 싶다. 10시15분 경비행기가 점으로부터 점차 형태를 갖추어 가깝게 접근해 온다. 한 대가 착륙..

高行, 苦行, 考行의 길(12) 남체 - 팍딩 - 루클라

12일차 : 남체-팍딩-루클라 2009년 1월 2일(금) 쾌청 후 흐림 3번째 맞는 남체의 아침. 오늘도 얼음이 덮인 콩데와의 대면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1주일 전인 지난 해 12월 25일과 26일의 남체의 아침은 긴장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했다면 이번은 한결 여유롭게 아침을 맞는다. 오늘 가야 할 길은 2일에 걸쳐 올라갔던 길을 그대로 방향만 바꾸어 하루에 내려가면 된다. 하산길이라지만 시간이 제법 걸릴 것이다. 9시 10분에 오늘의 목적지안 루클라를 향해 남체를 출발했다. 네팔 곳곳이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남체는 특별한 추억으로 남는다. 말발굽 모양의 지형과 쿰부 히말라야의 가장 큰 마을로 3일이나 묵었던 곳 다시 오기 어려운 이 곳을 아쉬움을 남기고 떠난다. 에베레스트를 조망할 수..